제목 : 양귀비의 나라 아프가니스탄(7월 22일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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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D 취재리포트

 

양귀비의 나라 아프가니스탄
7월 22일 방송 <고명준 PD>
 

전쟁과 테러, 이 두 단어로 가늠지어지는 나라. 국민 2명중 1명이 빈곤층인 나라, 하지만 전 세계 아편의 3/4을 수출하는 나라, 바로 아프가니스탄이다.  전쟁이 끝난 후 3년,  그러나 아프간에는 양귀비로 인한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되었다.

아프가니스탄에 도착한 우리를 가장 먼저 맞이한 건 중동의 뜨거운 태양과 뿌연 황색 먼지 바람이었다.  20년에 가까운 전쟁으로 인해 부서지지 않고 제대로 된 건물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피폐해진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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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전쟁의 흔적들>

그러나 이렇게 황폐한 땅에 유독 넘쳐나는게 있다고 했다.  그것은 바로 양귀비.  UN마약단속국의 통계에 의하며 헤로인으로 대표되는 아편계 마약의 85%가 아프가니스탄산이라고 한다.  이렇게 아편이 많다면 시중에서 구하기도 쉽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우선 시장을 찾았다.  시장을 둘러보던 중 향신료등을 파는 몇몇 상점에서 흥미로운 물건을 발견했다.  바로 양귀비꽃의 머리부분이었다.  비록 이미 아편을 추출하고 난 후의 양귀비였지만 아프간에 얼마나 양귀비가 흔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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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비 머리부분 사진>

 

주로 양귀비재배농민들이 수확 후 팔러 가지고 나온다고 했다. 조심스럽게 양귀비나 아편의 거래되는 곳을 물어 보았다.  하지만 정부의 단속때문인지 비밀스럽게 거래된다는 정도의 얘기만 해줄 뿐 상인들은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아프간 양귀비의 역사

아프간의 아편은 왜 언제부터 많아 진 것일까?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위해 우리는 내무부 장관을 만났다.

“러시아가 아프간을 침공하기전에는 정부에서 80-300톤을 재배했다. 모든 재배목적은 의료목적이었다.  하지만 러시아가 아프간을 침공한 후에는....민간재배가 늘어난 것이다. - 내무부 다우드장관

1979년 구 소련의 아프간 침공, 냉전시대 중앙아시아의 패권을 잃지 않으려는 미국은 아프간에서 소련을 몰아낼 방법을 찾았다. 이른바 ‘모기작전’  ‘곰을 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면 모기를 이용해 괴롭히라‘ 곰은 소련, 모기는 마약을 뜻했다.  이렇게 미국의 묵인 하에 재배되기 시작한 아편은 소련군의 정신과 육체를 병들게 하는 동시에 소련에 대항하는 무자히딘의 자금원이 되었다.  이렇게 시작된 아프간의 아편재배는 이후로도 긴 전쟁동안 정부군과 반군 양쪽 모두에게 든든한 자금줄이 되었고 재배량도 점차 늘어나게 된다.

 

아프간의 아편밀매, 그 배후는 알카에다?

현재 아프간의 마약유통은 어떤 루트로 이루어 지는 것일까...  우리는 취재도중 어렵사리 소규모 마약딜러를 만날 수 있었다. 경계의 눈빛으로 우릴 보던 그는 곧 바지춤에서 조그만 종이뭉치를 꺼내 보였다. 헤로인이었다.  100아프가니, 우리 돈 5000원 어치 정도의 양을 네 개로 나누어 하나에 60아프가니에 판다고 했다.  지뢰사고로 다치기 전까지 탱크운전을 했다는 그는 마약을 팔면서 이미 그 자신도 마약에 중독되어있었다. 인터뷰 내내 눈앞에서 헤로인을 연신 들이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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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박지위 검은액체가 헤로인>

 

그런 그에게서 마약밀매에 관한 몇 가지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마약밀매에 일부 경찰이 뇌물을 받고 눈을 감아 준다는 것, 그리고 두 그룹의 마약상이 알카에다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사실은 아프간 마약단속국에서도 일부 확인할 수 있었다.

“아프간에는 테러리즘이 마약거래자들을 돕는 세력이 있다. 테러리스트들이 개입된 조직범죄단이라고 할 수 있다. 마약반들조차 강력한 힘을 가진 마약거래자를 처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 마약단속국 사다트 국장

 

양귀비제거와 농민들의 반발

이러한 알카에다나 탈레반 잔존세력들의 영향력은 아프간을 외부로부터 고립시키는 것은 물론 현 정부가 제자리를 찾는데도 많은 어려움을 주고 있다. 그에 따라 올해 들어 아프간 정부의 마약 단속규제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우리 마약국과 내무부가 여러 지방에서 작전을 진행. 마약거래를 막고 마약제조실을 찾아 파괴, 마약거래범들을 체포하고 마약사업을 못하게. 우리의 노력으로 30톤의 마약을 압수했고 20곳 이상의 마약 제조실을 파괴했다”- 마약단속국 사다트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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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비 밭을 제거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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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수된 마약을 불태우는 모습>

 

마약밀수출루트인 국경지대의 경비를 강화하고 단속과정에서 압수된 마약도 공개적으로 불태우고 있다.  또한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양귀비밭 자체를 없애는 작업도 진행중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에 부딪혔다. 바로 양귀비재배 농민들의 반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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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비에서 추출된 생아편>

“‘정부가 농부들을 체포해서 체벌한다고 해도 중단할 수 없다. 보리 5헥타르를 재배해서는 먹을 것이나 옷을 살수도 없다.“ -양귀비 재배 농민(마자르 이 샤리프지역)

정부나 NGO차원에서의 양귀비 대체작물을 보급하고 있지만 그나마도 어려움이 많다. 정부가 자리를 제대로 자리 잡기도 전에 값싼 농산물이 수입되면서 밀이나 보리 등의 가격은 폭락하였다.  그로 인해 양귀비는 상대적으로 열 배의 소득이 된다. 그것이 농민들이 양귀비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아편재배에 알카에다가 개입돼있다는 의혹에 대해 이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아편구매자들는 우리들에게 100킬로씩 모두 1000킬로 정도 사가는데 10정도 대리인을 통해서 사간다. 우리들은 실제 구매자가 누구인지 그게 알카에다인지 알지 못한다.“-양귀비 재배농민 (마자르 이 샤리프지역)

전쟁 이후 가난과 폐허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양귀비. 대책 없는 정부의 단속으로 하루아침에 양귀비밭을 빼앗긴 농부들은 경찰들과의 충돌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마약과의 전쟁에 미군이 올해부터 전면으로 나선다. 대량의 화학약품까지 살포한다는 계획이 발표되면서 농민들의 큰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미군이 우리 양귀비 밭을 파괴할 거라는 소문이 있다.만약 그런일이 있다면 농부지만 우린 전쟁을 할 수도 있다. 소련에 대항했던 것처럼...“-양귀비 재배농민(헬만지역)

아프간산 마약이 오히려 아프간을 공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프간에는 마약으로 인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전까지 아편은 밀수출되기만 했지만 요즘 들어 아프간내 중독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아프간 보건국에 따르면 수도 카불에만 6만여명이 넘는 마약중독자들이 있다고 한다. 전 세계 3/4의 아편을 공급하는 아프간으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카불내 마약재활센터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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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센터에서 치료중인 마약 중독자들>

대개 20-35세 사이의 중독자가 많지만 나이어린 중독자들도 간혹 볼 수 있었다.  또한 마약중독자들은 비위생적인 생활이나 주사기의 사용등으로 인해 대부분 에이즈, 간염, 결핵과 같은 또 다른 질병을 앓고 있는 경우도 많다. 그나마 병원비조차 없는 가난한 이들은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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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7세의 마약 중독자>

“마약중독자들이 마약을 끊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들을 돕기 위해서는 네자센터와 같은 더 많은 마약 재활센터를 만들어야 한다.“-재활센터 소장

 

해결책은 있는 것인가?

 취재를 하면서 느낀 점은 과연 아프간의 양귀비밭을 없애면 전 세계 마약도 없어지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었다.  물론 아프간의 양귀비가 없어져도 마약이 없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란이나 파키스탄에서 길러지던 아편이 좀더 은밀한 장소를 찾아 아프간으로 흘러 들어 왔듯이 아프간에서 양귀비를 몰아 내도 또 다른 어딘가를 찾게 될 것이다.   마약에 뒤에는 이미 거대한 검은 세력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선 하나씩 차근차근 해결해야하는 법.  평화와 질서로 법의 사각지대를 점차 줄여 나간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라 믿는다.

 아프간에서 아프간 자체에서 만들어진 물건을 찾는 일은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프간 취재내내 40도가 넘는 폭염속에서 우리의 갈증을 해결해 준 것은  MADE IN UAE(아랍에미리트), 펩시콜라와 미국 네슬레사의 미네랄워터였다. 이렇듯 아직 아프간은 자립할 능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  언젠가 아프간의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날, 그로 인해 아프간의 아편이 사라질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