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런던 테러 현장을 가다(7월 15일 방송)
조회:

 PD 취재리포트

 

<긴급 르뽀 런던 테러 현장을 가다>
                     취재리포트 작성 : 김현철 프로듀서

“테러리즘은 정치적, 종교적 또는 다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시도로써 민간인을 목표로 강제적 수단을 사용하는 것이다”  - 미국의 한 공식문서에 나와 있는 테러리즘의 정의 -  

킹스-크로스역.jpg

<킹스 크로스 역>

킹스크로스-지하철-역-내부.jpg

<킹스 크로스 역 내부>

“London attacked!!!”

7월 7일 cnn속보였다. 바로 어제(7월 6일) 런던은 축제분위기였다. 2012년 올림픽 유치 결정으로 런던시내는 축제분위기였다.  그 환희와 기쁨이 공포와 분노로 바뀌는 데에는 고작 하루밖에 걸리지 않았다. 지하철과 버스를 대상으로 출근 시간에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폭탄 테러, 많은 사람들은 다시 알카에다를 떠올렸을 것이다.

7월 8일 저녁, 런던에 도착했다. 히드로 공항에서는 전에 영국에 왔을 때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것은 보이지 않았다. 이미 사고 당일 런던의 모습은 VJ를 통해 촬영을 의뢰해 놓은 상태였다.

킹스추모객.jpg

<킹스 추모객>

21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킹스 크로스 지하철역에 도착했다. 전 세계의 촬영 팀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지하철 역 앞 한편에 꽃다발들이 놓여져 있었고 촬영팀들이 여기저기로 뛰어다니고 있었다. 실종자 가족들이 나타난 것이었다. 7월 8일 현재 공식적인 실종자 숫자는 25명, 사망자는 49명, 부상자는 700명이 넘는 것으로 BBC는 보도하고 있었다.

실종자-흑인.jpg

<실종자>

“여동생이 지하철을 탔다는 전화를 마치고 연락이 되지 않는다, 약혼자가 분명 킹스 크로스역을 통해 출근을 하는데 사고 이후 연락두절, 룸메이트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 딸이 없어졌다”는 등 여러 사람들이 역 주변에 나타나 포스터를 붙이고 있었다. 그들을 언론은 부지런히 쫓아다니고 있었다. 실종신고는 1,300여건이 접수되었다고 한다.



<실종자들 사진>



<동양인으로 보이는 여성>

킹스 크로스 역 지하 약 30여미터 밑에서, 섭씨 60도아래에서 시체 수습작업이 진행중이었고 동시에 테러의 흔적, 증거들을 찾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역은 봉쇄되어 있었고 일부 구간만 운행을 허락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영국 기자들은 어떠한 질문에도 답변을 피하고 있었다. 특히 범인이 누구냐는 질문에는 모른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신중한 모습이었다. 일부 신문이 유럽비밀 알카에다가 배후에 있다는 보도를 하고 있었다.

지하철 폭발은 모두 세 군데에서 동시에 일어났다고 런던 경찰청은 발표했다. 동시에 폭발물에 시간조절장치가 달려있었고 그것에 의해 동시에 폭발했다는 것이다. 킹스크로스역과 리버풀 스트리트, 에지웨어로드역 등 세 곳에서 폭발이 있었고 런던의 명물 중 하나인 2층버스 한 대가 폭발물에 의해 폭발, 버스사고로만 13명이 사망했다. 러셀 스퀘어 역 주변의 사고 현장은 온통 비닐장막 투성이였다. 사고 현장을 경찰들이 봉쇄한 것이다. 그 어떤 언론의 접근도 막고 있었다.



<사고현장 밤의 모습, 러셀 스퀘어>

사망자에 대한 신원확인도 이루어지고 있지 않았다. 우리나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런던의 경찰이 사건을 다루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확실한 증거를 잡고 확실한 신원확인이 이루어진 후에야 언론에 공개하는 모습, 범인에 대한 언급도 언론에서는 극도로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현장-옆-대기-촬영진-밤모습.jpg

<밤 늦게까지 현장 옆에서 대기하고 있는 촬영진>

엘리자베스 여왕은 부상자들이 있는 런던로얄병원을 찾아 잔인한 테러범들이 우리의 생활방식을 바꿀 수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블레어 총리는 잔악한 무리들의 테러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흥분된 모습으로 기자회견을 했다. 단호한 대처, 국민들에게 단결을 그 속에서 이루어내고자 하는 의도가 보였다.

테러의 궁극적인 목표는 공포심의 유발, 런던시내에서는 하루 동안 거의 약 50번이 넘는 싸이렌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경찰차, 구급차, 소방차, 모두들 싸이렌 소리를 울리며 런던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30번 버스>

런던 시민들에게 물어보았다. “왜 런던이 테러공격을 당했다고 생각하는지?”

“신념의 차이, 가치관이 달라서 생긴 일인 것 같다” “아마 이라크 전쟁에 영국이 개입되서 생긴 일 같다” “팔레스타인 문제인 것 같다” “런던이 전 세계적으로 비중이 있는 도시라 주목받기 위해서 그런 것 같다” 다양한 의견들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어떤 언론에도 런던이 테러를 당한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었다.

7월 10일 런던 사회안전 연구소 소장이자 킹스칼리지 교수인 마이클 클락 교수를 만났다. 클락 교수는 이번 테러는 알카에다가 아닌 유럽 내의 자생적인 조직에 의한 소행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런던 교통시스템을 숙지하고 있었고 폭탄장치를 만지는 실력이 전문가 수준이라는 것이다. 영국이 9,11이후 미국과의 연대를 강화하면서 런던은 이미 테러의 주요 타켓이 되어 있었다는 이야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그가 한 말은

“알카에다는 이제 하나의 단체가 아니다. 이미 운동이 되어 있었다. 원하는 사람들에게 관절처럼 연결되어 있다”이었다.   

12일 범인에 대한 신원이 영국 경찰청으로부터 발표되었다. 리즈라는 지방에 거주하는 파키스탄계 영국인, 신원이 밝혀진 용의자 4명 중 3명이 영국국적인 영국인이었다. 범인들이 영국에서 태어나고 교육을 받은 영국인이라는 것이다. 영국인이 영국을 공격하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진 것이다. 서유럽 최초의 자살폭탄테러는 이렇게 영국인이 영국을 폭파시킨 것으로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런던 인구는 800만명, 그 중에 약 100만명이 무슬림들이다. 영국에는 주로 파키스탄계 무슬림들이 2차대전 이후 자리를 잡고 살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영국에서 태어난 영국인들이다. 알카에다에 의한 극력 이슬람주의자들에 의한 테러일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던 영국사회가 동요하기 시작했다.



<성메리 병원 앞>



<실종자 가족들>

3일 전 취재진은 이번 사건의 부상자들이 입원하고 있는 성메리 병원을 찾아 갔었다. 병원 앞에서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무슬림 약 15명 정도가 한 손에는 꽃다발을 들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이 입은 옷에는 검정 매직으로 “muslim for peace" "London stands together" 라는 글씨들이 써 있었다.

그들에게 여기에 온 이유를 물었다.

이라크에서 15년 전에 영국으로 왔다는 한 무슬림은 “부상자들을 위로하러 여기에 왔다. 그러나 병원측이 우리를 들여보내지 않는다. 그래서 꽃다발만 안전검사를 거친 뒤 들여보낼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 그들 중 대표 몇 명이 꽃다발을 모아 병원 관계자에게 전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병원 앞에 있는 무슬림들>



<병원 관계자에게 꽃을 전달하는 무슬림>

로아 하산리라는 한 여인은 “눈에는 눈, 이런 식의 보복은 전 세계를 눈멀게 한다. 이런 식의 보복은 절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우리역시 이번 테러에 분노하고 있다. 그러나 자칫 이번 테러가 영국사회에서 살고 있는 무슬림들과 영국인 그 사이의 평화를 깨뜨리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라며 뭔가 두려움을 내비치고 있었다.

그 두려움이 이제 가시화되었다.

용의자들이 신원발표가 있던 날, 찾아간 런던 동부의 한 이슬람 사원, 사원 정면의 유리창들이 여러 곳 깨져 있었다. 영국 십대 청년들이 몰려와 돌을 던졌다는 것이다. 무서워서 나와 보지도 못하고 안에서 숨죽이고 있었다는 말을 사원 관계자가 해주었다.

사원 옆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무슬림은 9,11이후 무슬림에 대한 공격적인 행위들이 점점 올라가다가 천천히 수그러들고 있었는데 이번 7,7런던테러로 인해 다시 심해졌다고 말했다. 또한 백인 남자 한명이 차도르를 입은 한 여인의 얼굴에 염산을 뿌렸다는 끔찍한 이야기도 했다.



<런던 센트럴 모스크>

런던 중앙 이슬람본부에서 만난 40대의 한 남자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일은 모두 토니 블레어, 부시 등이 한 일이며 우리 무슬림과는 상관없다, 그들이 이라크에서 어떻게 철수할 지 몰라 영국에 있는 우리 무슬림들을 비난하기 위해 꾸민 일이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한참을 우리 앞을 막은 채로 많은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지금 런던은 테러 이후 반테러 전쟁에 전 영국인이 단결하고 있다. 테러이후 흔히 보이는 현상이다. 그러나 단결만이 테러 이후 보이는 현상은 아니다. 분열역시 여기저기서 목격되고 있었다. 공포와 분노는 항상 어느 한 곳을 대상으로 키워지기 때문이다.

모든 범죄에는 이유가 있다고 노엄 촘스키는 말했다. 폭력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모든 범죄가 발생한 그 이유에 대해 ‘왜’라고 물어야 한다. 그건 국민들의 의지문제라고 했다. 진지하게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문제해결의 노력을 하지 않는 한 폭력의 수위는 계속 높아만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