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납치공화국 콜롬비아(7월 15일 방송)
조회:

 PD 취재리포트

 

납치공화국 콜롬비아

명순석 PD

 

커피, 에메랄드, 코카인, 마피아, 94년 미국 월드컵 때 자살골을 넣은 선수 피살사건, 남미의 유일한 6,25 참전국가...... 콜롬비아를 떠올리게 하는 말들이다.

그러나 이것들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 "납치의 나라", "반군이 판치는 나라" 오히려 이 말들이 지금의 콜롬비아를 표현하기에 적절한 것 같다. 적어도 내가 일주일 동안 그곳을 경험한 바로는 이 표현이 가장 자연스럽다.

하루평균 5명이 소리 없이 사라지고 지금도 정글 어딘가에 3600명의 인질들이 병들어 죽어가고 있는 땅 콜롬비아! 그곳에 두려움 반, 호기심 반으로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10박 11일간의 긴 여정을 시작했다.

 <사진1>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

 

콜롬비아의 딸 "잉그리드 베탕쿠르" 그녀가 사라졌다.

'마약대신 산소를 달라' -마약과 반군, 부패 정권과의 투쟁을 선언하며 마약과 납치가 만연한 콜롬비아에서 산소같은 정치인이 되겠다던 그녀, 잉그리드 베탕쿠르!

1998년 산소당 창당, 최다득표 상원의원!

2002년 대선출마, 같은해 2월 23일 좌익반군 FARC에 의해 납치!  

현재의 알베로 우리베 대통령이 있기까지는 이 여성정치인의 납치로 인한 대권도전 실패가 크게 기여했다. 2002년 당시 알베로 우리베의 라이벌로 서로 다른 노선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였던 잉그리드 베탕쿠르! 그녀 역시 "납치"라는 공포스런 현실을 피해갈 수 없었다.

 <사진2> 잉그리드 베탕쿠르 2002년 2월 대선유세 및 1998년 산소당 창당모습

 

지금도 밀림 어딘가에서  3600명의 인질들이 죽어가고 있다.

기업가 528명, 어린이 335명, 운전기사 153명, 주부 69명, 정치인 11명........

이 숫자는 다름 아닌 납치 희생자들이다. 콜롬비아 인권단체 Free country의 발표에 따르면 2004년 한해동안 잡혀간 인질의 수가 자그마치 1434명이라 한다.(공식 집계만 이럴 뿐 보복이 두려워서 또는 미리 몸값을 주고 풀려난 인질들까지 합치자면 이보다 훨씬 더 많다고 한다.) 지금도 병균으로 들끓는 밀림 어딘가에서 3600명의 인질들이 하루 한끼 감자로 만든 국수를 먹어가며 8시간 이상을 걷고 있다. 그들이 원하는 건 오직 하나 자유다.

하루 빨리 죽음의 밀림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항상 죽음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 몸값 협상 결렬 = 인질처형 이라는 정글의 법칙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진3> 밀림속에 갇혀 있는 인질들

 

누가 무슨이유로 목숨을 담보로 한 납치를 저지르는가?

남미최대이자 세계 최대의 납치발생 국가라는 오명을 지닌 나라 콜롬비아!

여기에는 40여년을 이어온 내전으로 인한 좌익반군 세력이 있다. 1만 6천여명의 병력을 가진 무장혁명군(FARC)과 4천여명의 정예병력으로 중무장한 국민해방군(ELN)! 여기에 한술 더 떠 좌익반군에 대항한다는 허울좋은 명분으로 생겨났지만 지금은 오히려 좌익반군보다 더 악랄한 납치와 살인을 저지르는 우익민병대(AUC)로 이들 규모 또한 1만 4천여 대규모 병력이라 한다. 이들 중 최대 좌익반군 조직인 FARC는 인질몸값을 "평화를 위한 세금"이라고 말한다. 또한 이들의 최고 지도자 마누엘 마룰란다는 몇해전 폭탄선언을 했다.

"100만 달러 이상을 가진 부자들의 리스트를 가지고 있다. 우리에게 미리 평화의 세금을 내던지 납치돼어서 목숨을 잃던지 둘중 하나를 선택하라"

지금도 콜롬비아 부자들은 떨고 있다.

 <사진4 >FARC, ELN, AUC 좌상단 시계방향

 

선술집에서 납치조직 정보원을 만나다!

촬영 3일째 되던날 보고타 시내에 있는 <부에 빠스트로> 여자교도소를 찾았다.

그곳에 수감중인 죄수들중 납치관련 범죄자가 10%가 넘는다고 했다. 이처럼 납치는 콜롬비아 범죄자들에게는 인기있는 분야다. 납치범 인터뷰를 위해 클라우디아 라는 이름의 30대 초반 여성을 만났다. 36년형을 선고받고 지금 6년째 복역중으로 외모로 보자면 전혀 납치범과는 어울리지 않을 만큼 평범한 여성이었다.

다음은 취재진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PD

당신들이 납치한 사람들이 지금 인질로 잡혀 있다. 그들에게 미안하지 않나?

-납치범

우리에게는 돈이 필요했고 그냥 단순 납치였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큰 사건이었나 보다.  왜냐하면 우리가 허리에 두르는 폭탄을 가지고 위협했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그녀가 취재진에게 그녀가 뜻밖의 중요한 단서를 던졌다. 납치는 한번에 단순하게 하지 못한다. 납치조직에는 돈많은 사람들의 이름과 주소를 알려주는 정보원이 있다는 것이다. 취재진은 다음 스케쥴을 뒤로한 채 밤길을 달렸다.

 <사진5> 콜롬비아 부엔 빠스트로 여자교도소/ 납치범 인터뷰

 

늦은밤 취객들로 북적이는 선술집. 그곳에서 취재진은 종업원으로 일하는 안드레 쁘라도(가명)라는 이름의 20대 중반 청년을 찾을 수 있었다. 주변에 일행이 있지 않을까 두려웠지만 다행히 혼자인 듯 했다.

조심스럽게 취재진이 물었다. '교도소에서 친구를 만났다. 당신의 안부를 묻더라'

자연스럽게 다가가자 경계하던 청년이 안심한 듯 취재진에게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납치정보원

나는 납치하지 않았다. 그냥 납치조직에 돈많은 사람들의 이름과 주소를 알려줄 뿐이다.  돈많은 사람들은 납치돼어서 15일정도면 풀려난다.  몸값만 주면 다 풀려난다.  내가 무슨 죄인인가?  난 그냥 정보만 알려주고 돈만 받을 뿐이다.

 

콜롬비아엔 특별한 라디오 방송이 있다.

토요일 새벽 2시! 콜롬비아 거리는 적막, 고요 그 자체다. 그런데 단 한곳만 훤하게 불을 켠 건물이 있다. <까라꼴> 이라는 라디오 방송국이다. 출연자는 인기 가수도, 저명 인사도 아니다. 납치로 인해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다.

프로그램 제목은 '납치의 소리'로 2년전부터 시작된 납치가족 전문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를 담당하는 진행자 세르비노 기자에 의해 2년전 첫 전파를 타기까지는 세르비노 기자의 납치에서 시작된다. 좌익반군에 의해 밀림 어딘가에 끌려가 다른 인질들과 묶여 있을 때 인질중 한 사람이 '왜 당신과 같은 기자들은 이 나라에 이렇게 많은 인질들이 잡혀 있는데 납치당한 가족들과 인터뷰도 하지 않고 납치 방지에 대한 환경을 조성하지 않느냐' 라는

질책을 듣고 아이디어를 얻어 석방되자마자 이 프로그램을 시작했단다.

지금까지 2년간 약 1만 5천여명의 납치 가족이 초대되었고 2십 5만여건의 메시지를 전했다고 한다.

취재진이 찾은 날 출연자는 1년전 하나뿐인 아들을 납치 당한 주름 가득한 노인과

3살, 5살 어린 두 딸을 남겨두고 밀림으로 끌려간 엄마의 여동생 두명 이었다.

떨리는 목소리로 아들에게 병들지 말고 꼭 살아있으라는 말을 전하는 아버지의 두 눈은 이제 더 이상 나올 눈물이 없는지 그저 빨갛게 충혈 되 있을 뿐이었다.

'가족이 전하는 메시지를 과연 인질들은 들을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과 만약 듣는다면 죽음에 맞서 석방될 때까지 잘 버텨내지 않을까?' 두 가지 생각을 떠올리며 늦은 새벽 방송국을 나왔다.

 <사진6>라디오 방송 <납치의 소리>스튜디오

 

콜롬비아의 비극은 하나님의 장난

신이 콜롬비아를 창조할 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 강, 산, 과일, 동물들을 빚었다.

풍요로운 이 땅에 누군가 침을 튀기기만 해도 무엇인가 자란다. 성 베드로가 불평했다.

"하나님! 왜 콜롬비아에만 이렇게 베풉니까? 이것은 너무 불공평 합니다." 그러자 하나님이 대답했다."기다리게나! 내가 거기다 어떤 사람들을 만드는지 보게나!" 콜롬비아에서 유행하는 시니컬한 농담이다. 취재를 하면서 내내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참 행복한 나라에서 사는구나!"

 <사진7> 석양에 물든 콜롬비아 국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