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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Issue - 오동운
PD '인도
아삼' 취재기
그들을
몰아내자, 이 땅을 지키자! - 인도 아삼주 불법 입국자
추방운동
최근
고질적인 불법 방글라데시인 문제로 몸살을 앓던 인도 동부 아삼주(州)에
새로운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한 작은 지역 청년
모임에서 시작된 방글라데시인에 대한 경제봉쇄 움직임이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며 아삼주 전역으로 번져나가고 있는 것. “나라를 구하자,
정체성을 지키자”는 그들의 주장에는 어떤 배경이
있는 것일까?
추방운동의
시작점, 아삼주 디브루거르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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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링차포리
청년모임은 전단지를 들고 집집마다 방문하며 불법입국자들을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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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차 생산의 중심지, 아삼주(州)에서도 디브루거루 지역은
주 내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부유한 지역이다. 그러다
보니 일자리를 찾아 인도로 불법 입국한 방글라데시인들이
가장 많이 모여드는 곳이기도 하다. 취재진은 방글라데시인
추방 운동을 시작한 Chiring Chapori Youva Mancha(치링차포리
청년모임) 을 직접 찾아서 이 운동을 시작한 배경을
들어보았다. 그들은 이 운동이 단순히 방글라데시인을
대상으로 한 운동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들은 모든
불법외국인 노동자들이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도인들을
대상으로 이 운동을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불법외국인 노동자의 대다수가
방글라데시인 출신이라는 점은 그들도 인정하고 있었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방글라데시인에게 일자리,
음식, 주거지를 제공하지 말 것’을 주장하며 전단지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그들의 주장을 펴고 있었다. 실제로 그들의 캠페인을 함께
다니면서 만난 대부분의 인도인들은 이들의 주장에
공감을 표했다.
방글라데시인들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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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으로
입국한 방글라데시인들은 주로 릭샤(자전거택시)를
몰며, 하루 1,000원 남짓한 돈을 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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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디브루거르시의 인구는 약 55만여명. 이 중 약 5만에서
10만여명이 방글라데시에서 건너온 불법 입국자로
추정되고 있다. 일자리와 돈벌이를 찾아 국경을
넘은 방글라데시인들은 우리나라 돈으로 하루 1,000원
남짓한 돈을 벌기 위해 릭샤(자전거 택시)를 몰고,
인력거를 끌며, 공사장에서 등짐을 나르고 있었다.
- 이들이 받는 임금은 인도인들의 절반 수준이다
- 방글라데시인들이 인도인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하며
더 적은 임금을 받음으로써 방글라데시인의
취업이 늘어나고 아삼 주 내의 인도인들에게는 실업문제가
야기되고 있는 상황, 분명 본국인에게는 불법
입국자들은 해결해야 할 어려운 문제였다. 그런데,
이 운동을 시작한 청년 모임에서는 이런 일자리의 박탈이라는 경제적인
문제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이 운동의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지적했다. 방글라데시로부터의 불법 입국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닌 30여년에 걸친 문제이며, 이렇게 인도 사회에
스며든 방글라데시인들이 이제는 인도 주류사회의 정체성과
문화적 전통을 위협하는 수준에 다다랐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불법으로 들어온 방글라데시인들은 인도 정치세력의 비호 아래
투표권까지 가지며, 정치인들의 표밭(vote-bank)이
되어주는 대가로 점점 인도 사회에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는
것이다. - 불법으로 입국해서 투표권을 가질 수 있다는 인도의 정치
시스템에 분명 문제가 있어 보였다.
불법
입국의 관문, 두브리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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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마뿌뜨라
강가에서 만난 사람들. 이중 대부분은 방글라데시인이라고
하지만, 구분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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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실제로 방글라데시인들이 불법입국을 하는 관문인 국경지역
두브리로 나가 보았다. 그 폭만도 수십 킬로미터에 달하는
브라마뿌뜨라 강의 중간 중간에는 자연적으로
생겨난 퇴적층으로 이루어진 섬들이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었다. 이 지역의 한 시민운동가는 방글라데시에서
배를 타면 수 시간 만에 이 섬들까지 다다를 수
있다고 했다. 실질적인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 섬에서
일단 집을 짓고 살다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자신이
인도에서 살아 온 원주민이었다고 주장하게 되면, 그
사실 여부를 검증하기가 어렵고, 결국 이 루트를
통해 수많은 방글라데시인들이 불법적으로 인도로
흘러들어 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가 가르쳐 준 방글라데시인의
구별법 - 회교도들이 입는 (방글라데시는 회교 국가이다)
긴 옷, 룽기를 입고, 힘든 일을 하면서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회교도들은 99% 방글라데시인 - 은 사실 딱히 근거가 있다기보다는
경험적으로 구분하는 방법이었다.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고, 두려움이 실린 눈초리를 보면서 그 사람이 불법입국자로
지적한다면, 그것이 맞을 확률이 높다고 하더라도 너무나도 단순한 구분법이었다.
단지 가난하고 회교도여서 불법 입국자로 낙인찍힐
수도 있는 상황. 이런 상황이 계속될수록 의심과 두려움의
골은 깊어만 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가
계속될수록 갈등과 분노는 커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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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중 얼마나 많은 숫자가 불법입국자들일까? 국경지대의
섬 지역에서는 절반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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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입국 방글라데시인의 문제를 책임져야 할 주정부와
정치세력들은 사실 이들을 이용해 정치적인 이득을
취하려는 입장이다 보니, 적극적으로 이 문제에 나서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원론적인 입장 -불법 입국은
막아야한다- 이나, 힌두교를 믿는 방글라데시인들은
선별적으로 구제하자는 등의 모호한 이야기만 되풀이하고
있는 정치권에 비해, 1979년부터 불법 이민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여 온 AASU(All Assam Students
Union, 아삼학생연합)에서는 모든 불법 입국 방글라데시인들은
그 종교 - 힌두교냐, 회교냐 - 에 상관없이 즉시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80년대 초반에는 이 문제를
둘러싸고 극심한 시위가 벌어졌었고, 유혈사태까지
빚어지기도 했었다.
하루 일당 1,000원
남짓한 벌이도 없어서 국경을 넘어야 했고, 사회의
가장 하층 노동을 담당하고 있는 불법 입국 방글라데시인들을 색출해서
추방해야 한다는 AASU의 주장에는 일말의 동정심이나 배려도 존재하지
않는 듯 했다. 그들을 추방하는 것은 전혀 가혹한 일이 아니며, 당연히
이루어져야 할 일이라고 단호하게 주장하는 디브루거르 지역의장의 말에서
국수주의나 쇼비니즘(극단적 애국주의)의 그림자를 발견하는 것이
단지 이방인의 시선이었기 때문일까? 아직까지는 어떤 폭력사태도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각 지역에서 인도 청년들이 불법
방글라데시인들을 색출하러 나섰다는 흉흉한 루머나, 미온적인 주정부에
대해 주수상의 인형과 방글라데시 국기를 태우는 모습은 인도인들의
분노가 거의 폭발할 수준에 다다른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두려움에
질린 방글라데시인들은 그들이 살던 곳을 떠나고 있다
디브루거르 지역에서
불법 방글라데시인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다는 강변 슬럼가. 취재진이
찾았을 때에는 이미 방글라데시인들이 대부분 떠난 상황이라고 원주민들이
귀띔해 주었다. 곳곳에는 이미 쓰러진 대나무 집들과 텅 빈 방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주인이 떠난 빈 방은 다 쓰러져가는 나무 침대에
거미줄만 가득했다. 좁은 방 한 칸에 몸을 쉬면서 힘겹게 일을 해왔던
방글라데시인들이 최근 불어 닥친 경제봉쇄 움직임에 두려움을 느끼고
그나마 그들이 살던 곳을 버리고 아삼주 곳곳으로 흩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 곳에 아직 남아있는 방글라데시인이 있다는 말에
직접 찾아가서 한 가족을 만났지만, 그들은 한사코 자신들이 인도인임을
애써 주장하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서는 이방인이 찾아와 그들의
본래 신분을 캐묻는 것이 두려움, 그 자체였을 것이다. 또 한 가족은
법적인 효력도 없는 현지 지역의원이 만들어 준 신원보증서 - 정치적으로
그들을 보호하고 이용한다는 또 다른 증거임에도 불구하고 - 를 보여주며
한사코 그들이 인도인임을 주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나마도 마련하지
못한 방글라데시인들은 밤을 틈타 버스에 몸을 싣고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다. 그들에겐 삶 자체가 어두운 밤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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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두브리 강변에서 만난 땀에 젖은 방글라데시인 노동자.
그가 그 곳에서 얼마나 더 일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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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난 한 주민은 지금의 이 상황이 불법 입국한 방글라데시인들을
강박하고 있으며, 그들에게 일정한 시간과 해결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는 도덕이
살아있는 곳이며, 이 문제가 피를 흘리는 사태로 번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 지역에서 그들을 몰아내는 것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그들이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더 찾기 힘든 곳, 더 구별하기 힘든 곳으로 스며들어
가는 한, 이 문제는 쉽사리 풀리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정부나 의회가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갖지 않은 채
미온적으로 이 상황을 방치한다면 평화롭고 순차적인
해결을 강조하는 주장마저, 분노에 찬 인도인들의
목소리에 묻힐 지도 모른다는 답답한 마음을 안고 취재를
마칠 수밖에 없었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적은 임금으로 그들의 생활을 꾸려가고 있는 불법
입국 방글라데시인들. 그들은 분명 법의 잣대로는 인정할
수 없는 방법으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벼랑으로 내몰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평화롭고 합리적인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앞으로 인도의 선택이 궁금해진다.
돌아오는
길에 우리의 상황이 겹쳐졌다. 코리안 드림을 안고 이곳에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들. 우리도 이런 문제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더 싼 임금, 더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는 그들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한 부품이 아니라 분명 생존을
위해 분투하고 있는 한 생명일 것이다.
*
어떻게 불법입국한 방글라데시인들이 투표권을 얻을 수 있을까?
취재
내내 인도인들을 만나면서 어떻게 불법입국 방글라데시인들이 정치세력화가
될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적어도 투표권을 가지려면, 그 나라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
아닌가?
인터뷰를
했던 사람들은 모두다 첫마디로 “정치권의 부패”를 지적했다. 정기적으로
투표자 명부를 작성할
때, 정치적인 힘으로 방글라데시인들을 명부에 등재시킨다는 것. 주민등록증이나
특별한 신분확인 서류가 없는 상황에서 명부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한다. 이렇게
이름을 올려주는 대가로 정치권은 자신들의 지지표를 확보하게 되고,
불법입국자들은 투표권이라는 행정적인 보호막을 가지게 되는 상황.
‘부패’와 ‘생존’의 기이한
공생이 이루어지는 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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