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2월 24일 (금) / 제 9 회
▣ 베들레헴 아가방의 따뜻한 겨울
- 이주노동자 자녀들을 위한 아가방 -
# 혜화동, 피부색이 다른 작은 천사들의 집
서울의 한 주택가에 자리한 2층집. 아이들 소리로 시끌벅적한 집안
에는 크레파스처럼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아이들이 살고 있다. 이
곳은 천주교의 한 교구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자녀들을 위해 마
련한 “베들레헴 아가방”. 필리핀, 태국 등의 나라에서 ‘코리안 드
림’을 꿈꾸며 한국으로 날아온 이주 노동자들의 자녀를 맡아 보살
펴주는 유일한 공간이다. 가족들의 생계와 자신의 더 나은 삶을 위
해 한국행을 선택한 이주 노동자들... 그들이 선택한 한국에서의
삶은 과연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지, 2세인 아이들과 부모의 삶을
통해 들여다본다.
# 갈 곳 없는 코리아 드림
올림픽 이후, 한국의 대외적 국가 위상이 높아지면서 눈에 띄게 늘
어난 국내의 이주 노동자들. 돈을 벌기 위해 많은 경비를 들이고
한국에 왔지만, 합법적으로 머물 수 있는 5년이 지난 후에도 본국
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자녀까지 낳고 한국에 머물고 있는 이들
이 대부분이다. IMF를 지나면서 퇴직금은커녕 수개월치 월급이 밀
려있는 상태고, 그나마 일자리까지 끊겨 하루 하루 생계를 걱정해
야하는 그들에게 유일한 희망은 아이들이다. 그러나, 아이들의 분
유 값을 대기도 빠듯한 형편으론, 본국에 돌아갈 엄두를 내는 것
도, 불법으로 한국에 남아있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 코시안! 돌보아야 할 우리의 아이들...
최근, 한국 내 이주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이주 여성과 한국인 남
성과의 국제 결혼 또한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작년 한 해, 외국인
여성과 한국 남성의 혼인 건수는 1만9214건. 전체 혼인건수의
6%를 차지한다. 하지만, 언어문제, 문화차이, 가족 간의 갈등으
로 인한 어려움이 발생했을 때, 이들을 보호해줄 대책이나 법적 제
도적 장치는 아무 것도 없다.
베들레헴 아가방에 맡겨진 21명 중 6명의 아이들은 한국인 아버지
와 이주 여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가정 폭력이나 가정
불화로 인해 이곳 아가방에 맡겨졌다. 처음 맡겨질 때는 낯선 어른
을 보는 것만으로도 겁에 질려 울음을 터뜨리곤 했다.
하지만, 수녀님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따듯한 보살핌 속에서 아이들
은 하루 하루 다르게 성장해간다. 분유 한 통이 4일이면 동나고, 21
명이 입은 옷을 빨기 위해 하루에 세 번씩 세탁을 해야하지만, 시
시각각 변화해가는 아이들을 보노라면 베들레헴 아가방의 하루해
는 짧기만 하다.
이번주 <논픽션 공감>에서는 코리아드림을 쫓아 한국에 왔지만,
생계유지 때문에 아이들을 돌볼 수 없는 이주 노동자들의 고충과,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를 극복하고 국제 결혼을 했지만 가족들과
화합하지 못하고, 법 제도로부터 소외당하는 이주 여성들의 삶에
대해 조명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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