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고한 모성
- 간절한 사랑은 보이지 않는다


일본 동경의 10평짜리 맨션, 늘 ‘엄마’가 되고 싶었던 전맹의 시각장애인 전영미와, 
중도장애로 삶을 포기하려 했던 남자 신경호가, 딸 아이 ‘신비’(2)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


▶ 엄마 이야기

5살 이후로 세상을 전혀 볼 수 없지만, 누구보다 많은 것을 이뤄가며 살고 있는 영미
씨는 동경대 박사님이다. 작고 여린 체구지만 누구보다 강한 그녀의 꿈은 가족을 꾸
리고, 자신의 아이를 낳아 행복하게 기르는 것. 지금은 그 꿈을 이뤄 결혼을 하고, 
딸 ‘신비’를 낳아 사랑으로 잘 기르고 있다. 

직접 야채를 썰고 갈아 이유식을 만들고, 아이의 입을 만져가며 떠먹인다. 그리고 
상.하의는 물론, 양말 색깔 하나 틀리는 법 없이 맞춰 입히는가 하면, 예쁜 털실로 스
웨터를 떠서 입혀 주기도 한다.


▶ 아빠 이야기

더듬더듬 길을 걸어가 서툰 일본어로 장을 보고, 장 봐온 음식으로 식사를 준비하
고, 설거지까지 깔끔하게 해내는 경호씨는 ‘프로 주부’다. 신비 밥을 먹여 보육원에 
데려다 주고, 경호씨는 빨래를 분류해 세탁기를 돌리고 구석구석 집안 청소를 한다. 
가끔 실수도 하고, 아내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타박을 듣기도 하지만, 경호씨는 누
가 뭐래도 능숙한 주부다. 

요즘에는 신비를 위한 동화를 짓는다고 몇 시간씩 컴퓨터 앞에 앉아 있곤 한다. 그
가 딸을 위해 만드는 동화는 벌써 13편이다. 

영미씨가 일을 하러 나가면 경호씨는 신비를 보육원에 데려다준다. 길 가의 흰 선을 
보고 걷는 그. 가끔 길을 헤매기도 하지만 발걸음에 주저함이 없던 그는 요즘 들어 
여기저기 잘 부딪히고, 길을 헤매는 일도 잦아졌다. 시력을 전보다 더 급격하게 상실
해 가고 있는 것. 언제 완전히 사라질지 모르는 시력을 간신히 붙잡고 있던 경호씨
가 드디어 맹학교에 들어가 공부할 결심을 한다. 안 보고 걸을 수 있는 법, 안 보고 
살 수 있는 법을 배우기 위해, 잠시 사랑하는 아내, 딸과의 이별을 선택한 것. 

나이 마흔. 가장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경호씨는 지금 출발선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