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려고 아들이 죽어가는 걸 
몰랐습니다. 이젠 내가 살릴 겁니다.


기구한 운명에 맞닥뜨린 엄마, 황정희. 풍족하진 않지만 조금만 더 노력하면 내 집
도 장만할 수 있을 터였다.

그러나 지난 7월, 별 생각 없이 찾았던 병원에서 덜컥 임파선 암 판정을 받았다. 하늘
을 원망하며 울기도 했지만,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한참 엄마 손을 필요로 하는 고
만고만한 자식이 셋. 서둘러 치료를 시작하고 마음을 추스렸다. 


▶ 너무합니다, 하나님

정희씨의 4차 항암 치료가 끝나갈 무렵, 믿을 수 없는 일이 또 일어났다. 막둥이 성윤
이(8)가 신경모세포종(소아암의 일종) 4기 진단을 받은 것이다. 
길어야 몇 개월, 수술조차 해볼 수 없다고 했다.
어떻게 모를 수 있었을까, 정희씨는 피멍이 맺히도록 가슴을 쳤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되돌려야 했다. 살려야 했다.


▶ 금쪽같은 내 새끼

막둥이 성윤이는 딸 둘을 두고 몇 년을 노력해 겨우 얻은 아들이었다. 성윤이는 무뚝
뚝한 딸들과 달리 애교도 많았다. 엄마의 병원 스케줄을 줄줄 꾀고 있던 것도, 암 때
문에 다 빠져버린 엄마의 맨 머리를 가장 걱정하던 것도 성윤이였다.

그런 아들에게 내려진 사형선고. 

자신의 항암치료를 끝내자마자 정희씨는 주사 바늘을 뽑고 아들 살리기에 매달렸
다. 


▶ 가장 아픈 말

기약할 수 없는 성윤이의 투병 생활이 시작됐다. 항암치료로 엄마처럼 성윤이의 머
리카락 역시 모두 빠져버렸다. 엄마와 아들이 나란히 맨머리로 앉아있자니 기가 찰 
노릇.

그러나 정작 가슴 아픈 건 따로 있었다. 어울려 놀던 동갑내기 친구들은 모두 초등학
교에 입학했는데, 성윤이에겐 병실 안 좁은 침대가 세상의 전부가 된 것.

깔깔거리며 놀다가도 ‘난 엄마밖에 친구가 없네…’ 하며 풀죽어 하는 성윤이를 볼 때 
정희씨는 가장 마음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