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부, 황금어장을 찾아서
▷ 민어파시의 추억, 임자도.
“그때는 민어잡이 배, 새우잡이 배 할것없이.. 전국의 배들이 다 몰려드는거지..
칠산으로 가던 조기잡이 배도 다 여기 있다 가고..”
6월~8월, 전남 신안군 임자도에선 온 바다에 민어우는 소리로 밤잠을 설칠 정도였
다.
일찍부터 해산물의 보고로 민어를 비롯해 새우, 병어 등의 어족자원이 풍부했는데..
일본 기생들까지 원정을 올 정도로 흥청거리던 시절, 민어파시가 열렸다.
‘2007년 7월’
임자도에선 올해도 여전히 민어잡이가 시작됐다.
민어가 가장 많이 잡히는 물 때, 7월의 마지막 사리,
본 취재진은 43년의 베테랑 민어잡이 안승렬 선장과 함께 민어잡이 배에 탑승한다.
“원래 이 물때면 한참 잡혀야하는데, 바다가 썪어 부렀나..”
민어잡이 첫날!
민어는 커녕 그물에 걸려 올라오는 것들이 아무것도 없다.
하루 종일을 조업하고 건진 통치 한 마리! 기름 값도 건지지 못한 채, 깜깜한 밤이 되
어버렸다.
끊임없이 올라오는 빈 그물을 바라보며 그래도 희망을 걸어본다
이튿날! 이른 새벽부터 부지런히 조업이 시작됐다.
내일이 더 나을 거란 희망으로 시작한 아침, 오늘도 여전히 민어는 올라오지 않는다.
바다 한가운데 대나무를 대고 귀를 기울여 봐도, 꽉꽉 소리를 내며 울어야 하는 민어
는 울지 않았다.
포인트를 찾아 여러 차례 이동한 늦은 오후!
한 마리의 민어가 올라왔다.
한 마리 뿐이던가.. 뒤이어 올라오는 민어들로 선원들의 표정은 금세 환해진다.
백성의 물고기란 뜻처럼 예로부터 많은 인기를 얻어온 어류 중 하나인 민어. 삼복더
위에 민어 찜은 일품, 도미찜은 이품, 보신탕은 삼품이란 말이 있을 정도.
그 옛날에는, 손쉽게 구할 수 있었던 민어로 온가족이 실컷 보양을 할 수 있었던 탓
이다.
근래엔 민어를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고 보신탕이나 삼계탕으로 보양을 하기 일쑤인
데
민어를 구하기도 어렵거니와 그 가격에서도 만만치 않은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 서해안의 황금 조기
우리나라 최고의 황금어장이었던 연평도는 우리민족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조기의
주요 산란장이다. 하지만 산란하러 올라오는 조기는 이미 오래 전, 그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예전의 물반 조기반의 명성은 추억이 되어버렸다.
‘2007년 5월’
조기의 산란철인 5월 말, 조기파시가 성대하게 열렸던 연평도를 찾았다.
연평도는 인천 연안부두에서 배를 이용해 2~4시간 남짓 걸리는 머나먼 섬.
이곳은 80년대 이후로 조기의 양이 급격히 줄어들더니 조기 배들도 사라졌다.
최근 들어 조기의 어획량이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지만
고작해야 그 흥청거리던 시절의 절반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양이다.
“그때 그 시절이 다시 왔으면 좋겠어”
연평도로 산란하러 올라오는 조기들은 30cm 이상의 굵은 씨알을 가지고 있었다.
자잘한 조기 치어들은 잡혀도 쓰잘데기가 없어 큰 그물코를 사용해 굵은 씨알의 조
기만을 잡았다. 하지만 지금은 30cm는 커녕 25cm의 조기도 찾아보기 힘든 실정,
20cm 이상의 오사리 굴비는 한두름에 (20마리) 부르는게 값이 되어 버릴 정도!
때문에 우리 제상에 올리는 조기는 명절이 다가오면서 그 값이 하늘을 치솟고 있다.
▷ 아직도 찬란한 황금어장! 홍도와 가거도.
그렇다면 오염으로부터 보존된 곳은 없을까?
6.25 전쟁도 피해갔다는 남서쪽 끝의 섬, 홍도와 가거도.
‘2007년 6~7월’
한번 들어가면 대물을 낚을 확률 80%!
귀가 솔깃하여 찾아간 홍도와 가거도는 말 그대로 연중 낚시가 가능할 정도의 풍부
한 어족 자원을 가지고 있다. 농어, 볼락, 돌돔, 참돔.. 우리가 알고 있던 모든 종류
의 자연산 물고기들이 이 청정해역 안에서 어장을 형성하고 있었다.
특히 취재를 하면서 제일 만나보기 힘들었던 자연산 전복!
가거도에선 손바닥만한 크기의 자연산 전복이 아직도 해마다 10t이상의 많은 양이
어획된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씨알이 작은 전복은 바다에 다시 놓아주고 굵은 씨알만을 거둬
들이는 등.. 자연산을 위한 철저한 관리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홍도와 가거도는 언제까지 이 깨끗한 해역을 그대로 지켜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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