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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2007 > 안녕,아빠

안녕,아빠

연출: 유해진 작가: 노경희 촬영: 박연수

5월 16일(수) 밤 11시 15분

이제 우리 가족에게 남은 시간은 한 달  

 

2006년 11월, 서른여섯 살의 김은희씨는 남편의 담당의사로부터 청천벽력같은 그 한마디를 듣는다. “올해를 못 넘기겠습니다. 준비하세요.”
남편 이준호씨는 이제 겨우 마흔한 살, 은희씨는 차마 남편을 보내는 일도 상상할 수 없고 초등학생인 아들 영훈(9)과 딸 규빈(7)을 데리고 남겨질 자신의 삶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남편이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은 것은 지난 1월, 가족은 기적을 기대해왔다.
사실 이준호씨에게 처음 암이 발병한 것은 1999년, 결혼한 지 2년 만의 일이었다. 하지만 남편은 수술을 받고 기적처럼 살아주었다. 아내도 남편도 이번 역시 암을 이겨낼 수 있으리라 믿고 기대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10개월 후 이미 암은 대장은 물론 십이지장, 위, 폐까지 퍼져있다. 더 이상 희망을 가질 여지가 없다.

많은 것을 버리고 맺은 사랑

 

쉽지 않은 결혼이었다. 변변한 직장을 가지지 못한 준호 씨의 형편 때문에 은희씨 부모님은 막내딸의 결혼을 완강히 반대했다. 그러나 은희 씨는 모든 것을 버리더라도 사랑의 결실을 맺고 싶었다. 1997년 봄이었다. 행복한 결혼생활이었다.

그러나 그 시간은 길지 않았다. 첫아이 영훈이를 낳고 둘째 규빈이를 임신한 지 3개월째, 준호씨가 쓰러졌다. 대장암이었다. 친정가족들이 달려왔다. 가족들은 유산을 권했다. 남편 없이 아이 둘을 키우는 딸을 지켜볼 수 없다며. 이번에도 은희씨는 고집을 부렸다. 예쁜 딸 규빈이를 낳았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준호씨는 수술로 대장을 잘라내고 일어섰던 것이다.

■ 강한 아내, 은희 씨

 

남편이 처음 쓰러졌던 99년 이후 7년 동안 아이들을 돌보고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것 모두 은희씨의 몫이었다. 더욱이 지난 1년 준호씨가 다시 암으로 입원한 이래 은희씨에게는 그야말로 슈퍼우먼 아내, 슈퍼우먼 엄마가 되어야 하는 하루하루였다. 매일 아침 6시 반이면 일어나서 영훈과 규빈을 챙겨서 학교에 보내고 출근을 해야 한다. 출근을 해서도 근무시간 틈틈이 병원에 들러 남편을 살핀다. 그리고 퇴근 후 아이들의 저녁을 챙기고 나면, 다시 병원으로 와서 준호씨를 간호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반복해왔다.

사실 은희씨 역시 갑상선이상으로 휴식과 안정을 취해야 하는 상황, 담당의사가 제발 본인 몸도 챙기기를 당부하지만, 그녀에게 자신은 없다. 죽음을 앞둔 남편 뒷바라지가 그녀에겐 가장 중요한 일이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이기 때문에.

■ 차마 할 수 없는 말

온몸에 퍼진 암으로 하루에도 수십 번씩 심각한 통증이 몰려온다. 하루 1000mg의 모르핀 투여로도 준호씨의 고통을 막을 수 없다. 때때로 찾아오는 환각과 환청, 이제 남편은 은희씨를 몰라보기조차 한다. 그럼에도 남편을 포기하지 않고 간호에 매달리는 아내, 은희씨는 결국 준호씨의 막내 동생이자 가톨릭 수사인 이종호씨가 가족을 대표해서 준호씨에게 죽음이 가까워져 있음을 알린다. 형에게 가족과 함께 아름답게 정리할 시간을 갖게 해주기 위해서였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두고 갈 수 없는 준호씨, 때때로 살고 싶다고 절규하고 때로는 모든 것을 인정하면서 아내의 도움으로 아이들을 위한 마지막 메시지를 남긴다.

■ 아빠, 제발 힘내세요

 

첫눈이 오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점점 의식조차 희미해지는 준호씨, 그래도 그의 눈빛이 빛나는 순간은 바로 아이들을 만날 때다. 은희씨와 아이들을 그런 아빠를 위해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어요” 하며 노래를 부르는데...

아직은 헤어질 수 없는 가족들, 모두가 부둥켜안은 채 한없이 눈물을 흘린다. 2006년이 며칠 남지 않은 밤이었다.


 PD의 변

다시 죽음 앞에 선 사랑

지난해 ‘너는 내 운명’편을 통해 죽음과 마주한 사랑을 그렸었습니다.
두 주인공의 사랑이 워낙 크고 깊은 것이었지만, 그 사랑이 죽음이라는 극한 상황앞에서 더욱 순결해지고 더욱 아름다워지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2007 사랑은 다시 한 번 ‘죽음 앞에 선 사랑’을 준비했습니다.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는 이준호씨 부부와 두 아이의 모습 앞에서 우리는 가슴 찢어지는 아픔과 함께 한없는 경건함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누군들 자신의 죽음을 쉽사리 인정하고 받아들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끝없이 절규하고, 홀로 울부짖으면서도 사랑하는 사람들 앞에서 따뜻한 웃음을 만들려는 이준호씨의 피나는 노력 앞에, 가슴으로 눈물 흘리면서 카메라를 돌렸습니다.

그 숭고한 모습에 보답하는 길은 한 장면도 놓치지 않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다그치며 그 소중한 시간을 함께 했습니다. 이제 이준호씨를 우리 모두의 가장, 우리 모두의 형제로 선보이고자 합니다. 아울러 김은희씨와 영훈이, 규빈이를 우리 모두의 가족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가족’만큼 사랑스런 이름이 또 있을까요?        

주인공 인터뷰

부인 김은희씨가 말하는 사랑

“지금 상황은 많이 힘들지만 제가 지금처럼 아빠를 희생하는 마음으로 사랑했더라면 10년 동안 살아 온 결혼생활이 참 행복했을 거란 생각을 해요.
왜 내가 진작 이런 맘으로 남편을 대하지 못했을까. 지금은 저의 모든 것을 다해서 아빠를 사랑하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 생활은 힘들지만 한편으로는 참 행복하다는 생각도 해요. 아빠를 온 마음으로 사랑할 수 있어서...”

부인 김은희씨가 말하는‘남겨질 가족들’

“애들하고 뭘 한들 못살겠어요? 아빠가 너무 불쌍해요. 아빠는 어릴 때부터 엄마를 대장암으로 일찍 여의고, 유년시절을 굉장히 슬프게 보냈어요.
이제 우리 아이들도 아빠하고 똑같을 것 같아요“

부인 김은희씨가 말하는 아이들

“엊그제 영훈이가 암세포가 뭔지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암세포는 나쁜 세포고 그게 많으면 아프다고 말하면서 그거 어디서 들었니 했더니 책에서 봤다고... 그때 여기 목까지 말이 차올라 왔어요.
‘영훈아 사랑하는 아빠가 아픈 이유가 그 암세포들 때문이다’

남편 이준호씨가 말하는 아이들

“아직 어려서 아무것도 모르지만, 조금씩 나이 들고 철들어 가면서 아빠 없는 그늘이 느껴질 텐데 애들이 힘들어하지 않을까, 또 다른 애들한테 아빠 없다고 놀림받지 않을까... 왠지 모르게 주눅 들고 다니지 않을까 그게 제일 걱정돼요.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아이들인데...”

아이들이 말하는 아빠의 병

Q  제일 아픈 병은 뭐예요? “배 아픈거”(규빈) “이빨  썩는 거”(영훈)
Q 아빠는 어디가 아픈거죠? “배”(규빈), “안쪽 말고 바깥쪽”(영훈) “아무튼 심각해요”(규빈)
Q 어떻게 하면 아빠가 나을 것 같아요? “우리가 도와주면”(규빈), “엄마,아빠 말씀 잘들으면”(영훈)

특히, <안녕, 아빠>의 내레이션을 탤런트 하희라씨가 맡아 화제가 되었다. 더빙 내내 눈물을 흘리며 마음 아파했던 하희라씨는 “가장 소중한 가족의 사랑은 가까이에 있지만 사람들이 많이 놓치죠.  투병 중에도 가장으로서 아빠로서 가족들을 배려하는 이준호씨를 보면서, 사랑으로 그 어떤 고통과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준호씨의 사랑이 굉장히 크고 위대했기 때문에 가족들에게 그 무엇보다 강한 힘이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며 내레이션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