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일수교 40년 특집) 화해의 조건
     제1편 - 소닌이 흘린 눈물 / 제2편 - 백장미의 기억

  방송  2005년 6월 23일 밤 11:05 (제1편), 24일 밤 10:55 (제2편)   제작  보도제작팀

제1편 - 소닌이 흘린 눈물                                   제작:배대윤

제1편 ‘소닌이 흘린 눈물’에서는 40년전 경제재건의 토대를 마련하기위해
서둘러 맺어야했던 한일협정으로 오늘날까지 나타나고 있는 그늘진 사례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음을 보여준다.

취재팀이 만난 22살의 교포 3세 가수 소닌. 최홍만의 K-1 데뷔전때 최홍만의 승리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그녀의 모습은 시청자들과 네티즌 사이에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녀는 자신이 교포라는 사실을 떳떳이 이야기한다. 그녀는 자신의 고향인 고치현에서
할머니의 고향인 경상남도의 거창까지 570킬로미터를 달리며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는다.

랩퍼인 리윤은 2002년 뉴스위크지 표지인물이었다. 그는 귀화한 아버지와 달리 한국식
성과 이름을 갖기 위해 호적을 바꾸었다. 구리광산 막장에 끌려가 강제노동에 시달리다
구사일생 탈출에 성공해 살아남은 정운모 할아버지, 근로 정신대 할머니들을 설득해
피해사례를 세상에 알리게 했던 일본인 다카하시 마코토씨 등의 증언을 통해
청산되지 못한 과거사로 인해 상처입은 사람들과 그를 개인적인 차원에서라도 극복하려는
눈물겨운 움직임을 취재했다.

여운택 할아버지는 2년간 나고야 미쓰비시 비행기 조립공장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렸다.
일본의 패전후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최근에야 연금보험에 든 자신의 돈이 있다는
말을 듣고 청구를 했더니 일본에서 돈을 보내왔다. 316엔, 우리 돈으로 3,600원이었다.
물가인상률이나 은행이자도 치지 않은 원금을 보내온 것이다.
물론 임금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이처럼 청구권협정에서 과거사의 책임을 모두 벗었다는 것이 일본정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미래지향적 차원에서 언젠가 한일양국의 역사인식이 접근해 협상을
다시 벌이고 새로운 협정을 쓰게 될 날이 오리라는 전제아래 이 프로그램은
새 협정의 지향점을 제시한다.

그때가 되면 1세, 2세 재일교포들도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벗을 것이고,
문화재들도 반환받을 수 있을 것이며,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사실이 명시된
새로운 어업협정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10대 초중반에 낯선 사람들에 끌려가 남방의 일본군 위안소에서 짓밟혀진 꽃다운 청춘과
인생에 대해 사죄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던 위안부 할머니들도 명예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날이 속히 다가오기를 바라는 소망은 언제쯤이나 실현될 수 있을까?

제2편 - 백장미의 기억                                       제작:조헌모

제 2편‘백장미의 기억’에서는 일본과 비교되는 독일의 과거청산 노력이
지금도 현재진행중임을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과연 독일은 종전 직후부터 철저한 반성의 길을 걸어온 것일까?
제작진의 대답은 “그렇지만은 않다”며 익히 알려진 상식의 허구를 깬다.

“그러나, 과거의 잘못을 망각하고 침묵하려는 전쟁 1,2세대에 저항했던 후세대들이
주류사회로 진입하면서 과거청산의 진정성에 대한 요구가 강화돼 온 게
역사적 진실이었다”고 강조한다.

히틀러 시대 때의 죄가 “제 1의 죄”였다면 그를 망각하려 했던 게 “제 2의 죄”라고 말하는
수많은 증언들이 이 프로그램에 담겨있다.

1943년 초 나치에 저항하는 유인물을 뿌렸다는 이유로 단두대에서 처형된
‘백장미단’의 숄남매는 오늘날 독일인들이 존경하는 위대한 인물순위에서 3위로 조사됐고,
‘백장미단’을 다룬 영화 <소피 숄>은 올해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을 받기도 했다.
취재진은 이와같은 사회분위기에서 그들을 기리는 여러 현장의 모습을 담아 보여준다.

이 작품에는 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쉰들러 리스트>에 나오는 잔혹한 수용소소장
아몬 괴트의 친딸인 올해 60세의 모니카 괴트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올해 60세인 그녀는
아버지의 죄상을 뒤늦게 알고는 정신병원에 가는 등 기구한 삶을 살아야했다.
그녀의 인터뷰는 자신의 삶이 사실을 침묵하고 망각하려는 주위와의 처절한 싸움이라는
고백으로 이어진다. 그녀의 한결같은 주장은 ‘가해자로서의 기억을 잊지말고
다시는 독일인들이 그같은 죄를 짓지 말도록 하자’는 것이다.

취재진은 모니카 괴트를 비롯해 학교교사, 교수, 언론인, 시민단체 인사 등 사회 곳곳의
많은 사람들이 비극적인 가족사와 세대간 갈등을 딛고 마침내 ‘과거의 잘못을 그저
망각의 강에 흘려보내서는 안된다’는 자각아래 활동하고 있는
오늘의 독일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전쟁피해 당사국인 폴란드와 프랑스 등지의 사람들은 보는지 현재의 독일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가해국과 피해국 사람들이 국가대 국가차원을 넘어
진정한 화해에 이르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제시한다.

 ‘화해의 조건’ 1, 2편을 차례로 본 시청자들이라면
아마도 이러한 질문이 자연스레 떠오를 것이다.

 ‘제 2의 죄’는 커녕 ‘제 1의 죄’까지도 정면으로 부정하려는 ‘우경화하는 일본’은
도대체 어떤 미래를 향해 나가려는 걸까.  또 그런 일본과 외교전을 치르고 있는
우리에게 ‘과거사의 청산’이 앞으로 전개될 한반도의 역사에 있어
얼마나 무겁고 힘겨운 주제가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