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월 16일 (일) / 제 47 회

[가족의 힘 - 섬마을 소녀 희정이의 겨울 이야기]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
                                    -류시화의 ‘외눈박이 물고기’ 中에서 -
				
언제나 함께여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홀로 있으면 금방 들키고 마
는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서로를 의지하고, 사랑하며 살아가야 되
는 사람들이 있다. 
하루 두 번 육지와의 길이 열리는 서산의 작은 섬 웅도, 이곳에는 
굴과 바지락을 캐면서 살아가고 있는 희정이네 세 식구도 바로 그
런 사람들이다. 단 한번도 웅도 떠나 생활한 적이 없는 우춘식(53)
씨. 9년 전, 첫 번째 결혼에 실패를 하고 방황하던 중, 동네 어르신
의 소개로 남편과 사별로 홀로 생활을 하던 아내 강정씨(49)를 만
나 가정을 꾸렸다. 
그리고, 마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 딸 희정이(9)를 얻었다. 
집 앞에 펼쳐진 드넓은 갯벌에서 바지락과 굴을 캐며 생활하는 가
족들은 그리 넉넉지 못한 형편이다. 4평 남짓한 방에서 세 식구가 
생활을 하고, 섬을 하루종일 돌아 구한 땔감으로 추운 겨울을 나
고 있지만, 서로를 아끼는 사랑으로 풍족하게 살아가고 있다. 

칼 같은 바닷바람을 맞으며 나가는 갯벌도 부부가 함께이기에 행
복하고, 갯벌로 나간 엄마 아빠를 기다리며 온종일 혼자 놀아야 하
는 9살 희정이도, 갯벌이라는 놀이터가 있어, 하나도 심심하지 않
다는데...

2004년 12월의 마지막 밤을, 가족은 희정이가 좋아하는 라면을 먹
으며 함께 보냈다. 
TV 속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멋진 파티는 아니지만, 내복바람으로 
벌이는 씨름경기와 내복차림으로 건네는 덕담 한마디로 2005년은 
충분히 행복하다. 생필품을 사러 나간 읍내, 딸아이가 좋아하는 구
두를 사주고 싶지만, 턱없이 부족한 돈으로 포기하고 그냥 돌아와
야 하지만, 아빠는 그런 희정이를 위해 4시간이 넘게 갯벌을 뒤져
서 잡은 낙지로, 가족들은 즐거운 만찬을 즐긴다. 
풍족하진 않지만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행복한 사람들. 섬마을 웅
도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희정이네 세 식구을 통해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