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월 9일 (일) / 제 46 회
[헌옷 아줌마의 새 인생]
누군가에겐 필요없어 버려진 옷들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
는 곳. 경상북도 대구시의 한 번화가에 헌옷만을 파는 가게가 있
다. 이 헌옷가게 사장님은 석가화씨(46). 대구지역에서 20년 가까
이 민요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소문난 재주꾼이다. 가게 위
층에는 [대구아트홀]이라는 청소년과 노인들의 문화공간인 소극
장 하나가 있다. 지난해부터 그 곳 본부장으로 있었던 가화씨는 노
래, 춤 ,연극, 국악 등을 배우고자 하는 이들에게 무료로 강의를
할 뿐더러 갈 곳 없는 아이들을 거두어 친자식처럼 보살펴주고 있
다.
어릴 적부터 고전무용을 하는 것이 꿈이었던 그녀는 대학에서 무
용을 전공했다. 졸업한 뒤 행복한 가정도 꾸리고, 무용 활동도 계
속하며 남부럽지 않게 살았던 가화씨. 그러나 행복한 시간도 잠시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로 그녀는 6년 동안 꼼짝없이 식물인간으로
살 수 밖에 없었다. 6년의 긴 잠에서 깨어났을 땐 너무나 많은 것
이 변해 있었다. 남편과는 이미 이혼이 된 상태였고, 가화씨 곁엔
부쩍 늙은 어머니와 훌쩍 커버린 아들뿐이었다. 처음엔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이었지만, 지금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가
화씨.
그런 가화씨에게 또 다른 시련이 찾아왔다. 건물주인이 바뀌면서
가게도 소극장도 비워줘야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거리로 내몰리
게 되면 당장 생계부터가 걱정일 텐데, 가게 걱정 보다 아이들의
꿈의 공간이 없어진다는 생각에 가슴 아프기만 한 가화씨. 그녀에
게 있어 아이들은 가족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힘들었던 지난날의 아픔을 딛고,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배려
하며, 아낌없이 베풀어주는 석가화씨. 헌옷가게 아줌마가 살아가
는 새로운 인생살이를 통해 또 다른 가족의 의미를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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