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2월 19일 (일) / 제 43 회

[가족의 힘 - 엄마 없는 하늘아래]

“아빠가 늘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담배도 줄이고, 감기도 걸리지 
말고, 아프지 않고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아빠가 아프면 우리도 
아프거든요....“

강원도 주문진 교양면. ‘희’ 자매로 통하는 네 자매들의 기도는 늘 
한결같다. 
자매들의 맏언니이며, 아빠를 대신해, 아빠역할에, 엄마 몫까지 
해 내는 첫째 희정이(12).
유명한 가수가 되어, 부자가 되면 아빠가 좋아하는 칼국수부터 사
드리겠다는 둘째 희숙(11)
천 마리 종이학이 완성되면 원하는 소원을 이룰 수 있을 거라며, 
종이학 접기에 열중인 셋째 희은이. 언니들이랑 함께라면 어디서 
뭘 하든 좋다든 막내 희자까지... 
한창 엄마의 손이 필요한 네 자매. 그러나 네 자매에게는 엄마가 
없다. 막내 희자가 3살 되던 해, 엄마는 아빠와 이혼을 하고, 아이
들 곁을 떠나 버린 것. 
그때부터 고만 고만한 네 아이들을 키워내는 건 아빠 임영철(42)씨
의 몫이었다. 낮에는 환경미화원으로 아이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아빠의 하루는 늘 빠
듯하기만 하다. 
새벽 2시부터 일어나, 읍내 청소를 나가기 전에 아빠는 네 아이들
이 벗어 놓은 빨래를 하고, 아이들의 아침밥이며, 국을 준비 놓고
서야 출근을 서두르는데... 
아빠가 없는 시간, 네 자매들의 엄마역할을 첫째 희정이의 몫이
다. 동생들을 끔찍이도 챙기는 희정이는 학교를 갈 때도, 외출을 
할 때도 동생들의 손을 놓지 않는다. 
토요일 오후, 오전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희정이는 동생
들이 좋아하는 계란 프라이를 만들어 점심을 챙겨주는가 하면, 집
안일이며, 설거지며, 하루종일 힘들게 일하는 아빠의 일을 덜어주
기 위해 애를 쓴다. 또래 친구들처럼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은 없지
만, 네 자매의 얼굴에는 늘 웃음이 끊이지 않을 만큼 밝고 명랑하
다.  엄마는 없지만, 큰 언니가 있고, 좋아하는 소시지와 햄을 많
이 먹을 수는 없지만, 네 자매가 함께 할 수 있는 식탁이 있어 행복
하다는 아이들. 
보통의 평범한 이들보다 가진 것은 적어도, 밝고 건강하게 자라는 
자매들. 그런 네 딸들을 있기에, 아무리 힘들어도 웃을 수 있다는 
아빠. 이들 다섯 식구가 만들어가는 따뜻하고, 행복한 이야기를 만
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