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 21일 (일) / 제 39 회

[가족의 힘 - 스무살 철승씨의 사부곡 (思父曲)]

올해 스무 살 철승씨의 아버지는 4년째 혼수상태다. 
철승씨가 열 일곱 해를 맞이하던 해, 택시운전을 하시던 아버지는 
뇌출혈로 쓰러지셨고, 그 후로 오랫동안 아버지는 아들을 알아보
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아버지가 쓰러지던 순간, 아들 철승씨의 
시간은 멈춰버렸다...

철승씨가 중학교를 졸업하던 해, 아버지와 이혼을 한 엄마. 
결혼 한 큰누나와 객지로 나가 직장생활을 하는 작은 누나를 대신
해, 철승씨는 아버지의 간병을 자청했다. 
머지 않아 깨어날 거라는 기대 속에, 아버지의 대소변을 받아내
고, 딱딱하게 굳은 아버지의 몸을 주무르며, 학교와 병원을 오가
는 생활을 반복하는 사이, 어느새 4년의 세월이 흘러버렸다.

오랜 병원생활은 철승씨를 많이 변화시켰다.
아버지가 건강할 때보다 아들은 더 많이 이야기를 하고, 눈빛 하나
만으로도 뭘 원하는 지 알아챌 만큼 아들과 아버지의 거리는 가까
워졌다. 또한, 철승씨는 그 동안 엄두도 내지 못했던 대학공부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지난해 대학을 합격하고도 포기해야 했던 아픔을 딛고, 그토록 꿈
꾸던 의학공부에 도전한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가 잠든 새벽시간
에만 할 수 있는 그의 독학은 한계에 다다르고... 
결국, 철승씨는 내년, 아버지의 간병을 큰누나에게 맡기고 본격적
인 공부를 시작하기로 결정한다. 

아버지의 갑작스런 사고로 인생의 끝을 경험해야 했던 아들. 
그러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끌어안고, 나름의 행복을 꿈
꾸며 살아가는 스무살 철승씨의 사부곡(思父曲)을 들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