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시네마 - 아버지와 아들.
한국 최초의 개량 가야금을 개발해 명맥을 잇고 있는
천익창(53)씨. 스무 살이 되던 해, 음악이 좋아 무작정 집을 나와
기타와 바이올린, 피아노까지 섭렵했지만, 
우연히 접한 가야금선율에 빠져 전통악기를 연주하기 했다.
그 후,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개량 가야금 연구에 매달려온
천익창씨. 그렇게 음악하나에 목숨을 바쳐 살아왔던 익창씨의 
개량 가야금을, 하나뿐인 아들 새빛(17)이가 이어가고 있다. 
굵직한 예능대회를 휩쓸 정도로 뛰어난 연주실력을 갖고 있는
새빛. 그러나 아버지 익창씨는 음악을 대하는 아들의 태도가 
늘 불만스럽다. 연주에만 몰두해도 될까말까 하는 상황에서, 
사춘기 아들은 자신의 사생활과 자유시간을 보장하라고 
주장하고..그런 아들의 반항 아닌 반항들은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는데..또한, 합주회를 할 때면, 선곡과정에서부터 
한바탕 전쟁을 벌여야 한다. 아들은 빠른 템포의 음악을 고집하고,
아버지는 깊이 없이 무조건 빠르기만 한 음악은 안 된다고 
못을 박는다. 며칠 후 있을 연주회를 앞두고 아버지와 아들의 
의견 차는 커져만 가는데...
복중에 있는 아들의 태동에 맞춰 ‘잉태’라는 곡을 만들고, 
하나뿐인 아들을 위해서라면 목숨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음악도
기꺼이 포기한다는 아버지, 천익창씨. 
아버지를 사랑하고, 아버지의 음악을 존경하지만,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인정해 달라는 사춘기 소년 새빛이..
개량 가야금 선율로 엮어내는 두 부자(父子)의 
유별난 사랑을 취재해본다. 


청년시대 - 33살, 새내기 환경미화원 ‘곽형근’氏.
새벽 4시. 서울 구로구 대림역 앞.
지난 해 말 구로구청이 12년 만에 처음 실시한 
환경미화원 공채에서 7:1의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환경미화원이 된 곽형근(33)씨가
하루를 시작하는 곳이다. 대졸 학력자들을 제치고
고졸인 정진석씨가 합격한 건 적극적인 ‘대민봉사정신’
때문이었다고... ‘연봉 2960만원, 정년 59세’ 라는 
좋은 조건에도 사회적 체면 때문에 막판에 모두 등을 돌렸다는
대졸자들... 하지만 고향 전북 정읍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상경, 남대문 시장에서 도매업을 하다 외환위기 때 폐업을 하고
일용직을 전전한 경험을 갖고 있는 형근씨는 주위의 시선보다
자기가 땀 흘릴 수 있는 자리가 절실했다고... 
선배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새벽 3시에 일어나 남들보다
한 시간 먼저 출근을 하고 선배에게 빗자루 질 노하우를 
물어보는 등 누구보다 열심히 땀을 흘리는 형근씨. 
평생 할 일이라 생각하니 한 번의 빗자루 질에도 
정성이 실린다는 서른 셋, 새내기 환경 미화원 곽형근씨의
아름다운 새벽 일기를 취재한다. 


365일 따뜻한 세상 - 버려진 아이들의 엄마 ‘강영란.
인천광역시 부평구 부평동에는 20년 가까이,
버려진 중증 장애아를 친자식처럼 키우는
강영란(53)씨가 있다. 현재는 중증 장애를 가진 
성민(16), 세호(10), 주완(7), 한나(3)와 함께 살고 있는
그녀의 하루는 24시간이 모자랄 정도. 아이들 모두
뇌성마비와 지체장애를 가지고 있다보니,
대소변을 받아내는 것은 기본이고, 네 아이의 병세에 따라
모두 다른 음식을 준비해야 한다는데.. 
성민이부터 한나까지 네 아이의 밥을 먹이고 나면, 
영란씨의 동생이 기다리고 있다.
사실, 영란씨의 세 살 아래 여동생 영숙(50)씨 또한 중증 장애인.
처음 영란씨가 버려진 아이들을 키우게 된 것도, 
어릴 적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동생 때문이라고..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형제들은 복지시설로 보내자고 했으나
이를 완강히 말린 사람이 바로 영란씨였다.
그 때부터 동생 영숙씨를 돌봐온 영란씨... 
장애아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버려진 아이들에게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만들어 보듬는 
강영란씨의 따뜻한 이야기를 취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