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4월 7일 (목) / 제 88 회

◎ 공간Ⅰ- 시선이 머무는 곳은 어디든 집! 건축가의 집 이야기

생활패턴과 삶의 방식이 변하면서 우리가 사는 집 또한 변하고 있
다.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담게 마련인 집. 그렇다면 삶의 감성
이 풍부한 건축가들은 과연 어떤 집에서 살까? 1) ‘백 만평 집’에 
사는 건축가 정기용씨 ‘기적의 도서관’을 설계하기도 했던 그는 31
평 명륜동 다가구 주택 혼자 살며 정신적 사치를 누린다. 머물러 
사는 집뿐만 아니라 인근의 성균관 앞마당과 혜화동 일대 등 ‘시선
이 머무는 곳은 어디든 집’이라 여기기 때문. 22번 이사를 다니며 
그가 터득한 집의 참 의미를 들어본다. 2) 집에 자신을 맞추는 건
축가 황두진씨는 1층은 주택, 2층은 사무실로 사용하는 독특한 구
조를 선택했다. 집이 곧 사무실이다 보니 운동부족, 과로 등 ‘재택
근무신드롬’ 에 걸렸던 것. 이에 주택 현관을 지나 사무실로 올라
가는 구조를 만들고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에 미리 몸단장을 하면
서 부지런을 떨게 됐다고. 또한 아침이면 동네를 한바퀴 돌고 ‘사
무실’로 ‘출근’, 저녁이면 다시 동네를 한바퀴 돌고 ‘집’으로 ‘퇴근’
한다는 그. 30년이 넘은 오래된 집을 그대로 사용하며 몸을 집에 
맞춘다는 독특한 건축가의 생각을 들어본다. 넓은 평수, 좋은 자재
를 사용하기 보다 ‘집이 갖는 본래의 의미’에 충실한 건축가의 집
을 보면서 과연 ‘좋은 집’이란 어떤 것인지 생각해본다. 

◎ 공간Ⅱ - 기록 대마왕 강숙! 
그녀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어린 신부><제니주노><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
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등 잘 나가는 영화의 설계도를 그리는 콘
티작가 강숙. 영화 속 장면을 미리 계산해 그려내는 ‘콘티작가’란 
직업을 갖게 된 데엔 어린 시절부터 수집하고 메모하기 좋아하던 
취미 때문이라고 한다. 스치는 일상의 이미지를 일일이 메모하고 
스케치하면서 자연스레 영화장면을 상상하는데 도움이 된 것. 지
금도 4~5개의 수첩과 디지털 카메라를 갖고 다니면서 소소한 일상
을 기록하고 수집한다. 그 결과물로 꾸며놓은 강숙의 방. 자신이 
그린 회화 작품에서 사진, 영화 포스터, 각종 전단지 모음까지 온
통 그녀의 손때로 만든 개인 박물관 같은데. 이런 취미를 살려 미
술감독, 영화감독, 사진가, 다방주인 등 다양한 직업을 갖고 싶다
는 강숙씨를 만나본다.

◎ 공간Ⅲ- 방에서 방으로 움직이는 현대인의 방문화

PC방, 비디오방, DVD방, 휴게방... ‘방문화’는 한국인 특유의 정서
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문화 트렌드. 인구는 많고 국토는 좁다보니 
욕구를 분출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라고. 이런 현대
인의 모습을 소재로 작업하는 사진작가 이장욱씨는 대표적 공간으
로 ‘찜질방’을 꼽는다. 매운 음식을 먹으며 데이트를 즐기고, 온몸
이 빨갛게 물들 정도로 때를 벗겨야 직성이 풀리는 한국인 특유의 
성격이 드러나는 곳이라고. 그런가 하면 사진작가 이은종씨는 ‘여
관방’에 관심을 갖는다. 일정 금액만 지불하면 계약된 시간동안 사
생활을 보호받을 수 있는 ‘사적인 공간’이면서 누구든지 사용할 수 
있는 ‘공적인 공간’이라는 게 매력이라고. 방에서 방으로 전전하는 
현대인들의 방문화에 대해 생각해 보고 과연 내가 바라는 방은 어
떤 것인지 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