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 31일 (목) / 제 87 회

◎ 남도 한(恨)의 소리 50년 육자배기 한보영을 만나다 

광주에서 작은 식당을 꾸려가는 한보영씨(58)는 광주 호남 지역에
서는 알아주는 소리꾼. 소리 하나는 누구에게도 빠지지 않는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한보영씨는 남도 민요와 단가, 잡가 등에서 다양
한 레퍼터리를 보유하고 있지만, 유명한 선생님에게서 사사하거
나 대통령상을 받은 적이 없어 국악계에선 아마추어의 대접을 받
고 있다. 알고 보면 그에겐 한창 소리를 배우던 시절, 어려운 가정
사로 공부를 중단하고 생업 전선에 뛰어들어 요정 등에서 평생 노
래를 해야 했던 아픈 과거가 있는데. 이제 자신을 위해 공부를 본
격적으로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으나 성대 결절로 인해 그 꿈을 
이루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생
업이 되어주었던 작은 식당을 정리하고 정식 소리꾼의 길을 시작
하겠다는 한보영씨. 그의 곁에는 오랫동안 그의 소리를 알아주고 
그를 선생님으로 따라온 주부 제자들이 있고, 한보영씨의 소리를 
사랑해서 그녀의 작은 식당을 찾는 손님들이 있다. 우리의 정취와 
정한을 그대로 싣고 있는 한보영씨의 남도 소리를 들으며 봄을 느
껴본다.

◎ 나무로 만든 동화 속 세상! - 개미 아저씨 김관철

전라남도 광주에 위치한 '개미 공방'. 이곳에서 주문한 가구를 만
들어 파는 김관철씨는 ‘개미아저씨’로 통한다. 가구를 만드는 일보
다 나무 조각과 작은 칼 하나로 틈만 나면 개미를 깎기 때문인데. 
손톱만큼 작은 개미지만, 더듬이와 다리 근육까지 표현할 정도로 
정교하다. 경제학을 전공한 그가 목공예를 시작한지 30년. 개미뿐 
아니라 장수하늘소, 사마귀, 무당벌레 등 멸종 위기에 있는 우리 
곤충과 사라져 가는 시골 풍경을 미니어처로 재현하고 있다. 또, 
아이들 장난감 또한 모두 나무로 깎아 만든 것들. 하지만, 밥벌이
가 안 되는 일인지라 늘 아내와 아이들에게 미안한 가장이다. 개미
처럼 부지런히 살고 싶다는 김관철씨.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는 베
짱이, 감을 따는 아이, 키질을 하는 할머니 등 이야기가 있는 그의 
작품은 4월에 경기도 고양에서 열릴 세계 빛 엑스포에 전시될 예정
인데. 늘 주머니에 나무 조각과 칼을 넣고 사는 김관철씨의 작은 
동화 속 세계로 들어가 보자. 

◎ 브라만기타(Brahman)를 만드는 조선목수 곽웅수

롤랑 디용, 더글라스 로라, 조앙 루이스 등 세계 기타리스트들이 
열광하는 브라만 기타. 소리가 부드럽고 음이 오래 남아 여운이 감
도는 게 ‘브라만 기타’의 매력이라고. 이 악기를 탄생시킨 ‘조선목
수 곽웅수’씨. 대학시절 전공인 철학을 제쳐두고 고전 음악 감상실
을 전전하며 클래식 음악에 심취하기 시작, 유독 기타의 선율이 그
의 맘을 끌었다는데. '내 기타를 만들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악기 공장 아르바이트생으로 들어가면서 기타에 인생을 빚진 삶
을 살게 되었다고. 그는 기타를 가장 늦게 만드는 제작가로도 유명
하다. 기타 하나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2~3개월 정도. 기타
는 가구 만드는 것과 달라 연주자의 감각을 지녀야 좋은 악기를 만
들 수 있기 때문에 종일 음악 듣고, 생각하고, 연구하다 보면 실제 
제작하는 것 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수십 년 간 유럽과 
미국, 일본에서 기타 문화를 배워왔지만 이젠 우리가 중심이 되어 
문화를 보급해야 될 때라고 말하는 조선목수 곽웅수씨의 당찬 포
부를 들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