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 10일 (목) / 제 84 회

◎ 차(茶) 한잔의 여유- 담양 향원당

전남 담양군 남면에는 5천 평 남짓 되는 큰 규모로 예전 한옥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 있다. 한국전통문화교육원 ‘향원당(香遠堂)’은 
전통적인 생활예절과 음식문화를 가르치는 곳인데, 가장 중심이 
되는 교육은 역시 차 체험. 이양수 교수와 푸드 코디네이터 김수인
씨 모녀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문화교육을 한다. 문화테마 박물
관을 구비한 공간으로서, 차의 향기가 멀리 퍼지기를 바라는 마음
에서 지은 향원당이란 이름처럼, 우리 차를 중심으로 중국차와 홍
차까지 다양한 차와 차 문화의 향취에 젖을 수 있는 곳이다. 이곳
을 총괄하는 남편 김석주씨가 정년퇴임을 하면서 버려진 한옥들
을 모으기 시작한 것이 어느새 12채가 됐다. 아들 역시 건물을 관
리하고 새로 한옥을 재현하는 일을 담당하고, 큰딸까지 가세해 회
계일을 맡았는데. 이들 가족이 직접 쓸고, 닦고, 가꾸면서 꾸려가
는 향원당에서 우리 차 문화에 대해 알아보고, 차 한잔의 여유를 
느껴본다.   

◎ 흙의 마음, 흙의 이야기 - 사기장(砂器匠)김대희

이름과 명예가 높거나 정부가 지정한 ‘명장’이 아니어도, 작품을 만
들며 꾸준히 한길을 걸어온 장인을 진정한 명장이라고 부른다면, 
흙 속에서 살아온 우송 김대희(54)씨 역시 명장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정교한 아름다움의 백자가 대표작으로 꼽히는 그는, 차
(茶) 생활에 필요한 기물 전반에 걸쳐 폭넓은 작업-백자, 청자, 분
청 등-을 여러 가지 기법으로 해왔다. 30년 작품세계를 표현하는 
키워드는 단아함과 정교함. 그것은 곧, 가마와 불을 완전히 이해하
는 장인 김대희씨의 몰두와 정성에서 비롯된다. 불과 흙으로 이루
는 도자기, 물과 풀로 이루는 차. 그의 찻그릇 작품은 이 두 세계
를 조용하게 이어낸다. 스승에게서 흙을 아끼는 것부터 배우기 시
작해서 몸으로 흙에 대한 감각을 배워온 김대희씨. 그런 아버지를 
보고 자란 장녀 김현진씨(31) 역시 도예의 길에 들어섰다. 흙을 이
해하는 마음이 도예의 시작이라고 믿는 김대희씨를 찾아가, 2대로 
이어지는 흙과 차 이야기를 들어보자.

◎ 모던뽀이, 다향(茶香) 따라 남도로 가다 - 광주 춘설헌

봄을 맞아, 모던뽀이가 다향을 찾아 나섰다. 무등산 자락에 있는 
춘설헌(春雪軒)은 남도예술의 거목인 의재 허백련 선생이 거처하
면서 작품 활동을 펼치던 곳으로 2001년, 그의 손자 허달재 선생
이 의재의 뜻을 기리기 위해 미술관이 건립했다. 사군자와 서예 
등 미공개작 60여점이 전시돼 있는데 작품에서 전해지는 묵향을 
느껴본다. 이곳의 예술적 향취는 건물과 더불어 펼쳐진 차밭에서 
더욱 깊어진다. 무등산 자락에 터를 닦으면서 가꾸기 시작한 5만
평 규모의 차밭, 삼애다원. 이곳에서 나오는 춘설차는 일본에까지 
수출될 정도로 유명한데. 차밭에서 허달재 선생과 함께 노자의 무
위 사상을 몸소 실천하면서 남종 산수화의 절정을 구가했던 의재
의 예술혼을 느껴본다. 차의 향기가 퍼지는 남도, 그 봄의 풍경 속
으로 모던뽀이와 함께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