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2월 3일 (목) / 제 80 회

◎ 문화의 근원을 생각한다 : 농부 이인숙에게서 듣는 느린 삶

강원도 오지로 들어가 농부의 삶을 선택한, 재독 간호사 출신 이인
숙씨. 겨울날 그녀의 난방법은 냉골에서 데운 돌멩이를 안고 자는 
것이다. 소비하지 않는 삶이 곧 자유로운 삶이며, 미래와 환경을 
생각하는 삶이라고 믿는 이인숙씨의 산골 생활이 어느덧 7년이 되
었다. 인터넷의 시대에 편지를 즐겨 쓰고, 텔레비전이 아닌 책을 
가까이하는 그녀. 문명적 삶이란 자연과 떨어질 수 없으며, 자신
은  '여유‘를 찾기 위해 그저 조금 멀리 떨어져 사는 것뿐이라고 말
한다. 이인숙씨가 기존의 유기농 농법보다 더욱 엄격한 생명농법
으로 키운 식물들은 비록 소출도 적고 크기도 작지만 땅의 생명력
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렇듯 문화의 근본 역시 ’살림‘과 ’느림
‘에 있다고 믿는 이인숙씨를 만나, 문화의 참살이를 함께 생각해본
다.

◎ 종이를 꼬아 세월을 엮는다 - 지승공예가 나서환

광진구 구의동 시장 ‘강화 오뚜기 참기름’ 가게 사장님인 나서환씨
(44)의 어금니는 성한 것이 하나도 없다. 닥종이 한지를 길게 찢어 
꼬아서 갖가지 기물을 만드는 전통공예의 하나인 지승공예를 하면
서, 종이를 힘줘 꼬고 누르느라 오랜 세월 자신도 모르게 늘 이를 
악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85년 결혼과 함께 생업으로 시작한 참기
름 가게는 업종의 특성상 앉아서 기다리는 시간이 많았고, 그 시간
을 채운 것이 바로, 아버지가 일이 한가한 겨울철이면 종이를 꼬
아 만들던 각종 공예품을 만들던 기억이었다. 애초 취미로 시작했
던 일에 재미를 붙이면서 본격적인 업이 되다시피 했고, 참기름을 
짜서 번 돈으로 종이값을 대기에 이르렀다. 어느덧 20년 경력의 장
인이 된 나서환씨는 그동안  1994년 한국전승공예대전에서 지승멍
석으로 문화재보호재단 이사장상을 수상했고, 2001년에는 제26회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에서 지승 망태기로 동상을 받았다. 선조들
이 빈 시간을 채우기 위해 엮었던 지승이 이제는 나서환씨의 삶으
로 엮였는데... 가장 연약한 재료인 종이로 만드는 나서환씨의 세
상을 만난다. 

◎ ‘유망주’를 꿈꾸는 젊은 작가들

해마다 ‘유망주’라는 칭호를 받으며 문화예술계 화려하게 등장하
는 작가들. ‘신데렐라’에서 ‘예술가’로 살아남는 작가는 얼마나 될
까. 즐거운 문화읽기가 뽑은 미술계의 유망 신인들을 만나본다. 저
마다 특징적인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이들의 참신하고 독특한 내면
을 찾아가 보자. 만나볼 세 사람의 작가들은, 

1) 회화, 판화, 그래픽, 설치를 넘나들며 전통 민화나 어린 시절 인
형놀이를 떠올리는 복합적 이미지 작업을 펼치는 작가 홍인숙 
2) 사랑을 나타내는 보편적인 아이콘인 하트를 ‘조는 하트’, ‘엉엉 
하트’등 풍자적인 시각으로 개성있게 비틀어 보는 작가 강영민 
3) 일상적, 실존적인 삶에서 형성된 감수성을 얼굴 표정과 눈동자
로 표현하는 낯선 감수성의 작가, 새로운 동양화의 세계를 보여주
는 김정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