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월 6일 (목) / 제 76 회

◎ 겨울 뜨락에서 만난 작가 박완서 

분단, 여성 등 우리네 삶에 대한 예각적 성찰을 이룬 소설계의 큰 
봉우리, 박완서. 1931년 경기 개풍에서 출생한 박완서는 평범한 주
부로 살던 40세 때인 197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현상공모에 <
나목(裸木)>이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했다. 이후 오늘날까지 35년
에 걸쳐 변함없이 왕성하고 활발한 창작활동을 펼쳐왔으며, 1981
년 <엄마의 말뚝>으로 이상 문학상, 1994년 <나의 가장 나종 지니
인 것>으로 제25회 동인문학상, 1999년 <너무도 쓸쓸한 당신>으
로 제14회 만해문학상, 2001년 <그리움을 위하여>로 제1회 황순원
문학상 등을 수상하면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한국 문학의 큰 
어른으로 굳게 자리 잡고 있다. 2004년 10월, 4년 만에 출간된 작가
의 장편소설 <그 남자네 집>은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올라 
현재 11만 부 이상 팔리는 인기를 누리면서 작가의 저력을 보여주
고 있다. 아차산 기슭, 조용한 집에서 홀로 살아가는 작가를 만나 
근황과 최근작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신년을 맞아 원로 작가가 조
용히 겨울 뜨락을 거닐면서 세상을 향해 띄우는, 소박한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 보자.

◎ 그 섬에 내가 있었네 - 제주를 사랑한 사진작가 김영갑

사진가 김영갑(1957년생)은 전국을 떠돌며 사진을 찍다가 지난 
1985년 본격적으로 제주도에 정착해서 그곳의 풍경을 찍고 있다. 
애초 한 10년 정도를 예상하고 시작했던 일이 20년이 되었고, 그 
사이 그는 20만 장이 넘는 제주도의 사진을 찍으며 해마다 사진 전
시회를 열었다. 그동안 극도의 가난과 싸우면서 때로는 간첩으로 
오인 당하면서도 그는 제주를 떠나지 않았고, 그 중에서도 관광객
들이 찾지 않는 제주 중산간 지방의 풍경에서 이상향을 발견하기 
위해 수없는 사진을 찍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불행히도 그는 원
인을 알 수 없는 불치병인 루 게릭 병에 걸려 투병 중이다. 병 진단
을 받고 절망에 빠져 있던 그가 정신을 수습해서 가장 먼저 한 일
이 폐교된 초등학교에 자신의 사진 갤러리를 꾸미는 일이었다. 모
두가 말렸지만 그는 조경부터 실내 공사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개
입해서 결국은 갤러리를 열었고, 김영갑 사진 갤러리 ‘두모악’(한
라산의 옛이름)은 형태와 내용 면에서 제주도를 고스란히 담고 있
는 예술적인 공간이 되었다. ‘이어도’를 찾고자 하는 것이 사진가 
김영갑의 오랜 숙원이었고, 제주도의 풍광에서 그는 자신만의 이
어도를 발견한다고 말한다. 이제는 카메라를 들 수도 없고, 제대
로 앉아 있기도, 말을 하기도 힘들지만 그는 아직도 희망을 말한
다. 2005년 1월 10일, 서울에서도 그의 사진을 만날 수 있는 전시회
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