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2월 9일 (목) / 제 72 회
◎ 정중동의 미학 이매방 ‘춤인생 70년'의 마지막 춤사위
서러울 만큼 섬세하고 아름다운 살풀이춤, 번뇌에서 법열로 나아
가는 승무의 깊고도 뜨거운 에너지를 가진 전통춤의 명인 이매방
(77). 일곱 살 때부터 정식으로 춤을 배웠으니 춤꾼으로 산지 70
년. 그의 춤은 우리 춤의 원형을 오롯이 간직한 것으로 유명하다.
중요무형문화재 승무와 살풀이춤의 보유자이고, 여러개의 북을 늘
어놓고 추는 북춤을 처음 만들었으며, 셀 수 없이 많은 제자를 길
러낸 스승이기도 하다. 3년 전 위암수술을 받은 뒤, 체중이 15Kg이
나 빠져서 몸이 좋지 않은 상태지만 인생의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무대를 위해 그의 제자들과 연습에 한창인데...
우리춤의 원형을 고집스레 지키면서 평생 한눈 한번 판 적 없고,
의상과 소품 하나하나까지 직접 만들고 손질해야 직성이 풀리는
유난스런 성벽을 지녔으니, 아무리 좋아서 들어선 춤꾼의 길이라
지만 고단함이 오죽했으랴. 전통예술을 멸시하던 예전엔 남자가
춤춘다고 하니까 별별 요상한 소리를 다 들었고, 먹고 살기도 쉽
지 않아 마음고생도 많았는데... 오직 춤 하나만 붙들고 산 그 긴
세월은 살아온 우리춤 거목 이매방 선생의 70년 외길인생을 따라
가 본다.
◎ 나무에 새기는 따뜻한 희망 - 판화가 남궁산
시인, 소설가의 특징을 함축해 한 장의 판화에 담아내는 ‘장서표’
(藏書票) 판화가 남궁산. 장서표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책에 붙
여 책의 소유자를 알리는 일종의 작은 판화로 문자로만 이루어진
장서인(藏書印)을 좀더 예술적으로 가공한 독립된 판화의 장르. 오
윤, 이철수씨 등에 이은 2세대 민중 판화가로 알려진 그는 80년대
말부터 목판화를 통해 민중적 정서를 밝고 따뜻한 시선과 친근한
화풍으로 표현해 오던 90년 후반, 중국 신흥 목각화운동에 자극을
받으면서 꾸준히 ‘장서표’ 작업에 몰두하게 됐다고 한다. 300여명
이 넘는 시인, 소설가를 비롯 변호사, 모험가 등 다양한 분야의 사
람들에게 그 사람만의 ‘장서표’를 작업해 주고 있다 보니 시인이나
소설가보다 문인친구가 더 많고, 기자 일을 하는 사람보다 기자친
구가 더 많으며, 특히 여성 문인들에게 인기가 최고라고... 현대미
술과 대중과의 소외를 목격하면서 가장 대중적인 분야를 고민한
것이 바로 판화요 그 중에서도 ‘장서표’라 말하는 판화가 남궁산,
그의 장서표 판화론을 들어보고자 한다.
◎ 만화가 콘서트를 만났을 때 - 2004 러브 콘서툰
<비빔툰>의 홍승우, <순정만화>의 강풀, <풀하우스>의 원수연,
<애욕전선 이상없다>의 메가쇼킹, <룸펜스타>의 고리타 등 잘나
가는 젊은 만화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신문연재만화, 인터넷 등
을 통해 잘 알려진 2,30대 젊은 작가들 28명이 뭉쳐 작년에 그들만
의 장기자랑을 선보인다는데, 이름하여 콘서트와 카툰이 만나 ‘러
브 콘서툰’.
만화를 연재하는 중간중간 짬짬이 틈을 내 갈고 닦은 노래와 춤,
만화 쇼 등 화려한 무대를 선사, 이들의 엽기발랄한 무대를 보기
위해 500여명의 팬들이 모였다. 이렇게 마련한 수익금은 모두 불우
이웃을 위해 쓰인다고 하는데. 만화만큼 건강한 이들의 콘서툰 현
장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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