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월 7일 (목) / 제 65 회

◎ 호두나무 왼쪽길로, 구름을 벗어난 달처럼 - 만화가 박흥용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과 <내 파란 세이버> 등의 대표작으로 알
려져 있는 만화작가 박흥용은 한국의 대표적인 리얼리즘 만화가. 
그가 2003년부터 일간지에 연재했던 <호두나무 왼쪽 길로>가 최
근 단행본으로 완간되었다. ‘한국만화의 힘을 다시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만화에는, 실제로 오토바이를 타
고 전국을 여행했던 작가의 경험이 반영되어 있다. 또한 만화의 끝
부분에서는, 사회와 역사에 대해 고민하던 1980년대 중반 대표적
인 사회적 성향의 만화를 발표했던 박흥용 작가의 근본적인 관심
사인 역사와 순환의 문제로 귀결하고 있어서 작가 세계의 심화를 
보여주기도 한다. 만화가 박흥용의 소박하고 진지한 작품세계, 그
리고 그 작품세계와 한 모양으로 닮아 있는 그의 삶을 만나본다. 

◎ 공공장소에서 만난 미술 -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대해서

정치적, 문화적 권위를 상징하는 환경조각이나 공공장소에 설치
된 미술품 “공공미술”이 점차 현장에서 대중과 같이 즐기는 새로
운 장르로 바뀌고 있다. 총신대학교 도서관에서 벌어지고 있는 
< team_preview 공공미술 프로젝트 >가 그 중 하나. 37개팀 42명
의 작가가 모여 도서관 활성화를 위해 전시회를 기획한지가 벌써 3
번째. 대학교 도서관이라는 목적성과 장소 관람객의 성향과 특성
을 고려해 보다 적극적인 공간 연출을 시도했다. 그런가 하면 ‘서
대문 형무소’, ‘서울문화재단’ 등 보다 넓은 공간을 캔버스 삼아 그
림을 그리는 ‘프로젝트 그룹 옆[엽]. 테이프를 이용해 만화적 상상
력을 말풍선, 느낌표 등으로 표현해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있는데. 이들의 첫 번째 전시공간 또한 갤러리가 아닌 화장실이었
는데. 감추고 싶은 은밀한 공간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존경과 근엄의 상징이던 공공미술을 훌훌 벗어 던지고 
미술관 전시장이 아닌 대중의 생활공간 속으로 들어가고자 노력하
는 젊은 작가들의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 현대에 온 실사구시, 실학축전 2004 경기

조선 후기 실학 사상의 실사구시 정신을 현대의 개혁과 미래의 대
안으로 새롭게 되살리려는 축제가 열렸다. 9월 28일부터 10월 3일
까지 펼쳐진 ‘실학축전 2004 경기’ 가 그것. 실학 현양 사업의 일환
으로 기획된 이 문화축제에는 실학 정신을 모티브로 한 여러 전시
와 공연, 학술 심포지엄이 진행됐다. 특히 특별 공연으로 펼쳐지
는 연극 ‘변학도의 생일날’에는 김태길 서울대 명예교수, 이명현 
전 교육부 장관, 손봉호 동덕여대 총장, 강지원 변호사 등 사회명
사들이 직접 연기자로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특별한 연
극 공연과 더불어 산대희 복원, ‘에코 실용박람회’, 여성들의 실학
사상을 조명하는 ‘축제로 만나는 규합총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경하면서 오늘날의 실사구시 정신을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