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8월 12일 (목) / 제 60 회
◎ 21세기 명랑 만화의 희망 비빔툰의 홍승우,
개미광으로 돌아오다
순정만화, 성인만화가 대중을 이루면서 어린이 만화로 치부되던
명랑만화. 가족의 소소한 일상을 담은 <비빔툰>으로 이런 명랑만
화의 건재를 보여주고 있는 만화가 홍승우. 길창덕, 윤승운, 신문
수 선생을 존경해 만화가가 됐다는 그의 그림에선 문득 길창덕 선
생의 ‘꺼벙이’의 그림자가 보이기도 한다. <비빔툰> 덕분에 건전
만화가로 인식된 홍승우지만 의외의 엽기적이고 기발한 세계도 가
지고 있는데, 그의 이면이 드러난 작품이 바로 성을 소재로 한 만
화 <야야툰>과 곤충 소재 만화. 곤충에 흥미가 남다른 홍승우는
산책길에서 만나는 곤충 친구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기에 바쁘다.
이런 유별한 곤충사랑이 표현된 책이 바로 놀고 먹는 개미들의 유
쾌한 이야기 ‘개미광시대’. 나이가 들어서도 더 젊고 더 까부는 작
품을 하고 싶다는 만화가 홍승우를 만나 21세기 한국 명랑 만화의
희망을 생각해본다.
◎ 실로 일군 밭, 사전(絲田)자수 박물관장 허동화
1950년대부터 전통 규방 공예품들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모아
온 사전 자수박물관 허동화 관장(78). 1976년 문을 연 자수박물관
은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오히려 외국인들에게 더 인기 있는 명소
가 되었다. 아무도 규방공예에 관심이 없던 시절부터 일찍이 그 속
에 숨은 현대적인 아름다움을 발견한 그는, 우리의 전통 조각보가
오늘날처럼 세계적인 인정을 받도록 만든 공로자이기도 하다. 그
간 50회가 넘는 조각보 해외전시를 기획했고, 2004년 5․16민족상
학예부문 수상을 비롯 제6회 한국미술 저작상 등을 수상할 만큼 규
방공예 부문에 있어서는 국내에서 첫손꼽는 권위자. 평생의 반려
자인 부인 박영숙 여사의 뒷받침이 있어서 오늘의 컬렉션이 가능
했다는 그는, 집이 무너질 것을 우려해 그간 모아온 다듬잇돌을 미
술관에 기증하기도 하고, 국립중앙박물관에도 소장품을 기증해,
기부문화의 본보기가 되기도 했다. 허동화 관장 부부에게서 들어
보는, 전통 규방공예에 바친 일생 이야기.
◎ <엄마 생각하면 왜 눈물이 나지?> 꽃도둑 백은하를 만나다
작가 백은하의 작업을 한마디로 규정하기는 힘들다. 길에 핀 꽃들
을 훔쳐서 말린 꽃잎에다가 가느다란 선을 덧붙여 작고 예쁜 사람
들의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들이 책과 전시회로 사람들에게 제일
많이 알려졌기는 하지만, 백은하는 글과 그림, 사진과 설치까지 여
러 영역을 넘나들면서 작업을 하고 있다. 가회동의 작은 한옥을 빌
린 그녀의 작업실은 그야말로 보물창고. 아무리 사소한 물건들, 허
드레한 소품들도 그녀의 손을 거치면 의외의 재미난 작품들로 태
어난다. 새로 나온 책 <엄마 생각하면 왜 눈물이 나지?>는 그녀의
작품 영역을 잘 보여주는 장. 엄마를 주제로 그녀가 연출, 작업한
설치를 스스로 찍은 사진들과 직접 쓴 글들이 함께 모였다. 백은하
의 작업실을 찾아가, 그녀의 작품과 책 이야기, 아름다운 일상 이
야기를 들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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