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18일 (일) / 제 84 회
▣ <한국전쟁과 포로> 3부작
오는 27일이면 휴전협정이 조인된 지 51년, 휴전협상이 진행된 2년
은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투를 계속해야 하고, 살육을 그만두기 위
해 살육을 계속해야 하는 역설의 시간이었다.
그 중에서 가장 지루하고 논쟁적이었던 ‘포로’ 문제, 하지만 그만
큼 주목받지 못한 문제도 드물다. 국군포로의 문제가 관심사로 떠
오른 후에도 이 문제는 제대로 천착되지 못했다.
남과 북을 위해서 총을 들었다가 포로가 된 사람들, 그들은 전쟁
의 막바지에 포로가 아니라 전사로서, 다시 한번 남과 북을 위해
싸워야 했다. 휴전은 포로들의 인권을 위한다는 이유로 포로들의
숫자보다 훨씬 더 많은 전사상자를 내고서야 성취되었다. 전쟁은
인간을 어떻게 소외시켰으며, 이 땅의 전쟁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
는가? 전쟁포로, 그들은 이데올로기 전쟁에 동원된 도구가 아니었
을까?
남과 북이, 유엔과 공산측이 다 승리했다고 주장하는 이 전쟁에서
유일하게 패자였던, 그러면서도 제대로 주목받지 못한 포로들의
버려진 삶을 돌아보고, 무명의 전사들이었던 그들의 생생한 증언
을 통해 한국전쟁의 누락된 역사를 복원한다.
제 1 부 : 철조망 속의 지배자들
* 포로수용소의 초기 지배자는 조폭?
1950년 9월 15일 맥아더의 인천상륙작전으로 양산된 포로들이 50
년 가을, 부산으로 통합, 수용되면서 포로들은 내부의 세력 싸움
에 휩싸이게 된다.
포로들에게는 이데올로기보다는 배고픔, 추위, 질병 등 생존이 보
다 더 절박한 문제였다. 한 막사 안에서 하루에도 몇 명씩 죽어나
갔다. 포로출신인 현순호(현 숭실교회 목사)씨는 당시 부산 포로수
용소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증언한다. “이질과 영양실조로 매일같
이 사람들이 죽어 나갔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죽음에 무
감각해집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벌거벗은 시체가 누워있습니다.
누군가가 그 옷을 벗겨서 챙긴 것이지요.”
집단 생활에서는 헤게모니 다툼이 일어나게 마련, 한 수용소 내에
5,000명 이상이 수용되었던 당시 부산 포로수용소. 포로수용소의
초기 지배자들은 누구였으며,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 포로들을 지
배했는가?
“하나의 국가였다.” “완장을 보면 산천초목이 울었다.” “지도자는
대통령이었다.”
당시 포로들의 증언에 따르면 포로 수용소의 초기 지배자는 영어
를 잘하는 사람, 그리고 힘센 자들이었다. 힘센 권력자들은 자기
와 가까운 사람들을 포로 자치조직의 주요 요직에 포진시킴으로
써 조직을 장악한다. ‘완장’들은 포로들에게 지급되는 보금품을 착
취한다든가, 폭력으로 포로들을 위협함으로써 권위를 과시하는 조
직폭력배적인 양상을 보였다.
* 친공 포로의 조직은 우익조직에 대한 방어적 조직이었다!
단순하고 원시적이었던 초기의 포로수용소 조직은 좌우로 나뉘고
대립하면서 폭력과 살육을 자행하게 된다. 수용소 내 조직이 이데
올로기로 분열되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1952년 거제도에 파견되었던 심리학 전문가들이 작성한 보고서
(1968년 기밀해제, ''Mass Behavior in Battle and Captivity'' 라는
제목으로 출간)는, 수용소 초기 우익이 주도했던 상황에서 친공조
직은 우익조직에 대한 ‘방어적’으로 생겨났다고 지적한다.
* 반공청년단의 숨겨진 실질적 리더 안병섭(가명) 독점 취
재! - “UN이 반공포로 조직 지원”
초기 포로수용소의 권력은 남한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그들
은 수용소의 ‘정보기관’이라는 ‘감찰부’를 독차지, 국제연합 전범조
사과의 일을 도우며 그들의 권력을 확장해 나간다.
취재진은 반공포로조직인 ‘대한반공청년단’을 실질적으로 이끌었
던 안병섭(가명)씨를 독점 취재, 초기 포로수용소에서 권력 획득
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는가, 어떻게 이데올로기화되어 갔는가,
그 비밀을 공개한다. 그는 취재진에게 6시간 동안 숨겨진 비화를
상세히 진술했지만, 공식 인터뷰는 완곡하게 거절하면서, 그 대신
‘안’이라는 익명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인용해도 좋다고 말했다. 그
가 밝히는 UN 전범조사과와 우익 조직과의 암묵적 거래 관계! 당
시 전범조사처 소속 증언자와, 안병섭씨의 증언을 통해 당시의 이
야기를 생생히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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