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 6일 (목) / 제 16 회

1. 사과나무 장학금 -  인천석정여고 민지원
  
인천석정여고 민지원양(19). 전교 3등, 봉사 활동 기록란은 이미 
모자랄 정도로 속깊은 아이. 의심의 여지없이 지원양을 만났다. 지
원양을 서슴없이 고발하는 친구들! '수업시간에 침흘리며 자기, 짓
궂은 장난치고 도망가기'가 지원이의 특기란다. 모든 것이 반 분위
기와 친구들을 위한 것' 이라는 지원이는 친구들에게 엔돌핀이
다.  
해맑은 웃음의 주인공, 지원이는 소년소녀가장이다. 초등학교 6학
년 때 아버지가 사망하신 후 어머니가 홀로 자원이와 남동생 승원
이를 키우다가 빚에 쫓겨 집을 나가셨다. 그 후 몰려오는 빚쟁이들
과 경매로 넘어가는 집 처리까지 지원이 혼자서 다 감당해야했다. 
어머니는 연락이 끊긴지 1년째. 지금은 수녀회에서 3년 기한으로 
빌려준 방에서 하나뿐인 가족, 남동생과 살고 있다. 정부보조금 47
만원을 아껴 쓰며 저축까지 한다는 지원이는 그야말로 억순이다. 
그래도 지원이는 지금껏 엄마 원망 한 번 한 적이 없단다. 평소 몸
이 약했던 엄마가 건강하게 지내고 있기만 했으면 좋겠단다. 사범
대에 들어가서 사회 선생님이 돼 꼭 엄마를 찾아 호강 시켜 줄 거
란다. 요즘 지원이의 걱정은 바로 남동생, 승원이. 지원이 '삶의 
낙' 이라는 승원이가 공부보다 컴퓨터 게임만 즐겨해 마음이 쓰인
다. 그래서 승원이에게만은 악역을 자처, 엄한 누나가 된다. 여느 
남매처럼 티격태격하지만 지금 세상에서 기댈 곳은 '지원이에겐 
동생 승원이, 승원이에겐 누나 지원이' 밖에 없는 것이다. 
 어린 나이에 너무나 많은 일들을 감당해야 했던 지원이. 그럼에
도 당찬 웃음으로 힘차게 전진하는 민지원양에게 '사과나무 장학
금' 이 조그마한 힘을 보태려 한다
 
2. 무료이사해드립니다
 
일생 처음으로 내 집을 장만한 사람들의 첫 이사를 사과나무가 무
료로 지원, 첫 집 장만의 감격과 기쁨을 함께 하는<무료이사 해드
립니다>
세 번째 주인공은 4월 25일 25년 만에 드디어 내 집을 마련해 이사
를 하는 쌍둥이 주영이네 가족이다. 온 방마다 천장에 물이 새고, 
집안에 난방이 전혀 안돼 늘 난로를 끼고 살아야 했던 셋방살이를 
드디어 면하게 되었다. 가족들의 한 달 용돈은 단돈 5만원! 출퇴근
은 자전거로, 돈이 생기면 무조건 저축하기! 가족들의 이런 억척
이 없었다면 지금의 영광은 없었을 것이다. 형편이 어려웠던 시절
에 새벽 우유배달, 식당 설거지, 화장품가게 판매원까지 하며 살림
을 해왔던 어머니와 전기 부품공장에서 10년 넘게 일을 하신 아버
지... 이번 내 집을 마련하고 너무 감격해 만세까지 불렀다고 한
다. 쌍둥이 주영이네 가족에게 이번 이사는  꿈이 이뤄진 것이다.

3. 내 인생의 사과나무 -  민주노동당 노회찬 사무총장 편

"새까매진 50년 된 삼겹살 불판 이젠 갈아야" 
지난 17대 총선에서 촌철살인 유머로 '어록'까지 등장할 만큼 인기
를 끈 민주노동당 노회찬(48) 사무총장. 최근 '비례대표 국회의
원'으로 당선돼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인생 최고의 나날'을 보
내고 있다. 일생을 진보 정당 운동에 투신해 왔던 그에게 이번 '당
선'은 누구보다 뜻 깊을 수 밖에 없다. 모두가 만류하는 길을 10여
년 이상 묵묵히 걸어왔던 그에게 수많은 좌절과 실패가 있었기 때
문이다. 
그렇다면 거듭된 고난과 역경 속에서 노 사무총장이 견딜 수 있었
던 힘, 인생의 '사과나무'는 무엇이었을까? 
첼리스트를 꿈꾸던 소년이 사회운동을 하겠다고 했을 때 가장 놀
란 사람은 다름 아닌 어머니였다.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고향 부산
에서 멀리 서울까지 유학을 보냈던 아들이 공부가 아니라 운동을 
한다니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영등포 자취방에서 혼자 지내
는 아들 걱정에 매일같이 편지를 보내며 지극정성이었던 까닭에 
더욱 그러했다. 그러나, 놀라는 것도 잠시. 어머니는 아들의 '선
언'을 듣고 난 다음 날부터 신문에 실리는 노동계 뉴스를 스크랩하
기 시작했다. 노동운동을 하려면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을 잘 알아
야 한다는 것이 노씨 어머니의 판단이었던 것. 노씨가 국회의원이 
된 지금도 어머니는 여전히 편지쓰기 와 신문 스크랩을 멈추지 않
고 있다.  김성주 아나운서가 노회찬 의원을 찾아가 어려웠던 시절
의 이야기를 듣고 어머니의 정성어린 편지를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