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1월 8일 / 제 472회

사과나무가 북쪽으로 간 까닭


9.11 이후 미국 최대의 재앙으로 기억될 카트리나, 집중호우와 태
풍으로 천여 명이 사망한 중국, 유럽을 숨막히게 만든 폭염.. 올 
한 해, 테러보다 더 무서운 인류의 적은 자연재해였다. 하지만 갈
수록 거세져만 가는 자연재해는 결과적으로 인간의 손에 의해 만
들어진 인재(人災). 대부분의 기상학자들은 카트리나를 포함한 기
상이변이 지구온난화에 따른 대가라고 분석한다. 경제발전으로 인
해 더욱 가속화된 온난화로 지구는 지난 100년 동안 0.8℃가 상승
했고, 향후 100년간 3~5℃ 정도가 더 오를 전망. 한반도의 온도상
승은 이보다 훨씬 가파르다. 이대로라면, 온난화로 인해 생기게 
될 변화는 인류 최대의 위협이 될 것이다.
  작년 2월, 영국의 ‘옵저버’를 통해 보도된 미 국방부의 비밀보고
서와 올 2월,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회의에서 발표된 내용은 인류
를 향한 묵시록에 가깝다. 속출하는 기상이변으로 인류가 거주할 
수 없는 지역이 늘고, 세계의 식량생산이 급격히 줄면서 식량위기
와 물부족에 직면하게 되는 등, 인류의 생존이 심각한 위협을 받
게 될 것이라는 것. 그 징후는 이미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인류가 겪
게 될 식량난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재배지역이 점점 북상하거나 
사라지게 될 먹을거리. 이미 각종 연구결과는 온난화로 쌀과 밀의 
생산량이 크게 줄 것이라고 보고하고 있다. 당장 온실가스를 줄인
다고 하더라도 자연이 그에 반응하는 수십 년 동안 인류는 기아에 
허덕이게 될 지도 모를 일. 인류의 생존과 직결되는 식량난, 우리
나라를 비롯한 일본과 영국 등의 사례를 통해 온난화로 인해 변화
하고 있는 식량생산과 그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고자 한다.

① 대한민국에 사과가 사라진다?

 - 경북 의성에서 대를 이어 사과농사를 짓던 김병호씨는 2만평에 
달하는 사과나무를 올 들어 모두 엎었다. 예년과 달라진 기후로 사
과의 고온피해가 속출하면서 모두 다른 작물로 바꾼 것이다. 그동
안 평지에서 사과농사를 하던 대부분의 농민들도 사과를 포기하
는 실정. 대신, 이 지역의 사과는 해발 3-4백 미터의 고지대로 올라
가고 있다. 온난화로 인해 평균기온이 상승하면서 사과의 재배지 
역시 북상하고 있는 것이다. 원예 연구소의 보고에 의하면 앞으로 
우리나라의 기온이 평균 2℃ 상승할 경우, 일부 고산지대를 제외
한 남한 전역이 사과재배 부적지가 될 거라고 한다.
 - 사과 외에 우리의 식량원인 쌀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아열대 작
물인 쌀의 경우, 온난화로 인해 우리나라 전역이 쌀 재배가능지역
으로 바뀔 전망이다. 그렇다고 쌀 생산량의 증가로 직결되는 건 아
니다. 농촌진흥청의 연구결과는 온난화에 따른 여러 가지 기후변
화로 인해 쌀의 품질이 급격히 떨어지며 그 생산량 또한 줄어들 것
이라고 전망한다. 

② 온난화로 인한 먹을거리의 변화

 - 일본 과수연구소의 조사결과 : 47개 도, 부, 현을 대상으로 온난
화의 영향에 대한 조사결과 온난화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대답한 지역은 제로. 온난화로 인해 꽃이 피지 않거나 착색이 제대
로 되지 않는 사과의 배 속출.
 - 영국의 바다도 변하고 있다.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생선인 대
구. 하지만 온난화로 해수면 온도 역시 상승하면서 대구가 북상, 
최근엔 그 양이 줄어들고 대신 수십 년 동안 거의 보이지 않던 뼈
오징어의 어획량이 늘고 있다.

③ 위기를 기회로!
 - 강원도 고성의 대규모 녹차재배지. 원래 녹차의 주재배지는 전
남 보성을 비롯한 따뜻한 남쪽지역이다. 하지만 강원도 고성에서
는 보성 외에 제주도산 녹차까지도 재배가 가능하게 되었다. 그 전
까지 재배할 수 없었던 작물이 온난화로 인해 재배가능하게 된 
것. 올 겨울이 지나면 고성의 녹차재배는 그 성공을 완전히 가늠
할 수 있을 것이고 이로 인한 지역 내 수익의 증가도 기대하고 있
다.
 - 웰빙 바람으로 그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는 야채, 고야. 원래 고
야는 오키나와 지역에서 재배되던 작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재배지역이 확대되고 있는 중. 일본 다카야마에 사는 아라이 마사
유키 할아버지는 4년 전 고야로 재배작물을 바꿨다. 오랫동안 계속
해오던 농사를 바꾼다는 게 쉽지만은 않은 결정이었지만 지금은 
위기가 기회로 바뀌었다.

④ 온난화로 인한 식량위기에 대비한다!
 - 일본 도쿄의 도심 한가운데. 흙도, 태양도 없는 도심 빌딩 지하
에서 토마토, 벼를 비롯한 각종 야채가 자라고 있다. 인종조명과 
수경재배로 병충해는 물론, 변화하는 기후변화에도 아무런 영향
을 받지 않는 환경이 사람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기름진 
토양에서 태양빛을 쬐고 자란 것과 비교할 순 없겠지만, 온난화로 
인해 달라질 기후변화에 대비할 우리 미래의 식량생산의 한 단면
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 진주에 있는 국립 경상대에서는 달라지는 기후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식물유전자 개발에 한창이다. 이미 고온 등에 저항력을 가
진 유전자를 발견, 이를 실제 식물체에 도입하는 일만 남기고 있
다. 앞으로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에도 끄떡없는 식물의 개발로, 
우리나라의 식량안보를 책임지는 것이 이곳의 최종 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