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2월 20일 (월) / 제 398 회

MBC「심야스페셜」<흑산도의 겨울, 홍어를 만나다>

섬 전체를 뒤덮은 상록활엽수 때문에 섬 색깔이 푸르다 못해 검게 
보인다하여 붙여진 이름, 흑산도. 조용하기만 했던 섬 흑산도가 제
철을 맞은 홍어 때문에 들썩이고 있다. 흑산도 예리항은 유명한 홍
어의 고향이다. 4, 5일간의 항해를 마친 홍어잡이 배들이 예리항
의 겨울을 들뜨게 만든다. 겨울에 돼서야 비로소 찰진 맛이 살아난
다는 홍어, 한번 맛을 보면 죽을 때까지 그 맛과 향을 잊을 수가 없
다는 흑산 홍어! 그 생명력이 넘치는 홍어잡이와 홍어와 함께 평생
을 살아온 뱃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홍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흑산도의 풍광 속에 담아본다.

* 아무에게나 허락하지 않는 남도 맛의 상징 
홍어 맛을 알면 남도 음식 절반을 아는 것이라고 한다. 남도의 풍
류와 멋을 알려면 홍어의 맛을 먼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푹 삭힌 홍어는 그 중에서도 최고로 친다. 하지만 홍어를 처음 맛
본 경험은 달콤하지만은 않다. 톡 쏘는 냄새에 후각이 마비되고 쌉
싸름한 맛에 입천장을 데는 수도 허다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끊
임없이 홍어를 찾는다. 도대체 홍어의 무엇이 우리를 자극하는 것
일까?

* 2004 겨울, 홍어잡이
한때 흑산 홍어는 명맥이 끊길 뻔했다. 계속되는 어획량의 감소로 
인해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40척이 넘던 배가 97년에는 단 한척으
로 줄었다. 그러다 1998년 봄부터 어획량이 조금씩 늘어났고 정부
에서 흑산도 홍어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지원금을 주면서 홍어
잡이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불법조업어선에 의해 어구 500고리를 모조리 잃어버리는 일을 1
년 사이에 몇 차례 당하고 빚더미에 앉아 천직이었던 홍어잡이를 
포기해야만 했던 영진호 선장 심동열씨. 86년 고향을 떠나와 흑산
도에 정착하며 18년 동안 홍어잡이 한 길만을 걸어온 바다사나이 
심동열 선장의 홍어 사랑 이야기를 만나 본다.

* 남도의 전통 잔치문화 홍어
대부분의 경조사에 홍어는 빠지지 않는 음식이었다. 누군가 태어
나거나 결혼을 하면 미리부터 항아리에 홍어를 삭혔다. 누군가 상
을 당하면 새벽길을 달려 큰 장에 가서 홍어를 사오기도 했다. 홍
어는 단순한 남도음식이 아니라 남도 사람들의 삶과 함께 해 온 벗
이다. 
홍어만큼 사람과 가까운 생선도 없는 듯싶다. 사람의 감으로 잡아
올리는 방식에서부터 삭히는 동안의 긴 기다림, 사람의 코와 입을 
자극하는 맛과 향, 그리고 홍어와 함께 보낸 기쁨과 슬픔... 남도사
람들에게 홍어는 추억인 동시에 현실이고, 풍류인 동시에 삶이다. 
큰 일이 있을 때마다, 혹은 고된 노동이 끝난 후에 막걸리와 함께 
하는 남도 사람들의 삶. 
그 속에 펄펄 살아 숨쉬는 홍어의 향취를 따라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