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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엄마의 인터넷 도전기 |
| 배은숙
(2005/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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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으로 고스톱을 칠 수 있게 되면서
어머니들의 인터넷 열기가 대단하더군요
주위의 20대에서 70-80대까지 거의 모든 어머니들이 인터넷 고스톱을 치시는 것 같더라구요 ^^
이제 예순을 넘기신 저희 어머니도 인터넷을 처음 배우실때는 고스톱부터 시작하셨습니다.
컴퓨터는 전기세 많이 나온다고 켜놓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시던 어머니께서 제가 인터넷으로 고스톱 게임을 하는 걸 보시더니 옆에서 훈수를 두기 시작하시더군요.
"아이고, 그걸 먹으믄 어떡하노 쌍피를 먼저 먹어야지."
"아이다 아이다. 그거 말고 그건 초짜고 지금 먹으면 싼다카이까네."
"봐라 봐라 내 말 안듣고 카디만."
ㅡㅡ;; 나중에는 저는 손가락으로 클릭만 하고 고스톱은 어머니께서 치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더 나중에는 전 하기 싫은데 어머니께서 강요하셔서 고스톱을 치게 되더군요.
결국 전 저의 저녁시간의 자유를 위해서 어머니께 컴퓨터 다루는 법을 억지로 가르쳐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클릭과 마우스라는 말도 못 알아들으시구요 인터넷을 켜시는 것 자체도 애 먹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어머니 말씀마따나 학창시절에는 잘 나가셨던 탓인지(ㅡㅡ;;) 점점 익숙해지셔서 절 가르치시더군요.
"야야 그래 두번씩 클릭하믄 에라난다 좀 조심해라"
"와 고스톱을 니 아이디로 안치고 내 아이디로 치고 카노
내 돈 다 나가겠네." 이러십니다. ^^
그러던 어느날,
모임을 다녀오신 어머니가 매우 흥분된 목소리로
"야야 이메일이 머꼬, 내 컴퓨터 고스톱 친다카이
무슨 주소를 내놔라 안카나 편지 쓴다카길래 집주소 갈키줬다가 망신당했대이 "
이러십니다.
어머니 친구분은 아예 컴퓨터 선생님을 불러다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하셨다더군요. 한마디로 자존심 싸움이죠 호호.
그때부터 저희 어머니의 긴~~ 컴퓨터를 향한 도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엄마, 여기를 요렇게 고스톱 칠때처럼 아이디 하고 비밀번호는 내가 저장해둘테니까 여기 옆에를 누르면 화면이 바뀌지? 그럼 메일을 클릭해서 받은 편지함으로 들어가"
"아이고 어렵네.. 자꾸 잊아뿌?따. "
"그렇제. 그래도 자꾸하믄 개안타. 그래가지고 편지를 쓸라면 받는 사람난에다가 주소를 쓰고 여기다가 내용을 적어라 언니메일 주소 여기있으니까 언니한테 쓸말 적어.
다 돼면 불러. "
전 아마 메일쓰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 예상하고
밖으로 나가 TV 시청을 했습니다.
한 20분이 흘렀을까요?
엄마가 흥분된 목소리로 부르십니다
"야야 클났다. 일로 와봐라"
얼른 들어가니 뭔가 화면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 메일이 성공적으로 전송되었습니다. '
"엇 엄마 벌써 보냈네? "
"갔는거가? "보내기"라고 써져 있길래 꼭 눌랐는데 확 바뀌뿌네. "
"갔는거 맞어."
" 언니한테 이야기하지 말고 놔두자 놀라게"
너무나 뿌듯해하시면서 저희 어머니는 또다시 고스톱을 시작하셨습니다.
이제 이메일 까지 보내시는 엄마가 신기해서 저는 웃으면서 칭찬해드렸습니다.
"이야 엄마 대단하네. 이제 엄마도 컴퓨터세대다 컴퓨터 세대"
그리고 그 다음날, 언니에게 확인차 전화를 했습니다.
"언니 엄마 메일 봤어?"
"그래 왔더라. 엄마가 보내신거 맞나? "
"응. 뭐라고 쓰여있던데?"
"김치 라고"
"뭐?"
"'김치' 라고만 있더라."
그랬습니다. 한글자판이 어디에 어떻게 붙어있는지도 모르시던 어머니.. 메일 주소랑 달랑 김치 두글자를 20분에 걸쳐서 치시고 뿌듯해 하시면서 보내기 누르셨던 겁니다.
나중에 어머니께 여쭈어 보니 그러시더군요
"김치는 담갔는가 싶어서. 힘들게 담그지 말고 좋은 걸로 조금씩 사먹고, 내가 좀있다가 김장하면 많이 가져다 줄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그래 썼는기라"
"김치"라는 두글자에 그렇게 많은 의미가 담길 수 있는지
그 날 첨 알았습니다.
한 번 메일보내기에 성공하시자 어머니는 재미가 있으셨는지 자꾸자꾸 새로운 걸 해보시고 싶어하시더군요
그렇게 새로 시작하신 것이 바로 인터넷쇼핑입니다. ㅜ.ㅜ
조금씩 인터넷에 익숙해지시고 자꾸 메일을 보내게 되자
사이트의 앞부분에 나오는 물건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신 것입니다.
"야야.. 이거 전부다 여기서 파는 것들이가?"
"응 잘사면 인터넷이 더 싼 곳들이 많아.
거기서 주문하면 우편으로 2-3일 있으면 집으로 오거든
맘에 들면 이리저리 보다가 한번 골라봐봐 엄마"
"그럼 돈은 어디로 주노?"
"아. 카드결제 하는게 편해. 내 카드 줄테니까 5만원이상 사는거는 이야기하고 사야된대이."
어느정도 인터넷에 익숙해지신터라 쇼핑하시는 것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그리곤 며칠 후, 갑자기 제 전화기로 전화 한통이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여긴 XX쇼핑몰인데요 황선자 고객님 핸드폰이 맞습니까? "
"아 네 저희 어머님이신데 무슨 일이시죠?"
"다름이 아니라 황선자 고객님께서 저희 쇼핑몰에서 가방을 99개를 주문하셔서 확인차 전화드렸습니다. 대량구매시 저희들이 별도 구매 관리를 하고 있어서요"
"네?"
헉.. 가방 99개, 가방 99개,
당장 전화했습니다.
"엄마! 가방샀어요?"
"어 그래. 벌써 왔나? 그기 와 집으로 안오고..."
"무슨 가방을 99개를 사?"
"엉???"
ㅜ.ㅜ 네.. 저희 어머니 물건사시면서 수량쓰는 란은 당연히 신경도 안쓰십니다. 잘못 눌려져서 99 개 됐겠지요.
하지만 결제할 때 가격은 보셨어야지요 ㅜ.ㅜ
죄송하다고 온갖 말로 사죄하구요 물건 취소시켰습니다.
그 뒤로 엄마한테 카드 안 드립니다.
하지만 그건 또 그것대로 더 귀찮습니다.
집에 들어가면 다정하게 부르시는 어머니 목소리..
"은숙아~ 이거 돈 좀 보내라~."
"오늘 낮에 봤는데 이뿌제. 니가 결제 좀 해라 알았제?"
이젠 인터넷 잘 하는 우리 엄마
다음엔 또 무슨 도전으로 절 황당하게 하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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