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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수 삶, 그 자체로 아름다운 노래 / 글 | 박미경

배철수는 서서히 변모해왔다. 우리 시대 가장 개성 있는 목소리에서 우리 시대 가장 친근한 

목소리의 주인공으로, 언제까지고 젊음의  옷자락을 놓지 않을  것 같던 우리  시대 마지막 

?히피?에서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와도 친구가 되는 우리 시대  첫 ?오십대?로. 그 변모

의 중심에 ?우리?가 있다. 14년 간 라디오(배철수의 음악캠프)를 통해 그가 들려주는 소리

들(말과 노래)을 해질녘 노을보다 자주 접하며  살아온 우리가 아니라면, 그는 아직  ?개성 

넘치는 히피?로 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와  기꺼이 우리 곁에 

남아준 그를, 사랑하지 않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어 보인다.

 

||||||||||||||||||||||||||||||||라디오 

말이 14년이지, 강산이 한 번 반이나 변하는 시간 동안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라디오 방송을 한다는 것은, 더구나 작가의 대본 없이 자신의 생각과 취향을 고스란히 노출시키는 DJ로 산다는 것은, 그가 우리에게 더는 '속일 것'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이 그를 불편하게 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방송을 듣는 사람들은  적어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음악적 취향 같은 것이  자신과 맞는 사람들이라 믿기 때문이다.  ★ "라디오 주파수를 맞춘다는 건 DJ와 정서적 주파수를  맞춘다는 뜻이잖아요. 노출된다는 게 오히려  편안함이되는 것, 그게 라디오의 힘이죠." ★ 방송 시작 한  시간 전인데도, 오프닝을 어떻게 할 것인지 그는 정해두지 않는다. 요일마다 최소한의 코너를 정해둘 뿐  그 외의 것은 무엇도 미리 정하지 않는 것으로, "어디로 튀어도  좋은" 자유를 만끽한다. 오랜 친구에게 말을  걸듯 그렇게, 준비 없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이다. 그의 방송을 들으면서 편안함을 느낀다면 그 때문이다. ★ 라디오를 통해 소리를 공급하는 사람이기 전에, 그는  청취자들로부터 다양한 삶의 소리들을 제공받는 사람이다. 엽서나 팩스, 메일의 형식으로 배달되는 작고  사소한 삶의 이야기들. 때론 낄낄거리고 때론 훌쩍거리면서, 사소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그는 배워왔다. ★ "중학교 때부터 내 방송을 듣기 시작해 어느덧 30대가 됐다는 한 청취자의 글을 읽을 때였어요. 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내 방송을 통해서 세상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다는 대목에서 덜컥 겁이 나더군요. 내가 하는 이야기들을 그냥 스쳐지나가는 것으로 생각해주면 좋겠는데, 어떤 사람에게는 그토록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구나, 문득 두려워졌죠." ★ 그래서다. 해질녘, 우리는 매일 당신에게서  무언가를 건네받는다고 말하지 못 한다. 지친 하루에는 비타민이 되고, 좋은 사람을 만나러가는 길에는 샴페인이되며, 눈물나는 저녁에는 손수건이 되는 게 당신의 방송이라고 이야기하지 못 한다. 그가 부담을 갖게 될까봐. 그래서 그가 이제까지처럼 편안하게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지 못 하게 될까봐AAA. 괜스레 말머리를 돌린다. 라디오를 통해 이루고  싶은 꿈에 관하여. ★ "90년 3월, 첫 방송을 할 땐 다만 몇 년이라도 '잘리지 않고' 해보는 게 꿈이었어요. 80년에 처음 DJ를 했을 때 6개월만에 쫓겨났었거든요. 근데 이번엔 쫓겨나지 않고 7, 8년이 지나는 겁니다. 10년만 채워야지, 그리고 다른 거 해야지  그런 꿈이 생겼죠. 10년을 채우는 건  했는데, 결국 그만두는 건 못 했어요. 너무 재미있어서 도무지 놓을 수가 있어야지. 이제 비로소  꿈을 비웠습니다. 오늘 하루 행복하게 방송하기, 지금 원하는 건 그뿐이죠." ★ 다행이다.  그에게 다른 곳으로 옮겨갈 꿈이 없어져서. 그리고 그의 시선이 먼 훗날 이루고 싶은 어떤 것에 가있지 않고 그냥 여기, 우리 곁에 있어서. 

 

||||||||||||||||||||||||||||||||||||목소리 

생긴 것과 잘 어울리는 목소리가 좋은 목소리라고 단정한다면, 그처럼 훌륭한 목소리를 가진 사람도 드물다. 외모처럼이나  기름기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 바로 그 건조함 때문에 말의 느낌이 제대로 전달되는,  그래서 DJ로서 뿐 아니라 TV 내레이터로서도 제격인 목소리. ★ 뜻밖에(?), 그는 우리에게 좋은 소리를 공급해주기 위해 목소리 관리라는 걸 한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기보다는 가족을 위해 제 건강을 챙기는 어미아비처럼 어느 날 문득 청취자들을 위해 목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바람이 찬 날이면 반드시 목도리를 하는 것으로 시작된 목 관리는 마침내, 30년간이나 피우던 담배를 끊는 것으로 이어졌다. ★ "하지만 정작 중요한  목소리관리법은 마음을 잘 관리하는 일이에요. 마음의 상태가 어떤지에  따라 정직하게 드러나는 게 목소리거든요. 늘 기분 좋은 상태로 방송에 임하려는 것은 그래섭니다. 라디오는 내게  즐겁게 살 수밖에 없게 만드는 고마운 존재죠."

 

||||||||||||||||||||||||||||||||||||소리의 추억

소리의 추억 그에게 있어, 음악이라는 이름의 밭에 거름을 준 건 9할이 라디오다. 라디오가 들려주는  소리에 숨죽여 귀 기울이기 시작하던 중학교 시절, 그는 당시 최초의 DJ프로그램이던 동아방송의 '3시의 다이얼'(AM이었다)을 들으면서 음악의 바다에  빠져들었다. ★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FM방송이 시작됐어요. FM트랜지스터라디오라는 게 있었죠, 왜. 손바닥만한 거. 라디오 뒤에  9볼트 짜리 건전지를 고무줄로 묶어서 어딜 가든 들고 다녔습니다. 그거 하나만 있으면 천국이 따로 없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조악한 음질로 어떻게 음악을 들었을까 싶어요." ★ 계란은커녕 파조차 넣지 않았어도 난로에 끓여 먹던 어린 날의 라면이  최고의 맛으로 기억되듯, '여드름시절' 그의 귀에 새겨진 소리의 추억은 나쁜 음질과 상관없이 최고의 것으로 기억된다. 모든 것이 그렇겠지만, 소리란 특히 그런 것이다. 삶이 아름다우면 함께 아름다워지는 것. ★ "이상하죠? 낮에 잠을 자는 게 오랜 습관이어서, 전엔 동네 놀이터에서 아이들 떠드는 소리에 깨면 그렇게 짜증스러울 수가 없었어요. 그러던 내게 요즘은 아이들  소리처럼 듣기 좋은 소리가 없네요." ★ 그런 소리가 그에겐 점점 많아질 것이다. 라디오를 통해 우리들 삶의 한복판으로 저벅저벅 걸어 들어온 그에게, 삶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노래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