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조회:
2010년 4월 22일 목요일 <음악에세이-최종회>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439 화 - 봄날의 마지막 풍경

 

(M)주제음   The Mention Of Your Name / Chris Rea

 

남  3월에도 때늦은 눈이 내리곤 해

    계절을 잊게 하더니

    어느 날 정신을 차려 보니 꽃이 피고 있다.

    봄이 온 것이다.

    벚꽃이 피었나 했더니

    벌써 꽃잎이 허공에 날리며

    봄이 섬광처럼 지나고 있음을 알린다.

    그랬다.

    살아보니, 모든 게 순간이었다.

    기쁨의 순간도

    슬픔의 순간도

    아름다움에 넋을 잃는 순간도

    모든 게 찰나였다.

    벚꽃이 만개했다가 바람에 흩날리는 시간 만큼

    그렇게.. 안타까울 만큼 빠르게..

    인생은 지나가고 있었다.

(M) Long Long Time / Rod Mckuen

 

남  내 인생이 봄날이었을 때.    

    모든 것이 반짝반짝 빛나고

    생기로 넘쳤을 때.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시절.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

 

(E) 지하철 소음

 

남  퇴근하는 사람들로 복잡했던 지하철 안.

    서울을 벗어나면서 사람들이 하나 둘.. 내렸고

    마침내 빈 자리를 발견한 나는

    그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동시에

    핑크빛 휴대전화를 발견했다.

 

(E) 전화벨

 

남  아 깜짝이야..

 

남  전화벨이 계속해서 울렸고. 주변 사람들은 왜 안받고

    시끄럽게 하느냐는 듯

    모두 나를 쳐다보았다.

 

(E) 받는

 

남  여보세요.

여  어후.. 다행이다. 제 전화기 주우신 분인가요?

남  아.. 전화기 주인이세요?

여  네! 핑크색 전화기 맞죠?

남  네.

여  감사합니다. 거기가 어디에요?

남  여기.. 지하철 안인데.

여  지하철요? 까펜 줄 알았는데.. 지하철이었구나.

    지금 어디쯤인데요?

남  안양인데요.

여  안양요?

남  어떡할까요? 분실물센터나 그런 데에 맡겨드릴까요?

여  아뇨. 저녁에도 받을 전화가 있고 해서요. 제가 그쪽으로 갈께요.

    죄송하지만 어느 역에서 내리세요?

(M) Blue Blue Heart / Bic Runga

 

(E) 지하철역 소음 등..

 

남  멍하게 지하철역에서 전화기 주인을 기다리다 보니

    은근히 화도 났다. 그냥 아무데나 맡기고 갈 걸..

    괜히 기다려주겠다고 해서 이게 웬 고생인가 싶었다.

    그런데.

 

(E) 뛰어오는

 

여  (숨차서) 혹시.. 제 전화기 주우신 분이세요?

 

남  숨차게 뛰어와 내 앞에 선 그녀의 모습을 보는 순간

    방금까지의 후회와 짜증은 썰물처럼 사라졌다.

 

남  (친절) 네. 아유 뭘 이렇게 뛰어오셨어요.

여  죄송해요. 오래 기다리셨죠.

남  아니에요. 그냥.. 조금..

여  감사합니다. 사례라도 해야 하는데...

남  사례는요. 할 일 했는데...

여  그래두요.

남  아니라니까요. 그런 거 바라고 한 일 아니에요.

여  네에... (어색하게 있다가) 저.. 제 전화기.. 주셔야지...

남  아~ 맞다. 여?네요. 여기...

여  정말 고맙습니다. 그럼...

 

(E) 가는데

 

남  저기요.

여  네?

남  사례... 굳이 하셔야겠다면....

여  네?

남  차라도 한잔....

(M) The First Time I Ever Saw Your Face / George Michael

 

남  대부분의 러브스토리가 그렇다.

    남들이 보기엔 아무 것도 아닌데. 본인들에겐 굉장히 운명적이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내가 퇴근시간에 그 복잡한 지하철에서 빈자리를 발견한 것.

    그리고 하필 그 빈자리에 그녀가 전화기를 놓고 내린 것.

    내가 유실물센터에 전화기를 맡기지 않고 그녀를 기다려 준 것

    그리고 그냥 가려는 그녀에게 용기를 내서 차 한잔 마시자고 한 것

    이 모든 게 운명의 수레바퀴 아래서 이뤄진

    매우 드라마틱한 사건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쨌든 그 날의 만남 이후 우리는, 서로 사랑하게 되었으니까.

 

(E) 기차 가는 소리

 

여  하늘 봐, 진짜 예술이다.

 

(E) 타닥타닥 컴퓨터 자판 치는 소리

 

여  뭐야. 여기서까지 계속 일할거야?

남  나 원래 오늘 놀면 안되는데 온 거잖아.

여  기자는 주말도 없어?

남  주말에 기사를 써야 월요일 신문이 나오지.

    그리고 난 신입이잖아.

여  알았어. 기차에서는 써. 그런데 경주 가서는 안된다.

남  어. 빨리 쓸게.

여  내가 제일 사랑하는 4월의 경주...

    너무 기대돼...

 

(E)자전거 가는 소리

 

여  뭐야. 자전거 실력이 그것밖에 안돼?

남  좀 천천히 가라. 뭐 그렇게 빨러.

여  암튼.. 배가 나오니까 자꾸 헥헥대지. 오늘 운동 좀 제대로 해.

남  같이 가...

 

남  그녀의 말처럼 4월의 경주는 꿈속의 도시였다.

    만개한 벚꽃과 푸르러지는 고풍스런 도시의 풍경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햇살 아래

    더욱 싱그럽게 빛나는 그녀.

    그때 난 이런 것이 일상의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언제나 마음만 먹으면 누릴 수 있는.. 그런 것.

(M)     April Come She Will / Simon and Garfunkel

 

(E) 걷는 소리

 

여  10년 후에는 우린 뭐하고 있을까?

남  10년 후면.. 난 벌써 서른 여덟인데?

여  난 서른 일곱. 어흐... 엄청 늙었네.

남  그러게. 완전 아줌마 아저씨네.

여  우리 그땐 아저씨 아줌마 돼서 애 주렁주렁 낳고 살고 있을까?

남  글쎄...

여  내집 마련해보겠다고 아득바득 돈 모아가면서?

남  집은 샀겠지.

여  아파트 한 채가 얼만데~ 어떻게 사~ 자기 월급 많아?

남  ... 뭐 어떻게든.

여  하긴.. 내가 맞벌이 열심히 하면 살 수도 있겠다.

    그럼.. 애들은 누가 돌보지?

남  너무 앞서간다.

여  그런가? 그런데 자긴.. 몇 살쯤 결혼하고 싶어?

남  글쎄... 난 오륙년쯤 뒤에?

여  ......진짜?

남  서른 셋이나 넷은 돼야.. 뭔가 안정이 되고.. 그러지 않을까?

여  너무 늦잖아.

남  요즘 그 정도가 뭐가 늦어.

여  난 어리고 이쁠 때 웨딩드레스 입고 싶은데?

남  알았어. 천천히 생각해 보자.

 

(E) 걷는

 

남  사랑하는 여자와 한 집에서 예쁜 아이도 낳고

    집 평수도 늘려가며 알콩달콩 사는 거...

    그런 것도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 건 싫었다.

    내게 인생은 길어 보였고

    분명히 이루어야 할 뭔가를 찾아내

    열정을 불태워야 할 시간으로 보였다.

    너무 일상적이고 평범한 행복을 위해 인생을 다 바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M) Life is wonderful / Jason Mraz

 

여  벚꽃나무가.. 이게 다 몇그루야?

남  그러게...

여  천국이 있다면 이런 데 아닐까 싶다...  

남  은서야. 니 소원대로 같이 경주 여행 와서 좋지.

여  응. 좋아. 이렇게 좋아하는 거 진작 좀 같이 와주지.

남  그럼 내가 너 좋아하는 거 해줬으니까

    이거 저축해 놓는거다.

여  저축?

남  나중에 내가 너한테 찬스 한번 쓰고 싶을 때..

    그때 너도 내가 해달라는대로 해주는거야.

여  뭐... 오늘 기분 좋으니까 그렇게 해줄게.

 

남  그냥 그런 느낌이었다.

    언젠가 한번은, 그녀에게 크게 미안한 일을 할 것 같은 느낌.

    용서를 구해야 할 것 같은 느낌.

    그런데 그럴 때가 오면

    그녀는 이 약속을 기억해 줄까?

(M) Try To Remember / 여명

 

(E) 식당 소음

 

여  왔어?

남  어. 많이 기다렸어?

여  그냥 좀... 바쁘지.

남  마감 끝내고 왔어. 이따 신문 나올 때 잠깐 들어가면 돼.

    무슨 일 있어?

여  아니...

남  왜 그러는데. 표정이 안좋잖아.

여  ... 나 또 떨어진 거 있지.

남  그랬어..?

여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 애들 과외나 하고..

    다른 친구들은 다...  

(E) 전화 오는

 

남  잠깐만. (받는) 여보세요. 네 부장님. 아 그거 파일 첨부 했는데요.

    지도 말고 사진요. 두 번째 파일인데... 없을 리가 없는데...

    지금 회사 근처 식당입니다. 예. 곧 올라가겠습니다.

    (끊고) 은서야...

여  어, 괜찮아. 얼른 올라가.

남  기다려. 저녁 같이 먹게.

여  나 배고파. 뭘 같이 먹어. 얼른 먹고 갈거니까, 상관말고 일 봐.

남  ....그래. 그럼 이따 전화할게.

여  응...

 

남  지금 돌아보면 확실히 그렇다.

    난 그녀가 힘들고 외로울 때, 그 곁에 없었다.

    난 바빴고 욕심이 많았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다.

    그녀를 돌보고 배려하고 감싸줄 여유가 없었다.

    그래도 착한 그녀는 그 자리를 곧잘 지키며

    혼자 밥먹고, 혼자 고민하고, 혼자 힘들어하며

    잘 견뎌냈다.

    멀어진 건, 나였다.

(M)     Gone Too Soon / Michael Jackson

 

-----------------1부 끝 ------------------

 

(E) 까페 소음

 

남  은서야..

여  (오며) 웬일이야?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구?

남  어디 들렀다 오는 거야?

여  응. 출판사. 저번에 얘기했잖아. 애들 동화쓰는 거..

    돈을 많이 주는 건 아닌데.. 한번 해보려구.

남  그래?

여  취직 잘 안돼서 생각하기도 했지만

    나 예전부터 동화든 소설이든.. 뭔가 쓰고 싶다는 생각 많이 했거든.

남  잘 생각했어.

여  정말 그렇게 생각해?

남  어.

여  엄마한텐 욕 바가지로 먹었는데.. 자기라두 그렇게 얘기해주니까 힘이   난다. 그런데 오늘은 웬일? 퇴근 일찍 했어?

남  잠깐 나온거야.

여  왜. 뭐 할 말 있어?

남  있잖아. 나 6개월에서 1년 정도 해외에 나가 있게 될 것 같아.

여  ....어?

남  원래 5년차 미만한텐 잘 주어지지 않는 기횐데...

    안될 거라고 생각하고 지원한 건데 돼 버렸어.

여  지원..했어?

남  응.

여  .... 6개월이야? 1년이야?

남  아직 확실친 않아.

여  확실히 말해줘. 중요하단 말이야.

남  응?

여  6개월이면 단편. 1년이면 장편 쓸 거거든.

    자기 기다리면서.

남  ...나 기다릴거야?

여  그럼 안 기다려? 군대간 애인 기다리는 여자들도 얼마나 많은데?

(M) I'll Remember You / Sarah Mclachlan

 

남  내가 그 얘기를 그녀에게 한 건

    어쩌면 홀가분하게 떠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기다리겠다고 했다.

    얼마 후 나는 남미의 어느 나라로 떠났고.

    잘 도착했다는 전화 한통 이후....

    1년 동안 아무런 소식도 전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이메일이 간간이 왔지만

    답장마저 하지 않았다.

    8개월이 지나자 이메일도 끊겼다.

    그리고 1년이 지나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역시...

    난 그녀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왜 그랬는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그녀가 알아서 떠나주기 바라는 마음이 절반.

    그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다려주길 바라는 마음이 절반.

    그랬던 것 같다.

(M) Sailing / Rod Stewart

    

(E)거리 소음

 

남  한국으로 돌아와 한달 쯤 지났을 때.

    퇴근 길이었다.

    회사 앞에 그녀가 서 있었다.

    그때 난 내가 없는 동안 새로 들어온 여자신입기자들에게

    밥을 사겠다며 나가는 길이었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기분 좋게 웃으며 걷던 나는

    은서를 보고 유령이라도 본 듯이 멈춰섰다.

    

여  .... 돌아왔네.

남  ..은서야.

여  언제 왔어?

남  조금 됐어.

여  .... 왜 연락 안했어? 기다렸는데.

남  미안.

여  내가 기다리고 있는 거 몰랐어?

남  우리가 조용히 정리됐다고 생각했어.

    벌써 1년이나 지났잖아.

여  기다리겠다고.. 난 말했는데.

남  ....

여  이럴거면 기다리지 말라고 말하지 그랬어.

남  그랬으면 안기다렸을거야?

여  아니.. 기다렸을거야. 그래도 자기 탓은 안했겠지.

    바보 같은 내 탓을 했겠지.

(M)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 - 스윗소로우

 

남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다.

    그리고 거짓말 같은 시간이 지났다.

    정신을 차려 보니

    난 어느새 서른 여덟이다.

    그녀와 내가 경주에 가서 10년 후를 얘기했을 땐

    그 10년이 영원히 오지 않을 것처럼 아득하게만 느껴졌는데

    지나놓고 보니 정말 금방이다.

    그 동안 나는 기자 동료와 결혼을 했고

    1년만에 이혼도 했다.

    너무 헌신적인 그녀에게 길들여져 있었던 건지

    난 몹시 이기적인 남자가 돼 있었다.

    어떤 여자에게도 나쁜 남자일수밖에 없었다.

    가끔 생각한다.

    그녀가 내게 이런 식으로 복수를 하고 있는 게 아닐까....

    부질 없는 생각이다.

(M) 옛사랑 / 이문세

 

(E)신문 뒤적이는

 

남  그러던 어느날.

    신문 기사를 보다가 난 깜짝 놀랐다.

    책 광고란에서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신인작가의 소설집.

    그녀였다.

    시내에 있는 큰 서점에서 저자 사인회도 한다고 했다.

    갑자기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을까.

    날... 기억은 할까.

(M) 오래된 노래 / 김동률

 

(E) 사람들 북적대는 소음들

 

남  토요일. 시내의 서점에 나왔다.

    그녀의 소설은 이미 인기를 끌고 있나보다.

    사인을 받으려 서 있는 줄이 꽤 길다.

    나도 거기 섰다.

    한 사람씩 차례가 줄어들 때마다

    차라리 도망가고 싶을 정도로 떨렸다가...

    그래도 기어이 얼굴을 보고 눈을 맞추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

    거기 버티고 서 있었다.

 

여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남  김봉덕이요.

여  ....

남  ....

 

남  잠시 사람들의 소음이 사라졌다.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날 바라볼 때까지의 시간이

    10년은 되는 것 같았다.

    한참 바라보더니 다시 고개를 숙인다.

 

(E) 쓱쓱 펜으로 쓰는

 

남  그리고 쓴다.

    김봉덕님께.

    봄의 마지막 풍경을 즐기세요.

    4월 22일 목요일.

    저자 윤은서 드림.

(M) Yours  Truly / Air Supply

 

(E)걸어나오는

 

남  서점 직원들과 함께 계단을 걸어올라오는 은서에게 다가갔다.

 

남  은서야.

여  .... (다른 사람들에게) 약속이 있어서요. 오늘 감사했어요.

    

(E) 또각... 다가서고

 

여  오랜만이야.

남  서점 사람들이랑 같이 갔어야 되는 거 아냐?

여  ....괜찮아.

남  신문에서 광고 보고 놀랐어. 언제 데뷔한 거야.

여  얼마 안됐어.

남  반응이 참 좋더라.

여  ...그래? 다행이네.

남  .... 시간 괜찮으면... 우리... 어디 가서 차라도 한잔....

여  ..... 첫 데이트 신청 받는 것 같네.

남  그게 벌써 10년 전이구나.

여  그러네. 내가 서른 일곱이니까.

남  난 서른 여덟이구.

여  (씁쓸한 미소) 내가 꿈꾸던 10년 후하고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야.

(M) 살잖아 / 장혜진

 

(E) 찻잔 소리

 

남  시간 내줘서 고마워. 난... 니가 기억이나 할까...

    기억한다고 해서 아는 척이나 해줄까... 좀걱정했거든.

여  바보야? 기억 못하게.

    그리구.. 기억하는데 모르는 척 할 이유도 없지.

남  왜 없어. 내가 너한테 한짓이 있는데.

여  한 짓이 뭐? 아무 것도 한 짓 없어.

남  .....정말 그렇게 생각해?

여  다 내가 좋아서 한 거잖아.

    내가 사랑했고. 내가 기다렸고. 내가 상처 받았고.

남  나 더 찔리라고 하는 말이지.

여  (웃음) 아니라니까. 10년 전의 나는 정말 어렸어.

    그런데 당신 만나서 많이 컸어. 당신이 없는 시간에도

    나는 계속 컸어.

    그래서 이렇게 글도 쓸 수 있게 됐잖아.

    당신이 날 어떻게 해준 거라기 보다는, 이 모든 거  

    내가 한 거야.

남  ....너는 컸는데. 난 그대로인 것 같다.

여  그래..?

남  어. 정말 염치없고 뻔뻔하다고 욕하겠지만...

    내 마음도 그대로인 것 같다.

    10년 전에 너 만났을 때 그 마음... 그대로.

여  ...

남  예전에.. 내가 너한테 꼭 한번은 쓰겠다고 했던 찬스.

    지금 쓰면 안될까.

    나한테.. 다시 한번만 기회 주면 안될까.  

(M) You Are The Reason / Air Supply

(E) 비오는 소리

 

여   갑자기 비가 오네.

남  오늘 비온다 그랬었어.

 

(E) 우산펴고

 

남  같이 쓸래?

여  ...그래.

 

(E) 걷는다

 

여  봄비네.

남  응. 비 몇 번 오고 나면 또 금방 봄 가겠지?

여  짧아서 더 눈부신 계절. 그렇지?

남  응.

여  우리 청춘처럼. 우리 인생처럼.

남  다 산 할머니처럼.

여  그러게.     

(E)걷다가

여  나도 참 독한 거랑은 멀어.

남  응?

여  그렇게 힘들어해놓고, 또 그 말에 설레는 거 보면.

남  ....

여  그런데 있지. 이미 진 꽃잎을 가지에 붙여놓는다고

    가버린 봄이 다시 오나?

남  ....

여  나도 이제 뜨겁게 아파하는 것보단

    따듯하게 추억하는 게 더 좋아.

남  ....

여  우리 악수 할래?

    참 오랫동안 함께 한 사람들이잖아, 우리.

남  그래.

여  ...

남  ...

여  비 그쳤다. 난 여기서 갈게.

남  잘 가 은서야.

여  ....응. 잘 가 봉덕씨.

 

(M) 주제음  언젠가는 / 이상은

 

 

 

 

 





2010-04-22(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