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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15일 목요일 <음악에세이>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438 화 - 벚꽃 구경


(M) 주제음   소풍 / 도로시밴드


(E) 빵빵...


남     아이구.. 저 차들 좀 봐라..

여     주차할 데는 있을까?

남     여기 주차할 데가 어딨어. 그러니까 그냥 집에 있자니까는

        괜히 나오자 그래가지구..

여     그래두.. 1년에 벚꽃 피는 날이 며칠이나 된다구.

        이때 놓치면 언제 또 구경해.

남     내년에 보면 되고. 내년에 놓치면 내후년에 보면 되지.

여     칠십까지 산다 쳐두.. 평생 벚꽃 볼 기회는 칠십번도 채 안돼.

        그거 좀 챙기자는데..

남     꽃이 눈에나 들어오겠냐. 사람들 봐라. 아주 깔려죽겠다.

여     당신은 하여튼.. 인생의 즐거움을 몰라.

남     왜 몰라. 내 인생의 즐거움은.. 일요일에 소파에 드러누워서

        프로야구 보는 거야.

여     어쩌다 한번 나와놓고 진짜 이러기야?

남     어쩌다 한번 쉬는 날.. 당신이야말로 너무하는 거 같지 않냐?

        나 진짜.. 피곤해 죽겠다.

(M)    Cherry Pink and Apple Blossom White / Tuts Washington


(E) 사람들 걸어가는 소리


남     야.. 뭐 꽃 몇 개 핀 거 갖구.. 이렇게 개떼처럼 몰려드냐.

여     여보. 나 사진..

남     이렇게 복잡한 데 무슨 사진이야.

여     아 빨리 찍어.

남     대충 서.

여     잠깐만.. 여긴 뒤에 사람들 나오잖아.

남     지금 사람 안 나오는 데가 어딨어 여기서.

여     이쪽으로.. 이 뒤쪽으로 저 길 건너 꽃까지 다 나오게.

남     서기나 해.

(E)찍고

남     자.

여     어디 봐. (확인하더니) 뭐야. 눈 감았잖아.

남     그게 내탓이야? 눈감은 사람이 잘못이지?

여     잘 좀 찍어봐. 사람이 성의가 없냐?

남     (싫어죽겠고) 알았어 다시 서.

여     지금 찍어.

(E) 찍고

남     자.

여     (확인하더니) 이게 뭐야. 흔들렸잖아.

남     아 몰라. 대충해.

여     그렇게 싫어? 나랑 어쩌다 한번 나와놓고 그게 그렇게 귀찮고 싫어?

남     웬만큼 해두자. 그렇게 꽃구경이 좋으면 당신 친구들이랑

        평일날 와. 아니.. 난 싫고 귀찮고 피곤하다는데.. 왜 굳이 나를

        이런 복잡한 데 끌고 나와서.. 왜 당신 생각만 해?

여     관두자.

남     그래. 관두자고. 얼른 집에나 가. 차 견인되겠다.

여     다 관두자구.

남     뭘!

여     당신이랑 나랑 관두자구!

(M)    Give It Up / KC and the Sunshine Band


(E) 걸어가는데


남     아 어디 가!

여     당신은 그렇게 좋은 집에나 가. 집에 가서 소파에 늘어져서

        그 좋아하는 야구나 보라구!

남     어디 가냐구 묻잖아.

여     상관 마. 당신이나 나나 서로한테 무슨 관심이 남았다구

        어딜 가는지 그게 궁금해?

남     누가 궁금하대?

여     궁금하지도 않은 거 왜 물어?

남     그래. 안물어본다. 나 그럼 집에 간다.

여     가라구 글쎄!

남     진짜 간다. 나중에 또..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니..

        가란다고 진짜 가냐느니.. 그런 소리 하지 마.

여     (기막힌) 그래. 그런 소리 안해.

        이제 당신 얼굴 볼 일 얼마 없을 거고. 있다고 해도

        이제 그런 얘기 안해.

남     뭐.. 또 관두자 그 얘기? 아주 싸울 때마다 노래를 불러라 노래를.

        아예 녹음해두고 가지고 다녀. 그러다가 싸우면 그거 틀어.

여     내 말이 우습다 이거지?

남     관두자 그럼 누가 무서워? 착각하지 마라.

여     겁주려고 그런 소리하는 걸로 들리나보지?

        나 정말 관둘거야. 내가 인생이 두 번만 돼도 이번엔 좀 참고 살고

        다음번엔 나 하고 싶은대로 살고 이러겠는데. 인생 한번이고..

        이대로 당신같은 사람이랑 아무 멋도..재미도 없이 살다 죽으면

        내가 억울해서 눈도 못감을 것 같애!

(M)    Rehab / Amy Winehouse


(E) 야구 보는 소리


남     벚꽃길에서 아내는 인파속으로 사라져 버렸고

        나는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 자장면 하나 시켜먹으며

        야구를 보고 있었다.

        몇 시간 쯤 지났을 때.


(E) 비밀번호 누르고 들어오는 소리


남     아내가 들어왔다.

        내심 걱정스러웠는데 그래도 집에 오는 걸 보니 약간 안심은 됐다.


(E) 신발 벗는


남     왜 들어오냐? 아예 안 들어올 거 같더니?

여     내 짐 가지러 왔어.

남     그래? 가방 작은 베란다에 있다.

여     하! 그런 거 걱정 안해줘도 내가 알아서 할 거거든?

(E) 문 꽝 닫고 들어가 버리는


남     아내의 저런 성질머리를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결혼 전에도 그녀의 성격은 유명했었다.

        차갑고 퉁명스럽기로.

        물론.. 그땐 그런 모습까지 모두 사랑스럽기만 했다.


(BG)  봄날, 벚꽃 그리고 너 / 에피톤 프로젝트


(E)컴퓨터 하는 소리


남     은서씨. 오늘 야근해요?

여     네. 

남     내가 좀 도와줄까요?

여     됐어요.

남     에이 사람 무안하게... 간단한 거면 내가 좀 도와줄께요.

여     간단한 거 아니에요. 좀 비켜주세요. 자료 흐트러져요.

남     아..네..

여     ....왜요. 왜 사람을 빤히 보고 섰어요?

남     아니.. 간식이라도 좀 사다줄까 하구.

        은서씨 초밥 좋아해요?

여     비린내 나는 거 딱 질색이에요.

남     아 그렇구나. 나도 그런데...

        그럼 햄버거?

여     기름진 거 싫어해요.

남     야.. 나랑 식성이 똑같다. 나도 기름진 거..아주 별론데..

        .... 그럼 뭐 좋아해요?

여     저녁은 안 먹어요. 좀 비켜주세요.

남     아... 미안.

        (사이) 그런데 저녁 안먹으면 배 안 고파요?

여     습관돼서 괜찮아요.

남     아.. 그래서 은서씨가 그렇게 날씬했구나.

여     지금 많이 한가하세요?

남     네! 뭐 시킬 일 있어요?

여     그럼 이거 카피 좀 해주실래요?

남     아..네!네! 금방 해올께요.

(M)    Touch Me / Ivy


(E) 걸어가는데


남     은서씨. 

여     ....네. 이제 퇴근하세요.

남     나 은서씨 줄려구 커피 뽑아왔는데 금세 퇴근했네.

여     일 다 끝나서요.

남     야... 봄은 봄이에요.

여     ..... 봄이 봄이지 봄이 여름이에요?

남     그러니까. 역시 우리 은서씬 유머감각도 참..

여     (걷기만)

남     벚꽃이 진짜 이쁘게 폈던데...

여     네?

남     여의도에요. 어제 출근하면서 보니까 벚꽃이 만개했더라구요.

여     그래요.

남     우리 잠깐 보러 안 갈래요? 서강대교만 건너가면 바로잖아요.

여     됐어요.

남     에이.. 같이 가요. 지금 가면 사람도 별로 없고 좋을 것 같은데.

여     내일 출근해야 되는데 피곤해요.

남     택시 타고 가서 잠깐만 걷다 오면 되는데 뭐. 응? 콜?

        택시!!!!

(M)    홈런 / MC몽


(E)걷는 소리


남     (잘 보이고 싶은) 어때요. 좋죠. 이쁘죠.

여     ... 이쁘기야 하죠.

남     은서씨. 내가 카메라 가져왔는데.. 벚꽃 배경으로

        사진 좀 찍어줄까요?

여     싫어요. 

남     .....왜요. 지금 딱 보니까... 배경이.. 와 예술이야.

        찍어줄께요. 잠깐만 서 봐요.

여     됐다니까...

남     에이 서봐요. 그쪽 나무.. 그렇지. 그렇게 기대서...

        

(E)찰칵..


여     됐죠?

남     잠깐만요. 몇장만 더찍구.. 와 이건.. 정말 꽃과 여인이야.. 꽃과 여인.

        너무 잘 어울려요.


(E) 찰칵찰칵....


여     그만 찍어요.

남     은서씨 이거 봐봐요. (누르는 소리) 잘 나왔죠.

여     뭐..

남     내가 이거 파일 만들어서 이메일로 보내줄까요?

여     그러세요. 그리구 그만 가죠. 피곤한데.

(M)    사랑 그대로의 사랑 / 푸른하늘


남     그날 밤.

        난 파일을 이메일로 보내면서, 그녀에게 길고 긴 편지를 썼다.

        그동안 내가 그녀를 얼마나 오래 지켜봐 왔는지

        얼마나 마음 졸여왔는지..

        얼마나 좋아해 왔는지...

        몇 번을 썼다 지웠다 반복하며 편지를 완성했다.

        그리고 전송시키고 나서

        이게 과연 잘한 짓인지 몰라

        밤새 한숨도 못잤다.

        그리고 다음날...


(E) 걸어들어오는 소리


남     출근하자마자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이메일을 봤나.. 아직 안봤나..

        표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내 자리에 앉았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나를 봤다.

        눈이 마주쳤다.

        난 어색하게 인사를 했다.

        그러자 그녀는 여느때처럼 고개를 까딱.. 숙여

        무표정하게 인사를 하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아직 못본 것 같았다.

        지우자... 

        도저히 이렇게는 안되겠다 싶어 서둘러 컴퓨터를 켰다.

        그녀가 아직 이메일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지울 수 있다.

        서둘러 인터넷을 하려고 의자를 잡아 당겼는데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     부장님. 저 서초동 지점 외근 나갔다 올께요.

        

남     그녀가 인터넷 창을 닫자, 컴퓨터 바탕 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벚꽃이었다.

        내가 그녀에게 보내준 벚꽃 사진이 바탕 화면 가득

        깔려 있었다.

        내가 놀라서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가 나를 보며

        살짝 웃었다.

        나에게 처음으로 보여준 미소였다.

        그 순간.. 난 내 머리 속에서 벚꽃이 팝콘처럼 팡팡...

        터지는 기분이었다.

(M)    자꾸자꾸 / 일기예보


-----------------1부 끝 -----------------


(E) 문 열고 나오는


남     아내다.

        아내가 커다란 짐가방을 낑낑대며 들고 나오고 있다.


여     서영이 들어오면 외갓집으로 보내.

        어차피 당신이 서영이 못 챙기니까.

        그리구 서류는 며칠 안에 퀵으로 보낼거니까

        도장이나 잘 찍어서 돌려보내.

남     가서 장모님한테 무슨 좋은 소리 듣겠다고 거길 또 가냐?

        갔다 금방 올걸..

여     장난해? 지금 내가 장난처럼 보여?

남     그럼... 이게 이혼사유가 돼?

        벚꽃 놀이 가자 그래서 갔는데. 가서 몇마디 좀 투덜거렸다는 거?

        그게 이혼사유야? 아니면... 사진 찍다가 손 흔들렸다구?

        그게 이혼사유야? 그런 게 이혼 사유면 대한민국에 이혼안할

        부부가 어딨냐? 수전증 있는 남자는 다 이혼당하겠다!!

여     단순한거야? 바본거야? 내가 화난 이유를 진짜 몰라?

남     그래. 무슨 이유로든 화났다 치자구.

        화나면 무조건 짐부터 싸는 거.. 난 정말 싫어. 싫고. 이해 안돼.

여     내 마음을 헤아려 보려고 노력이나 했고?

남     여보. 

여     왜.

남     나는 당신 머슴이 아니야.

여     뭐?

남     나만 당신 입장을 이해해야 되고. 나만 당신 마음 헤아려야 되고.

        당신 위해 뭐든 해야 한다고 생각해?

        서로 같이 해야 되는 거 아냐?

여     난 아닌 것 같다구?

남     내가 느끼기엔 그래.

여     그래. 그러니까 우린 안맞는거야.

(M)    I Was Made For Loving You / Maria Mena


(E) 가방 끌고 걷는 소리


여     남편에겐 친정으로 금방 갈 것처럼 얘기했지만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가봐야 어머니 아버지한테 잔소리 들을 게 뻔하고

        올케언니와 친정 오빠의 눈치도 보일 것이다.

        최근 들어 이런 일이 잦았기 때문에 더욱 그럴 거고.

        사실 남편이 내가 가방 싸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것도

        이해는 된다.

        처음에야 무서웠겠지만 지금은 그러다 말겠지.. 하는 것 같다.

        이런 내가 나도 싫다.

        하지만... 가방을 싸는 것 밖에

        나에게 남은 무기가 없는 느낌이다.

        그런데 오늘은 가방을 쌌는데도 갈 곳이 없다니..

        참 처량하다.

(M)    하드코어 인생아 / 옥상달빛


(E) 커튼 젖히는


여     큰 맘 먹고 시내에 있는 별 다섯 개짜리 호텔에 방을 잡았다.

        하룻밤에 20만원이 훌쩍 넘어가는 돈을 써야 한다는 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떨리지만

        갑자기 이런 호사를 해 보고 싶었다.

        밤에 와인까지 한잔 시켜놓고 창가에 앉았다.

        멀리 아스라이 보이는 도시의 야경.

        그리고 호텔 가까이에 있는 작은 숲에 가득 피어있는 벚꽃들.

        예전에 남편과 첫데이트 하던 시절..

        벚꽃 아래를 걷던 때가 생각이 난다.

        그때의 기분으로 함께 걷고 싶다는 게 그렇게 큰 욕심인가.

        단지 벚꽃 구경을 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남편의 변해 버린 태도는 마치...

        지금의 내 처지가 과거와는 달라진 걸 얘기해주는 것 같아

        그게 서럽고 씁쓸한 거다.

        남편은 왜 나의 이런 마음을 몰라줄까.

(M)    Indian Flower / 이상은


(E) 전화벨


여     여보세요.

남     어디야.

여     무슨 상관이야.

남     지금 서영이랑 처가에 있어. 장모님 장인어른이 당신 어디 있냐고

        물어보셔서 친구 만나러 갔다 그랬어. 어디냐구.

여     말해주기 싫어.

남     사람 참.. 애도 아니고...

        아주 옷장을 싹 비워서 나갔더라. 겨울옷은 왜 갖고 갔냐?

여     겨울까지 안 들어가려고 그러지!

        내가 뭐.. 장난하는 줄 알아?

남     당신은 늘 장난이 아니지.

여     서영이는 놓고 집에 가.

남     내가 내딸을 왜 여기 놓고 가냐? 같이 집에 갈거니까

        웬만큼 하고 들어와.

여     안 들어갈거라니까?

남     지금 어디야. 얘기 좀 하자.

여     ...

남     어디냐구...

(M)    난 너를 사랑해 / 메이트


(E) 문 여닫는 소리


남     잘..한다. 여자 혼자 호텔방에서..

여     그럼.. 결혼한 친구 집엘 가? 공원에서 노숙을 하리?

남     그러게 갈 데도 없으면서 왜 나가?

여     당신이 이런 태도니까 갈 데는 없지만 들어가기 싫은거야.

남     담부턴 차라리 날 내쫓아.

여     당신이 내쫓는다고 나갈 사람이야?

남     뭐야.. 와인이야?

여     그래. 룸서비스 시켰어.

남     아주... 

여     왜? 돈? 내돈이야. 걱정마.

남     내돈 니돈이 어딨냐?

여     왜 없어? 갈라설 생각하니까.. 그게 젤 먼저 생각나더구만.

        내돈.. 니돈.

남     그래. 다 가져가라.

여     진짜지?

남     그래. 진짜야. 다 가져가.

여     못할 줄 알고.

남     서영엄마.

여     그렇게 부르지 마.

남     아까 집에 있는데 그거 생각나더라.

여     ...

남     당신 컴퓨터에 깔려 있던 벚꽃.

여     ...

남     내가 찍어줬던 사진 기억나지? 그 사진 참 잘나왔어.

여     내가 미쳤지.. 그거에 홀랑 넘어가가지구..

남     그래도 다행 아니냐? 그렇게 미쳤던 시간이 있었으니까

        가끔 이럴 때 되돌려 볼 추억이라도 있잖아.

여     웃기네. 추억 같은 소리 하지 마.

        난 당신한테 속았어. 나만 좋아하고.. 나만 위해주고..

        날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해줄 줄 알았는데...

        이게 뭐야. 내가 큰 거 바라는 것도 아니고..

        같이 얘기하고. 꽃피면 꽃길도 같이 걷고..

        우리가 서로.. 동반자라는 거.. 그거 잊지 않고 살고 싶다는 건데

        그거 하나 못해줘?

남     당신 말 무슨 말인지 모르는 거 아니야.

        그런데... 결혼 생활도 생활이야. 일상이야.

        늘 그렇게.. 당신이 꿈꾸는 이상적인 시간만 있을 수는 없어.

        가끔은 어긋나기도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기도 하고.

        이유는 설명할 수 없지만

        아무리 좋은 사람도 귀찮아지고.. 좀 떨어져 있고 싶기도 하고...

        그런데 당신은 그런 걸 용납 안하잖아.

        내가 늘... 당신만을 위한 이상적인 남편이 되길 바란다구.

여     난... 텔레비전에서 방금 튀어나온 것 같은 완벽한 남자가 돼 달라는

        게 아니야. 나는... 내가 사랑받으면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어. 그게 없으면 너무 허무하잖아.

(M)    봄이 오면 / Unique-Shadow       


여     어느새 와인 한병을 다 비웠다.

        길고 긴 대화를 나눴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위안이 됐다.

        

남     집에 가자.

여     싫어. 여기 하룻밤에 얼만데..

남     얼마면 뭐해. 난 집에 가야 맘 편하게 잠이 오는데..

여     가. 난 여기서 자고 갈거야.

남     가자구. 서영이 집에 혼자 있어.

여     미쳤어? 외갓집에 놓고 오지.

남     엄마 데리고 들어갈 거라 그랬어.

        오는 길에 아이스크림 사갈 거라 그래서 아마 안 자고 기다릴거야.

여     암튼.. 못살아.

        여기.. 지금 체크아웃하면 안깎아주나?

남     그런 게 어딨어.

여     .... 아우 아까워.

(M)    The Tide Is High / Duffy


(E)가방 질질 끌고 가는


남     택시 타고 가자니까.

여     호텔비로 얼마 썼는지나 알아?

남     어이구.. 참 알뜰이 나셨네.

여     ....

남     여기도 벚꽃 이쁘게 잘만 폈네.

        실컷 봐.

여     됐어. 벚꽃에 벚자도 꺼내지 마.

        누가 무슨 꽃구경 못해서 환장한 사람인 줄 알구.

남     다음주에 나랑 야구 구경 안 갈래? 잠실에..

여     내가 뭐 야구를 알아?

남     야구가 얼마나 재밌는 줄 알아?

        룰만 알고 나면.. 이게 치열한 두뇌싸움.. 기가 막혀. 스릴 있구.

여     난 야구 재미없어.

남     모르니까 재미없는 거라니까? 내가 가르쳐 줄게.

여     .... 배운다고 금방 아나?

남     금방 알아. 일단 쉬운 룰부터 알려줄테니까.. 집에 가서 배워.

        그리구 김밥이랑 싸서 야구장 가자.

여     ...뭐 그러든가 그럼.

남     야구장 가봐. 요샌 여자들도 얼마나 많이 오는데....

여     그래?

남     그래~

여     그럼 다음주엔 야구장 가고. 그 다음주엔 나랑 연극 한편 보러 가.

남     .... 연극?

여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모노드라마 한다는데 꼭 보고 싶단 말야.

남     .... 모노드라마가 재밌냐? 혼자서 막 그러는 게?

여     보다 보면 얼마나 재밌는데. 완전 몰입돼서..

남     .....그래?

여     같이 보러 가는거다?

남     ....그래 그럼.


여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간다는 건..

        인생의 여러 가지 구경 거리들이나 사건들을

        함께 구경하고..

        함께 겪어간다는 거 아닐까.

        오늘은 꽃도 보고.

        내일은 사람도 보고.

        모레는 바람도 함께 맞으며.

        가끔은 다른 곳을 보지만

        또 가끔은 같은 곳을 보며 같은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하고.

        다르지만 닮아가면서.

        아니면 닮아가도록 노력하면서.

        

(M) 주제음   소풍 / 도로시밴드


        

        














2010-04-15(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