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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1일 목요일 <음악에세이>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436 화 - 거짓말하는 남자

 

(M) 주제음  거짓말도 보여요 / 김현철

 

(E) 비오는 소리 뛰어오는 소리

여  이거 봐라...

남  미안미안..

여  또 이렇게 늦을 줄 알았지 내가.

남  아니 막 나오는데 전화가 왔더라구.

여  회사에서?

남  어떻게 알았어?

여  그거 지난주에 써먹은 거다?

남  아니야. 진짜야. 그리구 또 막 뛰어왔는데.

    내가 너무 서두른거지.

여  지하철 거꾸로 탔다구?

남  어.

여  레퍼토리 좀 바꿔라. 언제적 꺼 써먹구 그래.

남  내가 그렇게 진정성이 없는 사람 같아?

여  응.

남  ... 암튼 늦어서 미안. 어디 갈까?

여  늦게 오면서 그것도 생각 안하고 왔다 이거지?

남  생각 많이 했지. 이거저거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여  또 거짓말!

(M) 거짓말이야 / 김추자

 

여  내 남자친구는 거짓말을 잘한다.

    아주 밥 먹듯이 한다.

    처음엔 나도 속았다.

    아주 깜박 속았었다.

    생각해 보면, 둘이 사귀게 된 것도 그의 거짓말 때문이었다.

    그를 처음 만난 건 3년 전.

 

(E) 걸어가는데

 

남  저기요.

여  네?

남  이 아파트 단지에 사시죠?

여  ..왜요?

남  저두 여기 살아요. 108동.

여  ..네..

남  지난번에 개 데리고 산책하는 거 ?거든요. 슈나우저..

여  아.. 맞아요.

남  저두 개를 좋아해서.. 고놈 아주 잘생겼더라구요.

여  어머.. 감사합니다. 강아지 좋아하세요?

남  엄청요. 그래서 강아지 데리고 다니는 사람들 보면     

    꼭 한번씩 말 걸고.. 죄송해요.놀라셨죠.

여  아니에요. 나중에 개 데리고 산책 나오시면

    아는 척 하세요.

남  네. 그럴께요. 동물 병원은 어디 다니세요?

    사실은 제가 한달 전에 이사를 왔는데.. 아직 병원을 못 찾았어요.

여  아 그러시구나~ 탄천 옆에 아람동물병원.. 거기 좋아요.

    선생님 실력두 있으시구.

남  아.. 감사합니다.

여  나중에 예방주사 맞힐 일 있으시면 같이 가요.

    제가 선생님께 소개해 드릴께요.

남  정말요? 어우.. 든든하네요.

여  네. 그럼 오늘 반가웠어요. 안녕히 가세요.

남  잠깐만요.

여  네?

남  나중에 주사 맞힐 때 전화 드리려면.. 연락처가...

여  아 맞다. 연락처.

남  (기다렸다는 듯) 여기 종이랑 펜...

여  네. 제 번호가... 010...

(E)쓱싹쓱싹 적는

(M) Don't call It puppy love / 라이너스의 담요

 

(E) 개 짖는 소리들

 

여  어머나~ 시베리안 허스키. 너무 멋져요.

남  (잔뜩 쫄았지만 애써 티 안내고) 그..그렇죠? 제가 이렇게 좀..

    품격 있는 개를 선호하는 편이라.

 

(E)왈왈 짖으면

 

남  엄마야.

여  네?

남  아니에요. 그냥.... 험..

여  근데 어디가 안좋으세요? 안색이 창백해요.

남  제가요? 아닌데? 제가 원래.. 얼굴이 하얀 편이거든요.

여  그래요? 그런데 얜 이름이 뭐에요?

남  이름요. 얘 이름이.... 해피죠 뭐.. 개 이름이 뭐 다 그렇잖아요. 하하.

 

(E)  컹컹 짖으면

 

남  (헉 놀라고)

여  어머... 땀 좀 봐. 괜찮으세요?

남  예.. 뭐...

여  그런데 해피는 왜 이렇게 주인을 보고 짖어요?

남  아.. 이 녀석이.. 워낙 자유분방하면서도 배은망덕한 스타일이라...

    야 녀석아! 감히 주인님께 짖기는!!

 

(E) 컹! 큰소리 나고

 

남  (으악!!!!)

(M) What Can I do / Smokie

 

(E)똑똑 노크소리

 

남  네...

 

(E) 들어온다

 

여  좀.. 괜찮으세요?

남  (창피) 뭐하러 여기까지 오셨어요.

여  여기 과일이에요.

남  감사합니다.

여  의사는.. 뭐래요?

남  검사했는데 딴 건 괜찮다구... 상처 부위 아물면 퇴원하래요.

여  많이 놀라셨나봐요. 기절까지 하셔서 얼마나 놀랐는지...

남  그게.. 기절..이라기 보단.. 그냥 잠깐 눈을 좀 감고 있느라..

여  (웃음 참는) 그러게 뭐하러 그런 거짓말을 하세요.

    친구 개 빌려오셨다면서요.

남  ...... 저는 괜찮으면 저도 그런 거 한 마리 살라 그랬죠.

여  게다가 개 무서워하시는 분이라면서요?

남  누가 그래요?

여  개 주인분이요.

남  .... 창식이 이 자식을 그냥...

여  거짓말 하신 거에요?

남  .....

여  왜요?

남  그쪽이랑 친해지고 싶어서요.

(M) You / 스윗소로우

 

여  우린 그렇게 사귀게 됐다.

    그때 난 그의 그런 거짓말이 오히려 귀엽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래. 그 정돈 애교로 봐줄 수가 있었다.

    하지만 사귀기 시작하고.

    서로가 편해지고. 익숙해 진 후부터

    난 때때로 그가 불편함을 피하고자 하는 크고 작은 거짓말들이

    싫어지기 시작했다.

 

(E)전화벨

 

여  여보세요?

남  어.. 난데...

여  나 준비 끝났어. 지금 나가는데?

남  어후.. 어쩌냐.

여  왜?

남  창식이 할아버지.. 돌아가셨다는데...

여  그래서?

남  창식이 아버님이 외아들이시잖아. 친척도 많지 않고...

    운구 들 사람이 부족하대.

여  뭐?

남  아 자식.. 친구도 또 나밖에 없어요.

여  그래서 어쩐다구..

남  거기다 가깝길 해? 전남 영암 알지? 거기래요 장지가..

여  하고 싶은 말을 해!

남  오늘 못만날 것 같은데? 전남 영암 가야돼서.

여  그래? 알았어.

남  그래.. 이해해줘서 고맙다. 역시.. 난 여자친구 하나는 정말.. 잘둔 것  같애.

여  끊어.

(E) 끊고 어디론가 전화

여  안녕하세요 창식씨~

    네. 저두 잘 있어요. 민영씨도 잘 계시죠? 어머. 지금 데이트중이신가봐요.

    아.. 영화 보러 가셨구나. 아.. 무슨 일이라기 보다는요.

    지난번에 우리 커플 데이트할 때. 민영씨가 저한테

    뭐 부탁하신 화장품 샘플이 있거든요. 구했다구 다음에 볼 때 전해

    드리겠다구.. 그 말씀 좀 전해주세요. 네. 그럼 데이트 잘하세요.

    (상냥하게 웃으며 끊고, 살벌해지는) 김봉덕. 딱 걸렸어.

(M) 웃기네 / 하늘

 

남  은서야. 일단 내 얘기를 들어봐.

여  창식씨는 지 할아버지 돌아가셨는데. 장례를 영화관에서

    치르나보지?

남  아니야. 설마 그러겠어? 그런 게 아니라..

여  됐고! 정말 넌 어쩌면 그렇게 입만 열면 거짓말이야?

    나한테 진심을 말한 적이 있긴 있어?

남  아! 아! 꼬집지 말고... 꼬집지 말구 얘기해... 아!

여  정말... 너무하잖아!

남  아니... 너랑 약속 다 했는데. 선배 형들이 비온다구 술 먹자는데...

    여자 만나러 가야 한다구 하기가 그래서....

여  그래서 나한텐 거짓말 하구?

남  사실대로 말하면 니가 기분 나쁠까봐 그랬지.

여  어머나.. 배려해 주셔서.. 덕분에 지금 기분 너무 좋아 죽을 것 같네~

남  이렇게 들킬 줄은 정말...

    아니 어떻게 그런 핑계를 대서 창식이한테 전화를 할 수가 있냐?

    넌 정말... 형사 시험 봐봐.. 잘 할 것 같애.

여  시끄러!

남  ....응. 난 니가 머리가 좋은 것 같단 칭찬을 하는건데..

여  아니.. 연인 간에 이렇게 신뢰가 안 쌓여서야...

    뭘 도모하겠어!

남  .... 난 근데 무슨 큰 거짓말이라든가...

    악질적인 거짓말은 안하는 편이잖아? 안그런가?

여  자랑이네.

남  한번만 용서해주면.. 진짜 거짓말 안 할게. 응?

(M) 늑대와 함께 춤을 / 임창정

 

여  하지만 작년 내 생일.

    난 정말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  ....뭐라구?

남  그날.. 출장을 갈 것 같다구.

여  ...내 생일인데?

남  그러게. 갔다 와서 좋은 데 가 밥 먹자.

여  ...내 생일인데?

남  그러니까. 다녀와서 보자구.

여  아니.. 그래두..

남  너두 회사생활 하니까 알겠지만.. 회사 일이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여  .....

남  미안하게 됐다.

 

여  하지만 난 그 사람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생일 당일...

    내가 회사에 심어둔 여직원 스파이를 통해

    그 사람이 정말 출장을 가는지 확인해 보았다.

    그런데....

    출장 같은 건 없다는 거였다.

    정말.. 기가 막히면 웃음이 나온다는 말이 맞았다.

    전화기도 꺼두고

    혼자서 바에 가 칵테일 몇잔을 마신 후

    집에 돌아왔다.

 

(E)열쇠로 문 여는데

(E) 폭죽 터지면서, 빵빠레

 

남  은서야 생일 축하해!

여  ....뭐야 이게 다?

남  생일에 약속도 없으면서 왜 이렇게 늦게 와.

    불꺼놓고 쭈그리고 앉아 기다리다가 다리에 쥐 나서 죽는 줄 알았잖 아.

여  출장 간대매!

남  뻥이었지.

여  몰라 정말! 다시는 거짓말 안한대매!!!

남  그래도 쫌 감동스럽지 않아? 어? 우네?

    너무 감동해서 우는거지.

여  웃기고 있네. 짜증나서 울어 짜증나서.

    어우 죽었어 김봉덕!

남  야... 야... 꼬집지 말고 말해. 아!!

 

(M)     거짓말 / 빅뱅

------------1부 끝 -----------

 

(E) 비오는 소리

 

여  어떻게 3년이 갔는지 모르겠다.

    그 사람 때문에 울기도 하고, 그 사람 때문에 웃기도 하면서

    그 시간을 보냈다.

    내가 가진 것들을 잃어버리거나 포기해야 할 때도 있었고

    그 사람이 가진 것들을 빼앗아 와야 할 때도 있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많이 닮아갔다.

 

(E) 오는

 

남  오래 기다렸어? 퇴근 막 하려는데...

여  됐어. 그냥 앉어.

남  어 그래. 여기 커피 주세요.

여  이거 봐봐.

 

(E) 뭔가 종이 쫙 펴는

 

남  이게 다 뭐야?

여  앞으로 주말마다 우리가 해야 할 일들 목록이야.

남  어후.... 뭐야 다...

여  뭐긴 뭐야! 한글 못읽어?

    일억 이상 일억오천 이하의 전세 아파트 계약하기.

    결혼식장 알아보기

    웨딩사진 스튜디오 알아보기

    웨딩드레스 고르기

    결혼식 당일 헤어랑 메이크업 해줄 업체 찾기

    꽃 장식 업체 찾기

    가전제품 고르기

    가구 고르기

    인테리어 소품 고르기

    그리구 각종 예단과 예복...

남  저기.... 잠깐만. 그냥 듣기만도 숨차다.

여  아직 안 끝났어. 청첩장 디자인 고르기.

남  알았어. 잠깐만...

여  왜~ 이번 주말부터 시작해야 한다구.

남  뭐가 이렇게 많어. 이걸 다 해야 한다구?

여  더 중요한 거 남았어. 신혼여행지 정하기. 아 맞다..

    신혼여행 가서 입을 옷 사기. 우리 디지털 카메라도 하나 사야잖아?

남  아니... 무슨 결혼을 하는거야. 우주로 이사를 가는거야.

    뭔 할 일들이 이렇게 많은거야.

여  당연히 많지. 이런 고생도 안하고 공짜로 결혼할라 그랬어?

    이런 각오도 없이.. 청혼했단 말이지?

남  남들도 다 이렇게 하고 결혼한다구?

여  다 그러는지는 몰라두.. 보통은 이렇게 해.

남  너의 보통과 나의 보통이 좀 다르다...

여  나 이거 목록 뽑는데만 꼬박 하루 걸렸어. 협조 잘해주길 바래.

남  어쩌지? 나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면서....

    어.. 잠깐만. 배도 좀 아프구...

여  거짓말로 부족해서.. 이제 꾀병까지 부리시겠다?

남  심리적인 게 육체에도 원래 영향을 끼치고 그러는거야.

    마음이 불편하면 몸이 반응을 한다니까?

여  거짓말쟁이.

남  야아..

여  청혼도 거짓말로 한거야?

남  내가 정신 나갔냐? 청혼을 거짓말로 하게?

여  그럼 왜!

남  .....알았어. 그런데 우리 결혼을 봄..말고 가을에 하자.

여  ....왜?

남  이거 다 할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잖아.

여  그렇긴 하지. 그럼 상견례도 좀 미루고?

남  아무래도...

(M) 청혼/ 노을

 

(E) 커피 따르는

 

여  결혼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오고 나서..

    그 사람은 변하기 시작했다.

    난 퇴근 후에도.. 주말에도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혼자서 커피 마시고. 혼자 영화 보고.

    혼자 백화점이나 시장을 돌아다니며.. 이거저거 구경하면서

    이걸 사야 하나 저걸 사야 하나... 망설였다.

    그는 늘 바쁘다고 했고

    힘들다고, 피곤하다고 했다.

    예전 같으면 다 받아줬을 내 잔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결혼이... 부담스러웠을까.

    그와 마주앉아 얘기할 기회가 없으니

    난 혼자 생각하면서, 불길한 예감을 점점 더 키워갔다.

(M) The Rain / Melody Gardot

 

(E) 전화 거는

 

남  여보세요.

여  나야. 어디?

남  회사지. 이번 주말 일한다고 했잖아.

여  저번 주말엔 안했어 뭐?

남  뭐하는데?

여  뭐하겠어? 나 혼자 예식장 알아보다가 너무 힘들어서

    그냥 들어왔어.

남  잘했어. 나중에 나랑 같이 가.

여  나중 언제?

남  좀 있다가...

여  이런 저런 핑계로 미루면서 결국 내가 포기하길 바라는 거 아냐?

남  뭐?

여  내가 그냥 먼저 포기해줘야 하는데

    너무 눈치 없이 계속 붙어서 결혼하자는 건가?

남  넌... 속도 모르는 소리..

여  솔직히 말해. 거기 회사 맞아?

남  그럼 어디겠어.

여  알았어. 끊어.

 

(E) 엘리베이터 누르는

 

여  난 그때 이미 그의 회사 로비였고.

    전화를 끊자마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그의 사무실이 있는 15층으로   올라갔다.

 

(E)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E) 도도하게 걸어가는

 

여  그리고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거기엔... 그가 있었다.

    그리고... 동료 직원들 몇몇도 함께 있었다.

    그의 말이 맞았다.

    그는 정말 주말에도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황당한 듯이 나를 보는 그 사람과, 그 사람 동료들의 눈을 피해

    가운데 걸린 거울을 봤는데

    그 거울에 비친 내가 너무 초라했다.

    그게....슬펐다.

(M) 투명인간 / 손담비   

 

(E) 걸어가는데 쫓아오는

 

남  은서야.

여  놔

남  은서야

여  (힘없이) 놔줘..제발...

남  너 정말...

여  나 지금 창피해서 죽어버릴 것 같단 말이야.

    그러니까 말 시키지 말고 보내줘.

남  니가 왜 그랬는지 알아.

여  알긴 뭘 알아. 내 맘을 뭘 알아.

남  내가 너한테 거짓말 했을 까봐 온 거잖아.

여  ....

남  너한테 거짓말 했어.

여  ...

남  결혼 가을로 미루자고 한 거.. 사실은 돈 때문이야.

여  뭐?

남  너한테 말 하지 않은 집안일이 있어. 아버지 하시는 일이 좀 어려워 져서

    나 결혼할 때 집에서 도와줄 수가 없대.

여  ....

남  그래서 나한테 시간이 좀 더 필요해. 지금까지 내가 모은 걸론...

    니가 원하는 결혼식 할 수 없을 것 같거든.

여  하아.... 그래서.... 야근도 하고 주말에도 나와 특근도 하고

    그런거야?

남  얼마 안되는 거야 잘 알지만... 일단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었어.

여  나 이렇게 바보 만들면서?

남  .....

여  나 이렇게 창피하게 만들면서?

남  ......

여  나는.... 난 그런 결혼... 내가 말했던 그런 결혼, 꼭 필요한 거

    아니야. 왜 그렇게 내 마음을 몰라.

    나는.... 그냥 자기가 필요했어.

    내 말에 동조해주고, 나랑 많은 시간 같이 해주는 당신.

    난..... (말 못 잇고)

    왜 그렇게 날 몰라.

    나도... 자기를 몰랐지만. 자기도 참 나를 모른다.

남  .....

여  아니야.... 아니야. 내가 미안해.

    내가 철없었어. 난... 아무 것도 필요없어.

    그냥 우리 둘.. 가진 걸로 정성껏 준비해서...

    소박하게 시작해. 이렇게 애쓸 거 없어.

    (애써 웃음) 단거리 100미터 뛰고 말거야?

    인생은... 마라톤이라면서...

(M) 우리 결혼할까 /리사

 

(E)백화점 소음

 

남  은서야... 여기.. 이거 봐.

여  완전 이쁘다. 근데 좀 비싸. 우리 저건 결혼 일주년에 사자.

남  이쁜데...

여  저쪽에 기획상품 나온 것도 괜찮아. 그거 보러 가.

 

(E) 가는

 

남  은서가 내 손을 이끌고 앞서 걷는다.

    그녀는 나를 믿어주는 유일한 여자다.

    한달 전만 해도... 난 은서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안되겠다 생각한 건

    은서로부터 이 얘기를 들었을 때였다.

 

남  아니... 무슨 결혼을 하는거야. 우주로 이사를 가는거야.

    뭔 할 일들이 이렇게 많은거야.

여  당연히 많지. 이런 고생도 안하고 공짜로 결혼할라 그랬어?

    이런 각오도 없이.. 청혼했단 말이지?

남  남들도 다 이렇게 하고 결혼한다구?

여  다 그러는지는 몰라두.. 보통은 이렇게 해.

 

남  갑자기 확 얄미운 마음이 들었고.

    앞으로 결혼식 할 때까지 날 얼마나 볶아먹을 것인가...

    암담해지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결혼을 하고 나면....

    그땐 또 어떻게 할 것인가....

    3년이나 만났으니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녀가 너무나 청혼을 기다려서

    할 수 없이 청혼을 했지만

    난 마음이 점점 식어가는 걸 느꼈다.

    친구들은, 연애를 3년씩이나 해봤음 됐지

    뭘 같은 여자랑 결혼까지 하려고 하냐는

    농담을 던졌다.

    그래서 그녀를 피하기 시작했다.

    바쁘다고, 힘들다고, 피곤하다고

    변명을 늘어놨고

    짜증도 늘어갔다.

    당연히... 거짓말도 늘었다.

(M) River / Lasse Lindh

 

남  그리고 그녀가 날 믿지 못하고 회사까지 왔을 땐

    이제 정말 끝내고 싶다... 생각했다.

    그래서 거짓말을 했다.

 

남  너한테 말 하지 않은 집안일이 있어. 아버지 하시는 일이 좀 어려워 져서

    나 결혼할 때 집에서 도와줄 수가 없대.

여  ....

남  그래서 나한테 시간이 좀 더 필요해. 지금까지 내가 모은 걸론...

    니가 원하는 결혼식 할 수 없을 것 같거든.

여  하아.... 그래서.... 야근도 하고 주말에도 나와 특근도 하고

    그런거야?

남  얼마 안되는 거야 잘 알지만... 일단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었어.

여  나 이렇게 바보 만들면서?

남  .....

여  나 이렇게 창피하게 만들면서?

남  ......

여  나는.... 난 그런 결혼... 내가 말했던 그런 결혼, 꼭 필요한 거

    아니야. 왜 그렇게 내 마음을 몰라.

    나는.... 그냥 자기가 필요했어.

    내 말에 동조해주고, 나랑 많은 시간 같이 해주는 당신.

    난..... (말 못 잇고)

    왜 그렇게 날 몰라.

 

남  그때 그녀 눈에 맺힌 눈물을 보는데....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었다.

    저 여자는 정말 나를 많이 사랑하는구나...

    내 거짓말까지도 진심으로 믿어주는구나....

    내가 어디 가서 저런 여자를 만날까.... 싶었다.

    반성했고. 미안했다.

    그래서... 다시 마음을 고쳐 먹었다.

(M) How To Break a Heart / Westlife

 

(E) 접시 뒤적이는 소리

 

여  자기야. 이거 어때?

남  어.... 이쁘네.

여  부부찻잔은 아마 선물로 들어올거야. 우리 그건 생략해.

 

남  내 이야기의 어디까지가 거짓말이고

    어디까지가 진심일까...

    그걸 나도 잘 모르겠다.

    마음이 변하는 것처럼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것도

    순간순간 변한다.

    완벽한 진실이 없듯이

    완벽한 거짓도 없다.

(M) 주제음

 

 

 

  





2010-04-01(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