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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4일 목요일 <음악에세이>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432 화 - 신입사원 길들이기

 

(M) 주제음  Lovely Day / 유진

 

(E) 창밖으로 비오는 소리

 

여  봄비다.

    작년 이맘 때. 이렇게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

    난 처음으로 이 회사에 출근했었다.

    대학 졸업하고 백조로 놀고먹기를 3년.

    취업재수생으로 집에서도 구박떼기 되고..

    남자친구한테도 차이고..

    그랬던 내가 당당히 회사에 합격해 첫 출근하던 날.

    난 얼마나 떨렸던가..

    얼마나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던가...

    그날 출근하던 길에

    우산 위로 투둑툭.. 떨어지던 빗방울 소리는

    내게 음악 소리처럼 들렸다.

(M) 비오는 날 / 루싸이트 토끼

 

여  하지만 지난 1년

    회사 생활은 쉽지 않았다.

    군대 못지않게 서열 관계가 확실한 우리 부서에서

    막내로 살아남기란.. 정말 보통 독한 맘 갖고는

    안되는 일이었다.

    맘 같아선 몇 번이라도 때려 치우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친구들이 좋은 회사 다닌다고 부러워했고

    부모님도 이웃분들게 자랑하고 다녔고

    심지어 나를 찼던 남자친구도 슬그머니

    연락을 해 왔기 때문이다.

    이 회사를 다닌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내 위치가 이렇게

    달라졌는데.... 그래. 참자.. 이깟 구박.. 참아내자...

    이를 꽉 물고 참았다. 그리고 별렀다.

    1년만 지나봐라...

    내 밑으로 신입 하나만 들어와 봐라.

    넌.. 죽었으.

(M) Take on Me / Reel Big Fish

 

여  아... 갑자기 얘기 하다 보니 눈물이 날 것 같다.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날이 오늘인 것이다.

    봄비가 내리는 오늘. 나의 신입이 들어온다.

(E) 커피 타는

여  난 커피 한잔을 비장하게 마신다.

    그래. 이 커피 내 손으로 타 마시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E) 누군가 들어오는

남  (목소리 깔고)저...

(E) 자동 벌떡 일어나는

여  네. 무슨 일로 오셨죠?

남  저 신입사원인데요. 이번에 이 부서로 발령받은...

 

여  나는... 내가 모르는 부장님인 줄 알았다.

    얘.. 얼굴이 왜 이렇게 폭 삭았어?

(M) She Bop / Cyndi Lauper

 

여  (흥분 애써 가라앉히는) 아니.. 그러니까 나이가.. 서른..

남  서른 다섯입니다.

여  서른 다섯.. (후...) 입사가 많이 늦었네요?

남  제가.. 서울대 졸업하고..

여  ...서울대 나왔어요?

남  예. 그리고 미국에 가서 MBA 마치고...

여  MBA...?

남  네. 와튼에서..

여  아..네...

남  그리고 국내에 들어와서 대학 강단에 좀 섰는데...

여  ...강단...

남  아무래도 가르치는 일보단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고 체험하는 게

    저랑 맞는 것 같아서요.

여  아...네...

남  선배님이신가보죠?

여  ...(힘없이) 그럼 선배지 후배겠어요...

남  하하.. 농담두. 그럼 선배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여  .....(힘없다) 네...뭐...

(M) 잘 부탁드립니다 / Ex

 

여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나.

    나는 왜 이렇게 재수가 없나.

    정말 한숨만 팍팍 나왔다. 선배들은 우리 부서에

    슈퍼루키가 들어왔다며 얼마나 좋아들 하는지.

    토익이 만점이라는 둥.. 4개국어에 능통하다는 둥..

    하루 종일 능력자인 신입사원의 스펙에 놀라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날 보며 이렇게 말했다. “은서야. 뭐하냐. 선배 커피 한잔.”

    미웠다. 신입이 밉고 또 미웠다.

    그래서, 난 내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복수를 했다.

 

(E)사무실 소음

 

남  윤선배님.

여  왜요.

남  이거 복사용지가 자꾸 걸려서..

 

여  흥! 그 노땅 복사기는 나만이 잘 다룰 수 있다구!

    하지만 내가 너에게 그 노하우를 전수해 줄 순 없지.

 

남  ...저... 선배?!

여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다시 한번 잘 해 보세요. 난 바빠서...

(M) Get The Party Started / Pink

 

(E) 삼겹살집.. 치익 구워지는.. 사람들 소음 등

 

여  얼마 후 신입사원 환영회 겸 회식이 있었다.

    노땅 신입은 비위도 좋아서

    자기보다 몇 살씩 어린 사람들에게도 선배님.. 선배님..하며

    잘 따랐다. 술도 넙죽넙죽 잘 받아서 마시고. 얼굴도 안 빨개지고.

    도대체 못하는 게 뭐야.

    이렇게 완벽한데 왜 하필 우리 부서에 온거야!

    난 너무 속상해서 술을 마시고 또 마셨다.

 

남  윤선배.

여  왜요.

남  한잔 따라 드리려구요.

여  ... 그러세요.

(E) 소주 따르고

 

남  드세요.

여  아 내가 알아서 마셔요.

남  에이.. 한잔 드시고 저도 주셔야죠.

여  아..거..참.. 알았어요.

    (마시고.. 크...)

(E)  따라주며

여  됐죠.

남  그런데 궁금한 게 있어요. 선배는 왜.. 나를 싫어해요?

여  뭘 싫어해요 내가?

남  제 바로 윗분이니까 제가 가장 잘 모셔야 되는 분인데

    저를 껄끄러워하시는 것 같아서... 제가 좀 죄송하고 그래요.

여  모시기는..뭘..

남  제 나이가 너무 많아서 불편하세요?

여  아니 꼭.. 그렇다기보단..

남  저 이 회사 오기 전에 여기저기 원서 냈는데 많이 떨어졌어요.

여  ....왜요? 그렇게 스펙이 완벽한데?

남  글쎄요. 제 생각엔 나이 때문인 거 같아요. 지금 같은 상황..생길 수

    있잖아요.

여  ......내가 뭘 어쨌다구요.

남  회사란 데가 일만 하는 데가 아니고. 사람들끼리 많이 부딪혀야

    되고..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아직까지 나이가 민감한 문제죠.

    특히 후배가 자기보다 나이가 많으면.. 불편해 하는 사람들도 많고.

여  아니에요. 나는.. 그렇게 촌스런 사람 아니에요.

남  (반갑고) 정말요?

여  ....정말이죠. 난.. 내가 요새 그랬던 건... 내가 요즘 몸이 좀

    안좋았거든요. 그래서 신입인데 잘 챙겨주지도 못하고.. 내가 그랬네?

    나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M) 여우랍니다 / 이수영

 

(E) 비오는 소리

 

여  회식이 끝나고 나왔을 때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모두 뿔뿔이 흩어졌고.

    난 내가 가장 아끼는 가방이 젖을까...

    외투 속에 넣어 꼬옥 껴안고 달려갈 태세를 갖췄다.

    이때.

 

남  선배. 윤선배.

여  아직 안 갔어요?

남  여기 잠깐 있으세요. 우산 사올께요.

여  아니에요. 나 길 건너서 금방 버스 타면 되는데...

(E) 벌써 뛰어가는

여  아니.. 난 괜찮다고..

    (사이 있다가 궁시렁 혼잣말) 달리기도 엄청 잘하네...

    다리가 길어서 그런가....

(E) 비오는 소리 잠깐..

여  .... 다리가 기네 진짜? 비율이 괜찮아... 얼굴도 작고...

    운동하나? 몸매도 좋고... 거...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네...

(M) 루팡 / 카라

 

(E) 비오고, 뛰어오는

 

남  여기 우산요.

여  아니 뭐하러 이거 사러 뛰어갔다 와요.

남  비 맞고 집에 가게요? 몸도 약해 보이시는데.

 

여  태어나서 처음 듣는다 이런 말. 몸이.. 약해 보일 것 같단다.

 

남  그럼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여  아니.. 저기.. 김봉덕씨는.. 뭘 쓰고 가야지...

남  저희집 바로 저기에요. 오피스텔.

여  원래 집이 거기에요?

남  집은 분당인데.. 회사가 너무 멀어서.. 근처에 오피스텔 입주했어요.

 

여  ....게다가 있는 집 자식인가봐.

    저 오피스텔.. 진짜 비싸고 좋은 덴데.

    하루 아침에 마음이 전 뒤집히듯 뒤집혀

    나도 나에게 창피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원래.. 운명이라는 게..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거 아닌가? 난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M) 처음처럼/ T-ara

 

여  다음날 아침.

 

남  오셨어요? 커피 한잔 드려요?

여  (완전 다정) 아니에요. 커피는 내가 더 잘탈걸?

    내가 타줄께요. 우리 봉덕씬 아메리칸 스타일이라

    설탕이랑 크림 안넣죠?

남  ... 감사합니다. 안 그러셔도 되는데...

 

(E) 커피 만들고, 주는

 

여  여기...

남  아 맞다. 잠깐만요. 저 이거 복사 먼저 해야 하는데...

    이게 자꾸 걸려서..

여  스탑! 이 복사기를 만지는 데는 요령이 있어요.

    일단 쓰기 전에 무조건 전원을 한번 껐다 켜.

(E) 전원 껐다 켜고..

남  아...

여  그리고.. 여기 종이 넣는 데에.. 종이를 열장 정도만 넣고..

(E) 철커덕 열었다 닫는

여  그리고 예열이 중요해요.

남  아... 예열...

여  자 이제 됐어요. 해 봐요.

(E)복사 지잉....

남  어 진짜 되네요. 신기해요.

여  (훗..) 뭘요. 이 정도루. 회사 생활 하다가 힘든 점 있으면

    언제라도.. 얘기해요.

남  감사합니다.

 

여  무미건조했던 사무실 안에 내게 의미있는 사람 하나

    앉아있는 것만으로... 이렇게 기분이 달라질 수 있는건가.

    같은 공간마저 달리 보인다.  

    커피를 마시며

    복사를 하고 있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자니...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사랑에 빠졌다는 걸.

(M) 난 사랑에 빠졌죠 / 박지윤

-------------------1부 끝 ---------------------

 

 

(E) 밥 먹는

 

남  이 집 밥이 전 좋더라구요.

여  왜요?

남  집 밥 같잖아요.

여  집에서 나와 살아서 그런가부다. 원래 엄마 떠나면 집 밥이

    그리운 법이잖아요.

남  ....뭐 집에 살 때도 집 밥 먹고 살진 않았어요.

여  왜요?

남  어머니가 어렸을 때 돌아가셨거든요.

여  ....아...

남  어렸을 때 엄마가 김밥 싸주셨던 거 가끔 기억나요.

    어디 가서 사먹어도 이상하게 그 맛이 안나.

 

여  이런 게 모성애라는 건가.

    가슴이 짠해지며. 그깟 김밥 백줄이라도 말아주리...

    결연한 결심을 하게 되는 것이었다.

(M) 연애의 기초 / 핑클

 

(E) 클릭하는

 

여  업무시간에 부장님 모르게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가

    핑크빛 하트가 뿅뿅 그려진 원피스를 지르고 있는

    날 발견했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난 저따위 원피스 입는 여자들 뭐냐며..

    남자들이 저런 유치한 옷을 암만 좋아한대도

    난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절대 못입는다며...

    큰소리 쳤던 내가. 오늘 레이스 달린 가디건이랑 하트 원피스랑

    리본 달린 구두를 샀다. 아... 공주스러운 머리띠도.

    주말엔 미장원 가서 셋팅펌이라도 할까... 그러고 있는데

    옆팀 미정씨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해줬다.

    개발부 백여우 미스 차가 그 사람에게 저녁 먹자며 들이댔다는 것.

    그런데 더 기가 막힌 건.. 그 사람이 그러자고 했다는 것.

    미정씨는 또 한명의 킹카가 백여우에게 넘어갔다며

    미스 차를 욕했다.

    하지만 난 마치 남편을 뺏긴 유부녀의 심정이 되어

    미스 차보다 그 사람이 더 미웠다.

    어떻게 날 두고... 이럴 수가 있어?   

(M)     Killer / 베이비복스

    

여  그날 퇴근 시간.

 

남  선배. 저 먼저 들어가 볼께요.

여  (딱딱) 어딜 가요?

남  네?

여  요 며칠 그냥 말 안하고 지켜봤는데. 김봉덕씨 왜 그래?

남  아.. 제가 뭐 잘못한 거라도...

여  여섯시 땡하면 막내 먼저 들어가는 거. 어느 회사가 그래요?

남  ....

여  선배들 다 앉아 있는데... 제일 막내가...

남  죄송합니다. 저는 오늘 일이 다 끝나서...

여  일이 끝나는 게 어딨어요? 해 논 거 다 가져와 봐요.

 

(E) 뭔가 내려놓고

 

여  이..이걸 다 했다구요?

남  예.

여  가만 있어봐. 하는 건 누가 못해? 제대로 해야지.

    있어봐요. 내가 하나 하나 검토할 거니까.

(E) 한 장씩.. 넘겨보는

(E) 시계 초침 소리

 

여  30분... 한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그 사람의 전화는 몇 번이나 울렸지만

    그는 난처한 표정으로 받지 못하고 있었다.

 

(E) 진동 오는

 

여  받아요.

남  네?

여  받으라구요. 자꾸 누가 찾는 모양인데..

남  잠시만.. (조금 옆으로 가서) 여보세요? 네. 아 미안합니다. 오늘은

    좀 곤란할 것 같아서요. 잔무가 있어서..

 

여  흥! 약 좀 오를 거다. 백여우 같은 미스 차지연.

 

남  주말에요?

 

여  이런...

 

남  아.. 네 알겠습니다. 제가 오늘 약속 펑크냈으니까

    당연히 맛있는 거 사드려야죠. 네. 다시 연락 드릴께요.

(E) 전화 끊고 오는

여  (애써 평정심) 김봉덕씨 뭐.. 들을라 그래서 들은 건 아니지만

    주말에 약속 잡는 거 같던데.

남  네.. 실은 제가 오늘 약속이 있었는데.. 지키지 못하게 돼서요.

여  어떡하나? 또 못 지킬 것 같은데 그 약속?

남  네?

여  부장님이 팀 짜서 기획안 만들어 내라고 했잖아요.

    그거 김봉덕씨랑 나랑 하겠다 그랬거든

남  그런데.. 그거 다음달까지 아니에요?

여  미리미리 해야죠! 아니 다음달까지라고 다음달에 시작할거야?

    다른 사람들보다 한 발 앞서가려면 한 걸음 먼저 시작해야

    한다는 거 몰라요?

남  ....그러네요.

여  저기.. 약속 취소하시고. 주말에 회사에서 봅시다.

(M) Oh! / 소녀시대

 

(E)컴퓨터 타닥타닥

 

여  아무도 없는 주말.

    그 사람과 나만 이 큰 회사에 나와 있으니

    뭔가 묘한 기분이다.

    사실.. 이런 분위기를 원했던 거지만. 또 막상 이런 상황에 놓이고

    보니 좀 쑥스럽고 부끄럽고 수줍은 건 사실이다.

    물론.. 부장님의 기획안은 핑계다. 내가 언제부터 그렇게 부장님

    말씀을 잘 들었던가! 난 그저.. 사람들 없을 때 엊그제 지른

    이쁜 옷 입고.. 구두 신고.. 그 사람 앞에서 한껏 이쁜 척을

    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리고 자칫.. 차지연에게 넘어가려는 그 마음을

    붙잡아서 되돌리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데 저 사람은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일만 무지하게 열심히 한다.

    쟨 정말 아무 사심도 없이 일만 하러 온 것 같다.

 

(E) 괜히 의자에서 일어나고

 

여  (기지개) 어우 피곤하다. 우리 좀 쉬었다 할까요?

남  아뇨. 전 괜찮습니다.

여  아... 그렇구나. 그런데 김봉덕씨. 주말에 나오라 그래서 삐졌어요?

남  아닙니다.

여  에이 아니긴. 데이트 약속도 취소하게 하고. 삐졌잖아요.

남  취소 안했어요. 신경 안쓰셔도 돼요.

여  취소 안하면...

남  심야영화 보기로 했어요. 밤 12시에 시작하는 거.

    그때까지 일 시키실 건 아니죠?

(M) 토요일밤에 / 손담비

 

여  정말 뭐 피하려다 뭐한테 걸린다고.

    단둘이 토요일밤에 심야영화를 보겠다고?

    내가 아주 둘이 사귀라고 멍석을 깔아준 격이 됐다.

    오늘밤. 두 사람이 만나고 나면 게임 끝인데?

    이대로 앉아서 당할 순 없었다.

    저 사람은 내 신입이고. 내가 좋아하는 남자다.

 

(E) 뭔가 뚜껑 여는

 

여  김봉덕씨.

남  네.

여  내가.. 뭘 좀 싸와봤는데.

남  네?

여  김밥을.. 내가 좋아해서요. 뭐.. 먹어볼래요?

남  직접 싸신 거에요?

여  나 원래.. 요리하고 뭐 그런 거 좋아해서.. 꽃꽂이랑.. 뭐 그런 거..

    먹어봐요. 대충 말아서 맛이 어떤지 모르겠네.

 

여  밤 새서 만 김밥이다. 엄마한테 감수를 열 번도 넘게 받은.

 

남  맛있는데요?

여  ....그래요? 대충 한 건데.

남  정말 맛있어요.

여  많이 먹어요. 이거... 한단 더 있어.

(M) 내 얘길 들어봐 / 파파야

 

(E) 초침 소리

 

여  대충 할 일도 끝나가고.. 시간은 저녁 8시가 넘었다.

    이제 더는 붙잡을 핑계도 없다.

 

남  (서류 탁탁 정리하고) 안 나가세요?

여  에? 아.. 가야죠.

남  집으로 가세요?

여  뭐.. 어디로 가요?

남  저도 집으로 가야 할 것 같은데요?

여  왜요? 약속.. 있다며?

남  취소됐어요.

여  (반가운) 어머. 그래요? (자기도 모르게)잘됐다.

남  네?

여  아니... 피곤할텐데 잘됐다구요. 하루종일 일하고 밤에 영화 보려면

    얼마나 힘들겠어.

남  피곤하세요?

여  네?

남  사실은 표를 예매해 뒀는데. 취소하기도 아깝고. 만약에 선배 컨디션

    괜찮으면 같이 가서 보자고 할까... 했는데.

여  내 별명 뭔 줄 알아요?

남  네?

여  마징가잖아요. 내가.. 무쇠팔 무쇠다리라고.. 암튼 나는 정말.. 뭘 해도

    안 지쳐. 한번 지쳐봤으면 좋겠어.

남  안 피곤해요?

여  전혀!

남  같이 갈래요 그럼?

(M) 여우야 / 더 클래식

 

(E) 영화 보는 소리

 

여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거.

    그 사람 옆에 있을 땐 내 몸이 녹아 내릴 것 같은 거.

    더..더.. 더 친해지고 싶은 거.

    나에게 그 사람이 그렇듯이

    그 사람도 나를 그 어떤 의미로 생각해 줬으면 하는 거.

    영화를 보는 내내. 난 그림은 하나도 안 보고

    내 마음속의 소망에만 집중했다.

    실로 오랜만에 행복감으로 충만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의 이런 사랑을.. 아무도 모르지만...

    그 사람조차 모르지만... 상관없었다.

    내 이런 마음 하나면.. 영원히 몰라도 상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M) 유난히 / 김진표

 

(E) 걸어오는 소리

 

남  오늘 김밥 진짜 맛있었어요.

여  오늘은 진짜 못 싼건데. 맘 먹고 싸면 진짜 맛있거든요.

남  선배 요리 같은 거 못한다던데.

    원래 치마도 안 입고.

여  아니 누가 그래요? 누가?

남  다요.

여  그러니까 다 누가? 김대리님이? 나과장님이?

남  다들 그래요 다들.

여  다들 왜 그런대? 왜 사람을 모함을 하고 그러냐?

    할 일들이 그렇게 없대? 왜 남 없는 데서 남의 얘길 하고 그래?

남  내가 먼저 꺼냈거든요. 그 얘기.

여  무슨 얘기?

남  선배가 어떤 사람이냐고. 내가 물어봤어요.

여  .....응?

남  그랬더니 다들 입을 모아 그러던데요? 요리도 못하고.. 덜렁거리고..

    처음엔 선배가 타주는 커피 완전 사약 같아서 아무도 안먹었다고...

여  ...허.... 참.... 나.... 별....

남  그런데 그런 거 처음이라고. 누구 앞에서 얼굴 빨개지고. 갑자기

    막 치마도 입고.. 커피도 정성스레 타주고.. 잘해주고...

여  누..누구 앞에서..뭘..내가..

남  내 앞에서 그랬잖아요.

여  내가 뭘!!!

남  선배. 다 알아요. 우리 부서.. 아니 딴 부서 사람들까지 다..

    선배가 나 좋아하는 거.

(M) 홈런 / MC몽 (feat. 옥주현)

 

(E) 탁탁탁 뛰어가고

 

남  아 좀 천천히 가죠?!

 

여  아씨.. 챙피해.. 챙피한데 어떻게 천천히 가냐?

 

남  창피해서 그래요? 짝사랑 소문 다 나서?

여  .....이씨..

남  오늘 약속 왜 취소됐는지 알아요?

    그 소문 듣고 전화 왔더라구요. 선배가 나 좋아한다는 거

    사실이냐고. 그래서 내가 그랬어요. 나도 좋아한다고.

여  ....!!!

 

여  뭐라고? 방금 저 사람 뭐라 그랬지?

 

남  나도 좋아한다고. 계속..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그 소문 듣고 즐거워 죽겠다고.

    그래서 취소된 거에요 그 약속.

여  그럼.. 뭐야. 지금까지 나 놀린 거에요? 괜히 약올릴려고

    내 앞에서 약속잡고. 그러고?

남  그냥... 궁금해서...

여  완전 선수시네.

남  그래서..싫어요?

여  하...참...

남  아 말해봐요.. 싫어요?

여  아 시끄러워요.

남  싫으면 가고.

여  아 진짜! 누가 싫대요?

남  진작에 그럴 것이지.

 

여  말렸다. 완전 말렸다. 길들이려다 길들여지고 말았다.

    그럼 뭐 어때. 이렇게 좋은데. 행복하기만 한데.

    올봄에 난 연애하게 될 것 같다.

    

(M)주제음

 

 

 





2010-03-04(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