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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18일 목요일 <음악에세이>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430 화  - 난 애인이 있는데

 

(M)주제음   난 여자가 있는데 / 박진영

 

남  난 애인이 있다.

    3년 동안 공들이고 쫓아다녀서

    겨우 연애하기 시작한 지 1년.

    누구나 알아주는 퀸카 중의 퀸카다.

    그녀의 직업은 스튜어디스.

    장거리 비행이 많다.

    그래서 나에겐 나의 사생활이라는 게 별로 존재하질 않는다.

    그녀의 스케쥴이 나의 스케쥴이다.

    원래는 강남에서 스파게티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6개월 전엔 아예 공항 근처로 가게를 이전했다.

    매출은 예전보다 떨어지지만

    그래도 그녀를 데려다 주고 데려오는 일을

    제대로 해내려면 그 방법 밖에 없었다.

    워낙 노리는 녀석들이 많기 때문에

    난 하루도 그 일을 소홀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는

    ‘자꾸 이런 식으로 해. 다시는 얼굴 못 보게 해 줄테니까.’   

    이런 말이었다.

    오늘도 딱 2분 기다리게 했다는 이유로

    난 그런 협박을 들어야 했다.

(E) 비행기 뜨는

남  이제 그녀의 비행기가 떠났다.

    그래도 3박 4일은 편하겠군.

(M) Aubrey / Bread

 

여  난 애인이 있다.

    해외 출장을 밥 먹듯이 가는 남자다.

    무슨 회사가 그런지 정말 이해가 안된다.

    친구들이 좀 의심스럽지 않냐고....

    크리스마스 때도 여름 휴가 때도 발렌타인데이에도

    뭐 중요한 날만 있으면 출장이라는데

    뭔가 뒤를 캐봐야 하지 않겠냐고.. 할 때도

    난 그럴 리가 없다며 화를 벌컥벌컥 내곤 했다.

    그이와 내가 어떤 사이인데.

    내가 처음에 싫다고.. 싫다고.. 했는데도

    그 사람이 날 좋다고.. 좋다고.. 무지하게 따라다녀서

    이렇게 애인이 된 거 아니냐 말이다.

    그런데 그 남자가 설마 날 두고 딴 짓을?

    그런 의심을 하는 거 자체가

    내 자존심이 뭉개지는 일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정말 의심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사람은 나에게 분명 발렌타인데이가 있는 이번 주

    유럽 출장이라고 했고.

    오늘 오후에 공항에 도착할 거라며...

    바로 회사로 가야 하니까 절대 데리러 나오지 말라고 했는데.

    내 친구가 점심 때 그 사람을 봤다는 거다.

    유럽도 아니고, 비행기 안도 아닌,

    명동 한복판 백화점에서.

    어떤 여자와 낄낄대며 유부우동을 먹고 있더란다.

    난 내가 직접 보지 않고는 믿을 수가 없었다.

    내 친구가 잘 못 봤을 거다.

    그래서 공항에 나왔다.

    그 사람은 조금 있으면 입국장 문 안으로 들어설 거다.

    난 두눈을 부릅뜨고 들어오는 사람들 하나 하나 얼굴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M) 남과 여 / 디바

 

여  하지만 그 사람은 들어오지 않았다.

    마지막 한 사람이 다 들어올 때까지.

 

(E) 전화 하는 소리

 

여  여보세요? 나야. 지금 어디야? 공항? 막 도착했어?

    공항 어딘데? 나 지금 공항이거든. 공항 어디 쯤에 있냐구.

    뭘 벌써 택시를 타? 막 도착했다며.

    자기. 솔직히 말해. 아까 점심 때 명동 갔었어 안 갔었어.

    유부 우동 먹었어. 안먹었어.

(E) 전화 끊기는

여  여보세요? 여보세요? 야! 여보세요!

(E) 다시 전화해 보는데 안 받는

여  안 받어? 뭐 이런.. 유부우동 같은 게 다 있어!

(M) 딱 걸렸어 / 유니

 

(E)부웅... 차 출발하는 소리

 

남  여자친구를 태워 보내고 조금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공항 주차장을 빠져 나오려는데

 

(E) 난폭하게 출발하는 차

 

남  어..어....

 

(E) 부딪치는

 

남  에이..이런... 뭐야 저거...

 

(E) 문 열고 나오는

 

남  이거 뭐에요. 이거 보세요.

 

(E) 창문 똑똑...

    

남  고개만 숙이고 있으면 어떡해요. 이거 봐요.

 

(E) 창문 지이잉....

 

남  차 주인이 창문을 열고 고개를 들었는데

    난 깜짝 놀라 비틀.. 뒤로 물러섰다.

    검은 마스카라 액으로 범벅이 된 괴기스러운 얼굴이

    날 보며 울고 있었다.

(M) 미궁 / 황병기

 

여  (허헝.. 울며) 죄..송합니다... 허헝...

남  아니 거.. 뭐.. 울지는 말구요. 배..백퍼센트 과실 인정하시죠?

여  (울며) 요새... 백 퍼센트가 어딨어요.

남  죄송하다면서요.

여  (울며) 죄송은 하죠. 하지만 백퍼센트는 없어요.

    가만 있는 차 갖다 박아도 백프로는 없댔어요.

남  뭔 소리야. 나 얌전하게 출발하고 있는데 그쪽이 와서 꽝..

    아 됐어요. 보험회사 부르면 되니까.

여  네. 그러세요. 죄송합니다.

남  뭘 죄송하다면서.. 할 말은 다 하네.

여  그럼요.. 제가 다 물어드릴테니까... 제 부탁 하나만 들어주시면

    안될까요?

남  뭘.. 부탁을.. 아니 그쪽이 백프로...

여  그러니까요. 그 앞에 쫌 깨진 거.. 그거 제가 다 물어드릴께요.

    작은 부탁 하나만 들어줘요.

남  들어줄 건 아닌데... 뭔데요.

여  별 거 아니에요. 그냥 어디 전화해서 남자가 받으면

    나 좀 바꿔줘요. 이 유부우동 같은 게.. 내 전화를 피해! (다시 울고)

남  (황당) 뭐야.....

(M) 뭐야 이건 / 지니

 

(E)  번호 누르는

 

남  여보세요. 네. 저기.. 김창식씨?

    아.. 잠깐만요. 받아요.

여  네. (코 훌쩍 한번 하고 말짱하게) 여보세요? 나야. 왜 내가 전화하면

    안 받고. 다른 사람 껀 받아? 아니긴 뭐가 아니야? 지금 어디야.

    당장 만나서 얘기해. 뭘 시간을 가져. 유부우동 같이 먹은 여자

    누구야? 누군데. 발렌타인데이에 유럽 안 갔지. 그 여자랑 같이

    있었지. 너 혹시 스키장 갔다 왔니? 시즌권 끊어놓고도

    나랑 딱 한번 갔지 너. 맞아. 뭔가 수상했어.

남  (작게) 저... 제가 지금 가 봐야 해서..

여  아 잠깐만요. 제가 좀 보시다시피 중요한 상황이라..

남  ....네.

여  이렇게 된 게 다 나 때문이야? 내가 뭘 어쨌는데?

    내가 널 구속....? 와.. 완전 웃기는 애네?

    너 나한테 첨에 사귀자고 불러준 노래 기억이나 해?

    아름다운 구속이야 이거 왜 이래~

    니 인생을 완전 구속해 달라며! 그래놓고 지금 뭐가 어쩌고 어째?

    짜증나게 구속 좀 하지 마?

(M) 아름다운 구속 / 서영은

 

남  30분이 지났다.

    정말 너무 심각한 상황 같아서 차마 끼어들지도 못했고

    또 듣다 보니, 상대 남자가 좀 나쁜 놈 같기도 하고

    여자한테도 문제가 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해서... 나름 흥미진진하게 엿듣는 재미에 빠지기도 했다.

    그런데 웃긴 게.. 처음엔 잡아먹을 듯이 난리를 치던 여자가

    시간이 지날수록, 약간 저자세가 돼 가는 듯 했다.

 

여  아니.. 공항에 나온 건... 너를 못 믿어서가 아니라.. 니가 날 못믿게   해서... 그래. 알지. 니가 믿음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거..

    그런데 너같으면 친구가 명동에서 봤다는데...

    친구 누구? 경희. 알지. 경희가 좀 애가 가볍긴 하지. 잘못 봤을 가능   성도 있지. 경희를 믿냐구? 널 믿냐구? 그야 너를 믿지. 믿는데...

    아우 그래. 너야. 너. 일단 알았으니까, 만나서 얘기해.

    뭘 일주일씩이나 시간을 가져. (한숨) 일단.. 알았어. 전화는 켜놔.

(E)띠릭 끊고

여  죄송해요. 전화기를 너무 많이 썼죠.

남  됐구요. 연락처나 줘요. 차 공장에 넣고 견적 나오면 연락할테니까.

여  그러세요.

(M) 미워요 / 심수봉

 

남  이틀 후. 퇴근 시간. 그 여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E)통화음

여  (다급) 여보세요.

남  네. 안녕하세요. 윤은서씨. 저 그저께 접촉사고 났던.

여  네.

남  견적 나와서 전화 드렸어요. 제가 아는 데로 가서 싸게 뽑았어요.

    35만원만 계좌로 부쳐주시면 됩니다.

여  알겠어요. 문자로 번호 찍어주세요.

남  그런데... 무슨 일 있으세요?

여  네. 좀..

남  무슨 일인데요?

여  아저씨. 시청호텔 앞으로 좀 가주세요. (해놓고) 뭐라구요?

남  무슨 일 있냐구요. 목소리가..

여  아니에요. 문자나 찍어주세요. 나중에 부쳐드릴게. 제가 지금 바빠서    이만..

 

남  여자 친구 없는 긴긴 밤을 막장 드라마와 함께 보내는 나로선

    궁금증이 샘솟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여자는 남자친구가 바람 피는 현장을 목격하려는 것 같았고.

    나의 호기심 본능도 끓기 시작했다.

    난 마침 광화문에 있었고, 시청까진 5분 거리.

    난 주저없이 차에 올랐다.

(M) 기다리다가 지친다 / 2PM

 

남  혹시나 하고 호텔 로비에서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잠시 뒤 아니나 다를까. 윤은서라는 여자가 정신없이

    뛰어 들어왔다. 우연을 가장하고 아는척 할까 하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어떤 남자가 어떤 여자와 함께

    다정하게 내렸다.

    윤은서의 표정으로 봐선 그 남자가 애인인 듯 했다.

    당장이라도 다가가 따귀라도 날릴 거라고 예상했다.

    원래 막장드라마의 수순 아닌가.

    그런데 그 여자는 벽 뒤로 숨었다.    

    남자는 유유히 로비를 빠져 나갔고.

    난 뭐가 이렇게 싱겁게 끝나나.. 싶어

    윤은서 쪽을 바라 봤다.

    그녀는 의외로 울지도 않고 멍하게 서 있기만 했다.

    그러더니 텅빈 눈빛으로 나를 봤다.

    난 흠칫 놀랐다.

 

남  어.. 여기서 뵙네요. 난 여기 커피숍에서 약속이..

여  약속이 있으세요?

남  아뇨. 약속 있었다가 방금 취소됐네요. 진짜 방금..

여  그럼.. 저랑 커피 한잔 하실래요.

남  네?

여  어디.. 아무데나.. 좀 앉고 싶어서...

 

남  순간 그 여자가 가여워졌다.

    마스카라 범벅되지 않은 얼굴 보니, 참 예쁜데.

    남자친구를 많이 좋아했던 것 같은데.

    어떻게든 용서해 보고 싶었던 것 같은데.

    내 여자친구 같았으면 뼈도 못 추렸을 상황인데...

    참 잘 참고 있구나 싶어..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었다.

(M) You're My Girl / 김조한

 

(E) 커피 마시는

 

여  다 봤죠.

남  네? 뭘..

여  다 봤잖아요. 나 별로 안챙피해요. 저번에도 다 봤잖아요 뭐.

남  ...

여  그땐 한번 보고 말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뭐 창피한 것도 없었는데

    오늘은, 뭐 사정 다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

    또 별로 안 창피하네요.

남  창피할 건 또 뭐에요. 누군 연애 안하나.

여  이렇게 매달려서 연애는 안할 거 아니에요.

남  안 그렇긴요. 아주 대롱대롱 매달려서 해요 나두.

    언제 차일지 몰라서.

여  나도 그랬는데.

남  ....

여  아까.. 로비에서 그 자식 앞에 나타나고 싶었는데...

    그럼 진짜 끝날까봐.. 못 나타났거든요.

    아... 정말.. 치사하다.

(E)띠리링....

남  여보세요? 어... 자기야. 뭐? 지금? 내일 아냐?

    메일 확인 못했는데. 아니 전화를 하지.

    미안미안. 지금 당장 갈게. 조금만 기다려. 응?

(E)전화끊고

남  미안한데... 저 지금 가봐야 할 것 같아서요. 저기.. 다음에.. 또..

    뵐 수 있으면 뵈요.

(E)나가는

남  달려나가다가 뒤를 돌아봤는데.

    혼자 그냥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그 여자가, 꼭 나 같아서

    마음이 안좋았다.

(M) 하늘 / 어떤날

------------------1부 끝 -------------------

 

 

 

여  마음을 무 자르듯이 툭 자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전재산을 털어서라도 그 기술을 배워

    깔끔하고 용감하고 멋진 이별을 할 것이다.

    하지만 난 여전히 못났다.

    며칠 전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남자친구를 본 후,

    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토요일 저녁에 밥을 같이 먹자고 했다.

    뜨거운 분노가 가슴 속에선 부글부글 끓고 있었지만

    나 역시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그러자고 했다.

    전화를 끊어놓고 이게 무슨 짓인가, 자책도 했지만

    이렇게 나눠갖기라도 하는 게 아예 못 갖고 혼자 남겨지는 것 보단

    나은 거 아닌가,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문득 얼마 전 호텔로비에서 만났던 그 남자가 떠올랐다.

    여자친구에게 전화가 걸려오자

    마치 죄인처럼 어쩔 줄 몰라하며 허겁지겁 나가던 그 남자.

    그런 사랑을 받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

    해를 잘 받고 자라는 나무처럼, 푸르고 싱싱할거야...

    라고 생각했다.

 

남  내 여자친구는 정말, 제멋대로다.

    모든 게 자기 중심대로다.

    요즘 하는 개그 프로그램에서 남자의 권리를 되찾자는 내용의

    코너를 보며, 난 웃는 게 아니라 눈물이 난다.

    너무나 내 얘기 같아서다.

    이번 발렌타인데이에도 만원짜리 초컬릿 하나 사 줘놓고

    수십만원 짜리 지갑을 사달라고 당당히 요구했다.

    이제 너무나 일상이라 화도 안난다.

    하지만 가끔은 생각한다. 이런 일방적인 것도 사랑인가?

    한쪽은 그냥 주기만 하고, 한쪽은 그냥 받기만 하는 것도, 사랑 맞나?

    정말 좋아해서 만났는데... 왜 이렇게 지치기만 하는 걸까.

(M) 나였으면 / 나윤권

 

(E) 전화벨

 

남  여보세요.

여  저에요. 윤은서.

남  네. 안그래도 방금 문자 왔더라구요. 돈 입금됐다구.

여  아.. 그랬구나. 전 알려드리려고 전화했는데.

남  그날 그냥 가서 죄송해요.

여  아니에요. 여자친구 분 화나신 것 같던데 괜찮으셨어요?

남  아직도 전화를 안 받아요.

여  ....그럴 수도 있지... 뭘 그런 걸로 아직까지 그러신대요?

남  그러게 말이에요. 남자친구분하고는 어떻게..되셨어요?

여  토요일 저녁에 밥먹고 영화 보자 그러네요.

남  아직도 몰라요? 그날 그렇게 본 거?

여  모르니까 그런 소릴 하죠.

남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좀 너무한 거 아니에요?

여  너무한 건 나죠. 그 사람 그렇게 만든 것도 나고.

    혼자 있는 게 겁나고 무서운가보죠 뭐.

남  토요일 저녁에 못나간다 그래요.

여  ...네?

남  제가 영화 보여드릴께요.

여  ...

남  뭐 어때요! 연애 때매 고달픈 사람들끼리..

    우리끼리 영화도 보고 밥도 먹어요. 뭐.. 안되나?

(M) 난 남자가 있는데 / god

 

(E) 밥 먹는

 

여  와.. 완전 맛있어. 낙지 비빔밥.

남  나두 진짜 오랜만에 먹어보는데. 스트레스 확 풀리네요 정말.

여  영화도 정말 간만에 내가 보고 싶은 거 봤어요.

남  나두요 나두. 난 이런 촉촉한 거 좋아하는데

    내 여자친구는 액션 이런 거 좋아하거든요.

여  제 남자친구도 그래요. 맨날 싸우고 부수는 거.

남  둘이 같이 보라 그럼 되겠네.

여  그러게요.

남  ..남자친구한텐 뭐라 그랬어요?

여  친구랑 약속 있다구. 여자친구한텐요?

남  몰라요. 전화 안해봤어요. 싸우고 나서 그 친구가 나한테 먼저

    전화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

여  난 진짜 궁금해. 왜 다들 더 좋아하는 사람을

    만만하게 보는거죠?

남  좋게 생각하면 믿으니까 그런 거 아닌가?

여  다음번에 연애하면, 절대 마음 안줄거에요.

    철저하게 계산하고. 그 사람이 내놓는 만큼만 내놓고

    절대 집착하지도 않고, 간섭하지도 않고.

    나도 다른 여자들처럼, 진짜 쿨하고 당당하게.

(E) 전화벨

 

여  여보세요. 어.. 나야. 지금? 치..친구 만난댔잖아.

    지금 오라구? ...... 안..돼. 나도 약속 있다구..

    약속 있어, 나두! 난 뭐.. 내가 뭐.. 너만 목 빼고 기다리는

    니네 집 강아지니? 앞으로 나랑 약속해서 만나고 싶으면

    적어도 이틀 전엔 얘기해.

(E)툭 끊고

여  까불구 있어.

남  진짜 쿨하고.. 당당한데요?

여  그죠? 나도 다 할 수 있어. 이거 왜 이래.

(M) 원더우먼 / 씨야 & 다비치 & 티아라

 

남  여자친구 앞에서는 언제나 주눅들고 작아져만 가던 내가

    은서 앞에서는 훨씬 밝고 자신 있었다.

    그런 내 모습이, 나도 마음에 들었다.

 

여  남자친구 앞에서는

    이 말을 할 때, 남자친구가 웃을까.. 화를 낼까..

    나도 모르게 눈치를 보던 내가

    그 사람 앞에서는 안 그랬다.

    아무 말이나 막 하고..

    혼자 깔깔대고 막 웃기도 했다.

    그런 내 모습이, 진짜 내 것 같았다.

    훨씬 더 자연스러웠다.

 

남  우리는 시간이 날 때마다 만났다.

 

여  서로의 남자친구, 여자친구와는 헤어지지 못한 채로.

    그러니까 우리는.

 

남  양다리였다.

(M) 바람난 여자 / 투투

 

(E) 걷는 소리

 

남  어..추워. 안 추워요?

여  춥긴 한데.. 야경 좋잖아요. 나 남산 와서 야경 한번 꼭 보고 싶었었    단 말야.

남  좋긴 좋네. 사진 찍어 줄까요?

여  됐어요.

남  왜요. 우리 만나서 사진 찍은 적 한번도 없는데.

여  누가 보면 어떡해요.

남  ... 그러네.

여  ....

남  ...

여  그런데요. 우리 왜 만나는 거에요?

남  만나면 좋고. 편하니까.

여  그럼. 다른 애인들하곤 왜 못헤어지는 거죠?

남  ....

여  만나면 서로 남자친구, 여자친구 헐뜯고 욕하고..

    그거 외엔 별로 했던 것도 없는 것 같아.

    같이 있다가도 전화 오면 나가서 받고..

남  ...

여  뭐가 달라요. 우리가 욕했던 그 사람들이랑, 우리랑.

남  은서씬 어때요.

여  네?

남  포기할 수 있겠어요? 그 남자?

여  자신 없어요.

남  나도.. 자신 없어요.

(M) 연연/ 성시경

 

(E) 커피잔 달그락

 

여  그런데요. 난 그 사람한테 헤어지자고 얘기할 거에요.

남  ...

여  그런데.. 봉덕씨하고도 이제 안 만날래요.

남  ...

여  왜냐면. 돌아갈 곳이 있어서 헤어지는 건...

    어차피 반복일 것 같아요.

    우리 둘.. 지금은 이렇게 좋지만.. 조금 있으면

    분명히 둘 중 하나가 더 좋아하게 될 거고..

    그럼 또 강자와 약자가 만들어질 거에요.

남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요.

여  그런 게 있는지나 모르겠지만..

    난 아직은 제대로 연애하는 법을 모르는 것 같아요.

    일단 혼자 서는 방법이라도 좀 터득한 다음에..

    그 다음에 또 인연이 되면

    그때 만나요 우리.

(M) 내가 웃고있어요/ 가인

 

남  그녀와 헤어진 후에도

    난 그때의 여자친구와 3개월을 더 만나다가 헤어졌다.

    완전히 혼자가 된 요즘.

    그래서 혼자만의 생활에 익숙해진 요즘.

    난 가끔 은서를 생각한다.

    그녀는 지금 혼자일까?

    아니면 다른 누군가를 만날까?

    전화를 해볼까 하면,퇴근 시간일 것 같고

    또 연락해 볼까 하면, 너무 늦은 밤인 것 같고.

    두려움에, 게으름에, 핑계에.. 계속 미루기만 하다가

    어느 토요일 오후. 눈발이 날리는 걸 보다가

    용기를 내 전화를 걸었다.

 

여  어.. 웬일이세요.

남  잘 지내요?

여  네.

남  번호 바뀌었으면 어쩌나 했는데.

여  안그래도 휴대폰 바꾸면서 번호도 바꿀까 하다가

    혹시나 해서 안 바꿨죠.

남  혹시나..? 내가 전화할까 봐?

여  글쎄요.

남  나 갑자기 창밖을 보다가 뭐가 좀 궁금해서 전화했어요.

여  뭐요?

남  예전에 그랬잖아요. 또 연애하게 되면

    진짜 철저하게 계산적인 여자가 되겠다고. 그럴 거에요?

여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잘 안되는 사람이잖아요 내가.

남  개인적인 바람으론 안그랬으면 좋겠는데.

여  왜요?

남  그냥.. 원래 모습이.. 난 괜찮아요 은서씨.

    애쓰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바꾸든...

    안 바꿨으면 좋겠어요.

여  ....... 그 동네 눈 와요?

남  조금 오네요.

여  우리 동네는 안 오네. 내가 그 동네로 갈까요?

남  그럴래요?

 

여  옷을 급하게 주워 입고 거울을 보면서 생각한다.

    이렇게 시작된 연애의 끝이..

    또 어떻게 되든... 또 어떻게 아프든...

    그래도 무엇 하나는 배워지는 게 있겠지.

    난 또 애인을 만들러 간다.

(M) 주제음2. Way Back Into Love

 

    

    

 

 

 





2010-02-20(2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