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428 화 - 2월의 노래
(M)
주제음 February song / Josh Groban
남 2월은
바람달이라고 한다.
너무
가벼워
이사도
함부로 하지 말라는 달이라고 한다.
마음도
바람처럼 흔들려
힘들어지는
달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2월은,
허공에
흩어지는 휘파람이나
하얀
입김에 섞여 흘러나오는 노래가
어울리는
달이다.
그렇게..
짧고.. 가볍고.. 허무한 이 시간에
나는
사랑을 했다.
(M)
So Sad and Alone / Citizen Jane
(E)
간간한 소음들과 함께 걷는 소리
남 2월의
프라하를 기억한다.
파리에서
일주일 쯤 머물다
항공편을
이용해 프라하로 건너갔고.
아직
눈이 드문드문 쌓여있는..
붉은색
벽돌집들로 아기자기한 좁은 골목길을 걸었었다.
(E)
사진 찰칵찰칵
남 프라하의
인구 절반은 관광객이란 우스개가 있을 정도로
관광하는
외지인들이 많았다.
그래서
이곳에선 나도 여행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혼자서
길거리에서 햄버거를 사먹거나
바츨라프
광장이 보이는 노천까페에 앉아 커피를 후후 불어 마시면서
난
간만의 휴가를 만끽했다.
(M)
You And I / Michael Buble
(E)
누군가 탁탁탁 뛰어가고
(E)
뒤이어 뛰어오는 소리
여 소매치기!
소매치기 잡아주세요!!!
남 한국
여자였다.
난
얘기를 듣고도 반사신경이 작동하질 않아
뜨거운
커피를 든 채 어쩔 줄 몰라했다.
혼자서
소매치기를 쫓아가던 여자는
아직
눈이 치워지지 않은 인도 위에서 미끄러졌고.
난
그제야 테이블에 뜨거운 커피를 놓아둔 채
그쪽으로
걸어갔다.
여 아....
(무릎 탁탁 터는 듯)
남 괜찮으세요?
여 ...한국
분이세요?
남 네.
여 아..네...
(후우..)
남 무릎
까진 거 아니에요? 저 응급약 있는데...
여 (한숨)
전화기 로밍돼 있으세요?
남 네.
여 제
전화기랑.. 지갑이랑.. 여권이랑.. 다 저 가방 속에 있거든요.
남 도와드렸어야
했는데 죄송해요. 저도 커피 마시던 중이어서..
여 그러게요.
좀 도와주시지. 딱 둘러봐도 이 근처에 한국 분은
그쪽
밖에 없는 것 같은데...
남 아..
그러네요..
여 미안하시면..
전화기 좀 빌려주세요. 그리고.. 돈이 한푼도 없어서
그런데..
뜨거운 커피 한잔만 사주세요. 하두 뛰었더니..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M) 커피를
마시고 / Urban Zakapa
(E)노천까페
소음
여 (후후
커피 불어 마시는)
남 한국에서
프라하로 바로 오신 거에요? 아니면 유럽 다른 데서..
여 인천에서
비행기 타고 어제 도착했어요. 오늘 첫 관광 나온거구요.
남 그런데
일이 이렇게 돼서 어떡해요.
여 여기저기
전화해놨으니 뭐 어떻게든 되겠죠.
남 ...네에..
여 ....
첫 해외여행이에요.
남 네?
여 머리털
나구 첨이라구요. 2년 동안 적금 부었거든요.
여기
올라구...
남 그랬어요?
여 그쪽은요?
프라하 처음이세요?
남 아뇨.
저는 여러번 와 봤어요.
여 그래요?
그럼... 오늘 하루만 저 좀 책임져 주심 안돼요?
남 네?
여 뭐
내일쯤엔 이거저거 해결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오늘은
계산이 안나오잖아요. 하루만 돈도 좀 빌려주시고..
가이드도
좀 해주시면... 제가 낼 모레쯤엔 돈도 갚고.. 밥도 살께요.
남 ....
여 왜요?
저 못믿으시겠어요?
그럼..
제가 주민번호랑 전화번호랑 집주소랑.. 뭐 그런 거
적어
드려요?
남 아뇨.
뭐 그러실 것까진...
여 고마워요.
그럼 우리 어디부터 갈까요?
(M) 그런지
카 / 요조 & 소규모아카시아밴드
(E)두사람
걷는 소리에.. 휘잉 바람소리 등... 거리 소음..
남 여기가
바츨라프 광장이구요. 저기.. 맨 끝에 보이는 건물이
중앙박물관이에요.
여 사진에서
보던 거보다 쬐끄만 거 같아요.
남 1348년에
카를4세가 신시가지 만들면서
마시장으로
만들었던 곳이라고 하는데...
오랫동안
프라하 시민들 집회장소가 되기도 했던 곳이구요.
여 1300년도면...
700년 전이네요.
남 뭐
그땐.. 이런 차도는 없었겠죠.
(E)
차 지나가는 소리 들리고
남 여기가...
카렐교 입구에요.
(E)바람
불고
남 저기...
멀리 보이는 게.. 프라하 성이구요.
여 신기하다.
사진으로만 보던 곳을 보니까...
남 오기
전에 사진 많이 보셨나봐요.
여 네.
예전에 드라마 보고.. 여기 꼭 오고 싶다 그래서..
잡지나
인터넷 같은 데 사진 있으면 모으고 그랬거든요.
남 네에.
여길 지나서 프라하 성까지 가는 2.5킬로미터 정도의 길을
왕의
길이라고 불렀대요. 성비투스 대성당에서 대관식을 행하려고
왕이
이 길로 행차했다고 해서요.
여 아
맞다. 거긴 어디에요? 그 무슨 벽 있잖아요.
예전에
드라마에서.. 전도연이 소원 빌던 벽.
우리
거기 가요.
남 아...
거긴 아까 우리 지나쳐 온 덴데?
여 네?
난 못봤는데?
남 프라하에
진짜 소원의 벽이 있는 건 아니구요.
내가
알기론.. 드라마 찍을 때 잠깐 셋트가 세워졌던 거에요.
여 에?
정말요?
남 왜요?
여 나..
거기다 소원 붙일라구 온건데 여기?
(M) Amelie
/ Portable Groove 09
남 어쩌다
보니 낯선 여행지에서 만난 여자와
단둘이
하루 종일 걷고 이야기하게 됐다.
프라하에
대해서 사진 몇장 본 것 밖엔
아무
지식도 없이 비행기를 탔던 그녀에게
난
정말 보호자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E)
은은한 재즈음 연주되고
(E)
접시 놓는 소리
여 맛있겠다..
남 프라하
올 때마다 들르는 집이에요.
여 저
할아버지.. 연주 진짜 잘하시네요.
남 멋있죠.
여 네.
참.. 먹기 전에... 요기 냅킨에 계좌 번호 하나만
적어주세요.
남 네?
여 밥값이랑..
아까 택시값이랑.. 뭐 이거저거 제가 지금 머릿속에
다
입력해 놓고 있거든요. 다 갚을께요. 커피값은 빼고.
커피는
저 사주신 겁니다.
남 괜찮다니까
그러세요.
여 아니에요.
전 세상에서 셈 흐린 걸 제일 싫어해요.
제
전공이 또 그쪽이거든요.
남 수학과
나오셨어요?
여 네?
아뇨. 그런 건 아니고...
제
직업이 캐셔거든요. 마트 캐셔.
(M) 지붕위의
고양이 (feat.장윤주) / 정재형
(E)
또각또각 걷는 두 사람
여 고등학교
졸업하고 6년째 일하고 있어요.
무슨
일 하세요?
남 저는..
변호사에요.
여 (약간
놀란) ...변호사요? 진짜 변호사?
남 뭐..
가짜 변호사도 있어요?
여 있죠.
왜 없어요. 가짜의사도 있고 가짜 변호사도 있고 가짜 피디도
있고..
가짜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명품백만 가짜 있는 거 아니잖아요.
남 그런가요?
(가볍게 웃으며) 그런데 전 가짜는 아니에요.
여 변호사면
부자실텐데..
남 로펌
들어간 지 얼마 안돼서.. 아직은 부자는 아닙니다.
그래도
진짜 변호사구요. (웃고)
여 혹시
양평동 큐마트 이용해 본 적 있으세요?
남 아뇨.
집이 그쪽이 아니라...
여 여행
아니었으면 절대 마주칠 이유가 없었겠네요.
남 네?
여 (가볍게
웃으며) 그렇잖아요. 이런 여행지 아니었으면
우리가
한국에서 마주칠 일이 뭐가 있었겠어요.
우리
마트 오실 일도 없으시고...
저는
변호사 찾아갈 일도 없고.
뭐...
변호사 찾아갈 일 생겨도.. 전 국선변호사.. 이쪽으로
알아볼
거라서... 로펌 이런 덴.... 갈 일 없을 것 같거든요.
남 (웃고)
여 여행
오니까 좋긴 좋네요.
사진에서
보던 걸 직접 눈으로 보기도 하고...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변호사랑 밥도 먹고 얘기도 하고.
남 하얀
입김을 호호 내뿜으며
조잘조잘
이야기하는 그녀가 오히려
난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그림
속에서나.. 사진 속에서나.. 있을 법한
밝은
기운으로 똘똘 뭉친...
사랑스러운
여자였다.
(M) Girl
From Ipanema / Lobo
여 여기가
제 숙소에요.
남 네.
여 뭐
데려다주실 필요까진 없었는데.
남 제
돈 떼먹으시면 안되니까.. 묵는 곳은 알아둬야죠.
여 어?
안줘도 된다 그러시더니.. 은근히 짠돌이시네.
남 셈은
확실한 분이라면서요?
여 그렇긴
하죠. 오늘은 진짜 고마웠구요.
제가
내일 모레 쯤 전화드릴께요. 프라하 뜨시기 전에
저한테
돈 받고 가세요.
남 그러지
말구요.
여 네?
남 그러지
말고... 내일도 같이 돌아다니는 거 어때요?
여 왜요?
남 심심하지
않고.. 택시비도 반으로 줄고..
혼자
뻘쭘하게 밥 안먹어도 되잖아요.
여 그렇긴
하네.
남 그럼..
내일 아침 9시에 데리러 올께요.
여 ...그래요.
남 그녀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돌아서
걸어 오는데... 피식 웃음이 났다.
차가운
바람도 좋았다.
(E)
전화벨 소리
남 ....
한국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나의
약혼녀로부터다.
(M) Miluju
Te / V.A
--------------------1부
끝 ----------------------
(M)
Gloomy Sunday / Heather Nova
(E)
창문 여는 소리
남 프라하는
밤이 더 아름답다.
내가
이 도시를 정말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지금의
약혼녀를 만난 건 6개월 전이었다.
선을
봐서 만났고.
부모님들의
적극적인 지지 속에 약혼식도 치렀다.
2월이
지나면 바로 결혼식을 치루자는 부모님께
새로
시작한 일이 너무 바쁘다고 설득해
몇
개월 쯤 시간을 벌어놓은 상태였다.
그녀가
싫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가슴이 터질만큼 좋지도 않았다.
흠이
없는 여자였고.
마음
씀씀이도 다정하고 깔끔했다.
객관적으로,
부모님의 말씀대로, 참 좋은 여자였다.
결혼하면
평생을 별 무리 없이 편안하게 함께 살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그녀와 함께 있지 않을 때
그녀가
그립다거나.. 생각이 난다거나..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든다거나..
그러질
않았다.
이렇게
전화가 올 때..
액정에
찍힌 그녀의 번호를 볼 때
전화
받아서 뭐라고 해야 하나.. 몇초쯤.. 그 고민부터 하곤 했다.
(M)
Somebody Good / The Swell season
(E)
걸어나오는 소리
여 벌써
와 계셨네요?
남 벌써
온 거 뿐이 아니구요. 브런치 까페도 수배해 뒀어요.
여 어디요?
남 저기
길 건너 골목 안에.. 작은 까페가 있더라구요.
벌써
문도 열었고. 따뜻한빵도 있고.
여 와..
맛있겠다.
사실
저는 아침엔 꼭 국이 있어야 밥을 먹는 체질이지만.
뭐..
오늘은 빵도 땡기네요. 가요.
(E)
문 드르륵 열고 들어가는
여 어우..
빵냄새 죽여요. 커피냄새도...
남 앉아요.
(E)
의자에 앉고
남 잠은
잘 잤어요?
여 제가
원랜 정말.. 베개에 머리 닿기가 무섭게
자는
편인데요. 어젠 야경이 너무 멋져서 새벽까지 못잤어요.
피곤해
죽겠어요.
남 커피와
빵과 샐러드가 나오고.
이런저런
수다와 함께 아침을 먹는데..
참
즐거웠다. 나도 모르게 웃고 있었다.
(M) 이
사람이다 / 김종국
(E)
걷는 소리
여 그런데
왜 여행을 혼자 오셨어요? 그것도 휴가철도 아니고..
날씨도
좋은 편도 아닌... 애매모호한 2월에?
남 그냥..
전 2월에 여행 하는 게 좋아요.
북적이지도
않고.
여 우리
엄만 제가 2월에 여행 떠난다 그랬더니..
얘!
2월은 바람달이야. 이사도 안 가는 법인데.. 웬 여행이니?
이러시더라구요.
남 바람
달요?
여 네.
가벼운 달이래요. 마음도 흩어지기 쉬운 달이고.
뭐
어른들 말씀이시죠.
남 네...
여 그런데
왜 또.. 살아보니까 어른들 말씀이
은근
맞을 때가 많잖아요?
남 네에.
그래요.
여 어른
말씀 잘 듣게 생기셨어.
남 제가요?
여 네.
부모님 속도 안 썩히고.. 공부도 잘했고..
좋은
직업도 가지셨고.. 나중엔 결혼도.. 좋은 집안 좋은 분이랑
잘
하실 것 같고.
남 관상
보시는 거에요 지금?
여 제가
관상을 좀 보죠. (웃고)
남 그런
게 얼굴이 나와요?
여 아우..
뭘 또 그렇게 진지하게 물어보세요.
관상이
별 거에요? 그냥.. 사람 느낌이지 뭐.
남 어렸을
때부터 마음 속으론 늘.. 거스르고 싶었거든요.
여 뭘요?
남 부모님
말씀.
여 아..
그런데? 한번도 거스른 적은 없죠?
남 네.
대체로 그랬던 것 같아요.
비겁했죠.
받아들일 거면.. 아무 뒤끝 없이 깔끔하게 받아들이든가..
뒤에서
불평불만 할거면.. 못 받아들이겠다고 얘길 하든가..
여 그런데..
뒤에서 입 삐죽거리면서 앞에선 반항 한마디 못하고?
남 하하..
네.
여 에이
뭐 어때요. 사람마다 타고난 성격대로 사는거지.
그쪽
성격으론... 부모님 상처 드리기 싫은 거에요.
실망
끼쳐드리기도 싫고...
사랑하니까.
남 그렇게
보세요?
여 그럼요.
사랑하니까 이런 거 저런 거 다 감수하면서 사는 거에요.
그것도
그거 나름대로 멋진 거잖아요.
(M) 이
정도 / 양양
(E)
두 사람 걷는 소리
남 여기가
발드슈테인 정원이에요.
여 멋지다..
진짜 잘 꾸며놨네요. 어머.. 저거 뭐에요. 저 새?
남 공작새요.
여 웬일이야...
나 그림책에서만 봤는데 공작새 같은 건..
너무
이쁘다.
남 그런데요.
그거 뭐였어요?
여 뭐요?
남 소원의
벽에 소원 붙이고 싶었다 그랬잖아요.
여 아..
그거요? 별 거 아니에요.
남 별
거 아닌 소원이 어딨어요.
여 특별할
거 없다는 거죠 뭐. 사람들 소원이 다 거기서 거기 아니에요?
건강하게
해 주세요. 돈 많이 벌게 해주세요. 연애 잘 되게 해주세요.
남 그럼
그 셋 중 하나에요?
여 뭐
대충.. 소원 같은 거 없죠.
남 네?
왜 없어요?
여 딱
보니까.. 혼자서 이런 여행 자주 다닐만큼 건강한 것 같고..
돈도
많으실 것 같고.. 아니 뭐 없어도 앞으로 많이 버실 것 같고..
연애야
뭐... 맘만 먹으면... 할 수 있잖아요.
남 제대로
된 연애를 해 본적 없는 것 같은데요?
여 너무
고르셨나?
남 글쎄요.
여 그럼
소원은 뭔데요?
남 음...
심장 박동 소리를 느끼면서.. 살고 싶다.
여 ....에??
뭔소리에요 그게?
남 가끔은
너무 무의식적으로 그냥.. 살고 있는 것 같거든요.
기계적으로..
해야 할 일 하면서.. 여행이나 갔으면 좋겠다.. 가끔
그런
생각이나 하면서... 그런데 이렇게 여행 온 것처럼...
내가
살아있는 걸 느끼면서... 설레임도 느끼면서...
그렇게
살고 싶어요.
(M) Bella
Luna / Jason Mraz
(E)
맥주잔 짠 부딪친다
여 오늘이
마지막 밤이네요?
남 비싼
비행기값 들여서 왜 이렇게 짧게 잡았어요 일정을.
여 휴가
이렇게 길게 뺀 거 처음이에요. 자리 오래 못 비워요.
남 ...
맥주 마셔봐요. 체코 사람들 자기네 맥주맛에 자부심이
대단하거든요?
여 (마시고)
와.. 진짜 맛있다. 속이 다 시원해요.
남 여행
친구 돼 줘서 고마워요.
여 뭘요.
저야말로... 알거지 됐었는데.. 여러 가지로 신세만 지고..
아니
돈 드리겠다는데 기어이 안받으시구... 처음이랑 말이 다르잖아 요~
남 뭐
비싼 거 먹은 것도 없고.. 저 혼자 택시 탈 거 둘이 타고
그런
게 단데요 뭐.
여 그래두...
남 서울
가면 또 봐요.
여 뭘
또 봐요. 여기서 재밌었고. 서로 좋은 사람이었다, 그럼 됐지.
남 보게
되면 또 볼 수도 있죠 뭐.
여 난
별로.. 그러긴 싫어요.
남 왜요?
여 왜...
그거요. 신데렐라 12시 종.. 댕댕댕...
남 네?
여 12시
종 치면 누더기 입고 있는 신데렐라 같을까봐... 내가..
아니
뭐.. 제가 신데렐라처럼 이쁘단 얘긴 아니구요.
나
공주병 아니거든요.
남 ....
여 암튼..
지금으로도 충분히. 즐겁고. 좋아요.
생각도
안했던..좋은 선물이에요. 그 정도가 좋잖아요.
2%
아쉬울 때. (웃고) 맥주나 마셔요. 이런 맥주.. 또 언제
먹어볼
지도 모르는데. 건배!
(E)
짠 부딪치고
(M) 시작은
왈츠로 / 스웨터
(E)
도심의 시끄러운
남 얼마
뒤. 서울로 돌아왔다.
나도
그녀처럼 생각했다. 바쁘게 살다 보면 어차피 잊혀질 추억이고.
괜히
어설프게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했다가,
그
약속이 안지켜질 때 허탈함을 느끼는 거 보단..
여행은
여행으로 끝내는 게 좋다는 생각.
그런데
쉽지 않았다.
문득
문득... 궁금하고. 떠오르는 마음을 누르기는 말이다.
그래서..
어느 토요일 오전.
난
무작정 그녀가 일한다는 마트로 향했다.
(E)마트
소음
남 초록색
앞치마를 입고 짧은 머리를 묶은 그녀가 보였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여행지에서
볼 때 그녀는 자유롭고 손에 잘 잡히지 않는
작은
새 같아 보였는데.
마트
계산대에 서 있는 그녀는
파리하고
피로해 보이는 젊은 여자일 뿐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런 그녀에게 실망을 느꼈다기 보다는
애처로움을
느꼈다는 사실이다.
프라하에서처럼..
그녀를 보호해 주고 싶다는
말도
안되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물건 하나를 사서 그녀 앞에 줄을 섰다.
(E)삑
누르고
여 4천3백원입니다.
적립이나 할인 카드 있으세요?
.....
어...
남 쉬는
시간 언제에요?
(M) 조금씩,
천천히, 너에게 / 노리플라이
(E)바람
부는, 캔커피 따주는
여 커피
드세요.
남 네.
여 웬일이세요?
남 몇
번 말해요. 토요일이라 장보러 왔다니까.
여 놀랐어요.
정말.
남 그냥,
언제 한번 얼굴이나 보고 싶다, 그랬어요.
오늘
몇시에 끝나요?
여 3시에
교대에요.
남 그럼
끝나고 밥이나 먹을까요?
여 ...제가
맛있는 거 살께요. 맨날 얻어만 먹어서.
남 당연하죠.
그거 빚받으러 온건데.
(E)전화벨
여 ...전화
받으세요.
남 아니에요.
이따가.. 다시 전화하면 돼요.
여 ....
여자 친구?
남 .....
네.
(M) You
/ Mocca
(E)
밥 먹는 소리
여 맛있는
거 사드렸어야 했는데.. 겨우 푸드코트라 어떡해요.
남 맛있는데요?
여 네.
여기 커플 세트가 제일 맛있어요. 뭐.. 우린 커플은 아니지만.
(웃고)
남 여행
이제 안 가요?
여 이번달부터
또 적금 들어가요. 2년 뒤 2월. 또 갈거에요.
남 이번엔
어디요?
여 프라하.
한번 더요.
남 해외여행
거기가 처음이었다면서. 또 거길 가요?
여 에이..
악수 한번 하고 나 그 사람이랑 친구에요, 그럴 수 있나요?
그래도
몇 번 얼굴 보고..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싸움도 해보고..
그래야
친구지.
남 프라하랑
친해지고 싶어요?
여 네.
잠깐 악수 한번했더니.. 내 스타일인 거 같아서.
남 그래요.
여 참..
그리고 혹시라도.. 또 저 보려고 마트 오시면 안돼요?
남 네?
여 다음주에
일자리 옮기거든요. 연봉이 좀 더 쎄서. (웃고) 여긴 너무
오래
있기도 해서.
남 잘됐네요.
여 정말
앞으론 보기 어렵겠네요. 제가 누구 고소할 일 생기지 않는 한.
남 그래도
국선변호사 쓴다면서요.
여 ...그러니까요.
(M) Kiss
Kiss / 타루
(E)바람
불고, 걷는
남 2년
뒤, 2월. 지금 나는 프라하에 와 있다.
그녀
때문은 아니고...
그냥..
와보고 싶었다.
2년
전 약혼녀와는 결국 헤어졌다.
그
역시.. 그녀 때문은 아니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혼자서
광장을 걷고. 노천까페에 가고. 아침을 먹고.
흰
공작새가 거니는 정원에서 산책도 한다.
어쩌면...
그녀가 무사히 적금을 탔다면...
이곳
어딘가에서 또 한번 우연처럼
다시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가슴 뛰는 기대를 하면서.
(M)
주제음
2010-02-0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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