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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21일 목요일 <음악에세이>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426 화  - 겨울 달콤한 비

 

(M) 주제음  사랑비 / 김태우

 

(E) 창문 밖으로 빗물 똑똑 떨어지는

 

여  겨울비가 꼭 봄비처럼 온다.

    부슬부슬..

    금방 이 스산한 추위가 끝나고

    달콤한 봄바람이 불어올 것 같은 기분이다.

(M) Rain Drops Keep Falling on My Head / Noon

 

(E) 우산 쓰고 걸어가는

 

여  오늘은 비가 오니까..

    맑은 날엔 햇살이 좋으니까..

    눈오는 날엔 눈이 오니까...

    바람 부는 날엔 바람이 부니까...

    늘 날씨 핑계를 대며 찾아가는 곳이 있다.

 

(E) 우산 개서 탁탁 터는데

 

남  어? 윤은서.

여  오빠. 왜 나왔어요?

남  응.. 현관에 물이 많이 떨어져 있어서. 좀 닦으려구.

    애들 들어오다가 미끌어질까봐.

여  암튼.. 꼼꼼하셔. 이렇게 해봐요. 내가 닦을게.

남  됐어. 니가 뭐 할 줄이나 알아?

여  왜 몰라요. 줘봐요.

 

(E)밀걸레질 쓱쓱 하고

 

남  웬일이야 그런데?

여  어.. 지나가다가.. 커피나 한잔 얻어먹을까 하구.

남  내가 미술학원을 하는건지.. 까페를 하는건지 모르겠네.

여  치.. 커피 주는 거 아까워요?

남  교회 녀석들 말이야... 홍대만 왔다 하면 우리 학원 와서

    커피 내놓으라 그러니까..

여  저 말구.. 오늘 또 누구 왔었어요?

남  가영이두 아까 왔다 갔잖아.

여  아... 가영이...

(M) 4월이야기 / 장나라

 

여  가영이.

    내가 왜 그녀를 모르겠나.

    우리 교회 청년부에선 유명한 아이다.

    나보다 두 살 어린데.. 워낙 쾌활한 성격인데다가

    사교성도 좋아서 남자들과도 친하게 지낸다.

    작년까진 내 동기 남자와 연애를 했는데

    그 친구가 군대 가고 나자

    이번엔 내가 좋아하는 봉덕오빠에게 접근하고 있다.

    그녀도 내가 오빠 좋아하는 거 알고 있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뭐.. 내가 오빠랑 연애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뭔가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그녀가 오빠 주변 맴도는 걸

    지켜보고만 있어야 한다.

    그런데 오늘도 선수를 뺏겼구나....

    확.. 울화가 치민다.

(M) 질투/ 핑클

 

(E) 커피 따르고

 

여  (마시고) 음.. 맛있다.

남  괜찮지? 어제 원두 갈아왔거든.

여  이렇게 커피가 맛있으니까 자꾸 오는 거잖아요.

남  그게 다야?

여  네?

남  나 보고 싶어서 오는 거 아니고?

여  네에?? 하하.. 아유 무슨... 오빠두 참... 하하.. 농담두..

남  넌 아니야? 가영이는 나 보고 싶어서 오는 거라던데?

여  .....!! 가영이가 그래요?

남  응. 오늘도 그러더라. 비오니까 갑자기 내가 보고 싶어져서

    아르바이트도 땡땡이 치고 왔다구.

여  ....걘 참... 이상해.

남  응? 뭐가?

여  아니... 좀 그렇지 않나?

    오빠두 알잖아요. 병두. 병두랑 가영이 얼마나 요란하게

    연애를 했냐구요. 그런 병두... 군대간지 얼마나 됐냐구요.

    그렇게 죽고 못살게 연애를 해놓고...

    참 요즘 애들... 난 이해를 못하겠어.

남  뭐 어때. 난 솔직해서 이쁘던데.

여  이..뻐요? 가영이가 이뻐요? 뭐가? 아니.. 어디가?

    난 진짜 모르겠던데? 오빠 몰라요? 가영이 눈.. 그거 수술한거잖아.

남  수술? 에이.. 자연스럽던데 뭐.

여  요즘 쌍거풀 다 자연스러워요. 뭐 옛날 같나?

    딱 보면 몰라요? 아 모르겠구나. 남자들은 잘 모르더라구.

    그게.. 여자가 보면 티가 딱 나는데... 남자들은 뭘 몰라.

남  너.. 왜 그렇게 화를 내고 그러냐?

여  아니.... 나는.... 병두가 가여워서 그러지 병두가.

    오빠 병두 눈 기억 안나요? 완전... 소 눈 같잖아. 순해가지구.

    걔가... 얼마나 가영이 좋아했는데..

남  가영이 말루는 병두가 군화를 먼저 거꾸로 신었대.

    병두 지금 딴 여자 친구 생겼다던데?

    요샌 군대에서도 연애들 하구 그러나봐.

여  (부정하고픈)...... 아냐. 병두는 그럴 애가 아냐.

    가영이 지가 먼저 배신 때린 거 찔리니까 한 말이겠죠.

남  뭐 그것까진 모르겠지만.. 뭐하러 그런 걸 거짓말 하겠어.

여  ...... 저기요. 가영이 코두 좀 이상하지 않아요?

    저번에 족구대회 할 때 애가 코만 가리더라구.

    그러구 보니까 코가 너무 우뚝해. 어색하게. 안 그래요?

(M) 뷰티풀 걸 - 김아중

 

(E) 사각사각 연필로 스케치하는 소리, 창밖으로 비오고  

 

여  공부하는 도중 도중..

    난 오빠 사진을 놓고 스케치를 해본다.

    미술을 전공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꽤 실력 있다는 소리를 듣고 있는 편이다.

    이 그림이 완성되면

    선물로 주면서 고백할 계획이다.

    그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떨리고 설렌다.

 

(E) 전화 번호 눌러보는

 

남  (속삭) 여보세요

여  오빠.. 지금 통화 안돼요?

남  어.. 영화보는 중.. 나중에 전화할게.

여  네..

(E) 뚝 끊기는

 

여  영화? 어떤 영화?... 누구랑?

    설마... 에이.. 설마.

    아니 그래도 혹시?

    에이.... 아니겠지. 아닐거야. 아니어야만 해.

(M) Abracadabra / 브라운아이드걸스

 

(E) 전화벨

 

여  (바로 받는) 여보세요?

남  어. 은서야.

여  오빠. 영화.. 잘 봤어요?

남  응. 끝나고 바로 전화했어야 했는데 미안.

    밥 먹느라구.

여  네에... 누구랑 보셨어요 영화?

남  가영이랑.

(E) 쿠쿵..

여  .......!!!!!

    

여  가영이... 이 기지배가 기어이 일을 치는구나.

    니가 전쟁을 해보겠다 이거지....

 

남  여보세요? 은서야?

여  아..네. 오빠. 재밌는 거 보셨어요?

남  어.. 난 재밌었는데. 가영이는 무서운지 막 울구 그러더라.

(E) 쿠쿵!!!

여  우..울어요?

남  애가 겁이 많더라구.

여  (신경질적으로 웃는)하하! 겁이 많긴 뭐가 많아요?

    오빠 모르는구나? 걔 고등학교 때 우리 학생부에서 등산 갔을 때요

    그때 뱀도 맨손으로 잡았던 애에요. 걔 얼마나 독한데.

남  아 그래?

여  걔 겁 없어요. 진짜 용감해요.

    맞다. 대학 막 들어갔을 때 소매치기도 맨손으로 때려잡구..

    그래서 걔 구청장한테 용감한 시민상도 받았던 애에요.

남  그래? 가영이 다시 봐야겠네. 멋있다.

여  (이게 아닌데?) 네? 머..멋있기는.. 하죠.

남  내 이상형이 용감한 여자야.

    사실 남자한테 기대려고만 하고 의지하는 스타일은.. 난 별로거든.

    요즘 가영이 같은 여자 없는데.. 의외다.

(M) She Is So High / Tal Bachman

 

여  되는 일이 없다.

    전쟁터에서 적군 기지로 뛰어 들어가서

    총도 주고 총알도 주고 대포도 쥐어주고

    잘 싸우라고 격려까지 해주고 온 꼴이 되고 말았다.

    이게 뭐냐 말이다.

    다음주 토요일. 청년부 모임이 있어 교회에 갔는데..

    가영이와 봉덕 오빠는 그 어느 때보다 다정해보였다.

    벽에 머리라도 찧고 싶은 심정이었다.

    

(E) 사람들 웅성대는 소리 등등..

(E)걸어나오는

 

남  은서야.

여  (힘없고) 네 오빠.

남  오늘 특송 연습 있다. 끝나고 남아.

여  죄송해요. 전 몸이..안좋아서....

남  안되지. 너랑 나랑 듀엣할건데. 너 가면 난 어쩌라구.

여  ...?! 듀엣..이요?

남  지난번에 보니까 나랑 너랑 음색이 잘 맞더라구.

    넌 못느꼈어?

여  느..느꼈죠. 완전 느꼈죠.

남  그래서 내가 전도사님한테 우리 둘이 이번에 특송하겠다 그랬어.

여  아..그래요? 그럼 해야죠.

남  그런데 몸 안좋다면서.

여  괜찮아요. 많이 좋아졌어요.

(M) 우리 사랑하게 됐어요 / 조권&가인

 

여  늦은 시간까지 함께 노래 연습을 하고 나왔다.

    며칠 동안 내리던 비는 그쳐 있었지만

    밤거리에 안개가 자욱했다.

(E) 걷는

 

남  2월이 졸업이지?

여  ...네.

남  취업 준비는 잘 돼 가?

여  요새 너무 어렵잖아요.

남  그렇지.

여  오빤 좋겠다. 학원 하니까.. 누구 눈치 볼 필요도 없구.

    또 오빤 워낙 실력이 좋아서.. 학원도 잘 되구.

남  내 적성엔 잘 맞아서.. 만족스러운 편이야.

여  그런데.. 오빠 나이도 있구.. 부모님이 혹시.. 뭐..

    결혼.. 그런 거 하라고 안 그러세요?

남  그러시지. 내가 맏인데.. 우리 부모님이 연세가 있으시거든.

여  아.... 사실은 저는요. 결혼 너무 늦게하는 거 아니라고 봐요.

    솔직히 저 같은 경우에두... 취직 하면 좋지만 굳이 해야 하나...

    취집이라는 말도 있듯이... 결혼해서 잘 사는 것도

    취직 못지않게 보람있는 일이다.. 전 그런 주의거든요.

남  그렇구나.

여  네에.

남  연애도 몇 번 해보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까 그렇더라.

    결혼은 정말 특별한 인연이 닿아야 하는 건데...

    그 특별하다는 게 별 게 아닌 것 같아.

    내 생각에 그건.. 타이밍 같아.

여  타이밍요?

남  결혼해야 할 때 만나는 사람.

    아무리 좋아해도 그때 내 상황이 안되면 결혼까진 힘들더라구.

여  아...

남  올해 만나는 사람하고 난 결혼하지 않을까.. 싶어.

(M) 결혼해줄래/ 이승기

 

--------------------1부 끝 --------------

 

(E) 째깍째깍.. 시계 가는 소리

 

여  그날 밤. 난 열심히 움직이는 시계 바늘만 바라보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올해 만나는 사람과 결혼할 생각까지 있다...

    그리고 아직 정식으로 만나는 사람이 없다.

    또한 내가 지켜본 바로는

    그를 맴도는 여자는 나와 한가영.. 이 둘이다.

    어떻게든 오빠의 마음이 내게 정착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답이 안나왔다.

    누웠다..앉았다.. 일어섰다.. 서성였다.. 하며

    밤을 꼬박 새우고 말았다.

(M) 하이힐/ 박혜경

 

여  그리고 다음날.

 

(E)전화기 진동 소리 드르륵

 

여  (귀찮은) 아 누구야...

 

(E) 계속 드르륵..

 

여  아 진짜... 자는데.. 여보세요.

남  윤은서. 너 자?

여  아.. 오빠. 어제 너무 늦게 자서요. (하품)

남  좀전에 예배 시작했다.

여  네?

남  너 오늘 나랑 예배시간에 특송 하기로 했던 거.. 잊었어?

여  (!!!) 지..지금 몇시? 어..!!! 어떡해....

남  (짧게 한숨) 너..정말... 됐다. 관두자.

여  오빠. 특송은.. 어떡해요.

남  가영이가 그 곡 안다고 해서 짧게 맞춰봤어.

    그냥 가영이랑 할테니까.. 넌 그냥 잠이나 더 자라.

(E) 뚝 끊기는

여  오빠. 저기요? 여보세요? 오빠!!!!!!

(M) 너 때문에 / 애프터스쿨

 

(E) 사람들 나오는 소리들..

 

여  (모기 소리만하게) 오빠...

남  (쌔한) 어... 왔냐? 뭐하러 왔냐. 다 끝나고.

여  특송은 잘 하셨어요?

남  응. 가영이가 다행히 노래를 잘 알아서...

    괜찮았어. 사람들도 다 좋았다고 그랬고.

여  그래요? 다행이에요...

남  할 얘기 다 끝났으면 우리 나중에 볼까?

    지금 어딜 좀 가야 해서...

여  아..그래요.

 

여  그 사람이 가는 곳엔 가영이가 서 있었다.

    가영이는 나와 눈이 마주치니

    승자의 미소를 한번 보내고

    오빠에게 착 달라붙어 마음껏 친한척을 하며

    맛있는 걸 사달라며 교태를 부리기 시작했다.

    그 꼴을 눈 뜨고 지켜봐야만 하는 내 속은

    타들어가고 있었다.

(M) You and I / 박봄

 

(E) 비오는 소리

 

여  다시 비가 온다.

    청승맞은 겨울비다.

    이제 이렇게 비가 와도.. 날씨 핑계를 대고

    오빠의 학원에 갈 수가 없다.

    공부도 손에 안잡히고..아무 것도 할 수가 없어

    몇 번을 망설이다가

    결국 집을 나섰다.

    

(E) 똑똑 노크하고

 

남  네..

(E) 문 열고 들어가는

여  오빠.

남  어. 은서 왔구나. 웬일이야?

여  지난번 일 너무 미안해서요. 오다가 조각케익 좀 사왔는데..

남  뭐하러...

여  죄송해요.... (울먹)

남  (황당) 너 울어?

여  (울며) 아뇨, 안 울어요.

(M) 들장미소녀 캔디

 

(E) 티슈 빼서 주는

 

여  (훌쩍훌쩍)

남  닦어. 뭐 그런 일로 그래.

여  (코맹맹) 난 그때 정말 잘하고 싶었거든요.

    너무 잘할라 그러다 보니까.. 생각도 많아지고...

    밤에 잠도 한숨 못자고...

남  그랬구나. 그렇게 부담 가질 일은 아니었는데...

여  어떻게 그래요. 오빠랑 나랑 처음으로 하는 특송이었는데.

남  응?

여  그러니까... (에라 모르겠다) 저는 오빠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오빠가 눈치가 없는건지... 모른 척 하는건지...

    암튼... 그래서 제가 이렇게 먼저 얘기하는건데요.

    저는 정말로.. 좋아해요.

남  저기.. 은서야.

여  좋아해요. 정말.

(E) 뭔가 척 내놓고

여  이건.. 선물이에요. 부족한 실력이지만..

    제가 오빠 그린 거거든요.

남  (감동)은서야!

    니가 이렇게까지... 사실은 나도 너.. 좋아하고 있었어.

여  정말요 오빠?

남  그래. 우리 사귀자. 그리구.. 가을 쯤엔 결혼도 하자.

여  오빠!!!!!

 

여  ...........이렇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하고 있었다.

 

(E)찻잔 놓고

 

남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냐. 마셔.

여  아..예..

남  아깐 왜 그렇게 운거야? 뭘 잘했다고.

여  오빤... (민망) 아직도 화났어요?

남  솔직히 말할까? 난 책임감 없는 애들 딱 질색이야.

여  ....죄송해요.

남  그리고... 일 다 망쳐놓고 눈물로 떼우려는 사람은

    더 질색이고.

여  ...오빠...

남  케익은 잘 먹을게. 그리고 미안해하는 니 마음도 알겠고.

    오늘은 일단 가 봐라.

여  ....오빠.

남  왜. 더 할 말 남았어?

여  아뇨. 그럴리가요. 커피.. 잘 마셨어요.

(M) 만약에 / 태연

 

여  집에 와서 얼마나 울었는지...

    아마 옆집에서 부모님이라도 돌아가셨는지 알았을거다.

    너무나 대성통곡을 했으니까.

    6년 동안 꼬박.. 좋아해왔던 오빠에게

    단 한번의 실수로 내쳐지는 기분.

    그리고 오빠를 좋아하는 다른 여자에게

    내 손으로 오빠를 떠밀어 보내버린 것 같은 기분.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울다 보니 불현 듯 생각나는 게 있었다.

    그림!

    여차하면 고백해 버리려고 그림을 가져갔는데?

    그게 안 보였다.

    놓고 왔나?

    설마... 거기.. 오빠네 학원에?

    안돼.. 말도 안돼....

    안 그래도 나 이상한 애로 생각하는데...

    오빠가 날 완전 실성한 애로 알거야.

(M) 미쳤어/ 손담비  

 

(E) 삐이걱... 문 여는

 

여  다행히 학원은 다 끝난 시간이었고

    오빠는 잠시 자리를 비웠는지 보이지 않았다.

    절호의 기회였다.

    분명 어디 흘린 것 같은데.. 얼른 주워서 돌아가야지...

    두리번두리번 하는데.

 

남  뭐 찾냐?

여  (헉!) 예? 아.. 하하하. 오빠 언제 왔어요?

남  뭐 찾냐구.

여  아뇨. 제가 아까 뭘 좀 흘리고 간 거 같아서....

남  뭔데.

여  아니에요. 별 건 아닌데...

    저기 그냥 제가 찾아가지구 조용히 갈테니까..

    오빤 신경쓰지 마시구.. 들어가 일 보세요.

남  뭐. 이거?

 

(E)부스럭

 

여  (헉!) 아.. 저기.. 그거 언제 주우셨어요?

남  너 가고 나서 바로.

여  주세요.

남  날 왜 그렸어?

여  그거 오빠 아닌데요.

남  그렇게 생긴 사람이 나 말고 또 있어?

여  ....있거든요.

남  누군데?

여  암튼.. 있어요.

남  나 맞잖아.

여  ...

남  왜 그렸는데?

여  뭘 묻구 그래요? 그래요. 그렸어요! 왜요!

    왜 그렸겠어? 좋아하니까 그렸지!

    저기요 미안한데요. 나 그렇게 신실한 애 아니에요.

    교회두요. 처음에 오빠 기타 치는 거 보고 멋있어서 다니기

    시작했구요. 성가대도 그래서 한 거였어요.

    그래요. 6년 동안..좋아했어요!

    그래서 오빠가 특송하자 그래서 너무 좋았는데.

    내가 다 망쳤어요!

    그거 사과하러 왔다가. 개망신 당했구요.

    됐어요?

    그런데요. 하나만 물어볼께요.

    진짜 몰랐어요? 내가 좋아하는 거. 그래서 여기 뻔질나게

    드나드는 거 진짜 몰랐어요?

    가영이가 오빠 좋아하는 것도 진짜 몰라요?

    몰라요? 아님 모르는 척 하는 게 편해요?

    (후욱.. 한숨 쉬고) 아니에요. 이제 다 필요없어요.

    나 정말.. 궁금하지도 않아.

(E) 나가 버리는

 

여  이제 끝이다.

    정말 끝이다.

(M)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 / 임현정

 

여  그리고 교회에 나가지 않았다.

    연락 한통은 올 법도 한데.. 그 사람에게도 연락은 전혀 없었다.

    하긴.... 그렇게 추태를 부렸으니...

    정말로... 정신 나간 애라고 생각했겠지.

    너무 울어서...우리집 티슈는 다 바닥이 났다.

    한 2주 울고 나니...

    이제 눈물도 말랐는지 나오지도 않았다.

    무릎나온 츄리닝 바람에 머리엔 까치집을 짓고

    편의점에 물을 사러 가는데...

    

(E) 누군가 오는

 

남  윤은서.

여  (헉!!!)

남  너 윤은서 맞냐? 와.... 너 평소엔 이러고 다니는구나.

    난 니가 치마만 입는 앤 줄 알았는데...

여  아니..저기.. 그게 아니라 오늘 빨래를 해 가지구.. 다 빨아서...

    여긴 웬일..이세요?

남  전화는 왜 꺼놨어. 아침부터 전화했는데.

여  왜..왜요?

남  넌 애가.. 니 할말만 그렇게 해대고.. 사람 정신을 쏙 빼놓고 가서..

    코빼기도 안보이고... 너.. 어디서 배워먹은 버르장머리야.

여  버르장머리는 무슨...

남  그리구. 그때 그림.. 그거.. 나 닮기는 했는데.. 그림의 기초가

    전혀 안돼 있어.

여  그래서요 뭐.. 어쩌라구..

남  우리 학원 나와라.

여  네?

남  너 뭐 딱히 할 일도 없잖아. 아르바이트로 청소도 좀 하고..

    커피도 타고.. 그러면 내가.. 알바비 대신 그림 가르쳐 줄게.

(M) 고백/ 노리플라이

 

(E)가는데 쫓아가는

 

여  아니요. 좀 확실히 말씀을 해주시라구요.

남  뭘 말씀을 해줘.

여  그렇잖아요. 방금 그 말이 저를 좋아하신다는 얘긴가..하고.

    사귀자는 건가?

남  야..너는..

여  말자는건가?

남  대충 알아먹어. 꼭 말로 해야 돼?

여  네. 저는 딱 싫은 게 돌려 말하는 거. 에둘러 말하는 거..

    애매한 거.. 그런 거거든요. 그러니까 사귀자는 건가요?

남  야... 비온다. 이리 와.

 

남  그 사람이 외투를 벗어 올리고

    그 안에 나를 끌어당긴다.

    달콤한 비가 거리를 적신다.

(M) 주제음

 





2010-01-21(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