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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14일 목요일 <음악에세이>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425 화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M) 주제음  기억의 습작 / 전람회

 

남  이런 소설을 본 적 있다.

    어느날 아침 눈을 떴더니

    자기 자신이 벌레가 되어있는 이야기.

    그 비슷한 기분을 느낄 날이 있을 거라곤

    상상조차 못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나는 그 소설의 주인공이 어떤 기분이었을지

    감히 상상해 볼 수 있었다.

    눈을 떴는데. 여기가 어딘지 도무지 알 수 없었고.

    내가 왜 여기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중요한 건.

    내가 누군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M) Angel Eyes / Sting

 

여  정말 모르겠어?

남  네?

여  (답답) 정말 모르겠냐구. 내가 누군지.. 정말 몰라?

남  ....모르겠는데요.

여  그렇게 크게 다친 것도 아닌데.. 왜 이러는건지 정말...

남  사고가 났었나요?

여  나한테 그런 말투로 얘기하지 마.

    우리가 완전 남같잖아.

남  미안해요.

여  그러지 말라구!

남  ......

여  사고였어. 그렇지만 얘기했듯이 그렇게 큰 사고도 아니었어.

    잠깐 기절했고. 난 금방 일어나서 이렇게 괜찮은데

    당신만 왜 이러는거야.

남  우리가.. 부부였나요?

여  ....미치겠네 정말....

남  부부였어요?

여  결혼한 건 아니었구요.. 곧 결혼할 사이였어요. 됐어요?

(M) Thinking of You / ATC

 

남  이건 참 묘한 기분이다.

    내 이야기를 남에게서 듣는다는 것.

    하지만 이 여자는 그래도 아주 성질 나쁜 여자는 아닌 듯하다.

    처음에는 정말 모르냐고, 왜 모르냐고

    신경질을 피더니

    그래도 이젠 병실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뜨개질을 해가며

    내 이야기를 해준다.

    내가 어떤 사람이었나. 뭐 하는 사람이었나.

    우리는 어떤 관계였나.. 그런 것들 말이다.

    

여  가습기 청소했더니 수증기가 좀 깨끗해진 것 같지 않아?

남  네..

여  또 그런다.

남  ..응.

여  내가 어디까지 얘기했지?

남  부모님은 미국에 계시고. 누나랑 형들도 미국에...

    나는 미국에서 대학 마치고 여기 들어와서 일하는 중이었고...

여  응. 나랑 만난 건 3년 됐어.

    우리는 올해 가을에 결혼할 예정이구.

남  ...어떻게 만났는데요?

여  또.. 또...

남  어떻게 만났는데.

여  나름 운명적인 만남이었지.

(M)     Feelings / Keiko Lee

 

여  새해 시작하고 얼마 안됐던 날이었는데.

    내가.. 점 보고 그러는 걸 좀 좋아하거든.

    그래서 강남에 유명한 점집이라는 델 가서 점을 봤어.

    너무너무 외로운데. 남자친구는 언제 나타나느냐....

    그랬더니 그 점쟁이가 그러는거야.

    앞으로 5년 안엔 남자 씨가 마른다.. 그냥 일이나 열심히 해라...

    얼마나 기분이 드러웠는지...

    혼자서 욕을 하면서 버스 타러 가는데...

 

(E) 눈 위로 종종 걸어오는

 

여  어 추워.

 

(E) 다른 곳에서 걸어오는, 부딪치고 넘어지는

 

여남    (비명)

남  괜찮으세요?

여  아.....

남  다치셨어요?

여  (버럭) 아니... 사람이 걸어가는데.. 좀 조심하시죠!

남  .... 네 서로 잘못한 것 같기는 하지만.. 암튼 죄송합니다.

여  서로 잘못... 아.... 아야.....

남  많이 아프세요?

 

여  많이 아팠지. 어떻게 잘못 넘어진건지 발목에 금이 갔거든.

    암튼 그래서 난... 처음 보는 당신한테 업혀서

    근처 병원에 갔어.

(M) 꿈에서 본 거리 / 윈터플레이

 

(E) 사과 깎는 소리

 

여  내가 이게 뭐야 지금. 거리를 싸돌아다니면서 남자를 구해도

    연애를 할까말까한 이런 상황에서

    이런 데 콕 쳐박혀 사과나 깎고 있으니 남자가 생길 리가...

    아니 이 병원 의사들은 왜 다 유부남이고.

    환자들은 다 할아버지고. 어우... 운도 지지리도 없지 진짜.

(E) 노크 소리

 

여  누구세요.

 

(E) 문 드르륵 열리고

 

남  안녕하세요.

여  어? 웬일이세요?

남  사과 드세요? 좀 앉아도 돼요?

여  벌써 앉으셨네. 좀 드실래요?

남  감사합니다. 다리는 좀 어떠세요.

여  그때 들으셨죠. 다리 금 간 것도 금 간 거지만..

    허리에도 충격 가서... 이거 조심해야 된다고..

남  네.. 들었죠.

여  왜 오셨어요?

남  그날 그냥 가라 그러셔서 가기는 했는데. 며칠 생각해 보니까

    저에게 책임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라서요.

여  됐어요. 저 실비보험 들어논 것도 있구요.

    뭐 암튼.. 교통 사고도 아니고 눈길에서 서로 부딪쳐서

    이렇게 된 거.... 누굴 탓하겠어요?

남  그건 그렇죠. 저도 제 잘못이라는 건 아니구요.

    그냥.. 윤리적인 책임감을 느껴서요..

여  네?

남  제가 남자친구 해드릴까요?

여  ....네에? 아니.. 뭐라구요?

    아니... 저기... 그쪽 미치셨어요?

남  사실은요. 점 보러 가셨을 때....

여  네? 점이요?

남  제가 바로 옆방에 있었는데... 그 가게가 방음이 잘 안되는지...

    소리가 다 들렸어요. 향후 5년간 애인 안생길거라고 했더니...

    말도 안된다고 소리소리 지르시구...

    돈 낸 거 물러달라고 난동도 피시구...

여  제..제가 언제 난동을... 저는 그냥.. 점이 잘 안맞는 것 같아서...

    가볍게 컴플레인 한 거죠.

남  뭐 암튼... 그 소리 듣고 도대체 어떻게 생긴 사람인가 궁금해서

    얼굴을 봤거든요.

여  저기 잠깐만요. 그러니까 그쪽.... 나 따라온 거에요?

남  따라왔다기 보다는.... 그냥 가는 길에...

여  기막혀!

남  ....그쪽이 제 스타일이더라구요.

(M) Baby You're Beautiful / 성시경

 

(E) 가습기 소리

 

여  (말하다 흥분) 당신이 나한테 그러더라구.

    “그쪽이 제 스타일이더라구요”

    그러니까 한마디로 나한테 한눈에 반했다는 거지.

남  저기요. 말씀 중에 죄송한데요. 그 말은 좀 이해가 안가서.

여  뭐가 이해가 안가? 이렇게 자세히 설명해주는데?

남  제가 아무리 지금 기억상실증이라도

    제 스타일을 모르겠어요? 저는.. 제 스타일 아는데...

    그쪽은 좀... 그거랑은 거리가....

여  뭐?

남  저는 귀여운 스타일보다는...

    화려하고 섹시한... 그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오거든요. 예를 들면 이효리 같은..

여  잠깐만.. 지금 당신, 나는 기억이 안나고

    이효리는 기억이 난다는거야?

남  아뇨. 이효리는.. 어제 저녁에 텔레비전 보다가 알게됐는데..

    딱.. 제 스타일이더라구요.

여  사고 때 충격이 컸나보네.

    당신 원래 이효리 안좋아했어. 내가 이효리보다 백배 낫다고

    늘 입버릇처럼 그랬는데?

남  그럴 리가.. 없는데...

여  됐고. 암튼 그래서 우린 사귀게 됐어.

(M)   White / 핑클

여  뭐 당신이 나를 너무 너무 좋아해서 한 연애긴 했지만

    당신이 잘해주니까 나도 좋았고

    그래서 우리는 3년이나 만났어.

    그런데 당신이 이상하게 결혼 얘길 안하는거야.

    할때도 됐는데.

    나도 내년이면 서른 하난데.

    부모님이 외국에 계시니 만날 기회도 없고...

    그래서 작년 가을부턴 우리가 싸울 일이 많았지.

 

(E) 가을 낙엽 밟고 오는

 

여  자기 왔어?

남  네비에도 안 찍히는 델 오라 그럼 어떡해.

    여긴 낙엽도 안 치우나? 어우 뭔 낙엽이...

여  사람이 왜 이렇게 분위기가 없어!

    멋지잖아.

남  내일 보기로 해놓고 왜 갑자기 불러내.

여  할 말이 있는데. 내일까지 기다리기 싫어서.

남  뭔데.

여  ... 우리 결혼해.

남  어?

여  암만 기다려도 먼저 얘기할 것 같지 않아서 내가 하는거야.

남  .......안그래도 나도 할 얘기 있었는데.....

여  응? 정말?

    어머.. 자기가 먼저 얘기할라 그랬는데 내가 해버린거야?

남  ..... 그런 셈이지.

여  그런거구나. 미안미안.

    내가 눈치도 없이.....

남  우리 내일 다시 만나자.

여  어 그래. 알았어.

 

여  다음날 만났는데

    뭔가 말을 할듯 말듯.. 우물쭈물...하더니

    갑자기 어딜 가자는거야.

    그러면서 산정호수 쪽으로 차를 몰기 시작했어.

    내 생각엔 당신이 그쪽 어디 레스토랑 같은데다가

    이벤트를 마련해 둔 것 같았지.

    그런데... 가던 길에 사고가 난거야.

    큰 사고도 아니었고. 우리 둘 다 크게 다친 건 아니었지만

    내가 지금 얼마나 속상한 지 알아?

    당신이 그렇게 큰 맘 먹고 준비한 이벤트를

    다 망쳤잖아.

    그래두 뭐... 당신 맘 대강 알 것 같긴 하지만.

 

남  갑자기 머리가 아팠다.

    그녀의 말과는 뭔가 다른...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기억은 나지 않고... 머리만 아팠다.

 

(M)     C'mon Through / Lasse Lindh

 

---------------------1부 끝 --------------------

 

남  그렇게 사고가 나서 이 병원으로 왔다는거죠?

여  응. 그런데 언제까지 나한테 그렇게 말할거야?

남  아직은 어색해서....

 

(E) 사과 쓱쓱 깎는

 

남  뜨개질 하던 걸 옆에 두고

    그녀는 사과 깎고 있었다.

 

여  사과 좀 먹어. 달다.

남  고마워...

 

(E) 아삭아삭 먹으며

 

여  당신이 사과 참 좋아했잖아.

    첨에 나 입원해 있을 때두 내가 깎아준 사과 참 잘먹었지.

남  그랬나...

여  또 당신이 좋아한 게... 돈까스.

    우리 둘이 남산 자주 갔는데 거기 가면 꼭 손바닥만큼

    커다란 돈까스 있지? 그거에다가 산채비빔밥을 먹고 왔어.

남  ....그랬나....

여  그리고 당신이 좋아한 건... 제주도.

    우리 제주도 정말 자주 놀러갔어. 적어도 일년에 한두번은 갔잖아.

    한라산 꼭대기까지 같이 가기도 하고. 기억 나?

남  아니...

여  뭐.. 차차 기억나겠지.

    그리고 당신.. 이승철 노래 진짜 좋아했어.

    나한테 노래방 가면 불러준다고 그러다가 망신 당하고...

    당신이 고음불가잖아.(깔깔)

(M) Never Ending Story / 이승철

    

(E) 바람 부는 소리. 창문 닫는다.

 

여  바람 많이 부네.

남  들어가 봐. 오늘 하루종일 있었잖아.

여  이렇게 추운데... 어딜 가라구.

    그냥 여기서 잘거야.

남  여기 어디서..

여  보조침대 있잖아. 아니면...옆에서 같이 잘까?

남  응? 아..안돼.

여  뭐야? 지금 날 뭘로 보고? 자래두 안 자거든?

남  기분이 이상해.

여  ...왜.

남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이 나라는 거.

    내가 했다는 모든 게 낯설기만 하고...

    내가 좋아했다는 게.... 다 처음인 거...

    내가 사랑했다는 여자조차도.. 처음 보는 사람 같은 거...

여  ....알아.

    뭐.. 다 알겠다는 건 아니고. 대강 짐작은 간다는 뜻이야.

남  난... 좋은 사람이었어?

여  .....글쎄....

남  ......

여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었던 건 확실해.

    하지만 좋은 사람이었는지는... 글쎄?

    그건... 당신만 아는 거 아닐까?

    기억을 잃어버리기 전의.. 당신 말이야.

(M) I Look to You / Whitney Houston

 

(E)멀리서 새소리

 

남  아침에 눈을 떴는데. 그녀는 여전히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여  일어났어?

남  안 잔 거야?

여  보조침대가 너무 불편하더라구.

    옆에서 자면 절대 안된다며?

남  아니.. 내 말은...

여  (웃고) 그냥 잠이 안와서... 잠도 안오고.. 바람은 불고...

    눈은 오고...

남  눈 왔어?

 

(E) 창문 열어주는

 

여  봐... 많이 왔지.

남  그러네.

(E) 창문 닫고

 

여  양치 하고 와. 오늘 검사 받을 거 많댔어.

남  어..그래..

(E) 슬리퍼 신고 가려다가 문득

 

남  그런데... 그거 뭐 뜨는 거야?

여  당신 스웨터.

(M) I Remember You / Diana Krall

 

남  며칠이 지났다.

    여러 가지 검사를 받고. 물리치료를 받고.

    때로는 산책을 하거나. 그녀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기억에 남아있지 않지만, 그녀는 좋은 여자 같았다.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해졌고. 나의 어떤 모습도 다 받아줄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예전에 내가 왜 그녀를 그렇게 사랑했는지 알 것 같았다.

 

여  왜?

남  응?

여  왜 그렇게 빤히 보냐구.

남  반지 말이야. 어딨을까.

여  ....응?

남  반지. 내가 청혼하려고 했다면 반지 정도는 준비하지 않았겠어?

여  ...그거야 모르지. 난 못받았는걸.

남  찾아봐야겠어. 산정호수 주변의 레스토랑을 다 뒤지면

    내가 예약했던 곳을 찾을 수 있지 않겠어?

    아니면.... 내 휴대폰.

여  전화기는 다 부서졌어. 사고 났을 때.

남  ...그래? 그래도... 통화내역 정도는 있지 않아?

여  당신 짠돌이였어.

남  응?

여  그러니까... 반지를 샀다고 해도.. 무슨 다이아.. 이런 거

    절대 아니었을걸? 은반지.. 진짜 잘해야 18K였을걸?

남  에이...그래도 청혼 반진데 설마....

여  설마는 무슨! 당신 그런 사람이었다니까?

남  내 생각엔 말이야. 나는 당신을 많이 사랑했던 것 같애.

    그러니까.... 아마 당신한테 줄 반지도

    가장 멋진 걸로 준비했을거야. 확실해.

(M) 다행이다 / 이적

 

(E)가습기 물 갈고. 퓨우..하고 가습기 내뿜고

 

여  그는 잠이 들었고.

    나는 가습기 물을 갈아놓고. 그 사람 옆에 앉았다.

    그리고 뜨개질 하던 걸 다시 들었다.

    이제 거의 다 됐다.

    남색 스웨터....

    원래는 이 사람을 위해 만들던 게 아니었다.

    다른 남자에게 주려던 거였다.

    그랬다.

    나는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원해서 생긴 일은 아니었다.

 

(E)낙엽  밟는 소리

 

여  자기 왔어?

남  네비에도 안 찍히는 델 오라 그럼 어떡해.

    여긴 낙엽도 안 치우나? 어우 뭔 낙엽이...

여  사람이 왜 이렇게 분위기가 없어!

    멋지잖아.

남  내일 보기로 해놓고 왜 갑자기 불러내.

여  할 말이 있는데. 내일까지 기다리기 싫어서.

남  뭔데.

여  ... 우리 결혼해.

남  어?

여  암만 기다려도 먼저 얘기할 것 같지 않아서 내가 하는거야.

남  .......안 그래도 나도 할 얘기 있었는데.....

여  응? 정말? 뭔데?

남  사실은... 나 너랑 결혼못해..

여  어?

남  다른 여자가 있어.

여  어? 뭐?

남  다른 여자가 있어. 좋아하는 여자가 있어.

여  ....무슨 소리야....

남  그러니까 너도.. 다른 남자 만나.

    우리 그렇게 하자. 지금 너한테 상처 주는 거 미안한데...

    더 상처 안받으려면 그게 최선인 것 같다.

(M) 거짓말 / god

 

여  정말 좋아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상처도 컸다. 그 즈음 회사에서 내게 고백을 해온 사람이 있었고

    난 그 사람에게 무작정 기대기로 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덜 힘들 것 같았다.

    난 마음에도 없이 웃었고. 더 행복한 척도 했다.

    새로운 남자친구를 위해 뜨개질도 배웠다.

    아무렇지 않은 척, 그렇게 살았다.

    그렇게 세달이 흘렀고. 겨울이 됐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난 마음 정리를 할 수 없었고

    주말이면 그 사람과 자주 갔던 까페에 앉아

    책을 읽거나 뜨개질을 했다.

 

(E) 들어오는

 

여  그리고 어느 토요일 오후.

    난 새로운 여자친구와 함께 들어오는 그를 보고 말았다.

    외면하고 까페를 나갔는데.

 

(E) 까페 문 열고 나가는

(E) 쫓아오는

 

남  은서야.

여  ...왜? 이렇게 쫓아나오다가 들키면 어쩌려고 그래? 들어가.

남  너도 참 독하다.

여  뭐?

남  그렇게 헤어지고 연락 한번이 없냐?

여  웃긴다.. 그럼 내가 울며불며 매달릴 줄 알았어?

남  어.

여  아니야. 그때 나 놔줘서 고맙다고 생각해. 나도 새 남자친구 생겼어.

    그 사람이 정말 잘해줘. 이거 보이지? 이 스웨터도 그 사람꺼야.

    나 이렇게 잘 살아. 그런데. 내가 왜? 왜 연락을 하겠어?

    내가 왜 울고불고 매달리겠어?

남  .....그래?

여  그래. 그러니까 들어가. 들어가서 새 여자친구한테 잘해줘.

남  우리 마지막으로 한번만 만나자.

여  만나긴 뭘 만나? 왜?

남  삼년은 짧은 시간 아니잖아. 너한테 그날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게 마지막일 거라는 생각은 안했었어.

    너도 나한테 할 말이 있고...

    나도 너한테.. 뭔가 할 말은 있을 거라고 생각해.

    정말 마지막으로... 한번만 만나자.

(M) One Last Cry / Brian Mcknight

 

여  사실 그날 우리는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할 말을 하려고

    가던 길이었다. 사고가 났고. 정신없이 병원에오고.

    그 사람이 깨어나고. 그리고 기억을 잃었다는 걸 알았을 때.

    왜... 그런 얘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그냥.... 하고 싶지 않았다.

    그의 휴대전화도 없애 버렸다.

    그러면 모든 걸 새로 시작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모르겠다.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는건지... 자신이 없다.

(M)     Wild Horses /Susan Boyle

 

(E)바람 부는

 

여  (좀 멀리서) 왜 여기 나와 있어?

남  어.. 머리가 아파서.

(E)걸어오는

 

여  스웨터.. 다 짰어.

남  어... 이쁘다.

여  들어가서 입어보자. 잘 맞나보게...

남  그럴까?

여  응..

남  은서야.

여  응?

남  내가 기억 못하는 그 시간 동안.. 혹시 내가 너한테 못할 짓 한 건

    없어?

여  왜?

남  혹시.. 그랬을까봐.

여  그런 거 없어. 자기가 나를 얼마나 많이 사랑했는데.

남  그럼 다행이고.... 들어가자. 춥다.

 

여  그는 언제까지 나를.. 사랑할까.

    이번엔.. 언제까지....

 

남  내 기억 속에 없는 그 시간 동안

    내가 이 여자를 만나고 사랑한 건.. 정말 행운이다.

    이 행운이 오래 계속되길 바란다.

 

(M) 주제음

 

    

 

    

 

 

 





2010-01-14(1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