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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24일 목요일 <음악에세이>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422 화 - 산타의 선물


(M) 주제음    울면 안돼 / 이효리 & 이수영


(E) 사무실 소음. 복사기로 복사하는 소리


여     오늘 일의 마지막이다.

        이것만 다 해서 부장님 책상 위에 올려놓고 나면

        퇴근해도 된다.

        그런데.. 퇴근하면 어디로 간단말인가.

        집으로?

        아무도 없을텐데..

        엄마 아빠는 두 분이 간만에 데이트한다고 하셨고

        동생도 여자친구랑 춘천인지 어딘지 간다고 했고

        아마 밥도 없을 것이고...

        그래. 집에 가는 건 좀 그렇다.

        그래도 크리스마스 이븐데.

        그럼 누구... 뭐 친구라도 섭외를 해 봐?

        시집간 애들은 가족과 함께일 것이고

        결혼 안한 애들 중에서... 그나마 남자친구 없는 윤영이는

        오늘 소개팅이 있다 그랬지.

        참... 없어 보이게 크리스마스 이브에 소개팅은.. 쫌... 그렇지 않나?

        라고 코웃음도 쳐 봤지만... 그 즉시 허탈감이 밀려왔다.

        그렇다. 난 크리스마스 이브 소개팅을 강력하게 추진해 봤지만

        잘 안됐던 것이다.

        우울했다. 

(M)    크리스마스 히스테리 / 이소은


여     사실 난 누구보다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고 싶은 사람이 있다.

        다름 아닌... 내 건너 건너 자리에 앉아 있는 김대리님.

        입사와 동시에 반해 버렸던 저 남자.

        하지만 그를 좋아하는 건 한 두 여자가 아니었다.

        말 그대로 강력한 경쟁자들이 넘쳐났던 것이다.

        좌중을 압도하는 수트발.

        비담 김남길을 닮은 환상적인 마스크.

        깔끔한 매너.

        아니 반하고는 견딜 수 없는, 킹카 중의 킹카였다.

        자재부 나연주도 대쉬했다가 까였다고 했고..

        도도한 비서실 윤세림도 들이댔다가 점잖게 거절 당했다고 했다.

        여직원들 사이에선 그에게 여자친구가 있을 거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었다.

        확인된 사실은 없었다.

        고로 나는, 그에게 섣불리 들이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참으로 애매모호한 지점에서

        그를 바라보기만 하고 있었다.

(M)    Snow X-mas / S.E.S


여     오늘 같은 날 그는 분명히 약속이 있겠지...

        난 핸드백을 천천히 챙기며 그를 주시했다.

        다른 직원들은 하나 둘.. 시계를 보며 외투를 챙겨들고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이상하게도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생각하질 않았다.

        뿐만 아니라 책상 위에 일거리를 잔뜩 쌓아놓고 있었다.

        설마... 저걸 다 하고 가려는 건 아니겠지?

        난 괜시리 화장을 고쳤다가...

        책상 정리를 했다가... 하며 퇴근 시간을 늦췄다.

        솔직히... 지금 가봤자 할 일도 딱히 없었고.

        마침내... 사무실 안엔 그와 나.. 둘만 남았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그 사람과 나.. 둘 뿐이라니.

        이게 웬떡인가.

        난 다시 컴퓨터를 켰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순 없지 않은가.

        한참 일에 몰두해 있던 그 사람이 눈을 들었다.


남     윤대리님. 퇴근 안하세요?

여     네? (이제야 봤다는 듯) 김대리님도 계셨네요? 전 다.. 퇴근한 줄 알고...

남     크리스마스 이븐데 약속 없어요?

여     약속요? 있죠. 있었는데... 취소했어요.

남     왜요?

여     그냥 차도 밀리는데 거길 뚫고 가려고 생각하니까 갑자기 가기

        싫어지네요. (어색한 웃음)

남     어? 저랑 비슷하시네..

여     (반갑고) 네?

남     저도 사람들 붐비는 곳 가는 거 별로거든요.

여     그러시구나~

        (떠보듯) 그래서.. 오늘 약속 안잡으신 거에요?

남     뭐... 딱히 약속 해서 만날 사람도 없구요.


여     ...앗싸.... 여친 없구나.

        풍악이라도 울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M)    징글징글 / 4Minute


(E) 키보드 열심히 두드리는 소리


여     굳이 지금 안해도 될 일을 미친 듯이 하면서

        눈으론 힐끔힐끔 그를 쳐다봤다.

        한참 일에 몰두해 있던 그가 기지개를 크게 켜며

        조금 피곤한 눈치다.


여     저기. 김대리님.

남     네?

여     피곤하지 않으세요? 뭐.. 커피에 샌드위치라도 시켜 먹을까요?

        전 그러려고 하는데.

남     아. 그럼요 제가 내려가서 사올께요.

여     그럼 같이 가요. 저도 뭐.. 좀 움직여야 할 것 같아요.


(E)걸어가고. 엘리베이터 문 열리고 들어가는


여     일 많아요?

남     27일 프리젠테이션 하는 거요. 이번에 저잖아요.

여     아 맞다. 엘르백화점 껀.. 맞죠.

남     네.


여     ..... 잘생긴 걸로 모자라 능력도 좋아..

        난 이 사람을 놓칠 수가 없다.

        놓치기 싫다.

        그리고 내 생각에, 오늘 저녁이 결정적인 기회다.

(M) 옥탑방 고양이 (야옹.. 하는 부분부터)


(E) 찬바람 불고 걷는


남     어우 춥네요.

여     저기 뒤에 증권사 건물 있잖아요. 거기 트리 보셨어요?

남     아뇨. 못봤는데...

여     우리 그쪽으로 해서 가요. 트리 정말 예뻐요.


(E) 걷는


여     ...멋지죠.

남     네. 그러네요.

여     저는 초등학교 6학년때까지 산타 믿었거든요.

        친구랑 막 싸우기도 하고 그랬다니까요?

남     그래요. 난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알았는데..

        산타 같은 건 없다는 거.

여     ..... 아 정말요? 부모님이 가져다 주시는 걸 봐 버렸나부다...

남     ......

여     6학년 때 알았거든요. 부모님이 갖다 주시는 거구나...

        그래서 일부러 제가 갖고 싶은 아주 비싼 운동화를 받고 싶다고

        얘기하고 그랬다니까요? 그랬더니 저희 엄마가 뭐라 그러셨는지 알아요?

        산타할아버지도.... 너무 비싼 거 사다 달라 그러면...

        좀 곤란하시지 않을까? (깔깔 웃는다)

남     ..... 추운데 우리 그만 갈까요?

여     네? (무안) 네....


(E) 걸어가면 재빨리 쫓아가는


여     내가 너무 수다를 떨었나?

        그래... 너무 깨방정 떨었어. 나는 어린 시절 추억을 얘기하면서

        뭔가 더 친근하게 굴어보려던 건데..... 아 몰라몰라.

(M)    White Love / 마로니에걸즈


여     샌드위치를 사서 돌아와 다시 일을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히터도 끊기고 좀 추운 느낌이었다.

        이제 그만하고 좀 나가서... 가다가 어디 분위기 좋은 바라도 들려

        와인이라도 마시고... 그래야 뭔가 일이 진척일 될텐데...

        저 남자는 도무지 일어날 기미가 안 보인다.


(E) 전화벨


여     여보세요? (소리 죽여) 응.. 엄마? 어디긴 어디야 회사지.

        약속 없으니까 이러고 있지. 뭐? 밥도 안해놓고 갔으면서...

        버리고 갈 땐 언제고. 아 몰라. 끊어.

        

(E) 뚝 끊는다


남     ..... 어머니 전화에요?

여     네. 엄마.. 아빠랑 데이트 가셨거든요. 저만 버려놓구요.

        저희 식구들은 늘 그런 식이에요.

남     지금 들어오라는 거 아니에요?

여     뭐... 그런거긴 한데...

남     (갑자기 싸늘해지는 느낌) 그럼 얼른 들어가 봐요.

여     네? 아니.. 하던 일 끝내놓고...

남     급한 일 하던 것도 아니잖아요.

여     .... 김대리님. 저기.. 혹시 지금 저한테 화내시는 거에요?

남     .....아뇨. 


(E) 뭔가 정리하는 듯

 

남     저 먼저 들어가 볼께요. 나머진 집에 가서 해야겠네요.


여     이건 뭔가?

        저 사람 갑자기 왜 나한테 화내는 거지?

(M)    Jingle Bell Rock / As One


(E)가는데, 쫓아가는 느낌


여     김대리님.

남     ...네.

여     아니.. 잠깐만 멈춰보세요.


(e)멈추고


남     왜 그러시는데요.

여     저한테 왜 그러세요? 제가 뭐.. 실수했어요?

남     ..아뇨.

여     그런데요?

남     그냥 저 혼자.. 제 기분 때문에 그랬습니다.

        기분 나빴다면.. 미안해요.

여     ....뭐.. 그러셨다면...

남     그럼 가세요.

(E) 뚜벅뚜벅 가 버리는

여     아니 그건 그런데요. 저기요.. 잠깐만요..

        김대리님.. (하다가 으악!!!)


여     난 잠시 기절했던 것 같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누가 맨홀 뚜껑을 열어놓았단 말인가.

        좋아하는 그 사람에게 이쁘게 보이고..

        잘 보이고 싶었는데...  

        망신망신... 이런.... 개망신이 없었다.

        완벽하게 처절한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M)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 / Jingle Dogs


--------------1부 끝 -------------


여     눈을 떴을 땐 하얀 천장이 보였다.

        병원 응급실이었다.

        주변은 난장판이었다. 술 먹고 다리가 부러진 사람..

        술 먹고 머리가 깨진 사람..

        술 먹고 기절한 사람...

        다들 열광적인 크리스마스 파티 후유증으로 실려온 듯 했다.

        맨홀에 빠져 실려온 사람은 내가 유일했다.

        

남     괜찮아요?


여     괜찮지 않았다. 온몸이 욱신거리는 건 둘째치고..

        부끄러워서 죽을 것 같았다.


남     별 이상은 없는 것 같다는데.. 그래도 사진은 찍어봐야 한다네요.

여     사진은 무슨...

남     그래도 여기선 그런다고 하니까... 가서 사진 찍어봐요.

여     저 정말 아무렇지 않다니까요?

남     ..... 정말 괜찮아요?

여     네에...

남     그럼.. 전 그만 가볼께요. 괜찮다고 하시니까....

여     ........아아아....

남     왜 그래요.

여     갑자기.. 허리가... 누워 있을 땐 몰랐는데...

        아무래도 사진.. 찍어 보는 게 낫겠어요.

        어떻게.. 좀.. 기다려 주실래요?

(M)    Winter Wonderland / Lisa Ono


(E) 엑스레이 찍는 듯


여     그래. 이왕지사 이렇게 된 일...

        어차피 팔릴 쪽도 다 팔렸고...

        이대로 저 사람 보내버리면.. 이미지만 나빠지고...

        괜히 사이만 어색해지고.. 뭐 하나 건질 게 없다.

        그리고.. 맨홀에 빠졌든 어쨌든.. 중요한 건

        내가 지금... 크리스마스 이브에...

        그 사람과 함께 있다는 거다.

        장소가 좀... 그렇긴 하지만...

        내 상황이 좀... 그렇긴 하지만...

        뭐 어떤가....

        우리는 함께 있다.


(E) 나오는데


남     다 됐어요?

여     네.. 의사 올때까지 기다리래요.

남     허리는요.

여     그게.. 아주 괜찮진않고.. 괜찮아다가 말았다가.. 그러네요.

        아까..놀라셨죠.

남     네. 갑자기 있던 사람이 쑥 사라져서.. 좀 놀랬죠.

        집에 전화하셔야 되는 거 아니에요?

여     아..아니에요. 안해도 돼요. 해봤자 괜히 욕이나 얻어먹어요.

남     그래도 욕해줄 가족이 있는 게 얼마나 좋아요.

여     김대리님은 욕해주는 가족 없어요?

        하긴... 김대리님 정도 되시면... 가족들이 칭찬만 해주시겠죠.

남     ....윤대리님 입 무거워요?

여     네? 네! 저 입.. 무지하게 무거워요. 완전 자물쇠..!

남     .... 제가 아주 어려서부터 산타를 믿지 않았다고 했죠.
        저는 매년 산타가 나눠주는 선물을 받았거든요.

        그러니.. 믿고 싶어도 믿을 수가 없었죠.

여     ....? 산타가 나눠주는 선물?

남     네. 매년 고아원엔 마음 좋은 산타들이 오거든요.

        와서... 아이들을 줄 세워놓고... 선물을 나눠주죠.

        내가 평소에 갖고 싶었던 선물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것들을

        받고.. 고맙습니다.. 깍듯하게 인사해야 해요.

        작년과 똑같이.. 크레파스를 받았어도.... 좋아하는 표정으로

        그 분들하고 사진도 찍어야 하구요.

(M)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 (kids ver.) / 김현철


여     전혀 몰랐던 일이었다. 너무 의외의 일이어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대학교 때 봉사활동으로라도

        가보지 않은 곳이었다. 성탄절이나 연말이 되면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화면 속에서만 봤던 곳이었다.

        그곳에서 산다는 건 어떤 건지...      

        그곳에서 크리스마스를 맞는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산타를 믿지 않을 수밖에 없다는 건 어떤 건지...

        난 알 수가 없었다.

        위로를 할 수도 없었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할 수도 없었다.


남     그건 무슨 표정이에요?

여     네?

남     웃을거면 웃고 울려면 울고..

여     아니 웃으려고도 안했고, 울려고도..안했어요.

        그냥 어떡해야 할 지 모르겠어서...

남     (가볍게 웃고) 괜찮아요. 너무 그럴 거 없어요.

        다행히 운 좋아서... 좋은 목사님 부부를 부모님으로 알고

        잘 컸어요. 크리스마스나 어린이날 잠시 잠시.. 나에게 진짜 부모가

        없다는 걸 깨닫는 거 빼곤... 그래도 잘 살았어요.

여     네.

남     그래도 사람들에게 얘기한 적 없어요.

        숨기려고 해 숨긴 건 아니고. 사람들이 날 공평한 시선으로 봐주길

        원해서 말하지 않았을 뿐이에요.

여     크리스마스가 마냥 좋지만은 않았겠어요.

남     또 그렇지만도 않아요.

        가끔은 궁금하거든요. 내 부모님은 살아 계실까...

        살아계신다면 그래도 오늘 같은 날.. 한번쯤은

        내 생각을 하시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싫지는 않아요.

(M)    Have Yourself a Merry Little Christmas / 이승철


(E) 걸어 나오는 멀리서 응급차 소리


여     크리스마스 이브에 이게 무슨 꼴인지 모르겠어요.

        맨홀에 빠지고... 팔다리 다 까지고...

        나 약간 돈 애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남     뭐 그럴 것까진...

여     그럼.. 어떻게 생각했는데요?

남     네?


여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 모르겠다.

        난 그 사람의 비밀 하나를 가지고 있다는, 자신감이었을까?

        모르겠다.


여     ..... 나를 어떻게 생각했는데요?

남     솔직히요?

여     .... 좀 무섭긴 하지만.. 솔직히요.

남     좀 철부지에.. 이기적이고.. 가끔은 나대고... 눈치도 없고...

여     ........ 저기.. 그만요. 알았어요.

남     그래서 부러운 사람.

여     뭐가요?

남     난 눈치 없이 행동하는 사람이 부러웠어요.

        철없이 나대고... 자기만 생각하는것도... 부러워요.

        난 철이 너무 빨리 들었고. 늘 눈치껏 행동했어요.

        내가 이렇게 하면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까...

        계산해 보는 버릇이 몸에 배었어요.

여     ...... 사람들이 다 김대리님 좋아하잖아요.

남     그렇게 만들고 싶었죠. 그래서 힘들 때도 있었어요.

(M)    Christmas Serendipity / 박효신


(E)거리 소음


여     아.. 배고프다. 배 안 고파요?

        저 아는 라면집 하나 있는데.. 거기 안 갈래요?

남     그래요. 가요.


(E)라면 보글보글

여     드세요. 요 찌그러진 양은냄비가 라면맛의 비법이에요.

남     네. 잘 먹을께요.


여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뜨거운 라면을 후후 불어가며 먹었다.

        이렇게 가까이서 그 사람과 얼굴을 마주대보는 건

        처음이었다. 라면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를 만큼 정신이 없었다.

        어디선가... 아주 아득히...

        교회 종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기도 했다.

(E) 아득한 종소리 댕..댕...

(M)    해피 크리스마스 / 7공주


(E) 문 드르륵 열고 나온다


여     그래도 뱃속이 따뜻하니까 덜 춥다. 그죠.

남     은서씨네 집 어디에요?

여     어? 방금 나한테 은서씨라고 했다.

남     네?

여     맨날 저한테 윤대리님..이라고만 해서 난 내 이름도 모르는 줄

        알았거든요.

남     왜 몰라요. 제일 먼저 알았는데.

여     ....!!! 진짜요? 왜...요?

남     입사한 첫날 저한테 와서 그랬잖아요. 단추가 떨어질랑..말랑..해요.

여     아.. 맞다. 와이셔츠 단추가.. 자꾸 떨어질 것처럼 보여서...

남     그날 이름 외웠어요.

여     .....아... 그랬구나.....

남     은서씨네 집.. 어딘데요?

(M)    크리스마스 이야기 / SG 워너비


(E) 걷는 소리


여     가까운 거리라고 했더니 그냥 걸어가자고 해서

        우리는 걷고 있다.

        바람은 좀 춥고...

        스산한 날씨였지만,

        그래도 괜찮다.

        내가 꿈꿨던 가장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그 이상으로

        아름다우니까.


남     감기 걸리겠다.


(E)외투 벗는


남     걸쳐요.

여     아니.. 괜..찮은데...


여     ...라고 하면서 난 벌써 그의 외투깃을 꼭 잡고 있다.

        이게 무슨 향기지?

        그의 비누 냄새 같기도 하고...

        암튼 무척 좋은 향이 난다.

        또 맨홀에 빠지는 것처럼.... 발이 허공에.. 둥... 뜨는

        기분이다.

(M)    메리 크리스마스 / 에스프레소


여     다 왔어요.. 여기...

남     주택이네요?

여     네. 아주 오래됐어요. 여기서 태어나 한번도 떠나본 적이 없어요.

남     은서씨는 여러모로 나한테 참 부러운 사람이에요.

        난 이런 집이 늘 좋았거든요.

        마당도 있고. 나무랑 꽃도 심을 수 있고.

여     살아보세요. 아파트가 낫지. 얼마나 추운데요. 관리도 불편하고.

남     살아보고 싶네요.

여     아니.. 뭐 그러시면... 나중에 한번 초대할테니까 와서

        밥이라도 한끼 드시든가요.


여     거절당할까봐 일부러 퉁퉁거리며 농담조로 한 말이었다.

        그런데...


남     그래도 될까요?


여     ...한다. 웬떡이냐 싶어..


여     진짜루요? 진짜 오실래요?

남     네. 초대해 주신다면요.

여     그럼 다음주.. 토요일 어때요? 아니.. 그날 제 생일인데..

        가족들이랑 밥 먹을건데... 그때 같이 오시면...

남     그래요. 그러죠.


여     ...이런다.

        어디서 불꽃놀이를 하나....

        내 귀에선 불꽃이 팡팡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M)    White / 핑클


여     산타는 있나보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

        크리스마스를 위한 특별한 선물을

        이렇게 주지 않았나.

        돌아서서 걸어가는 그의 넓은 등을 보며

        난 내 생애 최고의 선물을 준 산타에게

        감사인사를 날린다.

        메리 크리스마스...

(M) 주제음






2009-12-30(1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