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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411화 - 10월의 바람 부는 날
(M) 주제음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 김동규 & 금주희
여 가을이 왔다.
그래도 추석 전까진 아직 늦여름이라고
낮엔 많이 덥다고
우겨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러기도 힘들다.
완연한 가을이다. 아침 출근길에 보니 나뭇잎들도 누렇게 변색이 돼
툭툭 떨어지고 있었다. 그 모습이 꼭 나 같아서 외면하고 빠르게
걸어야 했다. 나이는 한 살..또 한 살 먹어가는데
언제까지 그러고 살 거냐는 타박은.. 올 추석에도 많이 들었다.
부엌에서 전 부치고 있는데 고모들은 내 쪽을 흘끗거리며
뭐라고 속닥대다가, 내가 쳐다보니까 날 안쓰러운 듯 보면서
어색하게 웃었다.
뭐! 내가 뭐!
나는 아무렇지 않은데. 왜 날 그렇게 봐!
...라고 버럭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저게 외로움에 점점 미쳐가는구나.. 그럴까봐
그러지도 못했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난 외로움에.. 점점.. 미쳐가는지도...
(M) 아, 외로워/ 요조
(E)지하철역
여 집으로 돌아오는 길
왜 갑자기 그 녀석 얼굴이 생각났는지 모르겠다.
연락 끊긴지 일년 반 정도 됐지.
늘 그랬다. 그 녀석과 나는 그렇게 모르는 사람인 것처럼
지내다가 1년만에 2년만에 또 아무렇지 않게
연락을 했다. 그리고 어제 만난 사람처럼 말했다.
‘뭐하냐 지금.’
맥주나 한잔 하자.. 해서
슬리퍼 끌고 만나 동네 호프집에서 만나
시시한 수다를 떨며 깔깔거리고 웃다가
‘그럼 다음에 또 보자’는 기약없는 약속을 하고
돌아서곤 했다.
언젠가 한번은 그런 말도 했었다.
우리 둘다 서른 넘어 결혼 안하고 있으면
서로를 구제해 주자고....
그 약속을 할 때만 해도 설마 내 인생에 그런 일이
있을까 했다. 서른 넘은 나이에.. 남자가 없어 결혼을 못하는
그런 일이...? 훗... 설마....
이랬었다.
그런데... 난 지금 서른을 넘었다. 넘어도 많이 넘었다.
갑자기 좀 다급한 마음이 들었다.
이 녀석.. 나한테 연락도 없이 벌써 장가간 건 아니겠지?
번호를 눌렀다.
(E) 번호 누르고 신호 가고
남 여보세요.
여 번호 안바꼈네?
남 누구세요?
여 내 번호 저장 안됐어?
남 누구신데요?
여 .... 나 윤은서야.
남 아.. 은서. 왜?
여 넌.. 오랜만에 연락온 친구한테 첫마디가 왜야?
남 오랜만인가?
여 오랜만이거든?
남 어. 그래 오랜만이다.
여 참 인사 빨리도 한다.
남 너 왜 오랜만에 전화해서 시비냐?
여 (참고) 너 결혼은 했냐?
(M) S.O.S / A-Teens
(E) 호프집 분위기. 짠 건배하고
여 (기분 좋은) 야. 난 걱정했잖아. 너 결혼했으면 어떡하나 하고.
남 야. 내가 너한테 연락도 안하고 결혼하겠냐?
여 연락처도 모르고 있었으면서.
남 아니 그건.. 말했잖아. 나 전화기 잃어버려서 연락처가 다 없어졌다니 까?
여 아이구..그러셨어? 내가 연락 안했으면 영영 못만날 뻔 했네.
남 암튼 너 전화 잘했어. 니가 내 결혼식 안오면 되냐?
여 .......어? 너 결혼해?
남 해야지. 넌 안하냐?
여 해야지.. 그런데 너 애인 있어?
남 응. 내년 봄쯤에 식 올릴라 그래.
여 아... 그렇구나. 너까지 가는구나....
남 너는 언제 해?
여 당장....
남 응?
여 이라도 하고 싶다. 남자 없냐 누구?
나는 진짜 큰 거 안 바래. 키도 나보다만 크면 되고
전세금도 나는 반반 부담할거야. 그냥 월급만 따박따박 나오는
정상적인 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남자면 돼. 누구 없냐?
(M) 하늘에서 남자들이 비처럼 내려와 / 버블 시스터즈
(E)슬리퍼 찍찍 끌고 가는
남 그래도 니가 우리 중학교 땐 잘나갔는데? 왜 이렇게 됐냐?
여 내가 너무 눈이 높았지. 현실적인 눈높이를 갖고 나니까
나이가 이렇게 먹고 말았다...
남 맞아. 너 스물 일곱땐가 여덟때 변호사 남친 있다고 엄청 자랑하고
다녔잖아.
여 그랬지.. 그눔이 바람만 안폈어도...
(한숨)사실... 엄밀히 따지면 바람도 아닌데.. 아니 후배랑 영화보고
밥먹고 술 좀 마실 수 있지. 그게 뭐 어떻다고... 용서를 못해주고...
(회한) 내가 나빴어.
남 그때 그 여자랑 뽀뽀하다 너한테 걸렸다 그러지 않았냐?
여 아.. 그랬나? 그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난리난리 쳤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까 그럴 수도 있잖아. 응? 술김에.. 그럴 수 있지.
나도 술김에 노상방뇨 한 적도 있고 그런데... 그런 맥락에서...
남 야.. 그거랑 그게 어떻게 같은 맥락이냐?
여 그래두.... 그 사람.. 손이 발이 되게 빌었는데
한번 봐줄걸.... 그랬으면 내가 오늘날....
남 너 진짜 많이 궁하구나.
여 그때 그렇게 잘난척 하고 튕겼다가 이 모냥 이꼴 됐잖니.
너같은 애도 여자 만나 결혼한다는데.. 난 이게 뭐냐.
남 나같은 애가 뭐.
여 됐어. 너 중학교 때 나 좋다고.. 초컬릿도 주고 그랬잖아.
남 야..그때야 감성이 흘러 넘칠 때잖냐. 난 우리반 여자애들 절반은
좋아했다.
여 뭐? 너 진짜야? 너 그렇게 헤픈애였어?
남 뭐가 헤퍼. 감성이 풍부한거지.
여 순 바람둥이 날라리. 아.. 난 올 가을을 누구랑 보내냐구.
너 애인 없으면 너라도 좀 옆에 둬볼까 했더니.
남 내 애인 없어.
여 있다며.
남 아니.. 그러니까 있는데. 지금은 없다구. 유럽 갔거든.
여 유럽?
남 출장. 걔가 해외영업일을 하는데. 꽤 유능해서. 회사 대표로
협상하러 갔대나봐. 한 2주 걸린대.
(M) 사랑과 전쟁 / 다비치
(E) 회사 내 소음
여 그리고 다음날이었다.
속도 늙었는지 예전 같지 않아, 숙취해소가 안돼 힘들어하고
있는데.
(E) 전화벨
여 여보세요
남 나다.
여 어.. 잘 들어갔어?
남 속 괜찮냐? 어제 엄청 먹더니?
여 죽겠다.
남 그럴 줄 알았지. 나와라.
여 어?
남 네모빌딩 지하에 북어탕 집 알지?
여 어. 거기 점심시간에 사람 많은데?
남 오빠가 지금 거기 줄 서 있잖냐. 한 십분 더 기다려야 할 거 같으니까 총알같이 나와. 속 풀어야지.
여 어우야.. 고마워.
(M) 내 귀에 캔디 / 백지영 (feat. 택연)
(E)먹는
여 아 정말.. 속 확 풀려. 역시 북어국.. 니가 최고다.
남 북어국 사준 내가 최고겠지.
여 그런데 웬일이냐? 니가 여기까지 와 주고?
남 내가 꿈을 다 꿨다. 니가 하도 어제 외롭다..외롭다.. 난리를쳐서.
여 (민망) 내가 뭐..
남 니 말대로 가을이고.. 우리 우정이 25년인데.. 이 정도 못해주겠냐?
여 그래.. 고마워 죽겠다.
남 내가 좀 알아봤거든? 너랑 소개팅할만한 사람?
여 (반갑) 있어?
남 야.. 욕 바가지로 먹었어. 여자 나이 너무 많다고.
여 많긴 뭐가 많아.
남 내가 친구로서 해줄 건 없고. 내가 좀 놀아줄게.
나도 심심했으니까.
여 야.. 됐거든? 내가 아무리 궁해도 여친 있는 남자랑 놀아나진 않아.
남 누가 놀아나재? 놀자고 같이.
여 그게 그거지.
(M) 편한 사람이 생겼어 / 일락
(E) 영화관 소음
남 (속삭) 거봐. 여자 혼자 영화보러 오는 거 얼마나 궁상맞아 보이는데
나랑 같이 노니까 좋잖아.
여 시끄러. 영화나 봐.
남 나 팝콘 좀 줘.
여 아 그러니까 두 개 사자니까.
(E) 팝콘 와작와작 먹는
남 콜라도 줘.
여 두 개 사자니까.
(E) 콜라 빨대로 빨아먹는
여 그 녀석이 옆에서 팝콘을 와작거리고 콜라를 마시는데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하나가 옆에 있을 뿐인데. 허전함이 이렇게 금방 가시다니.
역시.. 사람을 위로해줄 수 있는 건 사람 뿐인가 보다.
(M) 왠지 느낌이 좋아 / 여행스케치
(E) 걷는 소리
남 나 보고 싶은 거 다음주에 개봉하는데. 그것도 같이 볼래?
여 뭐 그러든가.
(E) 빠앙 하며 지나가는 자동차
남 (급히) 은서야.
(E) 비켜서고
남 암튼 저런 매너 없는 자식.. 좁은 길에서...
(소리지르는) 얌마! 조심해서 운전 안해?
여 그 녀석이 나를 차도 안쪽으로 밀어넣고
차 뒤꽁무니를 향해 소리소리를 지르는데
왠지 보호받는 기분에.. 안심이 됐다.
그리고 살짝 설레기도 했다.
그동안 너무 외로웠던 것에 대한 후유증일거라고
애써 나 자신을 달래야 했다.
남 주말에 우리 어디 놀러갈까?
여 응? 어디?
남 그냥 가까운데... 산정호수 드라이브 가는 거 어때?
(M) 연애 / 김현철
(E) 낙엽 밟고 걷는. 새소리 등등..
여 서울이랑 이렇게 가까운데... 데이트 안하면 오기 힘들어?!
왜 그럴까? 혼자서도 올 수 있는데.
남 게을러서 그렇지.
여 여기 마지막으로 온 게 언제더라...
맞다. 그 변호사 남친.
남 미련이 아주... 그 남자는 지금 뭐한대냐?
여 뭐하긴 뭐해. 나랑 헤어지고 6개월 뒤에 그 여자랑 결혼했잖아.
남 그 여자?
여 그 여자. 나 몰래 만났던 그 후배.
남 그럼 바람 핀 거 맞네.
여 맞지 그럼. 나쁜 자식...
남 언젠 용서해줄 걸 그랬다며.
여 그거야... 그냥 한 소리고. 너 바람 불치병인 거 알지?
그 놈은 아직도 어디 가서 또 그러고 있을 거야.
나한테 빌면서 그랬었거든. 나 아니면 자기는 절대 결혼할 일도
없고. 그 여자는 자기한테 후배 이상 아무런 감정도 줄 수 없다고.
남 남자들 급하면 뭔 소릴 못해.
여 그런거지? 내가 그 사람이랑 헤어지고 한 2년을 아무도 못만나고.
그러다가 혼기 놓쳐서 확 늦어진 거 아냐.
남 그러니까 그때 내가 결혼하잘 때 하지 그랬어.
여 니가?
남 내가 그랬잖아. 너 그 남자랑 헤어지고 울고불고 난리칠 때.
그러지 말고 나랑 결혼하자고.
여 그랬나?
남 그랬더니 니가 그러더라? 나랑 결혼하느니 혼자 산다고.
여 내가..그랬나?
남 솔직히 그때 내가 너 좋아했는데. 그 말 듣고 마음 완전히 접었다.
여 그러고 보니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이 녀석과는 역사가 워낙 오래되다 보니 별일이 다 있었다.
그때.. 내가 왜 그랬지? 그냥... 여지라도 남겨둘걸....
갑자기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 그런지
이 녀석의 옆모습이 꽤 괜찮아 보인다.
(M) 넌 친구? 난 연인! / 김건모
------------------1부 끝 -----------------------
(E) 물에 돌 던지는
여 오.. 실력 죽지 않았는데?
남 당연하지. 물수제비 하나는 또.. 날 따라올 사람 없었잖냐.
여 으.. 좀 써늘하다.
남 그러게. 가을은 가을이네. 잠깐만.
여 너 뭐하냐?
남 이거 걸쳐.
여 어우..됐어.
남 걸쳐. 너 감기 잘 걸리잖아.
여 이게.. 몇백년만이야. 남자가 걸쳐주는 옷 입어보는 게.
남 으이구.. 왜 그러고 사냐.
여 그러게 말이다. 인생이 고독하다.
남 참나...
여 너 그 때 우리 했던 얘기 생각나냐? 서른 넘어서 결혼 못하고 있으면
서로 구제해 주기로 했던 거?
남 기억 나지.
여 믿고 있던 보증수표가 부도수표가 돼 버렸네.
남 나 좀 봐달라고 그렇게 기다릴 땐 쳐다도 안 보더니.
여 그거야...
남 임마. 살아보니까 그렇더라. 다 때가 있어.
그게 엇갈리면.. 인연이 아닌 거다.. 그렇게 생각해야 속 편해.
여 그래. 누가 뭐래냐?
(E)걷는 소리
여 허전할 때 내 옆에 있어줘서일까.
추울 때 기꺼이 외투를 벗어줘서일까.
이 녀석 때문에 지금은 따뜻한데
금방 가야할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섭섭하고 슬퍼지는 기분이다.
(M) 향기로운 추억 / 박혜경
(E) 차 가는 소리
여 서울로 돌아오는 길. 밖은 벌써 어둑어둑해지고 있다.
피곤해선지, 어색해선지, 우리는 둘 다 별로 말이 없었다.
(E)부스럭.. 하고
여 껌 줄까?
남 어. 괜찮아.
여 ....
남 ....
여 안 피곤해? 아까두 니가 운전했는데. 이번엔 내가 운전할 걸 그랬나?
남 괜찮아.
여 뭐 이렇게 밀려?
남 토요일 이 시간에 이쪽 원래 이래.
여 .... 자주 오나봐 여기?
남 가끔.
여 ...
남 ...
여 그런데 있지. 너 그때 나 좋아했었어?
남 ....응. 여러번 얘기 했잖아. 술만 마시면 말했는데?
여 그거야... 장난 치는 줄 알았지.
남 좋아했었어. 그때는.
여 좀 제대로 말을 하지.
남 제대로 말했었어. 니가 제대로 안 들어줘서 그렇지.
여 그랬나..
남 뭐 옛날 얘긴데.
여 ...그렇지.
(E)전화벨
남 여보세요. 어. 나야. 잘 지냈어? 거긴 몇신데? 여기 지금 저녁이지.
여 녀석의 여자친구였다. 그녀의 하이톤 목소리가 전화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고 있었다.
남 지금? (머뭇) 어 밖에 나와 있어. 친구랑 술 한잔 하려고.
있어. 고등학교 동창.
(M)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 / 나윤권
(E) 문 탁 닫고 내리는
여 데려다줘서 고맙다.
남 너 왜 그래?
여 내가 뭘.
남 아까부터 한마디도 안했잖아.
여 어... 그냥.. 내가 좀 미안한 거 같아서.
남 뭐가?
여 괜히 너 거짓말 시키고. 너 절절 매는 거 보니까
내가 너한테 큰 죄 저지르게 한 사람 같아져서
마음이 그렇더라.
남 아... 그거.... 그게 무슨 큰 죄야.
그냥 내 여자친구가 워낙 의심이 많아서.. 그리구 괜히
여자랑 있다 그러면 이거저거 꼬치꼬치 캐묻구...
여 그래. 누가 뭐래? 잘했어.
남 기분 나빴구나?
여 (하하... 시니컬하게 웃고) 나쁘기는. 나빴다기 보다는....
그래. 나빴어.
남 미안하다. 옆에 사람 두고 그렇게 얘기해서.
여 너랑 나랑... 지금 이거 바람 피는건가?
남 ....어?
여 넌 나랑 이렇게 만난 거, 절대 얘기 못할 거 아냐.
나도 그럴거고. 우리 두 사람만 알게.. 몰래.. 만나는 거잖아.
이게 바람 맞지?
(M) 그건 사랑이었지 / 루시드폴
여 그날 밤. 한숨도 잠을 자지 못했다.
괜히 학창 시절에 그녀석과 주고 받던 편지도 꺼내보고
일기장에 적혀 있던 그녀석과의 일화들도 다시 들춰보고.
그 오랜 시간 동안 우리가 함께 했던 건 무엇이었나.
그런 건 사랑으로 치지 못하는 건가.
뭐 이런 저런 생각 때문에 뒤척거리기만 했다.
(E)새소리
여 그러다 날이 밝았고. 겨우 눈을 붙이려는데.
(E) 메시지 소리
남 일요일인데.. 뭐할거냐. 내가 보자고 했던 그영화..
오늘 볼래? 조조영화로 표 끊어놨는데.
여 메시지를 받자마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밀려오던 피로도 싹 사라지는 것 같았다.
서둘러 머리를 감고. 팩을 하는 내가
나 자신도 낯설었다.
(M) 사랑한다는 말 / J & 알렉스
여 우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아무 걱정도 없다는 듯이
조조영화를 보고. 점심을 먹고. 공원 옆의 까페에 가서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E) 공원 소음
여 그래서? 창식이 또 결혼한대?
남 어. 아마 곧 청첩장 올거야.
여 미친 거 아니니? 두 번 결혼하면서 또 청첩장 보내?
남 보내지. 결혼식 할 건데 청첩장 안 보내냐?
여 양심이 있으면 부조는 안받아야 되는 거 아니니?
내가 지 첫 번째 결혼할 때 낸 돈이 얼만데.
거기다가.. 지 아들 돌잔치 한다고 금반지 받아갔지..
지는 나한테 해준 게 뭐냐고.
남 너야.. 니가 뭐라도 해줄 기회를 안 줬잖아.
여 ... 그거야 그렇지만. 참... 누군 한번도 가기 힘든데
창식이는 능력 좋다. 두 번씩이나.
남 좋아 죽더라.
여 걘 처음에도 좋아 죽었어. 이 사랑을 영원히 간직하겠대나 뭐래나..
걔 첫 번째 결혼식 때 지 부인한테 자작시 읊어주면서
울고불고 난리친 거 기억나지?
남 무릎도 꿇었었지.
여 맞아. 그런 난리굿을 피더니. 결국 3년만에 이혼할거면서.
남 그렇게 될 줄 알고 그랬겠냐?
여 ......하긴. 끝을 알고 하는 사랑이 어딨겠어.
(M) 사랑한다는 말 / 김연우
여 그 후로도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통화를 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퇴근길엔 동네에서 만나 저녁을 먹고
편의점 앞에 앉아 맥주를 마셨다.
함께 하는 시간이 편하고 즐거울수록.
난 목이 타는 것 같았다. 끝이 보이는 만남이었으니까.
(E) 맥주 따르고
남 오늘은 맥주가 더 시원한 것 같다.
여 내일인가?
남 ...어?
여 니 여자친구 오는 날.
남 어.
여 그럼 오늘이 마지막이네? 우리 이렇게 보는 거?
남 뭘.. 마지막이야.
여 니 결혼식 때 나 안갈거거든.
남 ....
여 너도 내 결혼식 때 오지 마.
남 ....
여 넌 어땠을지 모르겠는데. 난 지난 2주 참 좋았거든?
.... 그냥 친구로 만난 거 아니구. 남자친구로 너 만났어.
연애하는 것처럼 좋아하는 마음으로.
바람피는 것처럼 죄짓는 기분으로.
남 ....
여 잘가라. 잘 가서.. 잘 살아라.
(M) 사랑이 뭐길래 / Miss. S
(E) 차도 소리. 또각또각 걸음 소리
여 퇴근길에 문득 하늘을 봤는데 비행기 한 대가 지나가고 있었다.
그녀는 오늘.. 왔을까?
집에 오면서 그 녀석과 2주 내내 뻔질나게 다녔던 식당 앞을
지나가는데. 울컥 눈물이 나려고 했다.
그 녀석과 맥주를 마시던 편의점 앞 의자를 봤을 때도
가슴이 아팠다.
아무 연락 없는 거 알면서도 몇 번이나 휴대전화 꺼내
열었다 닫았다 해 보면서.
많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이런 느낌을 다시 일깨워준
그 녀석에게 고맙다.. 생각했다.
(M) Everytime We Say Goodbye /
여 그리고 며칠 후.
(E) 전화벨 소리
여 한밤 중 울린 전화벨 소리에 깜짝 놀라 일어났다.
액정을 보니, 그 녀석이었다.
눈물이 날만큼 반가운 마음이었다.
여 여보세요? 웬일이야 이 시간에?
....누구세요? 아...네. 안녕하세요. 말씀 많이...
네? 그런 건 아니구요. 아니에요. 저기..뭔가.. 오해를 하신
모양인데요. 봉덕이랑은 오래된 친구거든요.
그냥 저희는 친구....에요. 네? 봉덕이가 뭐라 그랬는데요?
......................................
아 정말요?
(M) Love Hurts / Julienne Taylor
(E) 캔맥주 따는
여 어쩌다 걸린거야.
남 그냥 뭐.. 이거저거. 여자들 직감은 진짜 무섭더라.
여 당연히 무섭지. 나도 예전에 내 남친 바람 잡을 때 직감대로
집앞에 가보니까, 둘이 뽀뽀하고 있더라.
남 ..... 그런데 오히려 속이 편해.
여 .....
남 완전 나쁜놈 되긴 했는데.
여 뭐.. 어디까지 말한건데.
남 사실대로 말하라 그래서 있는 그대로 다 말했지.
여 너 그거 진짜 잔인한거야.
남 알아. 어떻게든 거짓말 해주길 바랬다는 거.
여 어떻게.. 사실대로 말했는데?
남 니가 나 좋아하고. 나도 니가 좋아졌다고.
여 .....나 이런 시츄에이션.. 너무 싫은데.
내가 제일 싫어하던 것들이... 지 짝 놔두고 바람난 것들이란 말야.
남 ..... 니가 내짝이면 어떡해. 우리가 돌아온거면.
여 그렇게 생각하면 맘은 편한데... 그래두.... 왠지 벌받을거 같애.
남 나두.. 그래서 좀 불안해.
여 불안하면 그만 둘까?
남 나... 끈 떨어진 연이야. 내 여친 성격 불같아서. 끝이라 그럼 끝인거거든.
여 그럼 그쪽으로 도루 가기도 좀 그렇겠구나?
남 어.
여 그럼 내가 좀 튕겨도 되겠네?
남 안되지 그거는. 나 힘들다.
여 하....사실은 좀 외로워서 약간 헷갈렸던 것도 있는데...
남 야아!
여 근데.. 니 여자친구 무섭긴 무섭더라. 나한테 욕하는 거 들었지.
나 그런 욕 태어나서 첨 들었어.
남 원래 좀 과격해. 나 입술 찢어진 거 보이지.
여 맞은거야?
남 많이 맞았지.
여 맞아도 싸지. 2주 그거를 못참고 바람이 났으니...
남 야. 이게 누구 때문인데!
여 됐다.. 술이나 마시자.
(E) 술 마시고
여 바람이 분다.
이제 제법 차가워진. 가을을 지나가는 바람이다.
정리되지 않은 복잡한 마음을
잠시 쉬게하는 바람이다.
(M) 주제음
2009-10-08(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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