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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24일 목요일 <음악에세이>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409 화 - 두 번의 이별


* 오늘 음악에세이 노래가 있는 풍경은

대전 중구 용두동에서 익명을 요청하신 분께서 보내주신 실화를 드라마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M) 주제음     Too Far Away / 정여진


여      내게는 한 남자가 있다.

        남편이 아닌 남자다.

        보지 못한 지 8년이 됐지만

        단 하루도 잊어본 적 없는 남자다.

        앞으로도 잊을 자신이 없는 남자다.

        모두에게 털어놓고 싶지만

        나 혼자서 간직하며 살아가고 있는,

        그런 남자다.

(M) 그대는 나무 같아 / 박지윤


여      10년 전.

        난 대전의 한 은행에서 일하고 있었다.

        서른이 되기 전에 내가 일하고 있는 팀의 책임자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기 때문에

        난 정말 열심히 일했다.

        남들 다 한다는 연애도 안했고

        남자에겐 관심도 없었다.

        휴일에도 은행 사람들과 어울려 산에 가거나

        낚시를 했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게 좋았고

        일하는 게 정말 즐거웠다.

        결혼은 못해도 큰 상관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랬던 내가, 그 사람을 만난 건

        어쩌면 우연이었다.


(E) 동동거리며 달려오는


여      어우.. 늦었다... 버스 벌써 간 거 아냐?


(E) 차 한 대 오다가 멈추는


남      저기요. 말씀 좀 물을께요.

여      네?

남      한밭은행이 어디죠?

여      아... 거기... 큰 사거리 세 개 지나셔서요.

        오른쪽으로 1킬로쯤 가시다가 보면 굴다리 나오거든요?

        거기 지나자마자 바로 왼쪽에 있어요.

남      아.. 감사합니다. 길을 잘 아시네요.

여      제가 그 은행 다니거든요. 저희 은행 가시는 길이신가요?

남      아뇨. 바로 그 옆 건물에 가느라구..

        참.. 실례가 안된다면.. 같이 타고 가실래요?

여      괜찮아요. 금방 버스 와요. 가세요.

남      아.. 예 그럼. 감사합니다.


여      참 젠틀해 보이는 남자였다.

        차도 멋졌고. 그 사람이 마지막으로 날리고 간 미소도 멋졌다.

        이상하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M)    Fallin' For You / Colbie Caillat


(E) 은행 소음.. 띵똥... 하는 등등...


여      그날은 월말이었다. 정신없이 업무를 보고 있던 오후시간.


(E)띵동.... 


여      네.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고객님?

남      아.. 제가 통장을 하나.. 만들까 하구요.


여      그 남자였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지만, 일부러 모른 척 했다.


여      아.. 그러세요? 신분증 가져 오셨죠?

남      네.


여      그 사람이 내민 신분증엔 이름도 주소도 다 있었다.

        난 무신경하게 업무만 보는 척 하면서

        머릿속에 그의 이름을 입력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서울에서 온 남자구나... 대전에 살았으면 더 좋았을 걸....

(M)    Sweet Dream / 장나라


(E) 또각.. 나오는 소리, 거리 소음 


여      통장을 만든 그 남자가 아무 말도 없이 그냥 가 버렸기 때문에

        퇴근을 하는 길에 괜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혹시나 그 사람이 날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없었고. 허탈한 마음으로 버스를 탔다.

        그리고 버스 정류장에 내렸을 때. 그 남자가 멀찌감치에서 

        다가오는 게 보였다. 난 일부러 천천히 걸었다.


(E) 걸어오고


남      저...

여      네? 누구..세요?

남      저.. 모르시겠어요?

여      누구신데요?

남      ..... 아침에... 길 물어봤던...

여      (이제야 알았다는 듯) 아아..... 그런데 왜요?

남      아까 은행에도 갔는데...

여      은행에요? 왜요?

남      아침에 보고... 왠지 아쉽기도 하고... 한번 더 보고 싶어서....

        저 기억 안나세요?

여      글쎄요... 통장 새로 만드는 사람이 하루에도 여러명이라...

        다 기억할 순 없어서요.

남      ..... 저 은행 갔다고 했지... 통장 새로 만들었다고는 안했는데...?

여      (당황) 네? 아니.. 그러니까 제 말은요. 통장 만드시러 오신 거 아니 었어요? 아니 나는.. 그건 줄 알구...

남      (피식) 저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

여      (괜히 팩) 누가 뭐래요?

남      원래 오전에 일 보고 서울 올라갔어야 됐는데...

        다른 스케쥴 다 취소하고 이 시간까지 여기 있었던 거에요.

        그쪽 한번 더 보고 싶어서.

여      아니 그러니까.... 누가 그러라 그랬냐구요.

남      ..... 차 한잔 하고 싶어서요.

(M)    설레임/ 별


(E) 커피잔..


남      혹시 제 신분이 의심스러우시면 다시 한 번 신분증 보여드릴까요?

여      아니라니까 왜 자꾸 그러세요.

남      서울에서 치과 의사하고 있구요. 그런데 부자는 아니에요.

        워낙 여기저기 쓰는 데가 많아서.

여      사치스러운 편이신가봐요?

남      ...그건 아니고. 암튼 앞으로도 돈은 많이 못 벌 것 같아요.

여      그런 얘길 왜 저한테 하세요?

남      그냥. 저를 소개하는 건데. 솔직히 얘기해야 할 것 같아서요.

        제가 여자를 만나면요. 치과 의사라는 것 때문에

        저한테 호감 갖는 분들도 있었거든요.

여      저는 남자 만날 때 직업 잘 안 봐요.

        어차피.. 결혼 할 마음 없거든요.

남      네... 그럼 혹시 봉사 활동 같은 덴 관심 있으세요?

여      ...네? 뭐... 하면 좋다고는 생각하지만... 특별히 관심 있는 건 아닌데 요?

남      실은 전 꿈이 의료봉사거든요. 몇 년 정도만 한국에서 더 실력 쌓다 가 어느 정도 됐다 싶으면...

        오지에 가서 봉사하고 싶어요.

여      ...네에. 

남      사실 전 결혼 생각은 많은데. 이런 제 꿈을 함께 할 사람은

        찾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M)    천생연분 / Green Tea


여      처음 만난 날 우리는 많은 얘기를 나눴다.

        서로의 꿈과 가족. 친구. 어린 시절의 이야기들.

        왜 그랬는지, 지금도 알 수 없지만

        어느 순간 난 그 사람 앞에서 무장해제 된 것처럼

        편해졌다. 그리고 긴 긴 이야기를 끝내고

        밤 12시가 다 됐다는 사실을 알고는 깜짝 놀랐다.

        

(E) 걸어오는 두사람


여      너무 늦었잖아요. 서울까지 가려면 피곤하시겠네요.

남      아니에요. 저 때문에 은서씨도 피곤하실 것 같아요. 내일 출근도 하셔야 할텐데.

여      괜찮아요. 저는 체력이 워낙 좋아서요.

        새벽까지 술 마시고도 거뜬하거든요.

남      그럼... 우리 주말엔 술 한잔 할까요?

여      ...네? 주말에요?

남      제가 올께요.

여      아니에요. 뭐하러 여기까지..

남      멀지도 않잖아요. 그럼 약속한 걸로 알고 갑니다.


(E) 차문 열고 탁 닫고 시동 걸어 출발


여      차가 한 대도 다니지 않는 넓은 도로 위엔

        자욱한 안개가 깔려 있었고

        그 사람의 차는 안개 속으로 빨려들어가듯이 사라졌다.

        그날부터 난, 주말을 기다렸다.

(M)    사랑의 롤러코스터 / 요조


여      그 후, 그 사람은 평일에도 주말에도 내가 보고 싶을 때마다

        대전에 내려왔고. 나 역시, 서울에 출장갈 일 있으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손을 들었다.

        난, 그 사람이 의료봉사 가는 곳에 따라가기도 했고

        그 사람은, 손님을 가장해 우리 은행에 와서

        나와 밀어를 속삭이기도 했다.

        처음으로 일 말고, 더 좋아하는 게 생겼다.

        처음으로, 누군가와 같이 살아보는 것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

(M)    사랑가 / 구혜선


여      만난 지 1년 쯤 되어가던 때 쯤.

        일을 마친 그 사람이 갑자기 집앞으로 찾아왔다.

        왠지 해쓱해진 느낌이었다.


(E) 라디오 채널 맞추는. 적당한 노래 나오면 멈추고

 

남      갑자기 나오라 그래서 놀랬지.

여      뭐 이런 일이 한두번인가.

        그런데 표정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남      어머니께 니 얘기 말씀 드렸어.

여      .... 내 얘기?

남      나는.. 너랑 결혼하고 싶다고...


여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애써 표내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 즈음 나 역시 그의 프로포즈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      ..... 사실 몇 년 후가 될지 모르겠지만..

        의료 봉사에 대한 꿈은.. 아직 가지고 있어.

        그게 너한테 어떻게...

여      괜찮아.

남      어?

여      나도 같이 가지 뭐.

남      ..... 정말?

여      얼마나 멋져. 다른 사람들은 의술로 돈 벌 생각만 하는데

        자긴 안 그렇잖아. 어려운 사람들 도와주려고 하고...

        내가 자기 왜 좋아하는데. 그렇게 착해서 좋아하는거야.

남      은서야.

여      그런 건 상관 없으니까, 나한테만 잘해. 난 그거면 되거든?

남      ....정말 고맙다 은서야.


여      그날. 그 사람은 정말 밝게 웃었다. 그런데.. 

        그렇게 서울로 떠나더니. 일주일 동안 감감무소식이었다.

        병원으로 전화를 해도 연락이 닿질 않았다.

        너무 답답해 서울로 올라가려고 하던 찰나에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E)띵똥...


남      나야 은서야. 미안한데. 우리 헤어지는 게 좋을 것 같다.

        미안하다.

(M)    우리 헤어지자/ 이승기

        

---------------------1부 끝 -------------------


*잠시 후

음악에세이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부가 이어집니다


여      궁금한 것도 많았고

        따지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하고 싶지 않았다. 메시지를 받고 백번 넘게 수화기를 들었지만

        끝내 통화 버튼 한번 누르지 못했고.

        허한 마음에 친구를 만나 술을 마시는 게 다였다.

        그렇게 보름 정도가 지났을 때였다.


(E) 창밖으로 비오는 소리


여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려 마음이 더 심란해졌고.


(E) 맥주캔 따는 소리


여      난 그 사람과 편의점 앞에서 즐겨 마시던 맥주를 꺼내

        뚜껑을 열었다. 그래놓고 눈물이 나와 차마 마시지 못한 채

        엉엉 울고만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액정에 뜬 그 사람 이름을 보고도, 난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벨은 울렸다 끊기고. 다시 울렸다 끊겼다.

        세 번째 울릴 때. 난 급하게 전화기를 열었다.


여      여보세요.

남      .....

여      여보세요.

남      .... 너 진짜 독하다.

여      .....

남      물어볼 것도 없었어? 밑도 끝도 없이 그렇게 말하는데?

여      ....

남      난 니가 울면서 물어보면 뭐라고 해야 하나...

        얼마나 많이 생각했는데...

        한밤중에라도 전화오면 안되니까

        전화기 꼭 쥐고 잤었어.

여      ....... 난 그런 적 없어.

      그 메시지 받고 십분 이상 잠들어 본 적 없었으니까.

(M)    그대만 있다면 / 러브홀릭


여      왜 그랬냐고. 왜 그런 얘기를 했냐고 물어볼 틈도 없이

        우리는 만났다. 만나서 10년만에 만난 사람들처럼

        서로를 껴안고. 울고. 이름을 부르고 했다.

        1시간 쯤 지나 서로 진정이 됐을 때...


(E) 맥주 캔 따는


여      마셔. 그동안은 이거 혼자 마시려니까 안 넘어가더라.

남      .... 은서야.

여      궁금한 거 이제 물어볼게. 병원은 왜 그만 둔거야?

남      ...

여      벌써 나가려구?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어?

남      아니야.

여      그럼?

남      나 대장암이라고 하는데...

여      .......뭐?

남      너무 걱정하지는 마.. 우리 형이 내과의잖아.

        나도 그 병 모르는 거 아니고. 대장암이 암 중엔 착한 암에 속해.

        치료도 쉽고.

여      .... 그래서 헤어지자 그랬어?

남      형이 공부했던 대학 교수님이 직접 집도해 주시기로 했어.

        그래서.. 미국으로 가. 전이 되기 전에 가야 돼서.. 급하게 날이 잡혔 어.

여      진짜.. 어이없다. 지금 무슨 소설 써?

남      니가 좀 그렇잖아. 혼자 쎈 척 다하는데. 마음이 너무 여려서.

        ....첨엔 너까지 걱정시키고 그러는 게 싫어서.

        나도 좀 멋진 척 해 본 건데.

        안되겠더라. 니가 나 미워하고 있을 거라는 거 생각하니까..

        마음이 급해져서.


여      그 뒤로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그 사람이 떠날 때까지 줄곧 울기만 했던 것 같다.

(M)    외면/ 진주


남      ....이제 다 울었어?

여      ...어.

남      나 그럼 간다. 공항에서 전화 한번 할게.


여      집에서 너무 급하게 나온 거라, 그 사람이 간다는데

        줄 게 아무 것도 없었다.

        주머니를 뒤지니 껌종이가 하나 나왔다.

        난 그 사람 차에 있던 펜으로

        껌종이에 짧은 메모를 썼다.

        꼭 나아서 돌아와. 사랑해... 그런 내용이었다.

        메모를 한참 보고 있던 그 사람도

        내게 줄 것을 찾다가 고속도로 통행료 영수증을 내밀었다.


남      다음번에 대전 내려올 때.. 또 줄게.


여      그렇게 말하고 그 사람이 웃었다.

        이 모든 상황이, 너무너무 서럽고 슬퍼서

        우리는 또 한번 껴안고 대성통곡을 했다.

(M)    마지막 사랑 / 박기영

        

여      그 사람과 내가, 서울과 대전에 떨어져 있을 땐

        괜찮았다. 마음만 먹으면 내가 갈 수도 있었고

        그 사람이 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은 달랐다.

        그 사람이 내 옆에 없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마음 속 허함의 크기가 달랐다.

        내가 걱정할 게 싫어서였는지

        자꾸만 연락할까봐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그 사람은 내게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았다.

        그게 날 얼마나 괴롭혔는지

        그는 몰랐을 것이다.

        오늘 수술을 받았을까.. 내일 받을까..

        회복은 잘 되고 있을까..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닐까...

        하루하루 피가 말랐다.

        일도 하고 싶지 않았고. 실수가 잦아졌다.

        주변에선 다들 왜 그러냐고 물었지만

        대답할 기운 조차 없었다.

        늘 전화기에 배터리를 가득 충전해 가지고 다니면서

        그 사람이 언제쯤 전화를 해 줄까...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M)    마음을 다해 부르면 / 윤도현 & 이소은


여      그러던 어느날. 그 사람의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그 사람이 결국 하늘나라로 가버렸다고.

        나에게 꼭 좋은 사람 만나서 사랑도 하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가지라고.. 전해달라 했단다.

        하늘이 무너진다는 게, 이럴 때 쓰는 말이구나.. 싶었다.

        얼마 뒤.

        내가 그 사람에게 입버릇처럼 말했던 꿈이 이뤄졌다.

        내가 일하고 있던 곳의 팀장이 된 것이었다.

        하지만 난 얼마 안 있어, 일을 그만 두고 말았다.

        그 사람에게 즐겁게 얘기하던 꿈이 이뤄졌지만

        그는 내 옆에 없었다.

        행복하지 않았다.

        정신 차려 보면, 나도 모르게 울고 있는 날이 많아졌다.

        가족도, 친구들도, 모두 내 걱정들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약이었다.

        살다 보니, 아픔도 무뎌지고.

        밥도 먹게 되고. 잠도 자게 되었다.

        그런 내가 싫었지만, 살아야 하니 그렇게 되었다.

        그리고 한 사람을 만났다.

        나보다 한 살 어렸지만, 이해심이 많고 착한 남자였다.

        난 결혼을 했고. 예쁜 아이도 낳았다.

        모든 게 괜찮아진 것 같았다.

(M)    Gone / Melody Gardot

        

(E) 컴퓨터 클릭하는

        

여      아이가 두 살이 됐을 무렵.

        난 메일을 체크하다가, 낯익은 아이디를 발견했다.

        그 사람의 아이디였다. 그 사람이 내게 메일을 쓴 것이었다.

        마우스를 집는 손이 덜덜 떨렸다.

        어떻게 된 일인지... 죽었다던 사람이 어떻게 메일을 보낸 건지...

        

(E) 클릭하는


남      잘 있니.

        많이 놀랐지. 난 미국에서 4년 동안 수술과 치료를 반복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죽을 고비도 많이 넘겼고.

        어느 정도 안정이 됐을 때 베트남에 갔었어.

        거기서 현지인들이랑 어울리면서 또 그렇게 시간을 보냈고.

        지금은 한국에 잠깐 와 있어.

        멀리 있을 땐 그래도 잊고 살 수 있었는데.

        너와 가까이 있다고 생각하니, 기어이 이렇게 메일을 보내게

        되는구나. 결혼은 했니? 아이는 있니?

        사람이 그렇다. 마음 속에서 너를 잊어본 적 한번도 없는데

        니 얼굴은 희미하다. 니가 마지막으로 나한테 줬던 선물.

        거기 니 글씨 보면서. 너를 떠올려 보는 게 다야.

        여기서 준비가 끝나는 대로 캄보디아로 떠난다.

        거기서 의료봉사 하면서, 아마 죽을 때까지 돌아오지 않을거야.

        니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M)    사랑 그 놈 / 바비킴


여      찬물을 두컵이나 마시고도 진정이 안돼

        방안을 서성이다가...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가 아무 설명 없이 이별을 통보했을 때처럼

        궁금한 게 너무 많았다. 따지고 싶은 것도 많았다.

        왜 내게 거짓말을 했는지.

        사실대로 말해줬으면 난 5년 아니라 10년도 기다렸을텐데.

        지금도 하늘 보면, 거기 그 사람이 있을 것 같아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는데... 왜 날 이렇게 만들었는지..

        하지만.. 아무 말도 쓰지 않았다.

        그냥, 이렇게 썼다.

        

        난 잘 지내. 바라던 대로 승진도 했었어.

        그런데 일은 그만두고, 좋은 사람과       결혼했어.

        정말 예쁜 아이도 태어났어.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

        멀리 가서도 건강 조심하고. 행복하길 바랄게.

(M)    살아있는 그 날까지 / 엄정화


여      이제, 괜히 멍하게 하늘을 보는 일은 없어졌다.

        단지, 내가 모르는 어딘가에

        그 사람이 살아있다는 게..위안이 된다.

        그렇게 좋아하던 일 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겠지...

        생각하면 안심이 된다.

        그래서, 나도 최선을 다해 살게 된다.

        살아서는 다시 못보겠지만.

        내가 살아있는 동안엔...

        그도 어딘가에 살아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M) 주제음










2009-09-24(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