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406 화 - 먼저 고백한 여자
(M) 주제음 아름다운 구속/ 서영은
* 오늘 음악에세이 노래가 있는 풍경은 경기도 김포시에서
익명을 요청하신 애청자 분의 사연을 드라마로 각색한 것입니다.
여 난 스물 여덟살이다.
하지만 여태 살아오면서 연애다운 연애를
해 본 적이 없었다. 학교 다닐 때 고백도 몇 번 받아보고
나 혼자 짝사랑을 해 본 적도 있었지만
다 어긋났다. 몇 번 정도 사람을 만나본 적도 있었는데
길게 가진 못했다. 그만큼 진지한 감정이 아니었던 것 같다.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해 일을 하면서도
연애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별로 해본 적 없었다.
텔레비전이나 영화에 나오는 연애는 다 유치해 보였고
세상에 저런 사랑이 어딨어.. 다 거짓말이야..
그런 생각만 들었다.
다른 사람 때문에 내 생활이 흔들리는 거 싫었고
다른 사람에게 내가 가진 감정과 노력을 내주는 것도 싫었다.
난, 나로서 충분했고. 내가 제일 좋았다.
(M) Hot Issue / 4minute
여 우리 회사는 업무의 특성상
밤을 새워 일을 할 때가 많았다.
그리고 그날 밤도 그런 날 중 한 날이었다.
난 다른 때와 다름 없이
머리를 질끈 묶어 틀어올리고. 앞머리도 쓱쓱 넘겨 똑딱삔을 찔러놓 았다. 집에서 미리 가져온 츄리닝 바지를 입고
검은테 안경까지 쓴 채 작업에 몰두해 있는데.
(E) 뭔가 놓는 소리
남 컵라면 먹고 해요.
여 어? 제껏두 있어요?
남 새벽 3시가 제일 배고플 때잖아요. 먹어요.
아, 그리고 이건, 캔커피.
여 감사합니다.
남 졸리면 엎드려서라도 좀 자요.
여 그때까지 왜 한번도 저 사람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나, 싶었다.
반듯한 옆얼굴과 선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웃는 모습이 보는 사람까지 기분 좋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었다.
갑자기...
틀어올린 머리가, 화장도 안하고 이마까지 다 내놓은 내 얼굴이
퉁퉁 부은 눈이, 늘어진 츄리닝 바지가
부끄러워졌다.
(M) 부끄부끄/ 윙크
여 한 사람이 눈에 들어오자
많은 게 바뀌었다.
(E) 자명종 소리
여 일단 아침에 눈이 번쩍번쩍 떠졌다.
(E)지하철 소리
여 출근길도 즐거워졌고.
(E) 사무실 소음, 들어오는 소리
여 사무실에 들어서면 가슴이 두근거렸다.
여 안녕하세요.
(E) 걸어오는 소리
여 그러다 그 사람과 가장 먼저 마주치기라도 하면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남 네.. 안녕하세요. 오늘 날씨 좋네요.
(M) Gee / 소녀시대
여 그리고 얼마 후. 팀개편철이 다가왔다.
난 어떻게 해서라도 그 사람과 같은 팀이 될 수 있도록
갖가지 수를 다 썼고. 조금은 억지스럽게, 우리는 한팀이
될 수 있었다.
그전엔 야근을 죽어라 싫어했던 나였지만
그 사람과 한팀이 되고 난 다음부턴
스스로 자청해서 밤샘작업을 했다.
차림새도 사뭇 달라졌다.
예전엔 야근 하기 전에 클린징으로 세수부터 벅벅 했었는데
이젠 오히려, 야근 전에 몰래 화장실로 가서
샤방샤방하게 화장부터 했다.
몸에 꽉 껴서 불편한 원피스에 구두까지 차려 신고
일을 하려면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으니, 할 수 없었다.
남 은서씨 컵라면 드실래요?
여 네..(하려다가) 아뇨. 배가 별로 안 고프네요.
남 그래요?
여 네.. 제가 양이 좀 작아요. 군것질 이런 거 별로 안좋아하구..
남 그러시구나. 그래서 그렇게 마르셨구나.
여 (좋아서) 말라요? 제가? 어머.. 호호호.. 아니에요.
원래는 더 말랐는데.. 이거 찐건데? 호호호...
(M) 하이힐/ 박혜경
여 나의 내숭작전이 통한건지 어떤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사람과는 전보다 부쩍 친해졌고.
가끔 회사 휴게실에서 커피 한잔 함께 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됐다.
그런데 사내에서 이상한 소문이 들려왔다.
새로 들어온 여직원이 그 사람을 좋아한다는 거였다.
자꾸 같이 퇴근하자 그러구..
회식 때두 옆자리 차지하려고 안달인 게
내눈에도 들어왔다.
초조해졌다. 나보다 훨씬 어리고 귀여운 여자였다.
가만 있다가는 입 한번 뻥긋 못해보고
좋아하는 남자를 홀라당 뺏길 참이었다.
(M) Abaracadabra / 브라운아이드걸스
(E) 타닥타닥 컴퓨터로 뭐하는
(E) 들어오는 소리
남 은서씨. 아직 안갔어요?
여 (몰랐다는 듯) 어머.. 아직 계셨네요?
여 사실 그 사람이 오늘 늦는다는 걸 미리 알고 남은 거긴 했지만
난 최대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남 일이 많이 남았어요?
여 아뇨. 이제 거의 다 돼 가요.
남 저도 이거 프린팅만 해서 부장 책상에 올려놓으면 되는데.
나갈 때 같이 나가요 그럼.
여 그럴까요? 하긴... 혼자 무서워서 어떻게 나가나.. 그러고 있었어요.
남 차 가져왔어요?
여 아뇨.. 저 차 아직 없어요.
남 그렇구나. 그럼 제가 바래다 드릴께요.
여 ....정말요?
(M) 달아요/ 박정현
(E) 운전하는 소리
남 벌써 가을 기분 나네요. 밤엔 에어컨 안 틀어두
시원해요.
여 낮에두, 하늘 보니까 뭐 가을 하늘이던데요.
남 아.. 가을오는 거.. 싫은데..
여 왜요?
남 외롭잖아요.
여 .....(이때다) 왜 외로워요? 애인..없어요?
남 애인은요 뭐. 이렇게 맨날 늦게 끝나는 회사 다니는데
연애를 어떻게 합니까. 누구 좀 만날라 치면
다 도망가요.
여 어머.. 그래요? (웃다가) 그럼 회사에서 만나는 수밖에 없겠네.
남 그게.. 그런가요?
여 ...... 사내 연애는 싫으세요?
남 싫을 건 없죠. 사람만 좋으면.
여 그렇죠? 저도 그래요....
여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평소에 잘만 밀리던 차는 하나도 안 밀려서
집엔 금방 도착했고
어쩔 수 없이 내려야 하는 시간이 됐다.
(E) 안전벨트 풀고
여 데려다 주셔서 고맙습니다.
남 네. 내일 뵈요.
여 네...
(E)딸깍 문 열다가
여 저기 그런데요....
남 네?
여 여자가 먼저 고백하는 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남 네?
여 아니... 어떤 여자가 먼저 고백하는 거에 대해서...
그러니까... 그 어떤 여자라는 게...
예를 들면... 저 같은 여자가요...
(M) 좋아해 (feat.김진표) / 요조
여 그날 밤 난 어떤 정신으로 집에 들어왔는지 기억이 잘 안난다.
어느 순간 눈 떠 보니 난 침대 위에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부끄러움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술도 안먹고 맨정신에 어쩌면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는지...
그 사람은 날 어떻게 생각할지...
내일부터 당장 그 사람을 어떻게 봐야 할지....
앞이 막막했다.
(M) Love is Magic / The Green Tea
여 그리고 다음날.
모자를 눌러쓰고 출근해 아예 다른 사람들과도 눈도 안 마주치고
죽어라 컴퓨터만 보고 있는데.
(E)띵똥
여 메신저에서 그 사람이 말을 걸었다.
남 지금 바빠요?
(E) 자판 치는 소리
여 아뇨.. 별로..
남 그럼 옥상 정원으로 잠깐만 올라갈래요?
여 ....네.
(E) 옥상 걸어가는 소리
여 올라가니 그 사람이 서 있었다.
그 사람 머리 위로 파란 가을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아름다운 배경과 어우러져 그 사람이 더 멋있어 보였다.
남 어제요...
여 ....네.
남 어제 대답 안 듣고 그냥 도망갔잖아요.
여 ....네?
남 여자가 먼저 고백하는 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잖아요?
그래놓고 그냥 막 도망갔잖아요.
여 ...아, 그랬죠.
남 그래서 집에 가면서 내내 생각해 봤거든요.
좋아하는 남자에게 먼저 고백하는 거. 멋지다고 생각해요.
여 ......
남 특히 은서씨 같은 사람이 나한테 그래주는 거
고맙다고 생각해요.
여 ..... 정말요?
남 우리 사귈까요?
(M) 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 / 성시경
-----------------------------1부 끝 --------------
*잠시 뒤 2부 -
여 나는 연애를 하기 시작했다.
스물 여덟해 만에 처음해 보는, 진짜 연애였다.
(E) 캐롤
여 태어나 처음으로,
남자친구와 크리스마스를 보낸다는 게 뭔지도 알았고.
한해가 끝나는 시간. 새로운 한해가 시작되는 시간에
함께 있다는 건 어떤 기분인지도 알았다.
평소엔 가려고 생각도 않던
남산이니, 한강이니, 청계천이니, 놀이공원이니 하는 곳들도
연애를 하니 자주 가게 됐다.
그리고 이곳까지 가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E) 사람들 소음 웅성거리고
여 나 있지.. 남자랑 찜질방 오는 거 진짜 처음이다?
남 넌 정말 처음하는 것도 많다. 뭐든지 다 처음이야?
여 그거야 당연히 연애를 처음해 보니까 그렇지.
자긴 여러번 해 봤어?
남 이 나이 되도록 연애 한번도 안해본 게 더 이상한 거지.
난 두세번 해 봤어.
여 그럼.. 할 때마다 이런 데 다 갔었어? 그 여자들이랑?
남 우리 과거는 안 물어보기로했지?
여 나만 불리해. 나는 뭐, 얘기할 과거도 없고.
(E) 계란 톡 까는
남 잔소리 말고 계란이나 드세요.
여 어쨌든, 지금까지 연애를 몇 번 해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게 마지막 연애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세요~
남 그럼 너는 안 억울해?
여 응?
남 이번이 처음인데, 처음이자 마지막이 돼도 안 억울하냐구.
여 억울하긴 뭐가 억울해. 좋지.
사랑했다가 깨지고, 식고, 싸우고, 이런 거
난 안하고 싶은데? 자기야. 아~~ 해. 계란 먹자.
(M) Sweety / ?
여 그렇게 꿈같은 삼개월이 지났다.
누가 그랬다.
연애 좋을 때는 딱 삼개월 뿐이라고.
그 다음엔 호르몬인지 뭔지 분비가 멈춰서,
예전 같은 그런 기분이 안든다고.
다 거짓말이었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나는 계속 좋았고. 계속 두근거렸고. 계속 행복했다.
그러니까 그 사람도 그럴 거라고 믿었다.
(E) 비상문 열고 들어오는 소리
남 어.. 왜 불렀어?
여 김밥 싸왔어. 먹자구.
남 좀 있으면 점심 먹을건데?
여 이거 먹으면 되잖아.
남 이따 우리팀 사람들끼리 같이 먹으러 나가기로 했어.
여 그래?
남 그리구 회사에서 괜히 둘만 빠져나가고 따로 만나고 이러면
좀 그렇잖아. 어차피 비밀로 하기로 한건데.
여 언젠 이런 거 재밌다며.
남 그거야 처음 얘기구.
여 뭐가 달라졌어? 처음이랑?
남 그럼 계속 같아?
여 뭐가 달라졌는데?
남 지금 그런 얘기할 시간 없잖아. 나중에 얘기하자 나중에.
(M) 점점 / 브라운 아이즈
여 얼마 후, 난 회사를 옮기게 됐다.
더 좋은 조건으로 가게 되는 거였지만 그와 떨어지게 됐다는
사실에 마음이 쓰였다.
그래도 매일 얼굴 보면서 붙어 있는 것 보단
며칠에 한번씩 얼굴 보고
떨어져 있으면서 그리워하기도 하는 게
오히려 더 좋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가끔 만나는 거라서 난 더 좋았다.
그런데, 그는 아닌 것 같았다.
남 야... 너 진짜 이 영화 안 봤어?
여 응. 아직 못 봤는데?
남 너랑 나랑.. 참 안맞는 게 많구나.
여 응?
남 아니 어떻게.. 이런 영화를 안볼 수가 있냐?
여 어떻게 세상 영화를 다 봐? 안 본 것도 있고 그렇지?
남 누가 세상 영화를 다 보래? 그래도 기본적으로 봐야 할 영화가
있는 거지!
여 자긴 뭐 내가 본 영화 다 봤어? 별 거 아닌 걸로
사람 이상하게 만들고. 왜 그래?
남 넌 꼭 그러더라? 내가 지적해주면 고치려고 노력을 해야지
너는 뭐 잘났냐.. 이런 식으로 나오고. 그럼 대화가 되냐?
여 뭐?
남 요새 너랑 대화하다 보면 꼭 이렇게 끝난다구.
꼭 답답한 벽이랑 얘기하는 것 같아.
여 ....벽?
(M) 이별의 그늘 / 리즈
여 그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
내가 먼저 고백했을 뿐 아니라, 내가 더 많이 좋아한다는 것도.
그걸 다 알면서.
그래서 아무리 자기가 나한테 함부로 대해도
난 어쩔 수 없다는 거 다 알면서,
날 울렸다.
그렇게 마음 아팠다가도 그 사람이 조금 잘해주면
금방 풀리고 넘어가는 내가, 나 스스로도 미웠다.
어느 순간엔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사람을 만났다.
(E) 커피잔
여 솔직하게 말해 줘.
남 ...또 뭘.
여 나를 좋아해?
남 난 또 무슨 소리 하려고 하나 했네. 또 그거 물어보려고
만나잔 거야? 나 오늘 야근도 재끼고 나왔어.
여 그게 그렇게 생색낼 일이야?
남 그럼 아니야? 너한테는 연애말곤 중요한 거 없어?
내가 너 만나느라 얼마나 많은 걸 희생하고 있는지 알기나 해?
여 그럼 난?
남 넌 뭐!
여 자기 나 만나면서 처음 한두달 빼고 밥 한번 사준 적 있어?
치사하다고 말하지 마. 사실을 말하는 거야.
남 너도 알잖아. 나 요즘 어려워서 차까지 다 팔았고...
여 그래. 그거 알아서.. 나도 아무 말 안했어.
다른 애들 남자친구한테 이런 선물 받았다 저런 선물 받았다..
그래도.. 난 자기한테 싼 은반지 하나 못 받았지만...
부럽다는 내색 안했어. 밥사는 것도 차 사는 것도 영화 보는 것까지
다 내가 하면서도, 나는 혹시 자기가 그거 때매 부담 가질까봐
그게 신경쓰였었어. 그런데 자기는 너무 당연하더라?
미안해하지도 고마워하지도 않고. 내가 뭘 좀 못하면
왜 그렇게 못하냐고 닦달하기만 하고.
내가, 더 좋아한 게 너한테 무슨 약점 잡힐 일이었니?
(M) 사고쳤어요 / 다비치
남 솔직히 말해?
여 어.
남 언제부턴지는 모르겠는데. 너랑 만나는 거. 만나려고 약속하는 거.
너무 형식적이 돼 버린 것 같다. 일찍 끝나면 만나야 되고
주말에는 만나야 되고. 어디 같이 가야 되고. 이런 거...
여 .....
남 넌 나 볼 때마다, 많이 설레고 좋다고 얘기하는데.
정말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어.
그래서, 두근거리거나 설레거나 이런 감정이 있어야 되는건가
이런 감정이 없는 내가 잘못된 건가.... 그런 생각도 했었어.
그런데 내가 널 좋아하는 건 맞거든?
여 설레거나 그런 것도 없는데 좋아하는 게 맞다구?
남 사람이 사람을 좋아한다는 게 한 가지 감정만은 아니라고
생각해.
여 ....
남 난 그런 생각도 했어. 이게 다.. 니가 먼저 고백해서가 아닐까.
여 뭐?
남 주도권을 너한테 뺏겨버렸다는 생각도 들고..
자꾸 끌려다니는 것 같고...
또 나도 내 경제적 사정이 이러니까... 오히려 너한테 주눅 들기
싫어서 더 못되게 구는 면도 있는 것 같다.
여 그래... 알았어.
남 .....
여 우리 있잖아.. 당분간 떨어져 있자.
남 뭐?
여 당분간.. 떨어져서... 생각 좀 해봤으면 좋겠어.
내 마음이 느끼는 이런 감정이.. 진짜 사랑인가.
아니면 그냥 순간적인 설레임인 것 뿐인가...
당신이 느끼는 권태로운 감정도...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는건가...
아니면 마음이 식은 걸.. 그냥 포장하고 있는건가...
생각을 해 봐야 하지 않을까.
(M) 바보/ 화요비
(E) 전화벨 진동음
여 하지만 사흘 쯤 지났을 때, 그에게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내 손은 전화기를 향했다.
얼마 안되는 시간이었는데도, 난 그 사이
그 사람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를 향한 마음은 내 마음을 할퀴는 가시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언젠가부터 아픔에도 익숙해져 가는 것 같아
무서워지고 있었다.
(E)전화 받고
여 여보세요.
남 나야.
여 당분간 연락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했잖아.
남 뭐야.. 아직도 그 얘기야?
여 ....뭐?
남 너 보고 싶다던 영화 나왔더라. 내가 예매할까?
여 .....
남 오늘 저녁에 종로로 나와.
여 당신이 그랬지. 내가 먼저 고백한 게 우리 관계를 어렵게
하는 것 같다고.
남 그런 얘기 나중에 하자 나중에.
여 우리한테 나중이 어딨어.
남 은서야.
여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나중을 바래?
서로 얽혀버린 마음을 풀어낼 생각도 안하고
그냥 지금 당장 편하자고, 만나서 웃고 떠들고..
이제는 그렇게 못하겠어.
남 그래서? 어쩌자고? 그만 보기라도 하자고?
여 서로 생각해 보자고 했잖아.
그런데 당신은 날 위해 그만한 시간 참는 노력도 안해.
남 ......
여 먼저 고백도 했으니까, 헤어지자고 하는 것도 내가 먼저 할게.
남 윤은서. 너 후회 안할 자신 있어?
여 자신 없지. 전화 끊자 마자 후회할지도 모르지.
그래도, 돌아가진 않아. 후회해도, 그리워도,
진심을 진심으로 대하지 않아서, 차마 헤어지자는 말도 못하는
당신하고는, 더 같이 안가.
(M) 사랑 안해/ 백지영
여 전화를 끊고 실컷 울었다.
(E) 전화 진동 울리는
여 계속해서 그 사람이 전화를 걸어온다.
(E)책상 서랍 안에 전화기 넣고 문닫는
여 전화기를 서랍 안에 넣고
(E) 창문 여는
여 창문을 연다.
가을 바람이 분다.
그 사람에게 처음 고백을 했던, 그때처럼.
눈물이 난다.
(M) 주제음 또 한번 사랑은 가고 / 왁스 & 이기찬
2009-09-03(1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