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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404 화 - 아내의 복수
(M)주제음 난 바람 넌 눈물/ 백미현, 신현대
(E) 설거지하는 소리
남 어제부터 아내는 심기가 좋지 않다.
왜 그런건지 이유는 알고 있다.
그래서 난 이 자리를 피하고만 싶다.
(E) 신문 접고 일어나는 듯
남 나 낚시 좀 갔다 올게.
(E) 물 소리 뚝 끊기더니 접시 몇 개 정리하고
여 잠깐. 나랑 얘기 좀 해.
(E) 걸어와 앉는
남 무슨 얘기..
여 당신은 나랑 말하는 게 그렇게 싫어?
남 또 삐딱해서 그런다. 내가 언제 싫댔어?
여 싫은 거 아니면 잠깐 하자구.
남 말해..
여 어제.. 어땠어?
남 어떻긴 뭐가 어때.
여 기분이 어땠냐구. 뭔가 있었을 거 아냐.
남 아무 것도 없었어. 무슨 얘길 하는 거야 지금?
여 20년 만에 만났는데 아무 것도 없었어? 아무 감정도?
남 무슨 얘기가 듣고 싶어서 이래?
여 당신의 솔직한 얘기.
남 솔직히 말하잖아. 아무 생각 없었다구.
여 거짓말. 당신은 늘 그렇게 거짓말만 해 왔어.
(M) Caruso / Antonio Forcione & Sabina Sciubb
(E) 신발 신는 듯
여 얘기 아직 안 끝났어.
남 듣고 싶은 얘기 정해놓고 나더러 솔직히 말하라는 게 어딨어.
여 나 때문에 헤어졌다고 생각하잖아. 당신 나한테 그 때
뭐라고 했는데!
남 당신 말대로 20년 전 이야기야.
여 어제 미희가 그랬잖아. 이혼했다구.
남 그래서.
여 미희는 이혼했구. 부모님은 돌아가셨구.
이제... 당신이 미희 다시 만난다고 해도 누구 하나 말릴 사람 없잖아.
남 당신이 있잖아.
여 그래서. 나 때문에.. 두 사람 못 만나는거야?
남 말이 또 왜 그렇게 돼. (호흡 고르고) 그래. 없었던 일이 되진 않아.
분명히 20년 전에. 당신이랑 결혼하기 전에. 그런 일들이 있었고.
그게 당신 가슴 속에 한이 됐을 거란 건 알아.
여 .... 그런데 20년 만에 미희가 나타났어.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던 모임에. 아무 예고도 없이 나타나서.
이혼했다는 얘길 했다구.
남 .....
여 나는 알아.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난 알아. 미희는 어제 저녁 내내
당신만 보고 있었고. 자기 이혼 얘길 당신이 어떻게 받아들이나
궁금해하는 눈치였어.
남 여보.
여 그리고. 우리 두 사람 사이에 아이가 없다는 사실에
내심 좋아하는 눈치였다구!
(M) The River in the Pines / Joan Baez
(E) 낚시터 소리
남 낚싯대를 드리워놓고 앉아 있지만
평상심은 아니다.
그녀를 보고 마음의 일렁임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20년 전과 많이 변한 것 같지 않은 그녀는
딸이 하나 있는데
그 아이가 결혼식을 올리자마자 남편과 이혼을 했다며
남의 얘기하듯 담담하게 말했다.
아내가 느꼈듯이, 분명 그녀는 나를 의식하고 있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우리는 많이 사랑했었고.
헤어짐을 이기지 못해 죽음까지 생각했다.
세월은 많은 걸 묻어버리지만
기억만은 어쩔 수 없이 남아 있다.
(M) 기억이란 사랑보다 / 이문세
(E) 매미 소리
남 20년 전. 여름.
부모님은 나와 미희의 결혼을
심하게 반대하셨고. 우리는 살던 동네를 몰래 떠날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몇 년 쯤 연락을 끊고 살다가 나타나면
그땐 어쩔 수 없지 않겠냐는, 조금은 무모한 계산도 하고 있었다.
(E) 걸어나오는 소리
여 오빠. 어디 가?
남 어? 나.. 그냥... 우체국..
여 우체국에 왜? 부모님께 마지막 편지라도 부치게?
남 어?
여 미희한테 다 들었어. 둘이... 어디 가기로 했다며.
남 미희가 얘기해?
여 우리 둘도 없는 친군 거 몰라서 그래? 어딜 가려고 그래?
남 ..... 일단 서울로 가서 나 취직자리부터 알아보고...
여 둘이.. 길바닥에 신방이라도 차리게? 돈은 있어?
남 좀.. 모아놓은 거 있어.
여 그렇게 좋아?
남 ....어. 좋아.
여 .... 참 대단하네.
남 미희가 왜 너한테 얘기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만큼 믿어서일 거라고
생각해. 미안한데 은서야.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말아줄래.
여 .....
남 부탁한다.
여 그래.. 알았어.
(M) 옛 시인의 노래 / 정수라
남 그리고 그날 밤.
(E)밤새 우는 소리
(E) 대문 삐끅 열고 나오는데
여 오빠..
남 아.. 깜짝야... 너 여기서 뭐해.
여 ....미안해.
남 뭐가 미안해.
여 미안해.
남 은서가 왜 내게 미안하다고 하는지는
오래지 않아 알 수 있었다.
약속장소에 미희는 나오지 않았고.
부모님이 오셔서 나를 끌고 가셨다.
은서였다. 은서가, 모든 걸 다 얘기한 것이다.
우리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고.
그 뒤 미희는 선 본 지 한달만에 결혼을 해서
동네를 떠났다.
(M) 가리워진 길 / 유재하
남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은서가 미웠다.
얼굴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그녀는 끈질겼다.
(E) 다방 분위기의
남 왜 또. 꼭 할말이 뭔데...
여 놀라지 말라구.. 미리 얘기해야 할 것 같아서..
남 ...뭐.
여 우리 부모님이랑 오빠네 부모님이랑 사이에 혼담 오고 가는 거...
남 알아.
여 알아?
남 신경 안 써.
여 ..... 왜?
남 너랑 절대 결혼 안 할 거니까.
여 .....
남 넌 할 수 있어? 니 친구 애인이었던 사람이야 나는.
여 좋아했던 건 내가 먼전데?
남 뭐?
여 내가 좋아하는 거.. 미희도 다 알고 있었어.
알면서 그랬어 그 기지배가.
남 미희 그런 식으로 얘기하지 마.
여 나는 다 가졌다고.. 좋은 부모님도 가졌고.. 미희가 그렇게
가고 싶었던 교대도 갔고... 선생님도 됐고...
그래서 내가 싫다고.. 가진 거 다 뺏어버리고 싶다고
그랬었어.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거 알면서...
오빠랑 자긴 안 될 거 알면서... 일부러 접근한거야.
남 시끄러.
여 ....!
남 어떻게 접근했든 상관없어. 우리가 서로 얼마나 좋아했는지는
니가 제일 잘 알아. 그런데.. 그런 우리 떼어놓고..
이제 니가 나랑 결혼하겠다고? 너 참 독하다.
여 ... 오빠.. 미희 나타나기 전엔 오빠도 나 좋아했잖아.
남 그냥 귀여워 한 거야.
여 크면 나랑 결혼할 거라고도 했잖아.
남 그냥 한 말이야. 그런 말까지 다 책임지면서 사냐 넌?
여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난.. 그런 말에... 기대서 살았어.
남 ....
여 그런 말.. 그냥 했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믿게 되고... 의지하게 돼서..
오빠의 그런 말 한마디에 기뻐하고.. 설레어하고.. 그러면서
살았어 난. 그게 잘못된거야?
(M) 외면/ 양수경
남 그리고 1년 뒤. 나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은서와 결혼하게 됐다.
아니.. 어쩌면 모르겠다. 그게 정말 다 포기한 심정이었는지...
아니면 조금이라도 쌓여있던 감정이 있었던건지....
우리는 서로
서운해하면서, 미워하면서
결혼했다.
(M) 암연/ 고한우
-----------------------------1부 끝 -------------------------------
남 아내와 20여년을 사는 동안
나쁘지 않았다. 물론 아내가 몸이 약해
아이를 가지지 못했고. 그 때문에 돌아가신 부모님과
불화를 겪어야 했을 땐 여러 가지로 힘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아내를 탓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E) 커피물 끓는, 들어오는
여 ....이제 와?
남 안자고 있었어?
여 잠이 안 와서.
남 그런데 커피 마시게?
여 어차피 안 마셔도 잠은 안오니까. 당신도 마실래?
(E) 커피물 따라지는 소리
남 아침에 한 얘기... 오늘 하루종일 생각해 봤어. 그런데...
여 나부터 얘기할게.
남 뭔데.
여 당신 기억 나? 나랑 어머님 한참 안좋을 때..
어머님이 그러셨어. 당신을 위해서.. 양심이 있다면.. 이혼하라고.
남 그걸 아직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어?
여 그리고.. 또 그런 얘기도 하셨어.
그때... 미희랑 그냥 결혼시킬 걸 그랬다고. 미희는... 그래도
여자 구실은 하고 살더라고.
남 그거야... 노인네 손주 보고 싶은 욕심에... 그러신거잖아.
돌아가시기 전에 다 화해한 줄 알았는데?
여 화해했어. 용서도 했고. 이해도 해.
남 그런데.
여 그래도... 그런 생각은 했었어.
그때 미희랑 결혼했다면 어땠을까.
남 나는... 나이 들면서 더더욱 운명을 믿게 됐어.
다 운명이라고 생각해.
여 그거야.. 당신이 스스로 편하자고 쉽게 생각하는거고.
얼마든지 아닐 수 있었어.
남 도대체.. 왜 그래? 이제 와서.. 난 이대로가 좋은데...
어쩌라는 거야?
여 사실은... 나 얼마 전에 미희 만났었어.
모임에서 처음 만난 게 아니야.
남 ...뭐?
여 우연히 연락처를 알게 돼서 내가 만나자고 했어.
이번에 모임 나오게 된 것도 그거 때문이야.
남 만나서.. 무슨 얘길 했는데?
여 미희 마음을 알아보고 싶었어.
남 무슨 마음.
여 당신에 대한 마음.
(M) 민들레 홀씨 되어 / 박미경
(E) 밤벌레 우는 소리
남 아무래도 잠이 오지 않는다.
아내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여 아까 한 얘기 때문에 그래?
남 ......
여 정말이야. 당신에 대한 마음 변함없는 것 같았어.
어쩌면 오랜 세월 동안 쌓이고 쌓인 게 더 단단해졌을지 모르지.
남 도대체 왜 이래?
여 ......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남 누가.
여 나.
남 ...뭐?
여 몇 달 안됐어. 그냥... 그 사람 앞에 있으면 내가 편해서.
잃어버릴까봐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고.
어떤 얘기든... 내가 이런 얘기하면 날 어떻게 볼까... 이런 걱정
안하고 다 털어놓을 수도 있고.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야.
남 지금 무슨 소릴 하고 있는 거야?
여 나도 충분히 노력했다고 생각해. 20년이잖아.
남 ....
여 그리고 당신도... 이젠 만날 때가 됐다고 생각해.
두 사람. 20년이잖아.
남 .....지금 그 소릴 나더러 믿으라는 거야?
여 그 사람을 내가 정말로 사랑하는 건지는 몰라. 확신 못해.
그냥 편하고 좋은 게, 다 사랑은 아닐테니까.
그런데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건 확신해.
남 .....
여 그냥 오기로 버텨온 것 같아. 그렇게 어렵게 뺏었는데
다시 뺏길 수는 없다는 오기.
이제 나두 늙었나봐. 힘들어 못하겠어.
(M) 사랑이 지는 이 자리 / 이선희
남 아내는 그냥 장난으로 그런 말을 내뱉을 사람이 아니었다.
그리고 단순한 농담이 아니었다는 사실은
바로 그 다음날 증명 되었다.
(E) 뭔가 내미는
여 나는 사인했어.
남 이걸 준비해놨었어?
여 응
남 (화난) 진짜 왜 이래? 애처럼 유치하게.
지금 나한테 복수하자는거야?
여 어. 그런 것 같아. 복수하자는 것 같아. 당신이 몰라 그렇지..
나도 쌓인 게 많아.
남 당신이 뭐라고 해도. 어떻게 나와도. 나는 다시.. 이 나이에 다시
미희랑 어떻게 해 보고 싶은 욕심도 없고... 아무 생각도 없어.
다 쓸데없는 짓이야. 알아?
여 나이가 문제야? 아니면 남들의 시선이 문제야?
남 당신 좋아하는 사람 생긴 건 알겠는데. 괜찮으니까 정리해.
여 괜찮긴 뭐가 괜찮아? 내가 안 괜찮은데?
남 당신 무슨 갱년기야?
여 이혼해. 이혼해줘. 나는 이제 더는 조마조마하기 싫어.
20년 동안 나는 미희가 어느 동네 어느 아파트에서 뭐하고 살았는지
누구 만나고 살았는지. 다 알고 있었어. 당신이 그 근처 간다고 할 때마다..
당신이 누굴 만난다고 할 때마다.. 나는 오만가지 생각을 했어.
불안해하다가.. 의심도 했다가..
나는 더는 그러기가 싫어.
남 그러지 않아도 돼. 20년 동안 난 단 한 번도 미희 만난 적 없어.
여 생각한 적은? 생각한 적도 없어?
남 ...그만하자. 제발. 왜 이러니 진짜. 그동안 잘 참으면서 살아왔잖아.
여 (울부짖듯) 그래서 내가 이렇게 된 거야! 너무 참아서!
너무 참아서 이렇게 됐어.
(M) The Saddest Thing / Melanie Safka
(E) 사무실 소음
남 아내는 아예 짐을 싸가지고 나가 버렸고.
난 회사에 나가서도 마음이 복잡해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그렇게 일주일 쯤 지났을 때.
(E) 전화벨
남 여보세요. (사이) 어 그래..미희야. 웬일이야 니가.
내 번호는 어떻게 알았어. (사이) 미안한데.... 내가 요즘
좀 복잡한 일이 있어. 나중에 기회 되면 보자.
(사이) 무슨 일인데?
남 회사 앞 까페에서 만난 미희는
더욱 이상한 이야기를 했다.
아내가 미희를 찾아왔을 때.
아내는 20년 전 내가 얼마나 미희를 좋아했는지
그리고 헤어진 이후 얼마나 괴로워했는지
결혼 생활 내내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구구절절하게 설명했었다고 했다.
왜 이러나 이상한 생각은 들었지만
모임에 나오기를 하도 권해서
좀 고민하다가 나간 거였다는 말도 덧붙였다.
긴 세월 동안 은서를 원망한 적도 많았지만
그날의 은서는, 진짜 은서 같지 않았고.
뭔가 불안해 보였으며, 숨기는 것 같았다는 말도 했다.
정말 아내에게 무슨 일이 생긴걸까.
(M) Desperado / Eagles
(E) 호텔로비
남 수소문한 끝에 아내가 묵고 있는 작은 호텔을 찾았다.
커피를 두 잔째 마실 때 쯤 아내가 내 앞으로 왔다.
여 여기는 어떻게 알았어?
남 왜 여기 있어?
여 당신이 도장 찍으면 그때 만나서 얘기하려구.
남 다 알아봤어. 미안하지만 휴대폰 통화내역도 조사했고
카드 내역서도 봤고. 당신한테 남자가 생겼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어.
여 그런 걸로 어떻게 알아.
남 그래. 그런 걸로 다 알 순 없지.
그런데 중요한 건, 당신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나라는 거야.
당신은 절대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여 왜? 나는 평생 당신한테만 목매는 사람이어야 해? 웃겨.
남 병원엔 왜 갔었어?
여 .....뭐?
남 병원에 갔던데.
여 건강검진 받으러 갔었어. 그게 왜.
남 검진 결과 나오고 다음날 미희 연락처 알아내서 찾아갔고. 맞지?
여 .... 미희 만났어 당신?
남 어. 만났어.
여 ....(허탈) 그랬구나.
남 왜? 당신이 원하던 거 아니야?
당신 죽고 나면 미희랑 나랑 다시 결혼이라도 해서 잘 사는 거.
당신이 바라던 거잖아.
여 ......
남 당신이 이렇게까지 날 생각해 준 줄은 몰랐네?
당신이 이렇게 착한 여자였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주려고 했어? 내 행복을 위해서?
그러면 내가 행복해? 당신이 뭔데.. 내 인생을 이랬다저랬다...
그랬던 건 20년 전 일로도 충분한데!
당신이 뭔데! 당신 맘대로 내 인생에서 빠지겠대!
(M) 사랑이라는 이유로 / 김광석
(E)대문 열고 억지로 끌고 들어오는
여 글쎄 안온다고 하잖아.
남 왜 싫어.
여 ..... 나 세계일주 하려고 표도 다 끊어놨어.
남 세계일주? 그거 해서 뭐하게.
여 병원까지 갔으면 알았을 거 아냐.
자궁암 말기라잖아. 번질 대로 다 번져서 수술도 못할 거라잖아.
애 가지려고 병원 드나든 거 너무 끔찍했어서...
너무 병원엘 안 갔었어. 어쩌면 그렇게 될 때까지 모르구....
나두 참....
남 그거 아는 사람이 왜 병원 가서 치료받을 생각을 않구
이혼이니... 세계일주니.... 왜 그래? 머리까지 아픈 거 아냐?
여 나대로 살다가 죽고 싶어서 그래.
남 당신대로? 당신 혼자?
여 내가 얼마나 욕심을 부리면서 살았게...
당신 말대로... 나는 당신이 갖고 싶어서... 둘이 그렇게 좋아하는데
미희가 당신 없으면 죽겠다고 펑펑 우는데도... 둘이 떼어놨어.
그리고 결혼해서도.... 당신 부모님 그렇게 바라시는 애 하나
못 낳아드리고.... 당신 나 만나서... 잘된 게 뭐가 있어.
힘들기만 했잖아.
남 그래서.
여 (울음 터지고) 그런데 마지막까지 그럴 수는 없잖아.
흉한 꼴, 못난 꼴, 다 보이고. 그러고 가기 싫다구.
나도 좀... 당신한테 한번쯤은 좋은 일 해주고 가려 그랬는데
그랬는데 왜 그래!
남 그래서 내가 미희 만났다니까 표정이 그렇게 돼?
여 ....
남 둘이 다시 잘해보길 바란다는 사람이...
그렇게... 하늘이 무너진 표정이야?
여 .....
남 당신 왜 그렇게 바보냐...
20년이다. 20년 동안 내가 당신이랑 살면서 넋 놓고 살았을 것 같아?
나는.. 그 세월동안 당신이랑 많이 정들었고. 당신을 많이 믿었고.
또 많이 의지했고. 당신만이 내 편이라고 생각했어.
그걸 왜 몰라.
여 (울고)
남 의사한테 당신 얘기 듣고, 당신 있는 데 찾아 미친놈처럼
뛰어다니면서. 나 생각했어. 당신이 먼저 가면... 나는 못살 것 같다고.
여 (울고)
남 나는 정말... 못살 것 같다. 당신 없이 어떻게 혼자 사냐.
나는.... 그렇게 안돼. 왜 내 마음을 그렇게 몰라.
(M) 내 사랑 내 곁에 / 김현식
(E) 스트레쳐카 들어가는
남 내 고집으로, 아내는 가망성 없는 수술을 받는다.
하지만 난 1%의 가능성이라도 믿어보고 싶었다.
여 여보....
남 어... 여보....
여 얘기 들었지. 어쩌면 나 수술받다가 어떻게 될 지도 몰라.
남 몰라. 나 그런 소리 못들었어.
여 고마웠어.
남 ....나와서 얘기해.
여 미희 안돼 여보. 둘이 잘해보는 거, 사실은 싫어.
남 나와서 얘기하라고.
여 사랑해 여보.
남 ..... 사랑해.
(E) 들어가는
남 문이 닫히고. 수술중이라는 불이 켜진다.
나는 그 앞에서 무너진다.
내가 아내를 힘들게 할 때마다 그녀는 내게,
나중에 복수할거라고, 농담처럼,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녀 말이 맞았다.
나는 후회하고 있으며. 아파하고 있으니까.
(M)주제음
2009-08-20(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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