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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401화 - 인연
(M) 주제음 인연/ 이승철
(E) 매미소리 울려퍼지는
(E) 저벅저벅 걸어가는 소리
남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아직 남아 있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버스가 들어오지 않는 곳.
자동차 한 대 다닐 길도 제대로 나 있지 않는 곳.
사람의 그림자도 흔치 않은 곳.
결국 난 버스에서 내린 후
걸어.. 또 걸어.. 이곳까지 들어왔다.
찾아내기 힘든 곳에 숨어 있는
누군가를 기어이 찾아내기 위해서.
(M) 내가 걷는 길 / 봄여름가을겨울
(E) 물을 쫙 쏟아붓는
남 (깜짝 놀라는 비명소리)
여 에그머니. 누구세요?
남 아... 이게 뭐야....
여 죄송해요. 사람 오는 걸 모르고. 죄송해요. 괜찮으세요?
남 지금 이게 괜찮아 보여요?
여 많이 젖으셨어요? 어우 이거.. 걸레 빤 물인데...
냄새 많이 나시죠.
남 (흠흠..해보고 토할 것 같은) 아니 걸레 빤 물을 왜 여기다..
이거 보세요. 앞을 제대로 보셔야지.
여 잠시만요
(E) 후다닥 뛰어가더니 다시 뛰어오는
여 이거 닦으세요. 마른 수건이에요.
남 에이... (하면서 닦는 듯)
여 그런데 누구..세요?
남 예? 아 여기 버들골 맞아요?
여 네.
남 아... 그럼 마선생이라고 알아요?
여 네?
남 마선생이요. 이 마을 와서 마선생 찾으면 모르는 사람 없다던데?
여 혹시 마영달이라는 사람 찾으시는 거에요?
남 네. 맞아요.
여 그 사람.. 우리 큰오빤데.
(M) HeWas Beautiful / Cleo Laine
(E) 찻잔에 물 따르고 등등 약간 부산한 소리 나며
여 바깥 사람이 우리 오빠 찾아온 건 처음 있는 일이에요.
남 그래요?
여 사실 우리 오빠 진짜 이름은 그 이름 아니거든요.
남 아니면요?
여 있어요. 어쨌든 가명 쓰는 거에요.
남 그래요..? 그런데 어디 갔어요?
여 잘 모르겠어요. 한번 나갈 땐 말도 잘 안하고 가니까.
보름 걸릴 때도 있구.. 한달 걸릴 때도 있구.. 차 드세요.
남 ...네. (하는데)
(E) 쨍그랑
여 아뜨거...
남 괜찮아요? 아니 뭘 좀 잘 보고 하지...
여 죄송해요.
남 아니 뭐 나한테 죄송할 거 있어요? 연고 있어요? 화상 연고나..
손등이 다 빨개졌는데.
여 괜찮아요. 이 정돈. 이따가 된장 좀 발라주면 돼요.
남 그게 그런 걸로 됩니까? 사람이 왜 그렇게 덜렁대요?
여 그러게요.
남 순간 난 뭔가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의 손이 자꾸만 헛손질을 하고 있었다.
남 ..... 안 보여요?
여 아뇨. 보여요. 보이긴 보이는데... 아주 잘은... 안보여서 그렇지...
(M) 혼자가 아닌 나 / 서영은
여 우리 오빠가... 빚을요? 얼마나요?
남 뭐 아주 큰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줄건 주고 받을 건 받고
그래야 되는 거잖아요?
여 그렇죠. 물론 그렇기는 하지만. 처음 듣는 얘기라서.
저희 오빠가요. 셈은 분명한 사람이거든요. 구멍 가게에서
외상으로 소주 한병 안 가져오는 사람이라서.
남 저두 거짓말은 안하는 사람이에요.
여 ...그러시겠죠. 그렇기는 한데.
남 전화 한번 해보세요.
여 우리 오빤 전화 없어요. 그냥 할 말 있으면 집으로 전화해요.
남 집 전화는 되긴 돼요?
여 네?
남 아니 하두 시골이라 전화가 통하기는 할까 싶어서요.
여 잘돼요. 저기 그럴 게 아니구요.
(E) 종이 부스럭 꺼내며
여 여기다 번호 남기고 가시면 제가 오빠랑 통화 되는대로 바로
말씀드릴께요.
남 그걸 어떻게 믿습니까? 내가 여길 어떻게 알아내서 왔는데.
여 ....네?
남 남는 방 있어요? 저녁 때 다 돼 가는데. 이런 데 여관 같은 게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신세 좀 집시다.
(M) 물 좀 주소/ 한 대수
(E) 문 삐끄덕 여는 소리
남 저기요. 아무리 그래두.. 여긴 좀. 아까 보니까 안방 옆에 방 하나
비었더구만.
여 죄송해요
남 왜요? 내가 뭐 이상한 맘을 먹는다든가.. 그럴까봐요? 저 그런 놈은
아니거든요.
여 그걸 어떻게 믿어요?
남 예?
여 아까 그러셨잖아요. 제가 오빠 연락 오면 전화 드리겠다고 했더니
그걸 어떻게 믿냐구. 그거 못믿어서 여기 계시겠다는 거잖아요.
남 그거야.... 아무리 그래두 헛간 바로 옆에...
(포기) 그래요 뭐.. 그럽시다. 그런데 여기 모기가....
여 모기향 놓고 갈께요. 그럼... 쉬세요.
남 저기...
여 네?
남 찬밥 같은 거 없어요?
(M) Mmm Bop / Hanson
(E) 모깃불 타닥거리며 타고
(E) 밥 먹는 소리
여 궁금한 게 있는데요. 오빠가 빚을 얼마나 졌어요?
남 예? 아 뭐 조금...
여 얼만데요. 제가 갚아 드릴 수 있는거면 갚으려구 그러죠.
남 그렇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구요.
여 저 지금 현금 좀 있어요.
남 얼마나요?
여 한... 이십?
남 ...됐구요. 내가 그쪽한테 빚 대신 갚으라고는 안할거니까
신경 꺼요. 그나저나 이 마을엔 언제 들어왔어요?
여 한 7년 쯤 됐어요.
남 바로 왔구만?
여 네?
남 그 전엔 서울에 살았죠?
여 네.
남 그런데 눈은 왜 그래요? 멀쩡해 뵈는데.
여 모르겠어요. 그냥 계속 나빠져 가네요.
예전엔 저기 산너머까지 보였는데. 이젠 우리집 울타리로 들어오는
사람 얼굴도 잘 안보여요. 접시를 분명히 잡은 것 같은데
손이 허공만 내젓고 있고. 아마 우리 오빠도 나 수술 하는 거 때매
밖에 나간 걸거에요. 별 일 없으면 잘 안나가거든요.
남 저.. 내가 해둘 말이 있는데요
여 네? 뭔데요?
남 혹시 그쪽 오빠한테 전화 오면 나 여?다는 얘기 하면 안돼요.
여 ...왜요?
남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봐요. 빚 받을 사람이 떡 버티고 있다는데
당신 같으면 얼레덜레 오겠어요?
여 .....
남 잘 생각해요. 당신 오빠는 나를 만나는 게 차라리 나으니까.
여 그게 무슨 얘긴데요?
남 그쪽이 마선생한테 내가 여?는걸 얘기해서, 마선생이 딴 데로 튀기 라도 하면. 밖에 있는 사람들이 마선생... 당신 오빠 가만 안 둘 거라 는 얘깁니다.
(M) 꽃이 바람에게 전하는 말 / 예민
(E) 밤새 우는 소리, 귀뚜라미 우는 소리 등등
남 그녀의 오빠는 우리 조직을 배신하고 떠난 사람이다.
7년 동안 그의 행방을 쫓던 조직은
얼마 전 이곳을 알아냈고.
내가 임무를 띠고 이곳에 오게 된 것이었다.
내 임무는.. 그를 제거하는 일이다.
7년 전 그를 딱 한번 본 적이 있다.
웃음이 해맑아 이런 일을 할 것 처럼 보이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E) 발걸음 소리
남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내 손은 조심스럽게 가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가 돌아온 걸까.
여 (밖에서) 저기요.
남 ...(안도의) 왜요.
여 감자 드실래요?
(E) 문 열고
남 오밤중에 무슨 감자에요?
여 여긴 밤이 길어서요. 지금쯤 배고프실텐데?
남 ... 잘 먹을께요.
(E) 쟁반 내려놓고
남 막 쪄낸 감자는 적당히 간이 배어 있어
맛이 있었다. 감자를 먹고 있는 나를 잠시 보던 그녀는 입을 열었다.
여 우리 오빠한테... 나쁜 일 하실 건 아니죠?
남 갑자기 목구멍을 넘어간 감자가
가슴 언저리에 콱 걸리는 느낌이었다.
(M) I Don't Want To Talk About It / Rod Stewart
-----------------------1부 끝 ----------------------
*잠시 뒤... 2부 예고.
(E)뻐꾸기 소리
남 시골의 한낮엔 정말 할 일이 없다.
이렇게 아무 일 하지 않고 쉬어본 건
너무 오랜만이라 어느 순간엔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기도 했다.
어슬렁거리며 마을길을 따라 산책을 하고 있는데.
그녀가 보였다
밀짚모자를 쓰고 밭에 쭈그리고 앉아 잡초를 뽑고 있는 듯 했다.
남 뭐해요?
여 아. 깜짝이야. 기척도 없이...
남 눈도 안좋은 사람이 이렇게 막 돌아다니고
이런 일 하고 그래도 돼요?
(E) 흙 위로 탁 뛰어오는 듯한
여 뭐하러 들어오세요.
남 비켜봐요. 내가 시골출신이라 이런 일은 또 잘하거든.
여 됐어요. 두세요.
남 ...뭐 싫음 관두든가.
여 어차피 우리 오빠 오면 다 해줄 거예요.
남 .... 오빠가 이런 일 잘해요?
여 우리 오빤 저 아무 것도 못하게 해요. 밭일두 하지 말고
그대로 두라고 그랬는데. 그럴 수는 없잖아요.
우리 오빤 어디 가서 빚이나 지고 다니는 모양인데.
남 .... 남매가 사이가 좋은가봐요?
여 우리 오빠가 왜 별명이 마선생인 줄 알아요?
남 왜요?
여 우리 동네에 꼬마애들이 열명도 안되는데요.
학교는 읍내까지 해서 나가 다니는데.유치원까지 그렇게
다닐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우리 오빠가 애들 모아놓고
가르치거든요. 엄마 아빠 다들 농사 때매 바쁘니까.
남 그래요?
여 한글도 가르치고. 영어 알파벳이랑. 간단한 산수랑... 뭐 그런 거.
애들이 우리 오빠를 선생님이라고 불러요.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다들 우리 오빨 마선생이라고 해요.
(M) 오빠 생각 / 이선희
(E) 시냇물 졸졸 흐르는
(E) 수박 쫙 쪼개는
남 잘 익었네...
여 그래요?
남 이거 한쪽 먹어봐요.
여 나쁜 분 같진 않아요.
남 ...누구...? 나요?
여 네. 오신 첫날엔 저 머리맡에 다리미 놓고 잤었어요.
남 예?
여 여차하면 던지려구.
남 ....(기차고)
여 우리 오빠한테두 나쁜 일 하면 어떡하나...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몰라요. 그러지 말라고 하셨지만 오빠한테 전화 오면
빨리 도망가라고 그러려고 했어요.
남 ... 전화 왔어요?
여 안 왔어요.
남 .....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는데 안왔다구요? 거짓말 아니죠?
여 ....부탁 드려요.
남 ....
여 이제 그만 가주시면 안돼요? 빚이 얼만지 모르겠지만
우리 오빠 갚을 거에요. 남의 돈이나 떼먹을 그런 사람 아니에요.
남 내 빚이 아니에요.
여 ...네?
남 내가 받을 빚이었으면 나도 이렇게까지 있지 않아요.
나는 그쪽 오빠한테 아무 감정 없어요. 나도 어쩔 수 없이
여기 있는 거에요.
(M) 내가 아는 한가지 / 이덕진
(E) 때르르릉....
남 한밤중 울려퍼지는 전화벨 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E) 문 열고 뛰어가는 소리
남 전화벨은 계속 울리고 있었고.
나처럼 잠자다가 뛰쳐나온 듯한 그녀는
마루 위의 전화기 앞에서 겁먹은 듯 앉아 있었다.
남 뭐하는 거에요? 얼른 전화 받아요.
여 ......
남 얼른 받으라구요. 그리고 나 여기 있다는 얘기 하면 안돼요!
여 .... 그렇지만....
남 당신 오빠 위험한 상황이야. 밖에 있다간 진짜 나쁜놈들한테
걸려서 어떻게 될 지 모른다구! 알겠어?
여 (거의 울며) 여보세요. 응...오빠....
내 목소리? 자다가 받아서 그렇지.... 어디야?
언제... 오는데? 아... 그래? 그럼 조심해서... 와.
남 난 조용히 전화를 끊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 순간이었다.
여 오빠. 오지 마. 여기 사람이 있어. 오빠. 도망가.
(M) 늑대 추격 / 세븐데이즈OST
남 당신 미쳤어?
여 안미쳤으니까 그랬어요. 우리 오빠 여기 오면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는데..
남 아니라고 그랬잖아요! 내 말 그렇게 못믿어?
여 어떻게 믿어요. 내가 그쪽에 대해 뭘안다고.
남 당신이야말로 당신오빠가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알기나하고 말해!
여 상황요? 어떤 상황요?
남 .....
여 뭔데요? 무슨 안좋은 일이에요?
남 ......
여 얘기해 보세요. 빚이 아닌 거에요? 그거보다 더 큰 거에요?
우리 오빠.... 위험한 거에요?
(M) Last Carnival / Acoustic Cafe
남 내가 지금 왜 이런 일을 하고 있어야 하는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나는 그녀에게 절반 정도의 진실과
절반의 거짓말을 했다.
조직에서 마선생을 쫓고 있다고 말했고
나는 그를 돕기 위해 여기 온 거라고 말이다.
그녀 역시 절반 정도 믿는 눈치였다.
그 다음이 문제였다. 오빠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쉬지 않고 울기 시작했다.
여 나 때문이에요. 내가 오빠를 졸랐거든요. 그런 일 그만 두라고.
아무도 모르는 시골에 가서 우리 둘이 그냥 살자고.
남 그렇게 꼬박 하루를 울더니 앓아누운 것이다
(E) 수건 적시고, 짜는
남 그리고 나는 어처구니없게도 그녀의 간호를 하고 있다.
나 아니면 아무도 없었다.
(M)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 / 김연우
남 이마 대 봐요.
여 됐어요.
남 되긴 뭐가 돼요.
여 솔직히 말해봐요. 우리 오빠 보호해주려고 왔다는 거 거짓말이죠.
남 거..짓말은 무슨. 사람이 진실을 말하면 좀 믿어봐요.
내가 존경하는 형님이었다니까? 그래서 내가 그거 막아주려고.
여 그런데 왜 여기 있는걸 말 못하게 해요? 이상하잖아요.
남 그거는....
여 나한테는 아무도 없어요. 부모님도 안계시고 친구도 없고...
눈도 이제 곧 멀어요. 그게 어떤 건지 알기나 해요?
남 ....
여 우리 오빠가 내 전분데. 너무하잖아요.
남 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는 거에요.
여 이유요?
남 아무리 밖에서 나쁘다고 욕 들어먹는 사람두요. 집에 가면
남편이거나 오빠거나. 동생이거나... 그렇다구요.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고. 먹고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있고...
다 나름대로의 절박함이 있다구요!
그런 거 하나 하나 봐줘가면서, 어떻게 살아요?
여 ..... 그럼. 그쪽의 이유는 뭔데요?
남 뭐요?
여 이렇게까지 살아야 되는 이유가 뭔데요?
뭐 때문에? 누구 때문에?
남 나는... 그런 거 없어요.
나한텐 그런 거 없고. 나는... 나를 위해서 이렇게 살아요.
여 ....... 가엽네요.
남 .....
여 살아가야 할 이유가 될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거
불쌍한 거잖아요.
(M) 슬퍼지려 하기전에 / 왁스
(E) 뻐꾸기 소리
남 좀 괜찮아요?
(E) 신발 신는
여 ...네
남 어디 가요 그 몸으로?
여 밭에 잠깐 나갔다 오려구요. 가지 따서 반찬하게.
남 보여요?
여 늘 다니던 길이라 괜찮아요.
남 같이 가요.
여 됐어요.
남 에이 진짜... 이리 내요. 내가 따올게.
여 내가 한다니까요?
남 내가 해준다구요 좀! 고집이 왜 이렇게 쎄....
여 저기요.
남 뭐요.
여 잘 여문걸로만 따요. 아직 덜 여문 거 막 따지 말고.
(E)걷는 소리
남 나를 이곳으로 보낸 사람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벌써 열흘이 넘었는데 뭐하고 있는 거냐며
질책하는 전화였다.
나는 그에게 거짓말을 했다.
그는 이곳에 오지 않을 것 같다고.
여동생이 하나 있는데, 둘의 사이도 좋지 않은 것 같고.
건강도 좋지 않다고.
그만 철수하는 편이 낫겠다고 말이다.
머릿속이 복잡하다.
(M) 너를 위해/ 임재범 (날 세상에서 제대로 살게해준~)
(E)보글보글 끓는 소리
남 맛있네요.
여 .... 많이 드세요.
남 왜 나한테 밥이랑 해주고 그래요?
여 네?
남 첨부터 그랬잖아요. 쫓아낼 수도 있었는데.
여 쫓아냈음 갔겠어요?
남 그래도... 밥도 해주고. 감자도 삶아주고. 이야기 친구도 해주고.
여 심심해서요.
남 ....
여 정확히 말하면... 외로워선가?
우리 오빠 잡겠다고 온 사람인데. 너무 적막하고 외로운 데 있다
보니까... 사람 목소리 듣는 게 좋았나봐요.
남 ......
여 왜 표정이 그래요?
남 내 표정이 보여요?
여 느낌이요. 왠지.... 미안한 표정인 것 같은데?
남 눈 진짜 나쁘네요. 잘못 봤어요.
여 그래요?
남 나 내일 갑니다.
여 .....내일요?
남 네. 더 있어봐야 뭐....
여 서울로... 가요?
남 네. (사이) 눈 수술은 언제 해요?
여 뭐.... 각막 기증자가 나와야 되는 거고... 돈도 많이 드는 일이라서요.
울 오빠도 그 일 알아보느라 많이 왔다갔다 했었어요.
남 그래요. 뭐.... 잘되겠죠.
여 ....
남 잘 될 겁니다. 그쪽... 착한 것 같으니까.
(M) 나를 / 김현철 (처음부분)
남 그날밤 짐을 싸고.
그녀 방문 앞으로 갔다. 가지고 왔던 현금을
봉투에 넣어 방문 앞에 놨다.
수술비로 충분할지 모르겠지만 꽤 큰 액수였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러고 싶었다.
다른 걸 다 떠나서, 그녀는 태어나 처음으로
나에게 따뜻한 밥상을 차려준 여자였으니까.
어머니 얼굴을 모르는 나로선
어머니가 있다면 저런 얼굴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리고 저 여자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어두운 마당을 지나 내 방문을 향해 가던 난
둔탁한 무언가로 머리를 세게 얻어맞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뒤이어 그녀의 방에 불이 켜지고
그녀가 뛰어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웅웅거렸지만 그녀의 목소리도 들렸다.
여 오빠... 하지마. 그러지 마....
좋은 사람이야. 그러지 마!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구!
(M) 널 사랑해 / 김정은
여 수술이 끝나고. 붕대를 푸는 날이다.
내곁엔 아무도 없다는 걸, 난 잘 안다.
난 이제 볼 수 있으니까.
나의 오빠는 모든 사실을 자백하고 감옥에 갔고.
그는 세상을 떠났다.
그는 병원에 와서 지내는 며칠 동안 마지막 유언으로
각막을 기증하겠다고 말했다 한다.
그리고. 얼마 후 나는 수술을 받게 됐다.
나에게 각막을 준 사람이, 그인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난 그렇게 믿고 있다
지금 내가 보는 세상이, 그가 준 선물이라고.
그가 마지막으로 위해주고 싶었던 사람은
바로 나일 거라고.
지금 흐르는 눈물도, 그가 세상에 남긴 흔적일 거라고.
(M) 주제음
2009-08-01(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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