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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세이-노래가 있는 풍경
제 400화 - 알 수 없는 인생
(M) 주제음 알 수 없는 인생 / 이문세
여 셰익스피어는 말했다고 한다.
최악이라고 말할 수 있을 때,
그것은 아직 최악이 아니라고.
무서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최악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게 최악이 아니라니.
그럼 더 지독한 것이 남아있다는 얘긴가.
그래서 나는 함부로 지금이 최악이라는 말도 할 수가 없다.
이것이 최악이 아니라는 듯이
더 무서운 상황이 튀어나올까봐.
인생은, 알 수 없는 것 아닌가.
(M)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 이문세
(E) 버스 오는 소리, 타는 소리
여 나는 지금 남자친구를 만나러 간다.
10년을 만나온 남자친구다.
그 남자친구와, 어쩌면 마지막으로 만나게 되는 것일 수도 있다.
버스에는 자리가 없다.
손잡이를 잡고, 사람들 틈에 끼어 창밖을 본다.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쏟아진다.
사람들이 이렇게 많아 다행이다.
버스 창밖으로 빠르게 스쳐가는 풍경들 사이로
우리의 풍경도 흘러간다.
우리가 함께 했던 지난 10년 동안의 풍경들.
(회상 BG)
여 2000년.
연애 3년 차.
그때 그는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학생이었고.
나는 그런 그를 지극정성으로 뒷바라지하고 있었다.
(E) 도마질 소리, 뭔가 끓는 소리
(E) 문 열고 들어오는
여 이제 와?
문세 어? 이거 뭐야?
여 응.. (하고 말하려는데)
문세 잠깐만.. 말하지 말아봐. 그러니까 이게... 우럭매운탕.
여 맞아. 암튼 개코야.
문세 웬일이야? 용돈 탔어?
여 어. 손 씻고 들어와서 상 펴.
문세 나, 그 전에 할 말이 있어.
여 응? 무슨 말?
문세 (중대발표나 하는 듯) 나, 그룹 결성하기로 했어.
여 .... 그룹? 무슨 그룹?
문세 내가 그동안 언더로 혼자 활동을 해 보니까
어려움이 많더라구. 그런데 요즘 추세를 봐.
혼자 해선 안돼요. god니 컨츄리꼬꼬니 코요태니
다들 그룹으로 하니까 잘나가잖아.
여 그래서?
문세 내가 얼굴이랑 목소리가 좀 되니까, 리드싱어를 하기로 했고.
또 얼마전에 홍대 클럽 갔다가 사귄 친구들이 있거든.
여자 하나 남자 하나, 걔네 둘이가 백댄서 겸 코러스를 맡기로 했어.
내가 보니까, 앞으로는 혼성 그룹이 뜰 것 같더라구.
여 하아...
문세 그룹 이름은, 블루문~
문세의 문을 따서 블루문이야. 어때. 먹히겠지.
(E) 가스렌지 불 타닥 끄는
문세 그거 왜 꺼? 아직 좀 더 끓어야 국물 우러나서 맛있는데?
여 또 노래를 하겠다구?
문세 또라니... 내가 얼마나 노래하고 싶어하는지 잘 알면서.
여 공부 안해? 노래는 사법고시 합격하고 하기로 약속했잖아.
나랑도 그렇고. 부모님이랑도 그렇고!
문세 아니 그거는, 우리 아부지가 안 그러면 죽이겠다 그래서.
니가 몰라서 그런데, 우리 아부지는 한번 한다면 하는 분이셔.
해병대잖아.
여 문세씨 계속 이러면 헤어질거야. 나도 한다면 해!
(M) 슈퍼맨/ 노라조
(E) 탁탁 걸어가는데 뒤쫓아오는
문세 은서야! 이대로 가면 어떡해! 미나리 다듬다 말고.
여 뭐?
문세 미나리만 넣으면 우럭매운탕 완성인데. 너 이렇게 책임감 제로인
애였어? 그런거야?
여 문세씨는 지금 우럭매운탕이 문제야?
문세 누가 그렇대? 그건 아니지만, 난 뭐든 끝장 안 보는 거
정말 싫어해. 우럭매운탕도 끓이다 말면 먹기 애매해지는 것처럼
... 노래도 그렇잖아. 한번 시작했는데 이렇게 빛도 못보고
포기하는 거. 억울하잖아.
여 노래로 어떻게 끝을 볼건데! 진짜 가수로 데뷔라도 하겠다는거야?
문세 안될 거 뭐 있어!
너도 내 목소리 좋아했잖아. 나 노래 잘한다구 니가 얼마나...
여 그거야 처음 만났을 때 얘기고.
나도 낼모레면 졸업해. 문세씨두 어떻게든 시험에 합격해야하잖아.
안 그럴거면 뭐하러 법대를 갔어?
문세 뭐 음대 나오면 가수하고. 법대 나오면 판사해?
그런 거 아니야. 그런 틀에박힌 편견을 버려.
여 (화 누르며) 우리 이런 논쟁 한두번 아니잖아.
그리구 작년에 뭐랬어. 일단은 다 접고. 공부하기로 했지.
문세 나도 그러고 싶었어. 그런데 마음이 자꾸 그쪽으로만
가는 걸 어떡해. 사람들이 내 노래 좋아할 것 같구.
여 문세씨. 내가 문세씨 여자친구로서, 이런 말 해야 한다는 건
정말 가슴 아픈 일인데.
문세 ....무슨 말?
여 문세씨... 연예인 얼굴 아니야. 이렇게 긴 연예인 얼굴이 어딨니.
이 얼굴로 어떻게 H.O.T god 이런 아이돌들이랑
경쟁을 하겠다는거야. 제발, 정신 좀 차려.
(M) 행복 / H.O.T
(E) 또각또각 걸어오는
봉덕 은서야.
여 ....어? 봉덕 선배. 선배가 우리집 앞엔 왜..
봉덕 나, 차 샀어. 이거.
(E) 차 탕탕 치는
여 차를 샀어요?
봉덕 나 취직한 건 알지?
여 알아요. 선배가 우리 동아리 애들한테 단체 메일 보냈잖아요.
축하해달라고.
봉덕 아... 그랬나? 별로 알리고 싶진 않았는데....
그런데 너는 답장이 없더라?
여 뭐 축하들 많이 해줄 것 같아서. 축하해요 선배.
봉덕 그래. 고맙다.
그런데 너, 듣자하니까 아직도 그 녀석이랑 사귄다며?
여 네?
봉덕 내가 이런 말 하는 거 오해 말고 들어.
문세 그 녀석, 뭐 볼 거 있니. 얼굴만 길쭉해가지구
속도 없고. 철도 안들어서...
여 그만하세요.
봉덕 그리고 그 녀석 자꾸 지가 나보다 노래 낫다고 하는데.
노래는 내가 더 낫거든? 너 들어볼래?
여 됐어요.
봉덕 너 그런 녀석이랑 계속 같이 있으면
너도 피곤해져. 그러니까..
여 선배. 걱정해 줘서 고마운데요.
그 사람 내 남자친구거든요.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거
좀 불쾌해요.
봉덕 은서야. 저기.. 난...
여 먼저 들어갈께요. 좀 피곤해서.
(E) 몇걸음 가는데
봉덕 은서야.
여 ...왜요.
봉덕 다른 여자애였으면 나도 신경 안써. 그런데 너는 신경 쓰여 자꾸만.
니가 그런 녀석이랑 계속... 나는 싫다.
여 나도 알고 있었다. 그 선배가 날 좋아한다는 거.
선배는 성실했고. 유능했다.
그 사람처럼 헛된 꿈을 꾸지도 않았다.
내가 선배를 선택한다면
훨씬 편해질 거라는 것도,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난 사랑을 믿고 싶었다.
사랑이 옳은 것이라는 걸, 믿고 싶었다.
(M) 난 아직 모르잖아요 / 리즈
여 그는 기어코 음반을 내겠다고 나섰고.
1년쯤 후. 어느 기획사와 계약까지 했다.
(E) 문 드르륵 열고 들어오는
여 ....뭐해.
문세 어.. 왔어? 오지 말래니까..
(E) 맥주 캔 따는
문세 이왕 왔으니까 너도 한잔 할래?
여 줘.
(E)벌컥대며 마시고
여 왜 그렇게 축 쳐졌는데.
문세 은서야. 나 앨범 못낼 것 같애.
여 왜. 금방이라도 다 할 것처럼 난리더니.
문세 기획사 사장이.... (기막히다는 듯이 말 못하다가) 세상에 나보구....
여 ....왜.
문세 나보구... 성형수술을 하잰다? 눈 찢고 이마에 뭐 넣구
그리고 턱을 깎자구.... 하..... 요샌 비쥬얼이 돼야 가수를 한대나
뭐래나...
여 그래서?
문세 그래서 내가 그랬어. 윤종신 보라구. 윤종신이 뭐 얼굴로 가수하냐구.
가수는 노래 잘하면 장땡이라구. 내가 막 그랬지.
여 그랬더니?
문세 그랬더니 그건 특수 케이스래요. 그런 희박한 확률에
투자할 수 없대나 뭐래나.
여 아니... 그 사장 진짜 웃긴다. 자기 얼굴이 어때서?
내가 보기엔 요즘 나와서 돌아다니는 애들 보다 백배 낫구만?
문세 그렇지?
여 당연하지! 그리구 요즘 애들 노래, 그게 노래야?
가수가 무슨 얼굴로 승부를 해. 가창력으로 승부를 해야지.
나는 솔직히, 자기 노래처럼 가슴을 울리는 노래, 못들어봤다!
문세 ....진짜?
여 당연하지! 내가 왜.... 자기 부모님, 우리 부모님 모두 다 한테
미쳤다 소리 들어가면서, 내 월급 털어 자기 뒷바라지 하는데!
문세 .....자기야.... 그 점은 나도 미안하게 생각해.
여 암튼! 난 자기 성형하는 건 진짜 반대야.
나는 지금 자기 얼굴이 제일 좋다구. 제일 멋있다구.
(M) 환생 / 윤종신
여 결국, 그 사람은 성형 문제로 인한 사장과의 불화로
기획사를 나오게 됐고.
어쩔 수 없이 공부에 매진하게 됐다.
음악을 포기하니 더 절실하게 매달릴 수 있었던 걸까.
그러기를 5년.
그 사람은 기적적으로,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그리고 우리는 내년쯤 결혼하기로 했다.
친구들은 복권 열심히 긁다보니 당첨되는 날도 온다며
모두들 내게 봉잡았다고 하면서 축하해줬다.
나도 싫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라 좋아했던 건
아니었다. 난,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 좋아했었다.
그랬기 때문에, 오히려 더 불안했던 건지 모른다.
(M) 소녀 / 성시경
(E) 전화벨
여 전화벨 소리에도 어떤 느낌이 있다.
즐겁게 울리는 벨소리도 있지만
가슴을 철렁 내려앉도록 울리는 벨소리도 있다.
어제 저녁 전화벨 소리가 그랬다.
여 여보세요.
문세 어, 나야.
여 어디야? 연수원?
문세 아니. 어디 좀 잠깐 나왔어.
여 어... 그래?
문세 은서야. 우리 내일 좀 만날래?
여 내일?
문세 어. 내일.
여 왜?
문세 할 말이 있어.
여 (애써 웃으며) 할 말? 무슨 할 말? 급한 거면 지금 하지 왜.
문세 전화로 할 말은 아니구.
여 그래. 알았어. 어디서 볼까?
문세 오랜만에 학교에서 볼까? 우리 자주 갔던 동아리방 뒤에 벤치 있지?
여 .....갑자기 거긴 왜.
문세 거기서 보자.
(E)버스 가는 소리
여 그리고 난 지금, 그를 만나러 간다.
아마 우리는 헤어지게 될 것이다.
(M) 그녀의 웃음 소리 뿐 / 이문세
-----------1부 끝 ------------------
(E) 또각또각 걸어가는 소리
여 그에게 아직 얘기하지 못했지만
난 얼마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 당했다.
그동안 월급은 타는 족족 그의 뒷바라지에 썼기 때문에
통장에 남아 있는 돈도 얼마 되지 않는다.
게다가 나는 지금 서른 네 살이다.
친구 중엔 애가 유치원 다니는 애도 있고 초등학교 다니는
애도 있다. 지금 내가 그와 헤어진다면 난 언제 새로운
사람을 찾아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고 결혼하게 되고
가정을 꾸리게 될까. 내 인생은 얼마나 뒤처지는 걸까.
오랜만에 들어선 캠퍼스는 신록으로 가득했지만
내 눈엔 들어오지 않았다.
문세 왔네?
여 먼저 와 있었어?
문세 일찍 와서 여기저기 둘러보느라구.
여 어. 그랬구나.
문세 앉아. 커피 마실래?
여 아냐 됐어. 할 말 있다며.
문세 어....
여 그는 힘들어 보였다. 그동안의 세월이 있는데 그래도 그 정도
힘은 들겠지. 그렇게 힘들어 보이는 게, 어느 정도 위로가 됐다.
문세 그게 있잖아.
여 괜찮아. 무슨 일인데. 얘기해 봐.
나, 준비됐어.
(M) 헤어지는
중입니다 / 이은미
(E) 매미 소리
여 그러고도 한참 아무 얘기 못하던 그가 겨우 입을 뗐다.
문세 나... 그만 두려고.
여 .... 알아.
문세 알아?
여 뻔한 스토리 아냐? 사법고시 합격한 남자가 옛날 여자 정리하는 거?
옛날 영화에도 많이 나오잖아. 왜. 다른 여자 생겼어?
문세 어? 그런 게 아니구.
여 아니면? 그냥 내가 지겨워졌구나? 하긴 10년을 봤으니
지겨워질만두 해. 나도 이해해.
문세 너 지금 무슨 소리해?
여 그만두자며. 헤어지자며. 내가 끈적댈까봐 걱정 많이 한 모양인데
걱정마. 나, 그런 여자 아니거든? 나 그만.. 갈게.
문세 좀 앉고. 앉어. 앉어. 오바 좀 하지 말고.
여 오바?
문세 사법연수원 그만두고 싶다는 얘기야.
여 어디선가, 운명교향곡 비슷한 게 울려퍼지는 기분. 아는가?
뒷통수를 바위로 가격당하고 아득해지는 기분.그런 기분. 아는가?
문세 아무리 생각해도 안되겠어.
나, 다시 맨바닥부터 시작할라구. 음악. 다시 하고 싶어.
(M) 세상 끝에서의 시작 / 김민종
여 일어나. 애들 다 보는데 무릎 꿇고 뭐하는 짓이야.
문세 니가 허락을 해줘야 나도 시작을 하지.
여 내가 뭔데 허락을 해주고말고 해. 가서 아버지한테나 허락
받고 와.
문세 너는 내가 진짜로 죽는 거 보고 싶어서 그러는 모양인데.
나는 죽어. 우리 아부지는 나를 정말 죽일거야.
여 그럼 결심을 접어. 지금 이게 무슨 소리야!
이제 와서 음악은 무슨 얼어죽을 음악이야!
문세 내가 인생이 두 번만 되도 이러지 않아.
이번 껀 그냥 아버지가 바라는대로. 니가 원하는대로. 살고.
다음 껀 내가 원하는대로 살고. 그러면 되니까.
그런데 아니잖아. 인생이 한번뿐인 걸 어떡하냐.
한 개 밖에 없는 거 그거... 죽도록 하고 싶은 거 못하고
그냥 보낼 수는 없잖아.
여 니 인생만 한번이야? 내 인생도 한번이야.
나도 한번밖에 없는 내 인생. 사랑하나 믿고. 버티고 있어.
남들이 다 미쳤다고 할 때도 너만 보면서 살았다구.
이제 좀... 나도 누릴 거 누리면서 살겠구나 싶었는데.
내가 진짜 미쳤니? 그렇게 어렵게 얻은 거 내팽개치고
다시 바닥부터 시작한다는데. 그걸 하라 그러게?
차라리 나보구 헤어지자고 해! 그럼 납득을 할께!
문세 정말로 이건 아니다 싶어서 그래. 정말 노래하고 싶어서 그래.
여 .....정말?
문세 어.
여 나를 잃어도?
문세 ......
여 그래. 좋아. 맘대로 해.
나 여기 올 때. 자기한테 팽 당하면 어떡하나... 고민하면서 왔는데.
그럼 매달려야 되나. 무릎을 꿇어야 되나. 그러면서 왔는데.
치사한 짓 안해도 되니까 좋다.
우리 헤어지자. 문세씬 한번 뿐인 인생. 실컷 꿈 꾸면서 살아.
난 현실로 돌아갈거야.
(M) 이제 그만 / 이소라
여 울면서 캠퍼스를 몇바퀴 헤맸는지 모른다.
너무 답답하고. 너무 억울해서. 그렇게 밤이 늦어질 때까지
난 그곳에 머물렀다.
그러다가.
(E) 빵빵 소리
봉덕 은서야.
여 ....선배.
봉덕 너 학교는 왜?
여 그냥.. 누구 좀 만날 일 있어서요. 선배는?
봉덕 오늘 경영인의 밤이었잖아. 후배 녀석들이 성공한 선배들을
초청했더라구. 얘기했나? 나 벤쳐기업 차린 거?
여 전체 메일 보냈잖아요.
봉덕 아하... 그랬지. 별로 알리고 싶진 않았는데
주변에서 다들 궁금해해서.
여 네. 축하해요. 선배는 언제나 잘 나가네요.
봉덕 탈래? 데려다 줄게.
여 괜찮아요.
봉덕 지하철도 다 끊겼어. 나가는 길도 어둡고 위험한데. 얼른 타.
(E) 차 가는 소리
봉덕 너 아직도 결혼 안했다며?
여 ..네. 선배는요?
봉덕 나야 일이 워낙 바빠서. 그런데... 그 녀석이 결혼하자고 안해?
여 ...하죠.
봉덕 안하는구나?
여 한다니까요!
봉덕 그런데 왜 아직 그러고 있어. 딱 봐도 비열하게 생겼지 그 녀석.
합격하고 나니까 딴 마음 생긴 거겠지.
여 (울먹) 그런 거 아니구요. 제가 헤어지자고 했거든요? 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얘기하지 말아줄래요?
봉덕 너희 헤어졌어?
(M) 사랑이 지나가면 / 이문세
여 (엉엉 울고 있고)
(E) 맥주 따라주는
봉덕 마셔.
여 (꿀꺽꿀꺽 마시는)
봉덕 한번뿐인 인생이니까 저 하고 싶은 거 해 보고싶다고?
(허탈한 듯 웃음) 그 녀석은 끝까지 이기적이구나.
여 그게 가장 슬퍼요. 나한테는 그 사람 말릴 힘이 없다는 거.
예전에 고시 준비 포기하고 음악한다고 할 때도.
나는 상관 없었거든요. 기획사랑 불화가 있어서 스스로 포기한거지
나 때문은 아니었거든요. 나는 정말 많은 걸 포기했는데.
그 사람은 나 때문에 뭔가를 결정하지 않았어요.
나는 그 사람한테 아무 것도 아니었어요. 지난 10년 동안.
봉덕 회사까지 그만두고... 이제 어쩔건데.
여 ..... 나 회사 그만둔 건 어떻게 알았어요?
봉덕 어? 그냥 뭐...
여 ... 선배 내 스토킹해요?
봉덕 얌마. 내가 그렇게 한가한 줄 알어? 그냥 어떻게 하다가...
다른 애들한테 들었어.
여 거짓말. 나 회사 그만둔 거 아무도 몰라요 아직. 그 사람도 모르는건 데? 뭔데요. 어떻게 알았어요?
봉덕 ..... 어떻게 모르냐?
여 네?
봉덕 너에 관련된 일인데. 어떻게 모르냐고. 난 다 알고 있었어.
그리고. 너한테 내 소식 알려주고 싶어서. 더 열심히 일했고.
너 하나한테 알려주고 싶어서. 단체메일도 그렇게 열심히 보냈고.
나는 그렇게 살았어. 언젠가 나에게도 기회가 와주기를
기다리면서. 그렇게.
(M) 열을 세어보아요 / 이승철
여 1년이 지났다.
나는 봉덕 선배와 만나기로 했다.
어쩌면 이 나이에 누군가를 새로 만나기로 했다는 건
결혼하겠다는 얘기일 것이다.
역시. 인생은 알 수 없는 것이다.
나도 타협하기로 했으니까.
사랑이 무조건 옳다에서. 사랑도 살면서 생겨날 수 있을 것이다...
쪽으로. 내 생각의 중심을 옮겨보기로 했으니까.
아팠던 것도 점점 괜찮아졌고.
하루에 열 번씩 생각나던 게. 하루에 한번으로.
이틀에 한번으로. 일주일에 한번으로.
이제는 어쩌다 한번으로. 줄었다.
시간은 좋은 약이었다.
(E) 차 가는 소리
봉덕 다음달에 차 바꿀까 싶어.
여 지금 이 차도 괜찮은데 왜.
봉덕 우리 결혼하면... 내부가 더 넓은 차가 필요할 것 같아서.
여 ..... 나중에 결정해 그런 건.
봉덕 우리.. 겨울 되기 전엔 결혼하자.
여 ......생각해 보자 그랬잖아. 저녁 뭐 먹을까?
봉덕 부모님 뭐라고 안 그러셔? 우리 부모님은 성화가 대단한데.
여 라디오나 듣자.
(E) 켜는. 치직... 하다가 음악 흐르는
(M) 서로가 / 이문세
여 (음악 흐르는 가운데)
매일 생각났던 것도 아닌데.
아팠던 것도 아닌데.
원망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모를 일이었다.
라디오에서 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울고 있었다.
나는 단 한번도 그를 잊은 적이 없었다는 걸
깨닫고 있었다.
단 한 순간도 그리워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M) 음악 계속 흐르고
봉덕 나 잠깐 담배 한 대만...
(E) 차 문 열고 나가고
여 난 계속 라디오를 들었다.
디제이는 사법연수원을 그만 두고 늦깎이 데뷔를 한
가수라며 그의 프로필을 읊어댔다.
그 사람은 긴장한 티가 역력한 채
디제이의 질문에 어설프게 답을 하고 있었다.
짧은 인터뷰 시간이 끝나고
마지막으로 계획이나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해 보라는 디제이의 질문에
그는 한참을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문세 인생이 한번밖에 없으니까...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거니까.... 내 맘대로...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겠다고
고집 부린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저를 떠난 사람이
있었는데요. 그 사람이 떠나고 나서 배운 게 있어요.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건, 그 사람에게 노래를 불러주는거였구나...
정말 미안하다고 얘기하고 싶고.
어디서든 잘살았으면 좋겠다고....정말 행복했으면 좋겠...
여 디제이는 시간이 없다며 그 사람의 말을 잘랐고.
곧이어 광고가 나왔다. 마이크 앞에 멍하니 앉아 있을 그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난 차에서 내려 택시를 잡았다.
지금 방송국 앞으로 가면, 그 사람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어디서부터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할지 모르지만.
그 얘기를 해주고 싶었다.
인생이 숨겨둔 많은 것들을 미리 알 수는 없지만.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있어야 비로소 행복한 사람이라고.
그러니 그 확실한 마음 하나만 붙잡고.
다시 한번. 같이 가보지 않겠냐고.
(M) 주제음
2009-07-17(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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