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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396 화 - 기다리다...
(M) 주제음 기다리다 / 윤하
(E) 사람들 소음
여 2년 동안 사귀었던 남자친구
군대 보내는 날 아침.
요 며칠 얼마나 울었는지, 이미 얼굴과 눈은 퉁퉁 부었다.
훈련소에 도착하고.
까까머리 남자친구가 나를 한번 꼭 안아준다.
마지막에, 잘 다녀오라는 얘기를 하는데
그 얘기를 들을 새도 없이 훈련소 쪽으로 뛰어가는 남자친구.
까까머리들이 너무 많아
남자친구는 그 사이로 빨려들어가듯이 사라져 버렸고.
눈물이 흘러내리는 눈으로는 도저히 찾을 길이 없어
난 잠시 망연자실해졌다.
남 가자.
여 어?
남 가자구. 여기 더 있어봐야 뭐해.
여 그 사람의 가장 절친한 친구다.
오늘 여기까지 함께 와 주기도 했다.
남 배 안 고파? 어디 들어가서 밥이나 먹고 가자.
(M) 군대 가는 친구 / 이선희
(E) 밥 먹는 소리
남 안 먹어?
여 배 안 고파.
남 안먹을거면 그거 나 주라. 난 배고픈데.
여 너는 어쩜... 아니다. 많이 먹어라.
(사이 있다가) 난 이해가 안돼. 어떻게 너랑 우리 윤근이가
친구일 수가 있는건지.
남 남자 군대갈 때 울고불고 하는 거 아니야.
여 (뾰로퉁) 왜?
남 그런 애들이 꼭 고무신 거꾸로 신거든.
맘이 그렇게 약한 애들은 못 기다려.
여 웃겨. 슬퍼서, 너무 사랑하니까 슬퍼서 우는 거 가지구.. 아주
악담을 해라.
남 누가 악담을 해. 나 윤근이랑 20년된 친구야. 같은 동네에서...
여 알아. 그 다음은 니들 둘이 너무나 읊어대서
잘 아는 스토리거든? 그쯤 생략해라.
남 뭐 암튼... 그런 친구로서 난 순수하게 윤근이 걱정돼서 하는 소리야.
솔직히 나는 윤근이가 너 사귈 때도 군대 가기 전에 헤어지라고
충고했던 사람이야.
여 뭐? 뭐가 어째? 너 진짜 이상하다. 니가 뭔데?
그리구. 내가 윤근이 사귀면서 우리도 2년동안 친구라면 친구로서
지내온 사인데. 어떻게 그런 소릴 할 수가 있어?
남 나도 너 봐왔으니까 그런거지. 내가 봤을 때 너는 한 남자
오래 사귈 스타일이 아니야. 그러니까 윤근이 군대 가고 나면
고무신 거꾸로 신을거고. 그럼 윤근이만 상처받을 거 아냐.
나, 내 친구 상처 받는 거 싫거든.
여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 니가 날 제대로 모르나본데.
나 그런 여자 아니거든? 절대 쉽게 맘 변하고, 다른 남자 마음에
들일 여자 아니거든?
남 알았으니까 그럼 밥 먹든가...
여 안 먹는다구! 배 안고프다구!
(M) 고무신을 신은 줄리엣/ 얀
여 그 사람이 군대 간 지 일주일이 지났다.
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사실, 처음엔 계속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고
눈물만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한 사나흘 지나니까 배도 슬쩍 고프고
그리움에 넘쳐 일기 쓰다 졸려서 일기장에 침 흘리면서 잠도 자고
그 사람 생각을 해도 눈물이 찔끔... 고이다가 말곤 했다.
그렇지만 시간이 흘러서 진한 슬픔이 사라진 것 뿐.
나의 그리움은 변하지 않았다..... 고 믿었다.
(E) 캠퍼스 소음
남 윤은서.
여 어? 김봉덕. 왜?
남 너 지금 어디 가?
여 가연이 생일이야. 애들 다 호프파티에서 만나기로 했어.
남 가연이 남자친구도 오지.
여 너 어떻게 알았어?
남 걔 친구 중에 철중이라고 있거든. 철중이가 우리 과 놈인데
오늘 거기 간다 그러더라구?
여 아... 그래?
남 (흉내) 아... 그래?는 무슨!!
여 왜!
남 너도 다 알고 있었잖아.
여 그것까진 몰랐지. 누가 오는지까진.
남 가연이 남자친구가 지 친구들 데리고 오는 건 알았을 거 아냐!
여 알았으면 뭐! 아니 그거 아는 게 죄야?
남 그걸 다 알면서 거기 가는 이유가 뭔데?
여 그거야 가연이 생일..
남 (OL) 물어보니까 평소에 그렇게 친한 친구도 아니였더구만!
여 아 무슨 상관이야!! 그리구, 가연이가 지 생일파티 지 맘대로 하겠다 는걸 내가 무슨 수로 말리냐구!
남 벌써 니 맘속에 내 친구 윤근이를 배신하고
딴 놈을 만나겠다는 계산이 깔리기 시작한 거 아냐?
여 하! 너 나 감시해?
남 약간은.
여 윤근이가 이러라고 시키든?
남 아니?
여 그런데?
남 내 맘이 시켜서 하는 일이야. 의도치 않게 군면제 받은 내가
군대간 윤근이를 위해 해줄 일이 이것밖에 없는 것 같아서.
(M) 휴식같은 친구 / 이민기
(E)시끌벅적한 소리들, 이때 전화 울리고
여 여보세요?
남 아직 안 끝났어? 벌써 아홉시 넘었다.
여 (버럭) 너 뭐....(소리 죽이고) 뭐야. 왜 삼십분마다 전화질이야!
남 아니 얼굴만 보이고 나온다며.
그렇게 7시에 들어간 애가 2시간 넘게 감감무소식이니까 그렇지.
얼굴을 무슨 두시간동안 보여줘.
여 그게 말처럼 그렇게 돼? 사람들이 나 벌써 새 남자친구 생긴 줄
알거든? 전화 그만해라.
남 거기 있는 자식들한테 확실히 말했어?
남자친구 군대 갔다고?
여 (이 악물고) 말했거든? 그래서 여기 있는 남자들이 나한테
눈길도 안주거든? 됐어?
남 그건.. 내 생각인데.. 니가 그 말을 해서 남자들이 너한테 눈길을
안 주는 게 아니고. 너 자체에 관심이 별로 안 가서 눈길을
안줄 수도 있어.
여 ....뭐라구?
남 원래 남자들은 그렇거든. 그 여자가 마음에 들면, 남자친구가
있든.. 군대에 갔든.. 제대를 했든.. 아무 상관도 없어지거든.
그러니까...
여 아우 그만해! 내가 널 붙들고 얘길 하고 있는 게 정상은 아니지.
끊어. 그리구. 전화하지마. 전화기 꺼놀거니까!
(E) 전화 끊고 전원 끄고.
여 어우... 스토커.
(M) 비밀은 없어 / 룰라
(E)또각또각 걸어가는데
남 이제 가?
여 엄마야!!!
남 내가 이럴 줄 알았지. 현재 시간. 새벽 1시 20분.
너 이 시간에 귀가하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하냐?
부모님이 걱정 안하셔?
여 집에 전화했어. 그리구 우리 부모님은 그런 거 별로 신경 안쓰고
주무시거든? 날 믿으시니까.
남 믿는다기 보다는 니 얼굴이 무기라고 생각하시는 거 아닐까?
여 뭐어? 그러는 넌, 뭐가 걱정돼서 여기서 기다렸어?
내 얼굴이 무기라고 생각하면서?
남 밤엔 깜깜해서 잘 안보일 수도 있잖아.
여 말을 말자.... 그리구 너 내가 마지막으로 경고하는데
앞으론 이런 짓 하지 마. 확 윤근이한테 이른다!!!
(E) 가는데
남 윤근이가 부탁했어.
여 뭐? 뭘 부탁해? 스토커 짓 하라고 부탁해?
딴 놈 만나나 감시하라고 부탁해?
남 아니.. 너 지켜주라고.
(M) 왕자와 병사들 / 모자이크
여 그 해 여름 엠티도 봉덕이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쳐
갈 수가 없었다. 여자는 일곱명인데 남자는 열다섯명씩이나
가는 게 좀 그렇다는 게 이유였다.
좀 그렇기는 무슨..
아니, 지가 무슨 우리 아버지인가 오빠인가.. 애인인가.
왜 자기가 반대하면 내가 엠티에 못가야 하는가.
그런데 더 이상한 건
김봉덕이 반대한다고 해서 난 끝내 엠티를 못가고 말았다는
점이었다. 언제부턴가 슬슬 봉덕이에게 말려들어가고
있는 것 같은, 불쾌한 느낌이 든다.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봉덕을 불러냈다.
그에게 날릴 공격적인 멘트들을 되새기면서 기다리기 시작했다.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것이다. 이건 또 뭔가.. 싶어 전화를 걸었다.
남 여보세요.
여 난데 왜 안와?
남 아 맞다. 만나기로 했지.
여 뭐야 지금. 나랑 만나기로 해놓고 잊어버렸다는거야?
남 미안. 약속이 생겼어.
여 그래서 지금 못오겠다구? 사람을 사십분이나 기다리게 해놓고?
남 뭐 중요한 거 아니면 다음에 보자.
여 중요한 거 아니면? 중요한 얘기거든?
남 그래? 그럼 해 봐.
여 전화에 대고 하라고?
남 급한 거면.
여 그렇게 할 얘기 아니야! 일단 나와. 와서 얼굴 보고 얘기해야 돼.
남 지금 사람 만나고 있는데 어떻게 가. 나중에.
여 야. 김봉덕. 너 여자 만나지.
남 응.
여 뭐? 너 진짜 웃긴다. 니가 나한테 어떻게 했어.
몇 달동안 찐드기처럼 붙어다니면서 같은 과 동기들하고
차 한잔 못 마시게 해놓고. 너는 여자를 만나?
그럴 수가 있어?
남 왜 안돼?
여 뭐?
남 내가 그런 건, 윤근이 위해서. 니가 한눈팔까봐 그런 거지만.
나는 상관 없잖아. 내가 여자를 만나든.. 누굴 만나든...
그건 상관 없는 일 아냐?
여 어?
남 아냐?
여 그..그건 그렇지만....
남 미안한데. 나 잠깐 나온거라 길게 통화는 못하겠거든?
나중에 얘기하자.
(E) 뚝 끊기는
여 이건 또 무슨 기분인가. 내가 왜 차인 기분이지?
김봉덕 하는 말에 틀린 말 하나 없는데.
내 기분은 또 왜 이렇지?
뭐 아마.... 괜히 외로워서... 외로워서 그런거겠지. 외로워서.
(M) 슬픈 인연/ 럼블피쉬
------------------------1부 끝 ---------------------
*잠시 뒤 음악에세이 노래가 있는 풍경 2부가 이어집니다.
(E) 커피잔 소리
남 뭐 중요한 할 얘기 있다면서.
여 됐어.
남 왜 그래. 뭐 할 말 있다 그랬었잖아.
여 여자친구 생겼어?
남 누가.. 그렇대?
여 뺄 거 없어. 누가 뭐라 그럴까봐 그래? 저번엔 그냥 내가 약간
기분 나빠서 그런거지만. 너 여자친구 생겼다 그러면
누구보다 기뻐할 사람이 나야.
남 왜?
여 기쁘지. 그동안 윤근이랑 나랑 연애할 때 너 얼마나 혼자
외로워했니. 윤근이도 많이 미안해했었거든.
남 그랬어? 자식....
여 솔직히 말할게. 너한테 할 얘기가 뭐였냐면.
이제 나 그만 감시하고 따라다니라는 얘기였어.
남 ...
여 윤근이랑 나 사귈 때도 니가 나 마땅찮아했던 거 잘 알아.
내가 날라리라고 생각했지 너.
남 아니 꼭 뭐 날라리라기 보다는....
여 윤근이 만나기 전에 나 놀았던 건 사실이야. 클럽 가는 것도
좋아했고. 그건 사실인데. 그래도 나 그런 여자는 아니거든?
좋아하는 남자 있는데. 딴 남자한테나 집적대고.
그렇게 막... 쉽고. 그런 여자 아니거든?
남 누가 뭐래?
여 뭐라고는 안했지만. 그렇게 말한 거나 다름 없잖아.
늘 나 의심하고. 틈만 있으면 윤근이 배신할 거라고 생각했잖아.
남 그런 건 아니야.
여 아니긴! 그랬으면서.
남 그게 아니고....
여 아니고 뭐!
남 예전에 나도... 정말 좋아했던 여자가 있었거든.
여 그런데.
남 그 여자가 다른 남자한테 가니까.. 마음이 좀 그렇더라구.
여 그래서?
남 윤근이는 내가 아끼는 놈이니까... 그놈은 그런 마음
안 느꼈으면 해서... 그게 내가 당해보니까 좀 힘들더라구.
(M) 친구를 위해 / 더블루
(E)걸어가는 두 사람 발걸음
남 아까 한 얘기는 무슨 말인지 알았어.
여 ....알았어?
남 그리고... 알고는 있었어.
니가 윤근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 마음 쉽게 변하진
않을 거라는 것도.
여 알면서... 왜 그랬니?
남 그러게....
여 그래도 니가 옆에 있어서 괜찮았을 때도 있었어.
뭐... 내 생일날도 그랬고. 그때 왜 화이트데이 때도
니가 사탕 챙겨줬잖아. 이백원짜리 그거... 빨아먹는 거... 막대사탕.
남 ..... 비싼 거 못사줘서 미안하다.
여 아니야. 니가 뭐 내 남자친구도 아니고.
남 ......그래. 암튼 앞으로 잘 지내.
뭐 종종 보자.
여 그런데 있잖아. 너 이렇게 순순한 게 좀 수상하긴 하다.
남 뭐어..
여 너 여자친구 생겼지.
남 ....
여 생겼어. 생겼구나?
남 사실은 얼마 전에 만났어.
(M) 허락되지 않은 사랑 / 성시경
(E) 밥 비비는
여 커다란 양푼에 밥통에 있는 밥을 다 긁어 퍼놓고
이거저거 비벼서 먹고 있다.
그럼 그렇지. 지가 이제 신경 써 줄 여자가 생겼다 이거지.
그러니 나한테 쓸 신경은 없고...
괜히 멋있는 척 하면서 너를 믿겠다는 둥...
하하 참 나.... 그러면서 무슨 이십년 우정은....
막말로 내가 바람이라도 확 피면
그땐 지가 윤근이 얼굴을 어떻게 볼라구.
진짜 확 바람 펴 줘?
그러고 싶은데 내가 너무 조신하면서도 일편단심인 게
문제는 문제다. 그런데.... 새로 생겼다는 여자는 도대체 어떤 여잘까.
김봉덕은 여자한텐 관심도 없고. 연애에도 뜻이 없는 줄만 알았는데.
(M) 흔들려 / 채연
(E) 캠퍼스 소음
여 야. 김봉덕.
남 어... 은서야.
여 어디를 그렇게 바쁘게 가시나? 여친 만나러?
남 아니 뭐...
여 (흉내)아니 뭐..는 무슨!
남 수업 다 끝났어?
여 나 급하게 너한테 상의할 일이 있는데.
남 어쩌지? 나 약속 있는데.
여 급한 거야.
남 이따 저녁에 통화하자.
(E) 몇걸음 가는 듯
여 윤근이에 관한 건데?
(M) 그대는 인형처럼 웃고 있지만 / 핑클
(E) 맥주 따르는
남 무슨 낮술이야.
여 술은 낮술이 최고야. 뭘 알고나 말씀하셔. 원샷.
남 나 약속있어서 안돼.
여 있잖아. 나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어. 윤근이 말고 다른 남자.
남 ....뭐?
여 니 말대로더라구. 이게.. 감시가 소홀해지니까 자꾸 딴 생각이 드는 게... 1년 반을 기다렸잖니. 솔직히 이 정도면 훌륭한 거 아냐?
요즘 그렇게 기다리는 여자가 어딨어?
남 그래서... 지금 윤근이 배신하겠다구?
여 그는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킨다.
남 너 진짜 제정신이야? 지금까지 기다려놓고? 어떤 놈인데?
뭐하는 놈인데!
여 왜 흥분을 하니? 그러게 내가 말했지? 급한 일이라고.
남 뭐.... 둘이 사귀기로 한거야? 아니면 그쪽에서 일방적인거야.
여 아직은 그쪽 맘 모르구. 나 혼자 일방적이지 뭐.
남 심지어..... 너 정말...
여 니가 니 여친한테 푹 빠져 있는 동안
윤근이한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이제 알았지? 반성 좀 했어?
여 그는 대답도 않고 맥주를 더 들이킨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는 내 마음이 이상하다.
다른 남자가 생겼다는 내 말에 저렇게 화를 내는 그를 보니
기분이 좋기도 하다가...
그 근원적인 이유는 내 남자친구.. 윤근이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안타깝기도 하다. 이 마음은 무엇일까.
(M) 사랑한단 말 못해 / 옥주현
(E)비틀대며 가는 두 사람
여 어우 정신 좀 차려봐. 못살아. 내가 먹으려고 그랬는데
왜 지가 취해서.... 야 김봉덕!
남 너.. 니가 그러면 안되지. 윤은서...
여 안되긴 뭐가 안돼. 내 친구 민경이는 죽고 못사는 남친
군대 간 지 한달 만에도 고무신 거꾸로 잘만 신더라.
안되기는 무슨....
남 그래도 너는 그러면 안되지!
윤근이가 너를 얼마나 좋아했는데!
여 그저 윤근이 윤근이.... 윤근이가 니 애인이라도 돼?
너 다른 애들이 가끔 니들둘이 너무 친한 거 좀 수상하다고
그러는 거 알긴 알어?
남 그래! 윤근이는 내 하나밖에 없는 친구다!
그래서. 나는 너를 포기했었어. 알아?
여 .......뭐?
남 내가 좋아했던 여자. 너를 포기했었다고. 아냐고!
(M) 인연/ 이승철
여 그는 자신이 한 말을 기억이나 할까.
너무 취해서 기억을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기억한다. 그날 밤 취한 그의 고백을 듣고
지금까지 가슴이 뛰고 있으니까.
어쨌든 이런 마음으로 계속 지내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뭔가 정리가 필요했다. 그래서 그에게 연락을 했지만
그는 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어쩌면 피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E) 또각 걸어가는
여 김봉덕!
남 어.... 니가 여긴 웬일이냐.
여 왜 내 전화 안 받어?
남 좀 바빴어.
여 잠깐 얘기 좀 하고 싶어서.
(E) 걸어와서 앉는 듯한
여 너 그때 한 얘기... 기억나? 너 아마 너무 취해서 기억이 안날지도...
남 기억나.
여 .....기억나?
남 다 진심이었어.
여 언제부터...였는데?
남 너 처음 봤던 날부터. 좋아한 건 윤근이보다 내가 먼저였어.
여 왜 말 안했어? (했다가 깨닫고) 하긴.... 못했겠네.
남 그때부터 지금까지 내 마음 변한 적 없었어. 내 지금 여자친구한텐
미안하지만, 너 때문에 마음이 너무 많이 흔들려서 다른 여자
만나기로 결심한 거야.
여 .....그런 게 어딨어.
남 너를 좋아했던 마음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니가 아는 것처럼 윤근이는 내 친구고. 그놈이 아프면 나도 힘들다.
여 .....
남 그리고 너를 흔들어놓고 싶지도 않았고.
그래서... 미안하다.
여 나는...
남 다음달에 윤근이 말년휴가 나온다고 하더라.
여 .....
남 그때... 볼 수 있으면 보자
여 내가 울거나 말거나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멀어진다.
사람 마음은 간사해서...
내가 사랑했던 남자가 상처를 입더라도
지금 그를 뒤쫓아가 붙잡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하지만 참는다.
그가 원하지 않는 일이니까.
(M) 사고쳤어요 / 다비치
(E) 지하철역
여 한달 후.
난 윤근이를 마중하기 위해 지하철 역으로 나왔다.
나온다고 했던 그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그를 이해하면서도 기다린다.
나오지 않을 걸 알면서도, 난 기다린다.
(M) 주제음
2009-06-19(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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