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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11일 목요일 방송 내용 및 수록곡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395 화 - 어떤 여행


(M) 주제음     내일이 찾아오면 / 장필순. 김정운. 오석준.


(E) 사람들 웅성대며 들어서는 소리들


남      여행의 시작은 늘 그렇다.

        설레고, 알 수 없는 기대감으로 차 있다.

        다른 때 같았으면 나도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이번 여행 만큼은 그렇지 않다.

        가고 싶어서 가는 것도 아니고

        어쩔 수 없이, 돈 때문에 가는 여행이다.

        난 가수다.

        단 한곡의 힛트곡 밖에 없긴 하지만

        어쨌든, 그래도, 알아보는 사람은 꽤 알아보기도 하는..

        가수다. 

        한때는 팬클럽도 있었다. 17년 전 쯤에.

        요즘은 서울 근교의 음악 까페에서        

        노래를 부르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데.

        얼마 전부턴 그것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이번 여행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누군가가 제안을 했기 때문이다.

        교민들이 많이 사는 도시의 한 클럽에서 노래를 해 보라고.

        그래서 현지 상황도 볼 겸...

        계약 조건도 따져볼 겸... 가는 길이다.

        먹고 사는 게 뭔지...

        비행기 창밖이 안개로 희뿌옇다.

        기상 상황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M)    Annie's Song / Sunshine Club


(E) 누군가 들어오고


여      저.. 창가 자리가 제 자린데요.

남      네?


(E) 표 보여주는 듯


여      여기...

남      아.. 이쪽이 통로 쪽인데요.

여      ...어? 그래요? 난 여기가 창가 줄 알았는데... 그러네?

남      네... 


남      ....라고 대답하고 다시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왠지 그쪽이 조용하다.

        다시 바라보니, 날 빤히 쳐다보고 있다.


남      왜요? 무슨 일...?

여      저.. 혹시....


남      결국.. 날 알아본 건가.

        여행은 앞으로 열두시간. 걱정이다. 날 알아본 사람이

        내 옆에 앉아 이러쿵 저러쿵.. 예전에 팬이었다는 둥...

        만나뵈서 영광이었다는 둥.. 하게 되면 정말 피곤한 일이다.

        거기다가 사인까지 해달라거나

        또는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한다면...?

        이럴 때 매니저가 필요한건데... 아쉽다.

        사진을 같이 찍자고 할 수도 없고. 안찍겠다고 하면 또 모 연예인은

        싸가지가 없다느니 뭐라느니 하면서

        인터넷 게시판에 올릴지도 모르는 거고.

        아... 연예인은 이미지가 생명인데. 이를 어쩐다...?


여      저기... 혹시.. 말이에요.

남      네. 맞아요. 제가 김봉덕입니다.

여      예?

남      생각하시는 사람 맞다구요. 김봉덕이라구요.

여      김봉덕이 누군데요?

남      ...네?

여      혹시 자리 바꿔주실 수 있나 해서.... 제가 비행기가 처음이라요..

        울렁증이 좀 있어서.... 바꿔주시면 안될까요?

(M)    와그라노 / 강산에


(E) 비행기 출발하는 듯


남      아까의 쪽팔림은 지워지지 않았다.

        난 민망함을 감추기 위해 출발도 하기 전부터

        지그시 눈을 감고 자는 척 하기 시작했다.

        한참 그러고 있는데.


여      (작게) 엄마야.... 아... 어떡해.... 저기요.... 저기요....

남      .....예?

여      (떨며) 승무원 좀 불러주세요.

남      예?

여      저.... 내려야겠어요..

남      예???

여      내려야겠다구요. 못가겠어요. 저 좀 내리게.. 승무원 좀...

남      진정하세요. 지금 비행기 막 출발했는데 어떻게 내려요.

        여기 탄 사람들이 몇백인데....

여      아... 그래두요. 도저히...

남      비행기 처음이라면서요. 그래서 그래요. 처음엔 다 그래요.

여      아....


남      여자는 정말 무서운 모양이었다. 눈을 꼭 감더니 두손을

        모아 쥐고 꼼짝도 않고 가만히 있었다.

        이제 좀 괜찮아졌나 싶어 다시 눈을 감았는데.

        

(E) 비행기 이륙하는 듯


여      엄마야.... 


남      짧게 비명을 지르는 듯 싶더니, 그녀의 손이 내 손을 덥썩..

        잡았다.

(M)    Do it / 솔비


(E) 물 마시는


남      이제 좀 괜찮아요?

여      ....(좀 창피한) 네 좀..

남      그쪽 때매 뒤에 꼬마도 울고. 저기 뒤에 갓난애도 울고...

        한바탕 난리치른 것 같네요.

여      ..... 죄송해요.

남      뭐 나한테 죄송할 거 있어요?

여      그래두..

남      비행기가 이렇게 무서우면서 왜 탔어요?

여      이렇게까지 무서울 줄은 몰랐죠. 안타봤으니까.

남      아... 뭐 난 첨 탈 때도 이 정돈 아니었는데?

여      사람마다 다를 수 있잖아요?

남      다를 순 있는데. 약간 심한 것 같아서요.

여      네?

남      (실수 깨닫고) 아.. 그런 얘기가 아니라. 아닙니다.

여      암튼 자리도 바꿔주시고, 물 갖다 달라고 얘기도 해 주시고.

        고마웠어요.

남      네.. 뭐...


(E) 띵.....


남      안전하게 이륙했다는 사인이 들어왔다.

        난 좌석벨트를 풀고 등받이를 뒤로 젖혔다.

        그리고 가방에서 책을 몇권 꺼냈다.

        도서대여점에서 빌린 만화책이었다.

        예전부터 보고 싶었던 건데

        빌리러만 가면 꼭 누가 1권을 빌려가 버려서

        보지 못하고 벼르고만 있었는데.

        어젯밤에 갔더니 1권이 반납돼 있는 것이었다.

        너무 기뻐 1권부터 마지막권까지 다 빌려서

        가방에 꼭꼭 챙겨왔다.

        1권을 펼쳐 들었다. 정말 흥미진진했다.

        살인사건이 벌어졌고. 용의자는 오리무중이었다.

        나도 추리 소설 읽어봤다면 읽어본 사람이라

        대충 보면 범인의 윤곽이 잡히는데.

        이번 건 달랐다.

        누군지 도무지 알수가 없었다.

        이런 느낌이 좋다. 내가 스토리에 압도당하는 기분!

        오랜만에 느끼는 희열에 들뜬 마음으로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고 있는데.


여      (무심) 그거 재밌어요? 나도 봤는데.

남      아... 그러셨어요?

여      (아무렇지 않게) 그거 범인 요리사에요.

(음악깔리고)


남      손이 다 덜덜 떨렸다. 이런 게, 증오의 느낌인걸까?

        큰 달력 같은 게 있다면, 그걸 돌돌돌 말아서

        그걸로 이 여자의 뒷통수를 세게 가격해주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그녀는 그렇게 엄청난 발언을 해놓고도

        아무렇지 않게 비행기 안에 비치된 잡지를 보고 있었다.


여      ...(뭔가 이상했는지) 왜요?

남      아니... 이러시면 어떡합니까.

여      예? 뭘요?

남      사람이 한참 재밌게 보고 있는데. 그것도 지금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 이제 1권 읽고 있잖아요.

여      예?

남      이제 1권 읽는 사람한테 결말을 얘기해 버리면 어떡하냐구요.

        그거, 식스센스 볼려고 영화관 앞에 줄 서 있는 사람한테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이다!!!

        이러는 거랑, 뭐가 다르냐구요!

여      난 그 영화 안 봐서 잘 모르겠는데.

남      아니 있어요. 그런 영화!

        브루수 윌리스가 귀신인 거 알면 진짜 말짱 꽝인 영화.. 있다구요!

여      아... 그런 게 있어요? 그런데 전 귀신 나오는 영화 별로 안좋아해서

        안볼래요. 

남      아 보시든가 안보시든가 저는 상관 없는데요. 이거는 경우가 아니잖 아요.

여      네? 영화 안 보는거요? 제 자유잖아요.

남      아니요~ 영화가 아니라 만화책요.

여      아..... 죄송해요. 만화 보시는 데 말 걸어서.

        그냥 보시던 거 보세요.

남      (답답해 죽는) 그 얘기가 아니잖아요 지금!

        내가 지금 말 걸어서 성질 난 게 아니구요. 내가 지금 1권을 보고

        있는데. 범인이 누군지 얘기를 해버려서 성질난 거 아닙니까.

        브루스 윌리스 얘기도 그래서 꺼낸거고!

여      아.... (아무렇지 않게) 미안해요.

남      예?

여      왜요? 그 생각은 못했네요. 그냥 요리사가 범인이 아니다 생각하시고

        보시면 안될까요?

남      그걸 이미 들어버렸는데 어떻게 범인이 아니다..생각합니까.

        그게 사람 마음대로 되는 일입니까?

        이제 이거 무슨 재미로 보겠어요. 누가 범인인가.... 그거 추리하는

        재미로 보는건데!

여      저기요.

남      왜요.

여      이게 그렇게 화낼 일이에요?

남      예?

여      아니 별 것도 아닌 일로 자꾸 그렇게 열내시니까... 사람이 좀...

        그래 보여서요...

남      ...... 뭐라구요?

여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좀... 쪼잔해 보인다고나 할까.


남      순간 기압이 확 올라가는 것 같더니. 귀가 멍멍해졌다.

        세상엔 참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존재한다지만...

        뭐 이런 여자가 다 있을까.

(M)    Run To You / DJ.DOC

------------------------------1부 끝 ---------------


*잠시 뒤 음악에세이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부가 이어집니다*



(E)밥먹는 소리


남      바로 뒤에 기내식이 나오지 않았다면

        나는 정말 폭발해서 그 여자와 싸웠을 지도 모른다.

        다행히 먹을 게 좀 나와서

        배를 채우고 나니 마음도 조금 안정되는 것 같았다.

        만화책 읽는 건 일찌감치 포기하고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내 옆의 여자는 엠피쓰리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듣는 것 같았다. 슬쩍 슬쩍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어보니

        주로 80년대 90년대 초반에 유행했던 노래들이다.

        딱 봐도 20대 중반 정도로밖에 안 보이는데.

        이런 노래들을 즐겨듣다니..

        좀 의외였다.

        화장실에 가려고 막 일어나려는데.

        귀가 번쩍 뜨였다. 내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내 노래를 좀 아는지. 콧노래로 흥얼대며

        따라부르기까지 했다.

        난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흘낏... 그녀를

        쳐다봤다.


여      왜요?


남      이어폰을 한쪽 귀에서 빼며 그녀가 묻는다.


남      아뇨.. 노래가 들려서... 옛날 가요 좋아하시나봐요?

여      언니 꺼 엠피쓰리를 빌려왔더니... 언니 취향이 좀 구려요.


남      그럼 그렇지. 잠시나마 이 여자에게 친근감을 가졌던..

        내가 미친놈이지... 생각하며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여      그래도 이 노랜 좀 괜찮지 않아요? 아까 공항버스에서도

        들으면서 왔는데. 여기 있는 노래 중에 젤 낫더라구요.


남      .......라고 그녀가 말한 건, 바로 내 노래였다.

        내 유일한 힛트곡. 불멸의 힛트곡.

        내가 양수리와 미사리를 돌며

        삼천번은 넘게 불렀을 바로 그...

        내.. 노래. 정말 이런 데서 들으니 눈물이 날 것 같다.


여      가사가 맘에 들어요. 그리구. 이 가수 음색도.

남      목소리가.. 괜찮죠?

여      네. 이 가수 누군지 알아요?

남      예? 아뇨... 뭐 잘 모르겠는데요.

여      옛날 가수들 어디 가서 다 뭐하고 사는지 몰라.

        왜 이 가수처럼 힛트곡 딱 한곡인 사람들은

        어디 가서 먹고 살기도 힘들지 않겠어요?

남      (빈정 상한) 그거야... 모르는 거죠. 어디서 잘 살고 있을지 또 알아  요?

여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사람이 목소리는 좋은데.

        어딘지 좀 궁상맞은 느낌이랄까? 왠지 빈곤하게 살고 있을 것 같아  요. 그냥.. 내 느낌..?

(M)    별일 없이 산다 / 장기하와 얼굴들


남      그런 사람이 있다. 뭘 해도 주파수가 안맞는 사람.

        자꾸만 틀어지고 엇나가는 사람. 왜 하필 이런 사람과 12시간을

        함께 해야 하는 건지.


여      저기요, 고개 안아프세요?

남      (퉁퉁) 예?

여      아니 고개를 이렇게 반대쪽으로 돌리고 계시는 게 딱 보기에도

        고개 아프겠다 싶어서.

남      그냥 상관 마시구요. 음악이나 들으세요.

여      좀 무섭기도 하고 심심하기도 하고. 얘기나 좀 나눌까 해서 그렇죠.

남      죄송해요. 제가 낯가림이 심해가지구요. 모르는 사람이랑은

        말을 잘 안섞는 스타일이거든요.

여      뭐 실컷 다 섞어놓고 그러세요. 우리 얘기 많이 했잖아요 벌써.

남      하... 참...

여      제가 아까 소동 피운 거 때매 아직도 삐져계세요?

남      예. 제가 좀 쪼잔해서요.

여      아.. 아까 그 말 때문에도 삐지셨구나.

남      삐지기는 누가...

여      죄송해요. 제가요 사람 대하는 게 서툴러서 그냥 속에 있는 말을

        그대로 뱉는 편이에요.

남      누군 뭐 그러고 싶지 않겠어요? 다들 속에 있는 거 참기도 하고

        거르기도 하고. 그러면서 말하고 살죠. 왜? 같이 사는 세상이니까.

        더불어 사는 세상. 그런 거 알죠?

여      뭐하는 분이세요?

남      사람이 말하는데 뜬금없이... 그러는 아가씨는 뭐하는 사람인데요.

여      저는 뭐.... 딱히 뭘 한다기보다는...

        우리 언니 등쳐먹고 사는... 빈대라고나 할까.

남      언니분이 가여우시네.

여      우리 언니 가엽죠. 나 때매 시집도 못가고. 내가 우리 언니 구제해

        주려고 비행기 탄 거잖아요.

남      네?

여      비밀인데 얘기해 드릴까요?

남      아뇨. 내가 왜 그쪽 비밀을... 됐어요.

여      그냥 들으세요. 하고 싶어서 하는 얘기에요. (담담하게)

        우리 엄마 아빠가요. 나랑 우리 언니 어렸을 때 비행기 사고로

        돌아가셨거든요? 

남      ........

여      우리 언니는 어렸을 때부터 강해서 잘 극복하고 잘 살았는데.

        나는 그러질 못했어요. 비행기 못 탄 건 당연하고.

        뭐든 그 핑곌 댔어요. 공부를 좀 못해도. 친구를 좀 못사겨도.

        우리 엄마 아빠가 그런 사고로 돌아가셨다고 하면 다들...

        이해가 된다는 듯.... 아...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래서 니가

        이렇게 됐구나... 하면서 이해해주는 거 같았거든요.

        이거봐요. 그쪽도 그런 표정이잖아요.

남      내가 언제요.

여      암튼 그걸 방패 삼아서... 난 아무 것도 안하고 살아온 것 같아요.

        세상 밖으로 나가려고도 안하고....

        나한텐 강한 언니가 있었으니까.... 난 편했거든요.

남      그런데요?

여      어? 비밀 얘기 듣기 싫다더니?

남      말을 꺼냈잖아요.

여      그런데 얼마전에 언니랑 만나던 남자가 날 찾아왔더라구요.

        언니랑 헤어졌다면서. 상처 뒤에 숨어서 언니 그만 괴롭히라면서

        따끔하게 얘기하고 가더라구요. 그때야 생각해 봤어요.

        아.... 내가 언니를 괴롭히면서 살았구나. 나 편하자구...

남      .....

여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데. 안해봐서 모르겠더라구요.

        그래서 무작정 공항에 와서 제일 비행시간이 긴 비행기를

        끊었어요. 그게 이거에요.

남      정말요?

여      네. 운명이라는 게 있어서 엄마 아빠를 그렇게 데려가고 날

        혼자 남겨뒀다면. 내가 혼자 서게 하는 법도 가르쳐 주겠죠.

        운명에 맡기고. 여기 탔어요.

(M)    산다는 건 다 그런 게 아니겠니 / 여행스케치


(E) 비행기 가는 소리


남      이제 알았다. 집에 틀어박혀서 만화만 봤구나?

여      네.

남      영화는 사람 많은 데 가서 봐야 되니까 잘 안 보고.

여      네. 그리구 시끄러운 걸 싫어해요.

        책은 나 혼자 상상하면서 볼 수 있으니까...

        책이란 책은 다 봤어요.

남      그쪽이 비밀 얘기 했는데. 나도 하나 해야되나?

여      뭐... 굳이 안 그러셔도 돼요.

        나도 내가 하고 싶어서 했지.... 아저씨 얘기 듣고 싶었던 건

        아니거든요.

남      나 아저씨처럼 보여요?

여      네.

남      ...... 하긴 서른 일곱인데. 아저씬 아저씨지.

여      한참 아저씨죠.

남      나 가수에요.

여      네?

남      아까 아가씨가... 목소리 좋긴 한데 궁상맞다고 했던 가수요.

여      네에?

남      유일한 힛트곡. 그 노래의 주인공.

여      우와... 진짜요?

남      빈곤하게 살고 있을 것 같다 그랬죠? 아가씨 돗자리 깔어.

        나 맞아요. 진짜... 궁핍하게 살고 있거든요.

        여기저기 지방 행사 뛰어가면서... 까페에서 노래 불러가면서.

여      ....

남      지금도  싸구려 클럽에서 노래할 생각 없냐고 해서

        알아보러 가는 길이에요.

여      아저씨 목소리 좋은데. 왜 새로운 노래도 더 만들고 부르고 하죠.

남      말이 쉽죠.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지도 않는 노래..

        만들어줄 제작자가 어딨어요.

여      왜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듣고 싶어할 사람. 분명히 있을 거에요.

남      어떻게 알아요?

여      좀전에 우리도 그랬잖아요.

        내 비밀 얘기 따위... 누가 관심이나 있겠어? 생각했지만.

        막상 이야기 꺼내니까.. 듣게 되잖아요. 궁금하기도 하고.

        용기를 내지 않아서 그렇죠.

        아마.... 있을 거에요 분명히. 아저씨 노래 기다리는 사람.

(M)    Sing / Carpenters


(E) 비행기 가는 소리


남      밤새 무슨 얘기를 그렇게 많이 했는지.

        목이 텁텁할 지경이다.

        이제 이곳. 구름 위 하늘은 눈부시게 파랗다.

        어쩌면 지금 내 마음과 머릿속도 그런 것 같다.

        속에 있던 이야기 다 털어내고

        웅크리고 있던 욕심과 아쉬움 미움과 원망 같은 것도

        쏟아내고 나니.

        파아란 바람이 부는 것처럼 시원하다.

        

여      아... 배고프다. 밥 안주나?

남      공항에 내리면 뭐할 거에요?

여      그래도 갔으니까. 그 도시 엽서 같은 거 한 장 사고.

남      또?

여      그 도시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점 가서 밥 좀 먹고.

남      또요?

여      커피도 한잔 마시고?

남      마시고?

여      제일 빠른 서울행 비행기 표 사서 돌아가야죠. 아저씨는요?

남      나는 전화 한통 하고.

여      누구한테?

남      도착하면 만나기로 한 클럽관계자한테요. 못가겠다고.

        한국 가서 할 일 있다고.

여      ..... 그리고?

남      제일 맛있는 음식점 가서 밥 먹는 사람 옆에 붙어서

        나도 좀 먹고. 커피도 한잔 마시고.

여      ....

남      그리고 서울 갈 때 나랑 같이 갈래요?

        혼자 비행기 타면 또 그 난리칠 지 모르는데.

여      이제 괜찮을걸요?

남      그래서. 싫어요?

여      아뇨. 좋아요. 와... 저기..... 드디어 땅이 보이네.

남      그러네요. 


남      비행기는 서서히 육지를 향해

        고도를 낮춘다. 한층 맑아진 마음으로

        우리는 저곳에 도착할 것이다.

        그리고. 돌아가기 위한. 여행을 시작할 것이다.

(M) 주제음


 





2009-06-11(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