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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21일 목요일 방송 내용 및 수록곡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392 화  - 장밋빛깔 그 입술


(M) 주제음     장밋빛깔 그 입술 / 홍수철


* 오늘 음악에세이 노래가 있는 풍경은

서울 용산구 청파동에서 익명의 청취자가 보내주신 사연을 각색한 것입니다


남      난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두 가지가

        정치인에게 거는 기대

        그리고 짝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포기가 빠른 성격이라 그런지 몰라도

        난 짝사랑을 해본 적이 없다.

        뭐 정확히 말하면

        짝사랑 따위.. 해 볼 틈이 없었다고 말하는 편이 맞겠다.

        왜냐면 난 늘 누군가와 함께였으니까.

        뭐 하나 부족할 것 없다고 믿으며 지내왔던 내가

        조금 충격을 받은 건

        몇 달 전 조금 일찍 결혼한 친구 녀석이

        자기 아들 초등학교 들어간다고 얘기했을 때였다.

        갑자기 그런 의문이 들었다.

        내 친구가 아들 초등학교 보낼때까지

        난 뭘하고 있었나.

        남들처럼 알뜰하게 재테크를 해서

        집장만을 한 것도 아니었고

        수많은 연애를 했다고 하지만

        지금 옆에 남아 있는 여자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조금 허무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M)    화려한 날은 가고 / 유열


남      그냥 좀 허무하단 생각만 하고 있던 차였다.

        그런데.


여      김대리님. 

남      어?

여      오늘 최과장님 자재과로 가신다고 해서요. 환송회 하는데.

남      어. 알아.

여      선물하기로 했거든요. 회비 2만원 내주세요.

남      뭘 2만원이나 해?

여      그래도 이삼십만원은 돼야 뭘 사줘도 사주죠.

남      아 최과장이 우리한테 뭘 해준게 있다고 그런 선물을 사주냐고.

여      대리님이 어디 간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런데 우리가 아무것도 안해주고.. 아니 뭐 해준다고 해도

        꼴랑 오만원짜리.. 뭐 이런 거 사주면서 잘가라.. 그럼 좋으시겠어요?

        사람이 왜 맘쓰는 게 그래요?


남      또 시작이다. 우리 부서의 말쟁이.

        입만 열었다 하면 바른말에 잔소리..

        처음엔 얼굴이 좀 예쁜 것 같아서 남자직원들이 호감을 보였지만

        그 잘난척과 거침없는 잔소리빨에 모두

        고개를 설레설레 저은 바 있다.


(E) 돈 꺼내 주는


남      여?다 여?어. 2만원. 됐어?

여      됐어요. (멀어지며) 박대리님. 어디 가요. 회비 내고 가요.

남      누가 데려갈른지... 불쌍하다 불쌍해...

(M)    큐티 허니 / 아유미


남      난 그런 남자였다.

        짝사랑은 내 인생에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고.

        그렇게 굳게 믿었던 남자였다.

        그런데 그날 밤 회식.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삼겹살집에서 소주를 마셨던 건 기억이 난다.

        2차 맥주집에서 오징어에 맥주를 두어잔 마셨을 때까지도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그리고 정신이 들었을 때

        난 잔디밭에 누워 있었고.

        내 옆엔 윤은서가 새초롬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여      이제 정신 좀 드세요?

남      어? 이게 어떻게 된거야. 여기 어디야?

여      여기가 어디겠어요. 둘러보세요 한번.. 쭈욱...

남      어? 여기.. 우리 학굔데.

여      네. 그렇죠?

남      왜 여기 와 있어?

여      내가 묻고 싶은 얘기네요.

남      어떻게 된건데...

여      술 먹다가 학교 어디 나왔냐는 얘기가 나왔는데.

        알고 보니까 김대리님이랑 저랑 같은 데 나왔더라구요.

        그래서 반갑다고 몇마디 했더니...

        무슨 캠퍼스에 꼭 가야 된다는 둥... 학교의 정기를 느껴야 된다는둥..

        본부 앞에 동상을 봐야겠다는 둥 하면서.

남      내가?

여      그럼 내가 그랬겠어요? 여기까지 나 끌고 온 게 김대리님이거든요?

남      끌고 온다고 여길 따라 오냐?

여      내 말이요! 괜히 장미동산 얘기는 꺼내가지구.

남      장미동산? 어? 윤은서씨도 장미동산 알아?

여      그 얘기 했더니. 5월의 장미동산은 꼭봐줘야 된다면서

        여기까지 나 데려온 거 아니에요!

남      장미동산이 좀... 멋있기는 하지. 바로 여기 뒤잖아.

여      그렇죠. 

남      뭐.. 이왕 여기까지 온 거.. 가 볼까?

(M)    Rose Garden / Lynn Anderson


(E) 걷는 소리

남      좋긴 좋네.

여      퍽두 좋으시겠어요.

남      장미 향도 좋고.

여      ...뭐... 그건 그렇네요. 이제 술 좀 깨세요?

남      어우.. 내가 왜 이렇게 마신거야. 최과장 가는 거 섭섭하지도 않은데.

여      누가 알겠어요. 술만 드시면 오바하시는 거 알아줘야 돼요.

        아까두 최과장님 바짓가랑이 붙들고 가지 말라면서 울구 불구...

        어우... 진상.

남      ..... 내가?

여      네. 

남      그렇다고 진상..이랄것까지야.

여      내 솔직한 심정이에요.

남      그렇다 그럼 할 말 없구.

여      참... 여기서들 연애 많이했는데.

남      은서씨두?

여      좀.. 했죠 저두.

남      은서씨 같은 사람두 연애를 하나?

여      어머? 제가 왜요? 저 인기 많았어요.

남      그래?

여      그럼요. 나름 청순하다구.. 쫓아다니는 선배에 후배에.. 장난아니었어요.


남      에이.. 말도 안돼...라며 옆을 돌아본 거 자체가 실수였다.

        내 인생의 실수.

        장미꽃 넝쿨 사이. 살짝 위로 눈을 치켜뜬 채 살랑거리면서 걷는

        그녀를 바라보지 말았어야 했다.

        장밋빛깔로 반짝이는 그 입술을 보지 말았어야 했다.

        내가 인생에서 가장 쓸데없다고 믿었던 바로 그것.

        짝사랑이 시작되고 말았다.

(M)    짝사랑/ 현철


(E) 회사 소음,

여      (아무렇지 않게) 김대리님. 이거 양식 잘못됐어요.

        수정 해 주세요.


남      다른 때 같았으면 그녀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

        군말 없이 했을 일이다.

        그런데 난.


여      왜 그렇게 보세요.

남      윤은서씨 여기 앉아봐.

여      어딜 앉아요. 바빠 죽겠구만.

남      아니 양식이 잘못되긴 뭐가 잘못돼. 이 정도면 깔끔하게 떨어진거야.

여      세부 내역 적는 칸도 없구. 여기 이것 봐요. 이거두 잘못됐지. 지금이

        2008년이에요? 2009년이구만?

남      어디?

여      여기요 여기.

남      어? 진짜 그러네. 미안 윤은서씨.

여      .... 왜 이러신대? 됐어요. 뭐 미안할 것까지야. 아셨으면 수정해서

        빨리 넘겨주세요. 제가 좀 바빠서요.

남      내가 미안한 의미에서 저녁이라도 살까?

여      뭐라구요?

남      아니... 내가 저번부터 자꾸 실수하는 게 좀 그래서.

여      본인이 자꾸 실수하는 것 같으면. 아... 내가 좀 덤벙댔구나

        앞으론 그러지 말아야지.... 이러시면 되거든요?

남      아.. 그렇구나.

여      저기 김대리님.

남      네?

여      저번부터 느낀건데요. 왜 이렇게 느끼하세요?

(M)    Supreme / Max Raabe


(E)빵빵 소리

여      엄마야.

남      이제 출근해요?

여      왜 여기 계세요?

남      출근하던 길에 들러봤어요.

여      김대리님 상수동 사시잖아요.

남      한 오십분 달리니까 금방 도착하던데요 뭐.

여      아니 회사 코앞에 두고 여기까지 일부러 오셨다구요?

남      그냥.. 오늘따라 길도 안막히고 해서. 타요.


(E) 부릉 가는 소리


여      저.. 제가 착각해서 이런 말씀 드리는 거면 참 민망하긴 한데요.

        그래도 혹시나 해서..

남      ...네?

여      아니 저기... 혹시 김대리님 저를....

남      ...네?

여      아니에요.

남      저를 뭐요?

여      아니.... 혹시 저를.....좋아하시나.. 해서요.


남      그 순간. 왜 그런 말을 하고 말았을까.


남      은서씨. 은근 공주병 있구나.

여      네?

남      나 여자친구 있어요.

여      네? 아..네.

남      그냥 우리 은서씨가 같은 학교도 나왔다 그러고. 동생 같고.

        편하고 해서. 좀 잘해주고 싶고 친하고 싶어서 그런건데.

        아다시피, 우리 부서에 우리학교 나온 사람 없잖아요.

여      ...없죠.

남      그래서 난. 순수하게 동문으로서 잘해주고 싶었던 건데.

        이런 오해 사니까 좀 그러네. 여자친구한테도 이럼 안될 것 같고.

여      네에....

남      앞으론.. 조심할께요.

(M)    말하자면 / 김성재


-------------------------1부 끝 ----------------------

* 음악에세이 노래가 있는 풍경 제2부가 이어집니다.


        

남      내가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백번도 넘게 생각해 봤지만

        답은 떠오르지 않았고. 후회만 남았다.

        그깟 자존심이 뭐라고.

        그 후 그녀가 나를 대하는 태도는 너무 차가웠다.


(E)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소리


남      (어색) 은서씨. 커피 마실래?

여      아뇨.

남      바빠?

여      네.

남      그럼 내가 뭐 좀 도와줄까?

여      김대리님. 왜 이러세요?

남      어?

여      나보구 공주병 있다면서요.여자는 남자가 이렇게 치근덕대면

        다 자기한테 딴맘 있는 줄 알거든요? 

남      아니 난 그런 게 아니라...

여      그리구 난 세상에서 제일 싫은 남자가, 마음에도 없는 여자 괜히

        한번 찔러보는 남자거든요. 특히 여자친구 있는 남자가 그러는 게

        제일... 재수없어요.


남      이게 아니었는데. 어쩌다 난 그녀에게 가장 재수없는 스타일로

        찍혀버렸을까. 그리고 난. 왜 이렇게 맘과 말이 다를까.


여      뭘 그렇게 보고 계세요. 전 할 말 다 했는데요.

남      은서씨 솔직히 연애 안해봤지?

여      뭐에요?

남      제대로 된 연애 안해본 사람들이 꼭 그러거든.

        이게 그냥 호의인지, 아니면 이성으로서의 호감인지 구분 못하고

        그냥 잘해주는 거에도 뾰족하게 굴고 말이야.

여      !!

남      알았어. 나도 생각해보니까 은서씨처럼 괜히 예민한 스타일 정말

        별로라서. 괜히 오해받는 것도 싫고.

여      하.. 그러세요.

남      알았어. 

(M)    너에게 원한 건 / 노이즈

        

남      짝사랑도 해본 사람이 하는거고.

        여자한테 잘해주는 것도 해본 사람이 하는거고.

        자존심 굽히고 손 내미는 것도 해본 사람이 하는 거다.

        나는 안해봐서 할 줄 모르겠다.

        이미 마음은 줘버린 상태라, 좋아하는 마음은 점점 커져만 가는데

        말은 계속 거칠게만 나오고.

        성격 있는 그녀는 또 그녀대로 날카롭게 나오고.

        해서 우리는 사내에서 소문난 앙숙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E)복사기 소리


여      그 복사기 걸림현상 있다고 쓰지 말랬잖아요.

남      아 언제.

여      거기 앞에 써붙여논거 안보이세요?

남      이렇게 쪼끄맣게 써논게 보여?

여      벌써 노안 오세요?

남      뭐? 노안?

여      그게 작긴 뭐가 작아요. 하긴 낼모레 사십이시니.. 제가 이해해 드릴께요.    

남      아니 저기 잠깐만 은서씨. 내가 왜 낼모레 사십이야?

        나 아직 서른여섯이야.

여      서른여섯이면 30대 후반 맞잖아요. 그럼 낼모레 사십이죠.

남      아니 무슨 낼모레가 4년이야.

        은서씨 수리 능력이 아주 부족한가봐?

여      저기요 김대리님. 얼마전에 회식 가셔서 서른 즈음에 부르시던데

        저 진짜 웃겨서 배잡았어요.

        아니.... 자기가 나이가 몇인데 서른 즈음에야. 서른 즈음 지나간지가

        언젠데.

남      윤은서씨!

여      아 뭐요!

남      복사기.... 이거 말고 되는 게 어떤건데.

(M)    서른 즈음에 / 레이지본


남      그렇게 티격태격 싸워놓고 집에 가면 잠이 오질 않았다.

        오늘 블라우스는 왜 그렇게 예쁜 걸 입고 왔는지.

        립스틱 색깔은 뭔지. 장밋빛깔인데.... 그게 어디 껀지....

        향수는 또 뭘 쓰는건지.....

        날 째려볼 때 그 눈망울은 또 왜 그렇게 새초롬한 것이 이쁜지.

        사람이 한번 마음을 온전히 뺏겨버리면

        아무 것도 소용이 없다는 걸 알았다.

        가끔 연락이 오는 아는 여자들의 전화번호도 다 스팸처리해버리고.

        주말 친구들 술 약속도 모두 취소했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처절한 사랑 노래는 모두 내 이야긴 것 같았고

        영화를 봐도 마찬가지였다.

        대사 하나에, 저건 내 마음이라며... 절절히 아파했다.

        그러면서도 막상 회사에 오면.


여      왜 그렇게 보세요?

남      은서씨 입술 색깔이 왜 그래?

여      입술이 뭐요?

남      아니 뭐.. 쥐잡아먹은 거 같아서. 너무 빨간 거 아냐?

여      하! 남이야 쥐를 잡아먹든 다람쥐를 잡아먹든 상관 마시구요

        김대리님 넥타이 색깔이나 좀 어떻게 해보시죠.

남      내 넥타이가 어때서? 이거 내 여자친구가 사다준거야.

여      여자친구분 센스 좀 어떻게 하셔야겠네. 그게 뭐에요. 후즐근하게.

남      왜. 은색이 얼마나 세련된 색깔인데.

여      아 그럼 세련된 색깔 많이하세요. 남의 입술 색깔가지구 이러쿵저러쿵 마시구요.

남      저기...요샌 초미니가 유행이라며?

여      그래서요?

남      아니 그래두 그렇지. 너무 짧지 않어?

여      이거 보세요 김대리님.

남      응?

여      본인 성격 이상한 거 본인도 아시나요?

남      아니?

여      알아야 돼요. 아니 남의 치마가 짧든 길든 무슨 상관이신데요.

        그리구 이 정돈 짧은 축에도 못끼거든요?

남      아 왜 못껴. 끼겠는데.

여      아 증말... 스트레스 받아서 회사 못다니겠어. 부서를 확 바꾸든지 해야지.

(E)퉁퉁대며 가면


남      입술 색깔이 너무 이뻐서. 그런거였다.

        상큼한 미니 스커트 아래로 쭉 뻗은 다리가 너무 이뻐서.

        그런 거였다.    

        나 말고도, 나대리 황대리 민대리 이대식씨 양철호씨

        다들 그녀만 보는 거 같아서.

        불안해서.

(M)    질투 / 유승범


남      그러던 어느날

        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그녀가 다른 부서로 옮기게 될 거라는 소식이었다.

        그것도 그녀가, 먼저 신청해서 그렇게 된 거라고 했다.

(E) 또각또각 가는


남      저기... 은서씨.

여      왜요!

남      나 잠깐만 보면 안돼?

여      안되거든요?

남      정말 잠깐이면 돼. 옥상에서 잠깐만 보자.


(E) 바람 부는 소리


여      아 추워. 빨리 말해요. 뭔데요.

남      나 때문이야?

여      뭐가요. 나 옮기는 거요?

남      나 때문이면....

여      나 여기 뾰루지 난 거 보이죠. 김대리님이 사사건건 시비거시고

        귀찮게 하시는 바람에 나 정말 스트레스 엄청 받거든요.

        더는 같이 근무 못하겠어요.

남      정말... 나 때문에 옮기려는 거야?

여      마침 비서실에 자리도 있고.      

남      저기... 내가 앞으로 안그러면 안될까? 내가 앞으론 진짜 놀리지도

        않고 잔소리도 안하고. 안 괴롭힐게.

여      무슨 초등학생도 아니고. 됐구요.

        이미 다 결정난건데. 뭘 새삼스럽게.

남      내가 너무 미안해서 그러지.

여      됐다구요. 알았다구요.

(E) 또각또각


남      아니... 은서씨! 내가 진짜.... 미안해서.....

        아니... 좋아해서 그래.


(E)또각또각 멈추는


여      네?

남      아니...내가 좋아해서... 은서씨 좋아해서 그런거라구.

        초등학생 남자애들이 저 좋아하는 여자애 괴롭히는 것처럼

        나도 그랬나봐.

여      지금 무슨 소리 하세요? 이래놓고 또 나보구 공주병 있다구

        왜 착각하냐구.. 그럴라구요? 진짜 누가 선수 아니랄까봐.

남      선수? 선수는 누가 선수? 나 선수 아니야.

여      여자친구도 있는 분이.... 딴 여자한테 좋아해서 괴롭힌 거라고

        그러면서 선수가 아니에요?

남      여자친구 없어.

여      이젠 뻥까지...

남      진짜 없어. 그땐... 나도 왜 그런 말이 튀어나왔는지...

여      왜요? 내가 들러붙기라도 할까봐 그러셨어요?

남      아니라니까. 그냥.... 내 마음 들킨 게.... 자존심이 상해서....

        나도 순간적으로 그냥 그런거야.

여      하.. 그러셨구나. 그런데 어쩌죠? 저는 김대리님 용서가 안되는데.

        그럼 실례할께요.

(M)    너의 마음을 내게 준다면 / 핑클


(E)소주 따르는

남      혼자 참치캔 따놓고 소주를 마시다가

        마음에 걸리는 말 한마디가 있었다.

        내가 용서가 안된다는 말. 그 말은 무슨 뜻일까.

        그녀가 나에게 화가 나 있었다는 말인가?

        만약 그렇다면. 나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이 있었다는 얘기는

        아닐까?


(E) 통화음


여      (자다 깬) 여보세요.

남      잤어? 은서씨?

여      그럼 이 시간에 자지 안 자구 뭐해요?

남      나 지금 은서씨 집 근천데. 잠깐 나와주면 안될까?

여      할 말 있으면 그냥 하세요.

남      낮에 내가 했던 얘기...

여      못들은 걸로 할께요.

남      진짜 진심이야.

여      ......

남      이런 연애... 이런 촌스런 연애 해본 적이 없어서.... 적응이 안되는데.

        난 솔직히 연애에 이런 절차가 있다는 것도 몰랐어.

        마음을 알아봐야 되고.. 고백해야 되고.. 거절당하면 매달려야되고....

여      ....... 다들 그러면서 연애하지 뭐...

남      난 그냥.... 마음에 들면 사귀고.. 사귀다 맘에 안들면 헤어지고...

        그냥 그래왔거든.

여      그래서 김대리님이 선수라고 소문난거죠 뭐.

남      진짜 안나와? 나 그럼 그것도 한다.

여      뭐요?

남      집앞에서 계속 기다리는 거. 영화에 나오잖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여      하든가말든가....

남      또 그것도 한다. 확성기 가져와서 이 여잔 내 여자다.. 소리 지르는 거.

여      미쳤나봐. 하기만 해요. 경찰에 확 신고할거니까.

남      그러니까 나오라구. 나와봐 좀. 얼굴 좀 보자.

여      아 왜요!

남      보고 싶어 죽겠다. 매일 보는데. 매일 욕먹고. 매일 구박받고

        매일 그러면서도. 보고 싶어 죽겠다구.

여      .....뭐야 증말.. 이런 얘길 지금 전화로 하는거에요?

남      그러니까 나오랬잖아. 나올거야?

여      ......

남      나와 좀. 기다린다.


남      그날 난 세시간을 기다렸고. 그녀는 세시간 나를 벌세운 후

        그 자리에 나왔고. 우리는 만났고. 지금은 비밀연애 중이다.

        가을 쯤 회사에 공식적으로 알리고 결혼할 예정이며.

        그때까지 난, 내가 더 좋아해서 하는 연애는 어떤건지

        열심히, 충실히, 배우려고 한다.

        내가 더 주는 게....

        어렵지만, 힘들지만,

        그래도 정말 행복한 거라는 것 정도의 간단한 진실은

        이미 배웠다.

(M)주제음 



     





2009-05-21(1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