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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392 화 - 장밋빛깔 그 입술
(M) 주제음 장밋빛깔 그 입술 / 홍수철
* 오늘 음악에세이 노래가 있는 풍경은
서울 용산구 청파동에서 익명의 청취자가 보내주신 사연을 각색한 것입니다
남 난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두 가지가
정치인에게 거는 기대
그리고 짝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포기가 빠른 성격이라 그런지 몰라도
난 짝사랑을 해본 적이 없다.
뭐 정확히 말하면
짝사랑 따위.. 해 볼 틈이 없었다고 말하는 편이 맞겠다.
왜냐면 난 늘 누군가와 함께였으니까.
뭐 하나 부족할 것 없다고 믿으며 지내왔던 내가
조금 충격을 받은 건
몇 달 전 조금 일찍 결혼한 친구 녀석이
자기 아들 초등학교 들어간다고 얘기했을 때였다.
갑자기 그런 의문이 들었다.
내 친구가 아들 초등학교 보낼때까지
난 뭘하고 있었나.
남들처럼 알뜰하게 재테크를 해서
집장만을 한 것도 아니었고
수많은 연애를 했다고 하지만
지금 옆에 남아 있는 여자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조금 허무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M) 화려한 날은 가고 / 유열
남 그냥 좀 허무하단 생각만 하고 있던 차였다.
그런데.
여 김대리님.
남 어?
여 오늘 최과장님 자재과로 가신다고 해서요. 환송회 하는데.
남 어. 알아.
여 선물하기로 했거든요. 회비 2만원 내주세요.
남 뭘 2만원이나 해?
여 그래도 이삼십만원은 돼야 뭘 사줘도 사주죠.
남 아 최과장이 우리한테 뭘 해준게 있다고 그런 선물을 사주냐고.
여 대리님이 어디 간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런데 우리가 아무것도 안해주고.. 아니 뭐 해준다고 해도
꼴랑 오만원짜리.. 뭐 이런 거 사주면서 잘가라.. 그럼 좋으시겠어요?
사람이 왜 맘쓰는 게 그래요?
남 또 시작이다. 우리 부서의 말쟁이.
입만 열었다 하면 바른말에 잔소리..
처음엔 얼굴이 좀 예쁜 것 같아서 남자직원들이 호감을 보였지만
그 잘난척과 거침없는 잔소리빨에 모두
고개를 설레설레 저은 바 있다.
(E) 돈 꺼내 주는
남 여?다 여?어. 2만원. 됐어?
여 됐어요. (멀어지며) 박대리님. 어디 가요. 회비 내고 가요.
남 누가 데려갈른지... 불쌍하다 불쌍해...
(M) 큐티 허니 / 아유미
남 난 그런 남자였다.
짝사랑은 내 인생에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고.
그렇게 굳게 믿었던 남자였다.
그런데 그날 밤 회식.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삼겹살집에서 소주를 마셨던 건 기억이 난다.
2차 맥주집에서 오징어에 맥주를 두어잔 마셨을 때까지도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그리고 정신이 들었을 때
난 잔디밭에 누워 있었고.
내 옆엔 윤은서가 새초롬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여 이제 정신 좀 드세요?
남 어? 이게 어떻게 된거야. 여기 어디야?
여 여기가 어디겠어요. 둘러보세요 한번.. 쭈욱...
남 어? 여기.. 우리 학굔데.
여 네. 그렇죠?
남 왜 여기 와 있어?
여 내가 묻고 싶은 얘기네요.
남 어떻게 된건데...
여 술 먹다가 학교 어디 나왔냐는 얘기가 나왔는데.
알고 보니까 김대리님이랑 저랑 같은 데 나왔더라구요.
그래서 반갑다고 몇마디 했더니...
무슨 캠퍼스에 꼭 가야 된다는 둥... 학교의 정기를 느껴야 된다는둥..
본부 앞에 동상을 봐야겠다는 둥 하면서.
남 내가?
여 그럼 내가 그랬겠어요? 여기까지 나 끌고 온 게 김대리님이거든요?
남 끌고 온다고 여길 따라 오냐?
여 내 말이요! 괜히 장미동산 얘기는 꺼내가지구.
남 장미동산? 어? 윤은서씨도 장미동산 알아?
여 그 얘기 했더니. 5월의 장미동산은 꼭봐줘야 된다면서
여기까지 나 데려온 거 아니에요!
남 장미동산이 좀... 멋있기는 하지. 바로 여기 뒤잖아.
여 그렇죠.
남 뭐.. 이왕 여기까지 온 거.. 가 볼까?
(M) Rose Garden / Lynn Anderson
(E) 걷는 소리
남 좋긴 좋네.
여 퍽두 좋으시겠어요.
남 장미 향도 좋고.
여 ...뭐... 그건 그렇네요. 이제 술 좀 깨세요?
남 어우.. 내가 왜 이렇게 마신거야. 최과장 가는 거 섭섭하지도 않은데.
여 누가 알겠어요. 술만 드시면 오바하시는 거 알아줘야 돼요.
아까두 최과장님 바짓가랑이 붙들고 가지 말라면서 울구 불구...
어우... 진상.
남 ..... 내가?
여 네.
남 그렇다고 진상..이랄것까지야.
여 내 솔직한 심정이에요.
남 그렇다 그럼 할 말 없구.
여 참... 여기서들 연애 많이했는데.
남 은서씨두?
여 좀.. 했죠 저두.
남 은서씨 같은 사람두 연애를 하나?
여 어머? 제가 왜요? 저 인기 많았어요.
남 그래?
여 그럼요. 나름 청순하다구.. 쫓아다니는 선배에 후배에.. 장난아니었어요.
남 에이.. 말도 안돼...라며 옆을 돌아본 거 자체가 실수였다.
내 인생의 실수.
장미꽃 넝쿨 사이. 살짝 위로 눈을 치켜뜬 채 살랑거리면서 걷는
그녀를 바라보지 말았어야 했다.
장밋빛깔로 반짝이는 그 입술을 보지 말았어야 했다.
내가 인생에서 가장 쓸데없다고 믿었던 바로 그것.
짝사랑이 시작되고 말았다.
(M) 짝사랑/ 현철
(E) 회사 소음,
여 (아무렇지 않게) 김대리님. 이거 양식 잘못됐어요.
수정 해 주세요.
남 다른 때 같았으면 그녀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
군말 없이 했을 일이다.
그런데 난.
여 왜 그렇게 보세요.
남 윤은서씨 여기 앉아봐.
여 어딜 앉아요. 바빠 죽겠구만.
남 아니 양식이 잘못되긴 뭐가 잘못돼. 이 정도면 깔끔하게 떨어진거야.
여 세부 내역 적는 칸도 없구. 여기 이것 봐요. 이거두 잘못됐지. 지금이
2008년이에요? 2009년이구만?
남 어디?
여 여기요 여기.
남 어? 진짜 그러네. 미안 윤은서씨.
여 .... 왜 이러신대? 됐어요. 뭐 미안할 것까지야. 아셨으면 수정해서
빨리 넘겨주세요. 제가 좀 바빠서요.
남 내가 미안한 의미에서 저녁이라도 살까?
여 뭐라구요?
남 아니... 내가 저번부터 자꾸 실수하는 게 좀 그래서.
여 본인이 자꾸 실수하는 것 같으면. 아... 내가 좀 덤벙댔구나
앞으론 그러지 말아야지.... 이러시면 되거든요?
남 아.. 그렇구나.
여 저기 김대리님.
남 네?
여 저번부터 느낀건데요. 왜 이렇게 느끼하세요?
(M) Supreme / Max Raabe
(E)빵빵 소리
여 엄마야.
남 이제 출근해요?
여 왜 여기 계세요?
남 출근하던 길에 들러봤어요.
여 김대리님 상수동 사시잖아요.
남 한 오십분 달리니까 금방 도착하던데요 뭐.
여 아니 회사 코앞에 두고 여기까지 일부러 오셨다구요?
남 그냥.. 오늘따라 길도 안막히고 해서. 타요.
(E) 부릉 가는 소리
여 저.. 제가 착각해서 이런 말씀 드리는 거면 참 민망하긴 한데요.
그래도 혹시나 해서..
남 ...네?
여 아니 저기... 혹시 김대리님 저를....
남 ...네?
여 아니에요.
남 저를 뭐요?
여 아니.... 혹시 저를.....좋아하시나.. 해서요.
남 그 순간. 왜 그런 말을 하고 말았을까.
남 은서씨. 은근 공주병 있구나.
여 네?
남 나 여자친구 있어요.
여 네? 아..네.
남 그냥 우리 은서씨가 같은 학교도 나왔다 그러고. 동생 같고.
편하고 해서. 좀 잘해주고 싶고 친하고 싶어서 그런건데.
아다시피, 우리 부서에 우리학교 나온 사람 없잖아요.
여 ...없죠.
남 그래서 난. 순수하게 동문으로서 잘해주고 싶었던 건데.
이런 오해 사니까 좀 그러네. 여자친구한테도 이럼 안될 것 같고.
여 네에....
남 앞으론.. 조심할께요.
(M) 말하자면 / 김성재
-------------------------1부 끝 ----------------------
* 음악에세이 노래가 있는 풍경 제2부가 이어집니다.
남 내가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백번도 넘게 생각해 봤지만
답은 떠오르지 않았고. 후회만 남았다.
그깟 자존심이 뭐라고.
그 후 그녀가 나를 대하는 태도는 너무 차가웠다.
(E)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소리
남 (어색) 은서씨. 커피 마실래?
여 아뇨.
남 바빠?
여 네.
남 그럼 내가 뭐 좀 도와줄까?
여 김대리님. 왜 이러세요?
남 어?
여 나보구 공주병 있다면서요.여자는 남자가 이렇게 치근덕대면
다 자기한테 딴맘 있는 줄 알거든요?
남 아니 난 그런 게 아니라...
여 그리구 난 세상에서 제일 싫은 남자가, 마음에도 없는 여자 괜히
한번 찔러보는 남자거든요. 특히 여자친구 있는 남자가 그러는 게
제일... 재수없어요.
남 이게 아니었는데. 어쩌다 난 그녀에게 가장 재수없는 스타일로
찍혀버렸을까. 그리고 난. 왜 이렇게 맘과 말이 다를까.
여 뭘 그렇게 보고 계세요. 전 할 말 다 했는데요.
남 은서씨 솔직히 연애 안해봤지?
여 뭐에요?
남 제대로 된 연애 안해본 사람들이 꼭 그러거든.
이게 그냥 호의인지, 아니면 이성으로서의 호감인지 구분 못하고
그냥 잘해주는 거에도 뾰족하게 굴고 말이야.
여 !!
남 알았어. 나도 생각해보니까 은서씨처럼 괜히 예민한 스타일 정말
별로라서. 괜히 오해받는 것도 싫고.
여 하.. 그러세요.
남 알았어.
(M) 너에게 원한 건 / 노이즈
남 짝사랑도 해본 사람이 하는거고.
여자한테 잘해주는 것도 해본 사람이 하는거고.
자존심 굽히고 손 내미는 것도 해본 사람이 하는 거다.
나는 안해봐서 할 줄 모르겠다.
이미 마음은 줘버린 상태라, 좋아하는 마음은 점점 커져만 가는데
말은 계속 거칠게만 나오고.
성격 있는 그녀는 또 그녀대로 날카롭게 나오고.
해서 우리는 사내에서 소문난 앙숙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E)복사기 소리
여 그 복사기 걸림현상 있다고 쓰지 말랬잖아요.
남 아 언제.
여 거기 앞에 써붙여논거 안보이세요?
남 이렇게 쪼끄맣게 써논게 보여?
여 벌써 노안 오세요?
남 뭐? 노안?
여 그게 작긴 뭐가 작아요. 하긴 낼모레 사십이시니.. 제가 이해해 드릴께요.
남 아니 저기 잠깐만 은서씨. 내가 왜 낼모레 사십이야?
나 아직 서른여섯이야.
여 서른여섯이면 30대 후반 맞잖아요. 그럼 낼모레 사십이죠.
남 아니 무슨 낼모레가 4년이야.
은서씨 수리 능력이 아주 부족한가봐?
여 저기요 김대리님. 얼마전에 회식 가셔서 서른 즈음에 부르시던데
저 진짜 웃겨서 배잡았어요.
아니.... 자기가 나이가 몇인데 서른 즈음에야. 서른 즈음 지나간지가
언젠데.
남 윤은서씨!
여 아 뭐요!
남 복사기.... 이거 말고 되는 게 어떤건데.
(M) 서른 즈음에 / 레이지본
남 그렇게 티격태격 싸워놓고 집에 가면 잠이 오질 않았다.
오늘 블라우스는 왜 그렇게 예쁜 걸 입고 왔는지.
립스틱 색깔은 뭔지. 장밋빛깔인데.... 그게 어디 껀지....
향수는 또 뭘 쓰는건지.....
날 째려볼 때 그 눈망울은 또 왜 그렇게 새초롬한 것이 이쁜지.
사람이 한번 마음을 온전히 뺏겨버리면
아무 것도 소용이 없다는 걸 알았다.
가끔 연락이 오는 아는 여자들의 전화번호도 다 스팸처리해버리고.
주말 친구들 술 약속도 모두 취소했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처절한 사랑 노래는 모두 내 이야긴 것 같았고
영화를 봐도 마찬가지였다.
대사 하나에, 저건 내 마음이라며... 절절히 아파했다.
그러면서도 막상 회사에 오면.
여 왜 그렇게 보세요?
남 은서씨 입술 색깔이 왜 그래?
여 입술이 뭐요?
남 아니 뭐.. 쥐잡아먹은 거 같아서. 너무 빨간 거 아냐?
여 하! 남이야 쥐를 잡아먹든 다람쥐를 잡아먹든 상관 마시구요
김대리님 넥타이 색깔이나 좀 어떻게 해보시죠.
남 내 넥타이가 어때서? 이거 내 여자친구가 사다준거야.
여 여자친구분 센스 좀 어떻게 하셔야겠네. 그게 뭐에요. 후즐근하게.
남 왜. 은색이 얼마나 세련된 색깔인데.
여 아 그럼 세련된 색깔 많이하세요. 남의 입술 색깔가지구 이러쿵저러쿵 마시구요.
남 저기...요샌 초미니가 유행이라며?
여 그래서요?
남 아니 그래두 그렇지. 너무 짧지 않어?
여 이거 보세요 김대리님.
남 응?
여 본인 성격 이상한 거 본인도 아시나요?
남 아니?
여 알아야 돼요. 아니 남의 치마가 짧든 길든 무슨 상관이신데요.
그리구 이 정돈 짧은 축에도 못끼거든요?
남 아 왜 못껴. 끼겠는데.
여 아 증말... 스트레스 받아서 회사 못다니겠어. 부서를 확 바꾸든지 해야지.
(E)퉁퉁대며 가면
남 입술 색깔이 너무 이뻐서. 그런거였다.
상큼한 미니 스커트 아래로 쭉 뻗은 다리가 너무 이뻐서.
그런 거였다.
나 말고도, 나대리 황대리 민대리 이대식씨 양철호씨
다들 그녀만 보는 거 같아서.
불안해서.
(M) 질투 / 유승범
남 그러던 어느날
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그녀가 다른 부서로 옮기게 될 거라는 소식이었다.
그것도 그녀가, 먼저 신청해서 그렇게 된 거라고 했다.
(E) 또각또각 가는
남 저기... 은서씨.
여 왜요!
남 나 잠깐만 보면 안돼?
여 안되거든요?
남 정말 잠깐이면 돼. 옥상에서 잠깐만 보자.
(E) 바람 부는 소리
여 아 추워. 빨리 말해요. 뭔데요.
남 나 때문이야?
여 뭐가요. 나 옮기는 거요?
남 나 때문이면....
여 나 여기 뾰루지 난 거 보이죠. 김대리님이 사사건건 시비거시고
귀찮게 하시는 바람에 나 정말 스트레스 엄청 받거든요.
더는 같이 근무 못하겠어요.
남 정말... 나 때문에 옮기려는 거야?
여 마침 비서실에 자리도 있고.
남 저기... 내가 앞으로 안그러면 안될까? 내가 앞으론 진짜 놀리지도
않고 잔소리도 안하고. 안 괴롭힐게.
여 무슨 초등학생도 아니고. 됐구요.
이미 다 결정난건데. 뭘 새삼스럽게.
남 내가 너무 미안해서 그러지.
여 됐다구요. 알았다구요.
(E) 또각또각
남 아니... 은서씨! 내가 진짜.... 미안해서.....
아니... 좋아해서 그래.
(E)또각또각 멈추는
여 네?
남 아니...내가 좋아해서... 은서씨 좋아해서 그런거라구.
초등학생 남자애들이 저 좋아하는 여자애 괴롭히는 것처럼
나도 그랬나봐.
여 지금 무슨 소리 하세요? 이래놓고 또 나보구 공주병 있다구
왜 착각하냐구.. 그럴라구요? 진짜 누가 선수 아니랄까봐.
남 선수? 선수는 누가 선수? 나 선수 아니야.
여 여자친구도 있는 분이.... 딴 여자한테 좋아해서 괴롭힌 거라고
그러면서 선수가 아니에요?
남 여자친구 없어.
여 이젠 뻥까지...
남 진짜 없어. 그땐... 나도 왜 그런 말이 튀어나왔는지...
여 왜요? 내가 들러붙기라도 할까봐 그러셨어요?
남 아니라니까. 그냥.... 내 마음 들킨 게.... 자존심이 상해서....
나도 순간적으로 그냥 그런거야.
여 하.. 그러셨구나. 그런데 어쩌죠? 저는 김대리님 용서가 안되는데.
그럼 실례할께요.
(M) 너의 마음을 내게 준다면 / 핑클
(E)소주 따르는
남 혼자 참치캔 따놓고 소주를 마시다가
마음에 걸리는 말 한마디가 있었다.
내가 용서가 안된다는 말. 그 말은 무슨 뜻일까.
그녀가 나에게 화가 나 있었다는 말인가?
만약 그렇다면. 나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이 있었다는 얘기는
아닐까?
(E) 통화음
여 (자다 깬) 여보세요.
남 잤어? 은서씨?
여 그럼 이 시간에 자지 안 자구 뭐해요?
남 나 지금 은서씨 집 근천데. 잠깐 나와주면 안될까?
여 할 말 있으면 그냥 하세요.
남 낮에 내가 했던 얘기...
여 못들은 걸로 할께요.
남 진짜 진심이야.
여 ......
남 이런 연애... 이런 촌스런 연애 해본 적이 없어서.... 적응이 안되는데.
난 솔직히 연애에 이런 절차가 있다는 것도 몰랐어.
마음을 알아봐야 되고.. 고백해야 되고.. 거절당하면 매달려야되고....
여 ....... 다들 그러면서 연애하지 뭐...
남 난 그냥.... 마음에 들면 사귀고.. 사귀다 맘에 안들면 헤어지고...
그냥 그래왔거든.
여 그래서 김대리님이 선수라고 소문난거죠 뭐.
남 진짜 안나와? 나 그럼 그것도 한다.
여 뭐요?
남 집앞에서 계속 기다리는 거. 영화에 나오잖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여 하든가말든가....
남 또 그것도 한다. 확성기 가져와서 이 여잔 내 여자다.. 소리 지르는 거.
여 미쳤나봐. 하기만 해요. 경찰에 확 신고할거니까.
남 그러니까 나오라구. 나와봐 좀. 얼굴 좀 보자.
여 아 왜요!
남 보고 싶어 죽겠다. 매일 보는데. 매일 욕먹고. 매일 구박받고
매일 그러면서도. 보고 싶어 죽겠다구.
여 .....뭐야 증말.. 이런 얘길 지금 전화로 하는거에요?
남 그러니까 나오랬잖아. 나올거야?
여 ......
남 나와 좀. 기다린다.
남 그날 난 세시간을 기다렸고. 그녀는 세시간 나를 벌세운 후
그 자리에 나왔고. 우리는 만났고. 지금은 비밀연애 중이다.
가을 쯤 회사에 공식적으로 알리고 결혼할 예정이며.
그때까지 난, 내가 더 좋아해서 하는 연애는 어떤건지
열심히, 충실히, 배우려고 한다.
내가 더 주는 게....
어렵지만, 힘들지만,
그래도 정말 행복한 거라는 것 정도의 간단한 진실은
이미 배웠다.
(M)주제음
2009-05-21(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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