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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 2일 목요일 방송 내용 및 수록곡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385화 - 목련이 피어있는 바다


(M) 주제음 (네버엔딩스토리-부활)


남     봄이다. 목련이 피는가 싶더니 금방 꽃잎을 떨군다.

        봄이라는 시간이 그렇다.

        오는가 싶으면 간다.

        청춘 같다.

        사랑 같다.

(M) 언젠가는 / 이상은


(E) 바닷가 걷는 소리. 파도 소리 등.


남     오래된 기억은 내 일부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10년 전. 나는 사랑하고 있었고.

        청춘이었다.

        그때 내 곁에는 언제나 한결 같은 모습으로

        나를 지켜주는 그녀가 있었다.


여     바닷가라 그런가... 춥다. 목도리 좀 단단히 매 봐.

남     그러니까 바다는 왜 오자 그래.

        여름도 아니고, 겨울도 아니고. 어중띠게 봄에...

여     봄바다가 얼마나 좋은데 그래.

        봄 되면 산에 움트고 꽃피고 하는 것처럼

        바다에도 뭔가 새로운 게 있단 말야 봄엔.

남     새로운 게 있긴 뭐가 있어. 춥기만 하구만.

        아... 배고파. 근처에 뭐 파는 데 없나?

여     으유~ 좀 걷다가.

남     걸었잖아. 백미터도 더 걸었겠다. 뭘 자꾸 걷재.

여     뭘 바라겠어. 암튼 무슨 분위기를 잡을 짬을 안주지.

남     윤은서양. 우리 사귄지 4년이다.

        3개월만 돼도 무슨 호르몬인지 뭔지 다 바닥나서

        남녀가 서로 이성으로 안보인다는데. 우리는 오래도 견뎠지 않냐?

여     증말 하는 소리마다 이뻐 죽겠네. 알았어. 어디 포장마차라도 있나

        찾아보지 뭐.

남     잠깐만. 

여     뭐.

남     추우니까 내 주머니에 손 넣고 가.

여     됐거든. 주머니는 내 옷에도 있거든.

남     아 넣으라면 넣어.

여     참나.... 

(E) 부스럭

여     어? .... 이게 뭐야?

남     꺼내봐.

(E) 뭔가 꺼내고

여     뭔데...

(E) 딸깍 열고

여     ....반지잖아.

남     그래? 반지가 있어?

여     뭐야 이거...

남     반지도 있는데. 어떻게.. 프로포즈 해 봐?

여     뭐어?

남     우리... 결혼할까?

(M)    청혼/ 조규찬


(E) 기차 가는 소리


여     내가 증말, 생각할수록 웃겨 죽겠어. 치...

남     프로포즈 로맨틱하게 하라며. 그래서 바닷가 간 김에

        멋있게 했잖아.

여     참 나 자기 입으로 멋있대.

남     멋있는 건 인정을 해줘야지. 반지는 잘 맞아?

여     꽉 껴. 지 여자친구 반지 사이즈도 모르냐?

남     우와. 저 사이즈가 웬만하면 맞을 거라 그러던데.

        너 손가락이 무슨.... 이제 보니까 좀 두껍긴 하네.

여     이게 뭐가 두꺼워. 일부러 제일 가는 걸로 맞췄지.

남     큼...

여     암튼 프로포즈 할 때도 장난이야? 매사에 진지한 맛이라곤 없지.

남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좀 그렇다? 왜 대답 안해? 내가 결혼할까?

        물어봤잖아.

여     생각 좀 해 봐야지.

남     뭐? 무슨 생각!

여     스스로에게 너무 자신감이 넘치는 거 아냐?

        다음 달에 군대갈 사람이 프로포즈 해놓고 당장 답 내놓으라는 건!

남     군대 가기 전에 식올리자고 안한 거 다행으로 알어.

여     하하.. 참나.... 암튼 스물 일곱씩이나 먹도록 군대도 안가고.

        내가 진짜 못살아. 내 친구들이 다 나보구 미쳤대.

남     대학원 가서 공부 열심히 하랄 땐 언제고 이제와 딴소리야.

여     그거야.... 내가 이렇게 오랫동안 자기 만날 줄 몰랐지~

남     뭐?  너 진짜....

여     걱정마. 책임지는 차원에서 기다려 줄테니까.

남     뭘 책임져. 내가 널 책임지는거지.

여     뭔 소리야. 내가 자기 책임지는거지.

(서로 툭탁거리는데서)

(M)   책임져 / 언타이틀


남     얼마 후, 군대에 갔고. 태어나 처음으로 눈물이 쏙 빠지게

        고된 훈련을 했다. 외아들에 편하게만 자라왔던 내게

        군생활은 고난이었고 암흑기였다.

        그리고 휴가를 나갔을 때.


(E) 호프집 분위기


여     좀 먹어가면서 마셔. 자기 골뱅이 좋아하잖아.

남     됐어. 

여     기분이 왜 그렇게 다운이야. 휴가 나왔으면 즐겁게 보내다 가야지.

남     즐겁게? 하긴 니가 어떻게 알겠어.

        휴가 끝나면 복귀해야 되는데. 내가 지금 어떤 마음일지

        알기나 해?

여     남들 다 가는 군대다. 남자가 왜 그래? 쪼잔해 보이게.

남     뭐? 너 방금 말 다 했어?

여     그렇잖아. 봉덕씨 휴가 나와서 언제 한번 웃으며 들어간 적 있어?

        맨날 상병이 갈구네 병장이 괴롭히네 하면서 불평만 하고.

        들어가기 싫다 어떻다 하나마나한 투정만 부리고. 자기가 애야?

        어른스럽지 못하게 왜 그래?

(E) 벌떡 일어나는

남     너 그렇게밖에 말 못하지? 너 군대가 그렇게 쉬워 보이면

        니가 한번 가봐. 한참 창창할 때 2년을 넘게 내 맘대로 아무것도

        못하고 그렇게 있어야 하는 기분. 니가 알아?

여     그게 내탓이야? 그리구, 자기는 성인이야.

        자기한테 주어진 어려움을 스스로 잘 헤쳐나가는 의연한 모습을

        보여봐. 이런 남자 뭘 믿고 시집을 가니?

남     믿음이 안 가면 결혼하지 마. 우리가 무슨 약혼을 했냐. 뭘했냐.

여     ...뭐?

남     그렇잖아. 꼴랑 반지 준 거? 요즘 반지 주고받는 건

        중고등학생들도 다 하는 거고. 너 그거에 혹시 부담 갖고 있는

        거면 절대 그러지 마.

여     아아..그래? 고마워. 안 그래도 받아놓고 부담됐는데

        그렇게 얘기해줘서.

(E) 반지 테이블에 탁 놓는

여     자!

남     야!

여     됐지? 반지 돌려줬다? 잘 가.

(M)    한번만 더 / 핑클


남     성격이 불같았던 나는 그렇게 나가는 그녀를

        한번 잡아볼 생각도 안하고 그대로 군대에 복귀했고

        다음 휴가에도 그 다음 휴가에도

        그녀를 만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강원도에 있는 부대까지 면회를 왔다.


(E) 걸어가는


남     (어색) 왔냐.

여     ....어.

남     웬일이냐.

여     그렇다고 정말 연락을 한번도 안해? 나 이제 안보려고?

남     적반하장도.... 반지 빼놓고 가버린 건 너였어.

여     그렇게 만든 게 누군데.

남     또 싸우자고?

여     ...... 몸은 좀 어때.

남     그런 걸 왜 니가 신경을 써. 무슨 상관이라고.

여     계속 이렇게 삐딱하게 나올거야? 나도 힘들어.

남     너 힘들게 안하고 싶어 그러니까. 이렇게 된 거.... 헤어지자.

        뭐 난 속으로 벌써부터 준비하고 있었으니까.

여     뭐?

남     너도 반가울 거 아냐. 너 노래를 불렀잖아.

        나이 차서 군대간 남자 친구 기다린다고 친구들이 다 너보고

        바보라 그런다면서.

여     그거야...

남     니가 그렇게 얘기할 때마다 내 맘이 어땠는지 알아?

        괜히 무능력한 놈이 여자 발목잡고 앞길 막는 것처럼...

여     그런 뜻으로 얘기한 적 한번도 없어. 왜 이래 정말?

남     그런 뜻으로 얘기한 적 없었겠지만. 난 그렇게 들렸어.

        그리고 나도.... 내 앞에 문제들이 너무 복잡하고 머리아파서

        너한테까지 신경쓰고 싶지가 않다. 그럴 정신이 없어.

여     .... 그래서 정말 헤어지자구?

남     나중에.... 나 제대하고 자리도 잡고. 그랬는데 서로한테

        좋은 사람 없고... 인연이 된다면.... 그때 다시 만날 수 있으면

        만나든가.....

여     차라리 다음 생에 만나자 그러지 왜?

남     그러든가..

여     하..... 그래. 알았어. (울먹하는 거 참으며)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왔는데. 못하고 가.

남     ......

여     잘 있고. 건강해. 선임들한테 너무 대들지 말고.

        성격 죽이면서 살아. 다음에 여자 만나면... 잘해주고.

        간다.


남     그녀가 눈물을 참아가면서 일어날 때까지

        나 역시 몰랐다.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은.

(M)   다음 사람에게는 / 조성모


남     솔직히 그때까진 그렇게도 생각했다.

        세상에 여자가 은서 하나 밖에 없는 것도 아니고.

        너무 어릴 때 만나 내 바닥까지 다 보여준 그런 여자보단

        사회에 나가서 내 입지도 좀 다지고

        뭔가 안정이 돼 있을 때 만나는 여자가

        더 좋은 여자일 거라고.

        내 생각대로, 제대하고 취직하고 몇 번의 연애를 했다.

        잠깐 만났다 헤어진 적도 있었고

        1년 가까이 만나다 헤어진 적도 있었다.

        이상했던 건...

        헤어지고 몇 년 동안 소식조차 알 수 없었던 은서가

        어디선가 꼭 나를 기다려주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그럴 리가.. 없는데 말이다.

(M)    거리에서 / 성시경

(E) 바닷가


남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그녀와 헤어지고 10년이 지났는데. 난 지금 혼자다.

        그리고 여러번의 연애를 했는데도.

        지금 내 마음 속에 남아 있는 사랑도

        10년 전 그 사랑이 유일하다.

        사랑도 계절처럼, 가면 또 온다고,

        누가 그런 말을 했던가.

        주말에 선 보라는 어머니의 엄명을 거부하고

        난 기차를 타고 봄바다를 보러

        그곳에 다시 왔다.

        그녀의 말대로, 봄을 맞은 바다는 뭔가 싱그럽고

        기운이 넘쳤다. 달라진 게 없어 보였다.

        그저.... 한 사람이 내 옆에 없을 뿐.

(M)    회상 / 터보


--------------------1부 끝 ----------------------

        

*잠시 뒤 음악에세이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부가 이어집니다.




(E) 바닷가


여     오래된 기억은 내 일부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10년 전. 나는 사랑하고 있었고. 청춘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때, 늘 같은 모습으로

        누군가의 곁에 있었다.


남     아 추워죽겠는데 바다는 왜 오자 그래가지구.

        여름도 아니고 겨울도 아니고. 어중띠게 봄에.


여     나에게도 생각이 있었다.

        군입대를 한달 앞둔 그에게 난 프로포즈를 할 생각이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그가 먼저 할 것 같진 않았기 때문이다.

        

남     아 배고파. 근처에 뭐 파는 데 없나?

여     으유 좀 걷다가.

남     잠깐만. 

여     뭐.

남     추우니까 내 주머니에 손 넣고 가.

여     됐거든. 주머니는 내 옷에도 있거든.

남     아 넣으라면 넣어.

여     참나.... 

(E) 부스럭

여     어? .... 이게 뭐야?

남     꺼내봐.

(E) 뭔가 꺼내고

여     뭔데...

(E) 딸깍 열고

여     ....반지잖아.

남     그래? 반지가 있어?

여     뭐야 이거...

남     반지도 있는데. 어떻게.. 프로포즈 해 봐?

여     뭐어?

남     우리... 결혼할까?


여     5분만 늦게 했어도 내가 먼저 하려고 했던 말.

        너무 기뻐서.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M)    행복한 나를 / 에코


(E) 기차 가는 소리

여     내가 증말, 생각할수록 웃겨 죽겠어. 치...

남     프로포즈 로맨틱하게 하라며. 그래서 바닷가 간 김에

        멋있게 했잖아.


여     나에겐 최고의 프로포즈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바닷가에서

        나보다 한발 앞서 해준 그의 청혼.

        내가 틱틱거렸던 건. 그러지 않으면 주책맞게 눈물이라도 나

        내 마음을 다 들켜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남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좀 그렇다? 왜 대답 안해? 내가 결혼할까?

        물어봤잖아.

여     생각 좀 해 봐야지.

남     뭐? 무슨 생각!

여     스스로에게 너무 자신감이 넘치는 거 아냐?

        다음달에 군대갈 사람이 프로포즈 해놓고 당장 답 내놓으라는 건!

남     군대 가기 전에 식올리자고 안한 거 다행으로 알어.


여     그때 그의 그런 말에, 내가 얼마나 설레고 좋았는지

        그사람은 몰랐을 것이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게 좀 후회가 된다.

        내 마음을 더 많이 표현해주지 못한 게.

(M)    라이야/ 메이비


여     그가 군대에 간 후

        난 더 열심히 일했다. 나에게도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제대하기 전에 한푼이라도 더 모아서

        동생들에게 주고 가고 싶었다.

        형편이 여의치 않아서 등록금 마련하느라 휴학을 반복해야만

        하는 두 동생에게 결혼하기 전에 어느 정도는 힘이 돼 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집안 형편상 부모님에게 의지할 수 없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그러던 어느날.

        그에게 면회가려고 나섰다가 부대 앞에서 그의 어머니를

        만나게 됐다. 어머니는 나를 읍내 작은 다방으로 데려가시더니

        조근조근 말씀하셨다. 처음엔 그냥 좀 만나다 말겠지 했는데

        이렇게까지 오래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면서.....

        어차피 군대에 있을 때 헤어지겠거니 생각은 하고 있지만

        결혼까진 생각하지 말라고.

        결혼은 가풍이 맞아야 하는 거라고.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가시처럼 와서 박혔다.

        사랑하는 사람의 어머니에게

        내가 이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마음 아팠다.

        결국 그날은 면회를 하지 못하고 돌아와야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지는 목련을 보며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M)    전화 한 번 못하니 / 왁스


(E)전화벨 소리


여     여보세요.

남     어. 나야.

여     (반가운 애써 내색 안하며 담담)휴가 나온거야?

남     응. 넌 어떻게 된거야. 저번에 면회 온다더니 오지도 않고.

여     바빴어.

남     그랬겠지. 안올거면 말을 말든가. 사람 괜히 기다리게 하고.

여     미안..

남     안 나올거야? 나 지금 니네집 근처 호프집이야.

여     ....집엔 들른거야?

남     나오자마자 이리로 왔어. 얼른 와.

여     집에 들러서 인사라도 하고 나오지?

남     너 나 만나기 싫어?

여     누가 그렇대? 괜히 나중에 어머니 아시면 나만 욕먹을까봐 그러잖아.

남     그런 걸 니가 왜 신경써. 얼른 나오기나 해.


여     차츰 정리해 달라던 그 사람의 어머니 말씀이

        생선 가시처럼 가슴 언저리에 걸려 있었지만

        난 애써 외면하면서 그를 만났다.

        죄송스러웠지만 나에게도 다른 방법이 없었다.

(M)    이별이 오지 못하게 / 페이지


(E)호프집 분위기


여     좀 먹어가면서 마셔. 자기 골뱅이 좋아하잖아.

남     됐어. 

여     기분이 왜 그렇게 다운이야. 휴가 나왔으면 즐겁게 보내다 가야지.

남     즐겁게? 하긴 니가 어떻게 알겠어.

        휴가 끝나면 복귀해야 되는데. 내가 지금 어떤 마음일지

        알기나 해?


여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애같기만 할까.

        외동아들로 너무 곱게만 자라서 그런지.. 힘든 걸 누구보다 못견디고

        싫어했다. 한번 말꼬투리를 잡기 시작하자 싸움은 겉잡을 수 없이

        커져버렸고. 결국.


(E) 반지 테이블에 탁 놓는

여     자!

남     야!

여     됐지? 반지 돌려줬다? 잘 가.


(E) 또각또각 나간다


여     그렇게 나가면서도 설마.. 했다.

        그가 와서 붙잡아 주겠지. 다시 내 손을 잡아 반지를 껴주겠지.

        이런 짓 다신 하지 말라고 안아주겠지.

        술집 앞에서 30분을 넘게 서 있었지만, 그는 나오지 않았다.

        전화도 오지 않았다. 그렇게 군에 복귀하더니

        그후로 몇 달동안 연락도 하지 않았다.

        많이 비참했다.

        부모님이 반대해도, 어떤 역경이 와도,

        난 이겨낼 자신이 있었는데. 내가 욕을 좀 먹더라도

        그 사람만 내 손 잡아준다면 헤쳐나갈 용기 있었는데.

        그는 아니었나보다.

        나만 그랬나보다.

        그는. 내 마음과 달랐나 보다.

(M)    A'ddio / 양파


여     밥을 먹을 수도 없고, 잠도 잘 수가 없어

        너무나 힘겨운 나날들이었다. 결국 난 나에게 지고 말았고.

        주말에 그의 부대를 찾아가 면회를 하게 됐다.

        하지만 그는 냉랭했다.

        내가 알던 그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여     ...... 몸은 좀 어때.

남     그런 걸 왜 니가 신경을 써. 무슨 상관이라고.

여     계속 이렇게 삐딱하게 나올거야? 나도 힘들어.

남     너 힘들게 안하고 싶어 그러니까. 이렇게 된 거.... 헤어지자.

        뭐 난 속으로 벌써부터 준비하고 있었으니까.


여     기가 막혔다. 겨우 이런 소리나 들으려고

        그 오랜 시간동안 힘들어하다가 여기까지 달려온건가.


남     나중에.... 나 제대하고 자리도 잡고. 그랬는데 서로한테

        좋은 사람 없고... 인연이 된다면.... 그때 다시 만날 수 있으면

        만나든가.....

여     차라리 다음 생에 만나자 그러지 왜?

남     그러든가..

여     하..... 그래. 알았어. (울먹하는 거 참으며)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왔는데. 못하고 가.

남     ......


여     하고 싶었던 말이 뭐냐고, 물어봐주길 바랬다.

        한마디만... 한마디만이라도....

        하지만 그는 끝내 아무 말이 없었고.


여     잘 있고. 건강해. 선임들한테 너무 대들지 말고.

        성격 죽이면서 살아. 다음에 여자 만나면... 잘해주고.

        간다


여     그렇게 그곳을 빠져나오면서, 눈물이 비오듯 흘렀다.

        하지만... 그래도 그것이 마지막이 될 줄은... 정말 몰랐다.

(M)    아름다운 이별 / 옥주현


여     그후로 10년이었다.

        동생들은 모두 대학을 졸업했고.

        막내는 디자인 공부하러 유학까지 갔다.

        사랑에 크게 데이고 나니 다른 사람 만나고 싶은 마음도 안들어

        죽어라 일만 했다. 그 덕에 회사에서 기반도 잡았고

        연봉도 많이 올라 동생들 공부시키는 데 지장이 없었다.

        그런데 정신 차려 보니 내 나이가 벌써 서른 일곱이다.

        주변에선 이제 날 노처녀라고 부르지도 않는다.

        왜 결혼 안하냐는 질문조차 하지 않는다.

        그냥 뒤에서 자기들끼리 쑥덕댄다.

        뭐 문제 있는 거 아니냐고....

        사람이 좀 어두워 보인다고....

        그러거나 말거나 난 지금 내 생활을 즐기고 있다.

        뭐 가끔, 아주 가끔, 옛생각이 날 때는

        맥주캔 하나 사가지고 집에 들어가

        강아지털을 쓰다듬으며 맥주를 마신다.

        그리고 음악을 듣는다.

(M)   포플러 나무 아래 / 이예린

        

(E)기차역 소음


남     봄바람이지만 바닷바람이 매서웠다.

        한참을 그렇게 그곳을 돌아다니다가 기차역으로 왔다.

        서울로 돌아가는 표를 끊고 시간이 좀 남아

        자판기 앞으로 가 커피를 뽑아 마신다.


여     바닷가 작은 간이역도 그대로다.

        갑자기 이 즈음의 바다가 그리워 이곳에 왔다.

        기차에서 내려 화장실에 들러 손을 씻는다.


남     커피를 마시고 나서

        다시 역사 안으로 들어온다.

        졸고 있는 할머니와 어린 손주가 보이고.

        주말에 놀러온 듯 보이는 대학생 커플도 보인다.


여     자판기 앞으로 간다. 커피를 뽑아 마신다.

        이곳의 풍경은 아직 그대로다.

        바다 냄새가 이곳까지 나는 것 같다.

        한발 한발... 바다 쪽으로 향한다.

        목련이 봉긋하게 피어, 참 예쁘다.


남     창밖으로 목련이 보인다.

        그 아래 한 여자가 걸어가는 뒷모습이 보인다.

        낯설지가 않다. 어쩌면 예전 그녀를 많이 닮아있는 것 같기도 하다.

        우습다. 아직도 모르는 사람 뒷모습에서도

        그녀 모습을 찾고 있다니.


여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져 잠시 뒤를 돌아본다.

        하지만 아무도 없다.

        우습다. 아직도, 영화에서처럼 모퉁이를 돌거나

        낯익은 여행지에 도착했을 때

        그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고 있다니.

        난 다시 바다로 향한다.

(M)   사랑할수록 / 부활


(E) 파도 소리


여     바다에서 보이는 낮은 둔덕 위에 목련 나무가 있다.

        그때도 저기에 저 나무가 있었나....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걷고 있다.


(E) 누군가가 뛰어오는 소리


남     (조금 헉헉대며) 저기요...


여     돌아보지 않았는데도. 난 온몸에 소름이 쏟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너무 오래 생각해 왔던. 그 목소리.


남     저기... 혹시 은서니.

        뒷모습이 아무리 생각해도 너인 것 같아서

        기차에 탔다가... 내렸어.

        내려서 여기까지 뛰어오면서 생각했어.

        만약에 정말 너라면.... 이제는 안놓친다.....

        이 생에서 너 안 놓친다. 다시는...


여     아 어떡해...... 이럴 줄 알았으면 화장이라도 곱게 하고 오는건데..

        이 꼴이 뭐야. 눈물은 쏟아지고 콧물까지 훌쩍대는데.

        돌아볼 수가 없다. 돌아봐지지 않는다.

        그렇게 서서 어깨 들썩이며 울고만 있다.

(M) 주제음

 





2009-04-02(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