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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385화 - 목련이 피어있는 바다
(M) 주제음 (네버엔딩스토리-부활)
남 봄이다. 목련이 피는가 싶더니 금방 꽃잎을 떨군다.
봄이라는 시간이 그렇다.
오는가 싶으면 간다.
청춘 같다.
사랑 같다.
(M) 언젠가는 / 이상은
(E) 바닷가 걷는 소리. 파도 소리 등.
남 오래된 기억은 내 일부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10년 전. 나는 사랑하고 있었고.
청춘이었다.
그때 내 곁에는 언제나 한결 같은 모습으로
나를 지켜주는 그녀가 있었다.
여 바닷가라 그런가... 춥다. 목도리 좀 단단히 매 봐.
남 그러니까 바다는 왜 오자 그래.
여름도 아니고, 겨울도 아니고. 어중띠게 봄에...
여 봄바다가 얼마나 좋은데 그래.
봄 되면 산에 움트고 꽃피고 하는 것처럼
바다에도 뭔가 새로운 게 있단 말야 봄엔.
남 새로운 게 있긴 뭐가 있어. 춥기만 하구만.
아... 배고파. 근처에 뭐 파는 데 없나?
여 으유~ 좀 걷다가.
남 걸었잖아. 백미터도 더 걸었겠다. 뭘 자꾸 걷재.
여 뭘 바라겠어. 암튼 무슨 분위기를 잡을 짬을 안주지.
남 윤은서양. 우리 사귄지 4년이다.
3개월만 돼도 무슨 호르몬인지 뭔지 다 바닥나서
남녀가 서로 이성으로 안보인다는데. 우리는 오래도 견뎠지 않냐?
여 증말 하는 소리마다 이뻐 죽겠네. 알았어. 어디 포장마차라도 있나
찾아보지 뭐.
남 잠깐만.
여 뭐.
남 추우니까 내 주머니에 손 넣고 가.
여 됐거든. 주머니는 내 옷에도 있거든.
남 아 넣으라면 넣어.
여 참나....
(E) 부스럭
여 어? .... 이게 뭐야?
남 꺼내봐.
(E) 뭔가 꺼내고
여 뭔데...
(E) 딸깍 열고
여 ....반지잖아.
남 그래? 반지가 있어?
여 뭐야 이거...
남 반지도 있는데. 어떻게.. 프로포즈 해 봐?
여 뭐어?
남 우리... 결혼할까?
(M) 청혼/ 조규찬
(E) 기차 가는 소리
여 내가 증말, 생각할수록 웃겨 죽겠어. 치...
남 프로포즈 로맨틱하게 하라며. 그래서 바닷가 간 김에
멋있게 했잖아.
여 참 나 자기 입으로 멋있대.
남 멋있는 건 인정을 해줘야지. 반지는 잘 맞아?
여 꽉 껴. 지 여자친구 반지 사이즈도 모르냐?
남 우와. 저 사이즈가 웬만하면 맞을 거라 그러던데.
너 손가락이 무슨.... 이제 보니까 좀 두껍긴 하네.
여 이게 뭐가 두꺼워. 일부러 제일 가는 걸로 맞췄지.
남 큼...
여 암튼 프로포즈 할 때도 장난이야? 매사에 진지한 맛이라곤 없지.
남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좀 그렇다? 왜 대답 안해? 내가 결혼할까?
물어봤잖아.
여 생각 좀 해 봐야지.
남 뭐? 무슨 생각!
여 스스로에게 너무 자신감이 넘치는 거 아냐?
다음 달에 군대갈 사람이 프로포즈 해놓고 당장 답 내놓으라는 건!
남 군대 가기 전에 식올리자고 안한 거 다행으로 알어.
여 하하.. 참나.... 암튼 스물 일곱씩이나 먹도록 군대도 안가고.
내가 진짜 못살아. 내 친구들이 다 나보구 미쳤대.
남 대학원 가서 공부 열심히 하랄 땐 언제고 이제와 딴소리야.
여 그거야.... 내가 이렇게 오랫동안 자기 만날 줄 몰랐지~
남 뭐? 너 진짜....
여 걱정마. 책임지는 차원에서 기다려 줄테니까.
남 뭘 책임져. 내가 널 책임지는거지.
여 뭔 소리야. 내가 자기 책임지는거지.
(서로 툭탁거리는데서)
(M) 책임져 / 언타이틀
남 얼마 후, 군대에 갔고. 태어나 처음으로 눈물이 쏙 빠지게
고된 훈련을 했다. 외아들에 편하게만 자라왔던 내게
군생활은 고난이었고 암흑기였다.
그리고 휴가를 나갔을 때.
(E) 호프집 분위기
여 좀 먹어가면서 마셔. 자기 골뱅이 좋아하잖아.
남 됐어.
여 기분이 왜 그렇게 다운이야. 휴가 나왔으면 즐겁게 보내다 가야지.
남 즐겁게? 하긴 니가 어떻게 알겠어.
휴가 끝나면 복귀해야 되는데. 내가 지금 어떤 마음일지
알기나 해?
여 남들 다 가는 군대다. 남자가 왜 그래? 쪼잔해 보이게.
남 뭐? 너 방금 말 다 했어?
여 그렇잖아. 봉덕씨 휴가 나와서 언제 한번 웃으며 들어간 적 있어?
맨날 상병이 갈구네 병장이 괴롭히네 하면서 불평만 하고.
들어가기 싫다 어떻다 하나마나한 투정만 부리고. 자기가 애야?
어른스럽지 못하게 왜 그래?
(E) 벌떡 일어나는
남 너 그렇게밖에 말 못하지? 너 군대가 그렇게 쉬워 보이면
니가 한번 가봐. 한참 창창할 때 2년을 넘게 내 맘대로 아무것도
못하고 그렇게 있어야 하는 기분. 니가 알아?
여 그게 내탓이야? 그리구, 자기는 성인이야.
자기한테 주어진 어려움을 스스로 잘 헤쳐나가는 의연한 모습을
보여봐. 이런 남자 뭘 믿고 시집을 가니?
남 믿음이 안 가면 결혼하지 마. 우리가 무슨 약혼을 했냐. 뭘했냐.
여 ...뭐?
남 그렇잖아. 꼴랑 반지 준 거? 요즘 반지 주고받는 건
중고등학생들도 다 하는 거고. 너 그거에 혹시 부담 갖고 있는
거면 절대 그러지 마.
여 아아..그래? 고마워. 안 그래도 받아놓고 부담됐는데
그렇게 얘기해줘서.
(E) 반지 테이블에 탁 놓는
여 자!
남 야!
여 됐지? 반지 돌려줬다? 잘 가.
(M) 한번만 더 / 핑클
남 성격이 불같았던 나는 그렇게 나가는 그녀를
한번 잡아볼 생각도 안하고 그대로 군대에 복귀했고
다음 휴가에도 그 다음 휴가에도
그녀를 만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강원도에 있는 부대까지 면회를 왔다.
(E) 걸어가는
남 (어색) 왔냐.
여 ....어.
남 웬일이냐.
여 그렇다고 정말 연락을 한번도 안해? 나 이제 안보려고?
남 적반하장도.... 반지 빼놓고 가버린 건 너였어.
여 그렇게 만든 게 누군데.
남 또 싸우자고?
여 ...... 몸은 좀 어때.
남 그런 걸 왜 니가 신경을 써. 무슨 상관이라고.
여 계속 이렇게 삐딱하게 나올거야? 나도 힘들어.
남 너 힘들게 안하고 싶어 그러니까. 이렇게 된 거.... 헤어지자.
뭐 난 속으로 벌써부터 준비하고 있었으니까.
여 뭐?
남 너도 반가울 거 아냐. 너 노래를 불렀잖아.
나이 차서 군대간 남자 친구 기다린다고 친구들이 다 너보고
바보라 그런다면서.
여 그거야...
남 니가 그렇게 얘기할 때마다 내 맘이 어땠는지 알아?
괜히 무능력한 놈이 여자 발목잡고 앞길 막는 것처럼...
여 그런 뜻으로 얘기한 적 한번도 없어. 왜 이래 정말?
남 그런 뜻으로 얘기한 적 없었겠지만. 난 그렇게 들렸어.
그리고 나도.... 내 앞에 문제들이 너무 복잡하고 머리아파서
너한테까지 신경쓰고 싶지가 않다. 그럴 정신이 없어.
여 .... 그래서 정말 헤어지자구?
남 나중에.... 나 제대하고 자리도 잡고. 그랬는데 서로한테
좋은 사람 없고... 인연이 된다면.... 그때 다시 만날 수 있으면
만나든가.....
여 차라리 다음 생에 만나자 그러지 왜?
남 그러든가..
여 하..... 그래. 알았어. (울먹하는 거 참으며)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왔는데. 못하고 가.
남 ......
여 잘 있고. 건강해. 선임들한테 너무 대들지 말고.
성격 죽이면서 살아. 다음에 여자 만나면... 잘해주고.
간다.
남 그녀가 눈물을 참아가면서 일어날 때까지
나 역시 몰랐다.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은.
(M) 다음 사람에게는 / 조성모
남 솔직히 그때까진 그렇게도 생각했다.
세상에 여자가 은서 하나 밖에 없는 것도 아니고.
너무 어릴 때 만나 내 바닥까지 다 보여준 그런 여자보단
사회에 나가서 내 입지도 좀 다지고
뭔가 안정이 돼 있을 때 만나는 여자가
더 좋은 여자일 거라고.
내 생각대로, 제대하고 취직하고 몇 번의 연애를 했다.
잠깐 만났다 헤어진 적도 있었고
1년 가까이 만나다 헤어진 적도 있었다.
이상했던 건...
헤어지고 몇 년 동안 소식조차 알 수 없었던 은서가
어디선가 꼭 나를 기다려주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그럴 리가.. 없는데 말이다.
(M) 거리에서 / 성시경
(E) 바닷가
남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그녀와 헤어지고 10년이 지났는데. 난 지금 혼자다.
그리고 여러번의 연애를 했는데도.
지금 내 마음 속에 남아 있는 사랑도
10년 전 그 사랑이 유일하다.
사랑도 계절처럼, 가면 또 온다고,
누가 그런 말을 했던가.
주말에 선 보라는 어머니의 엄명을 거부하고
난 기차를 타고 봄바다를 보러
그곳에 다시 왔다.
그녀의 말대로, 봄을 맞은 바다는 뭔가 싱그럽고
기운이 넘쳤다. 달라진 게 없어 보였다.
그저.... 한 사람이 내 옆에 없을 뿐.
(M) 회상 / 터보
--------------------1부 끝 ----------------------
*잠시 뒤 음악에세이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부가 이어집니다.
(E) 바닷가
여 오래된 기억은 내 일부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10년 전. 나는 사랑하고 있었고. 청춘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때, 늘 같은 모습으로
누군가의 곁에 있었다.
남 아 추워죽겠는데 바다는 왜 오자 그래가지구.
여름도 아니고 겨울도 아니고. 어중띠게 봄에.
여 나에게도 생각이 있었다.
군입대를 한달 앞둔 그에게 난 프로포즈를 할 생각이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그가 먼저 할 것 같진 않았기 때문이다.
남 아 배고파. 근처에 뭐 파는 데 없나?
여 으유 좀 걷다가.
남 잠깐만.
여 뭐.
남 추우니까 내 주머니에 손 넣고 가.
여 됐거든. 주머니는 내 옷에도 있거든.
남 아 넣으라면 넣어.
여 참나....
(E) 부스럭
여 어? .... 이게 뭐야?
남 꺼내봐.
(E) 뭔가 꺼내고
여 뭔데...
(E) 딸깍 열고
여 ....반지잖아.
남 그래? 반지가 있어?
여 뭐야 이거...
남 반지도 있는데. 어떻게.. 프로포즈 해 봐?
여 뭐어?
남 우리... 결혼할까?
여 5분만 늦게 했어도 내가 먼저 하려고 했던 말.
너무 기뻐서.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M) 행복한 나를 / 에코
(E) 기차 가는 소리
여 내가 증말, 생각할수록 웃겨 죽겠어. 치...
남 프로포즈 로맨틱하게 하라며. 그래서 바닷가 간 김에
멋있게 했잖아.
여 나에겐 최고의 프로포즈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바닷가에서
나보다 한발 앞서 해준 그의 청혼.
내가 틱틱거렸던 건. 그러지 않으면 주책맞게 눈물이라도 나
내 마음을 다 들켜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남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좀 그렇다? 왜 대답 안해? 내가 결혼할까?
물어봤잖아.
여 생각 좀 해 봐야지.
남 뭐? 무슨 생각!
여 스스로에게 너무 자신감이 넘치는 거 아냐?
다음달에 군대갈 사람이 프로포즈 해놓고 당장 답 내놓으라는 건!
남 군대 가기 전에 식올리자고 안한 거 다행으로 알어.
여 그때 그의 그런 말에, 내가 얼마나 설레고 좋았는지
그사람은 몰랐을 것이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게 좀 후회가 된다.
내 마음을 더 많이 표현해주지 못한 게.
(M) 라이야/ 메이비
여 그가 군대에 간 후
난 더 열심히 일했다. 나에게도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제대하기 전에 한푼이라도 더 모아서
동생들에게 주고 가고 싶었다.
형편이 여의치 않아서 등록금 마련하느라 휴학을 반복해야만
하는 두 동생에게 결혼하기 전에 어느 정도는 힘이 돼 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집안 형편상 부모님에게 의지할 수 없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그러던 어느날.
그에게 면회가려고 나섰다가 부대 앞에서 그의 어머니를
만나게 됐다. 어머니는 나를 읍내 작은 다방으로 데려가시더니
조근조근 말씀하셨다. 처음엔 그냥 좀 만나다 말겠지 했는데
이렇게까지 오래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면서.....
어차피 군대에 있을 때 헤어지겠거니 생각은 하고 있지만
결혼까진 생각하지 말라고.
결혼은 가풍이 맞아야 하는 거라고.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가시처럼 와서 박혔다.
사랑하는 사람의 어머니에게
내가 이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마음 아팠다.
결국 그날은 면회를 하지 못하고 돌아와야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지는 목련을 보며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M) 전화 한 번 못하니 / 왁스
(E)전화벨 소리
여 여보세요.
남 어. 나야.
여 (반가운 애써 내색 안하며 담담)휴가 나온거야?
남 응. 넌 어떻게 된거야. 저번에 면회 온다더니 오지도 않고.
여 바빴어.
남 그랬겠지. 안올거면 말을 말든가. 사람 괜히 기다리게 하고.
여 미안..
남 안 나올거야? 나 지금 니네집 근처 호프집이야.
여 ....집엔 들른거야?
남 나오자마자 이리로 왔어. 얼른 와.
여 집에 들러서 인사라도 하고 나오지?
남 너 나 만나기 싫어?
여 누가 그렇대? 괜히 나중에 어머니 아시면 나만 욕먹을까봐 그러잖아.
남 그런 걸 니가 왜 신경써. 얼른 나오기나 해.
여 차츰 정리해 달라던 그 사람의 어머니 말씀이
생선 가시처럼 가슴 언저리에 걸려 있었지만
난 애써 외면하면서 그를 만났다.
죄송스러웠지만 나에게도 다른 방법이 없었다.
(M) 이별이 오지 못하게 / 페이지
(E)호프집 분위기
여 좀 먹어가면서 마셔. 자기 골뱅이 좋아하잖아.
남 됐어.
여 기분이 왜 그렇게 다운이야. 휴가 나왔으면 즐겁게 보내다 가야지.
남 즐겁게? 하긴 니가 어떻게 알겠어.
휴가 끝나면 복귀해야 되는데. 내가 지금 어떤 마음일지
알기나 해?
여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애같기만 할까.
외동아들로 너무 곱게만 자라서 그런지.. 힘든 걸 누구보다 못견디고
싫어했다. 한번 말꼬투리를 잡기 시작하자 싸움은 겉잡을 수 없이
커져버렸고. 결국.
(E) 반지 테이블에 탁 놓는
여 자!
남 야!
여 됐지? 반지 돌려줬다? 잘 가.
(E) 또각또각 나간다
여 그렇게 나가면서도 설마.. 했다.
그가 와서 붙잡아 주겠지. 다시 내 손을 잡아 반지를 껴주겠지.
이런 짓 다신 하지 말라고 안아주겠지.
술집 앞에서 30분을 넘게 서 있었지만, 그는 나오지 않았다.
전화도 오지 않았다. 그렇게 군에 복귀하더니
그후로 몇 달동안 연락도 하지 않았다.
많이 비참했다.
부모님이 반대해도, 어떤 역경이 와도,
난 이겨낼 자신이 있었는데. 내가 욕을 좀 먹더라도
그 사람만 내 손 잡아준다면 헤쳐나갈 용기 있었는데.
그는 아니었나보다.
나만 그랬나보다.
그는. 내 마음과 달랐나 보다.
(M) A'ddio / 양파
여 밥을 먹을 수도 없고, 잠도 잘 수가 없어
너무나 힘겨운 나날들이었다. 결국 난 나에게 지고 말았고.
주말에 그의 부대를 찾아가 면회를 하게 됐다.
하지만 그는 냉랭했다.
내가 알던 그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여 ...... 몸은 좀 어때.
남 그런 걸 왜 니가 신경을 써. 무슨 상관이라고.
여 계속 이렇게 삐딱하게 나올거야? 나도 힘들어.
남 너 힘들게 안하고 싶어 그러니까. 이렇게 된 거.... 헤어지자.
뭐 난 속으로 벌써부터 준비하고 있었으니까.
여 기가 막혔다. 겨우 이런 소리나 들으려고
그 오랜 시간동안 힘들어하다가 여기까지 달려온건가.
남 나중에.... 나 제대하고 자리도 잡고. 그랬는데 서로한테
좋은 사람 없고... 인연이 된다면.... 그때 다시 만날 수 있으면
만나든가.....
여 차라리 다음 생에 만나자 그러지 왜?
남 그러든가..
여 하..... 그래. 알았어. (울먹하는 거 참으며)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왔는데. 못하고 가.
남 ......
여 하고 싶었던 말이 뭐냐고, 물어봐주길 바랬다.
한마디만... 한마디만이라도....
하지만 그는 끝내 아무 말이 없었고.
여 잘 있고. 건강해. 선임들한테 너무 대들지 말고.
성격 죽이면서 살아. 다음에 여자 만나면... 잘해주고.
간다
여 그렇게 그곳을 빠져나오면서, 눈물이 비오듯 흘렀다.
하지만... 그래도 그것이 마지막이 될 줄은... 정말 몰랐다.
(M) 아름다운 이별 / 옥주현
여 그후로 10년이었다.
동생들은 모두 대학을 졸업했고.
막내는 디자인 공부하러 유학까지 갔다.
사랑에 크게 데이고 나니 다른 사람 만나고 싶은 마음도 안들어
죽어라 일만 했다. 그 덕에 회사에서 기반도 잡았고
연봉도 많이 올라 동생들 공부시키는 데 지장이 없었다.
그런데 정신 차려 보니 내 나이가 벌써 서른 일곱이다.
주변에선 이제 날 노처녀라고 부르지도 않는다.
왜 결혼 안하냐는 질문조차 하지 않는다.
그냥 뒤에서 자기들끼리 쑥덕댄다.
뭐 문제 있는 거 아니냐고....
사람이 좀 어두워 보인다고....
그러거나 말거나 난 지금 내 생활을 즐기고 있다.
뭐 가끔, 아주 가끔, 옛생각이 날 때는
맥주캔 하나 사가지고 집에 들어가
강아지털을 쓰다듬으며 맥주를 마신다.
그리고 음악을 듣는다.
(M) 포플러 나무 아래 / 이예린
(E)기차역 소음
남 봄바람이지만 바닷바람이 매서웠다.
한참을 그렇게 그곳을 돌아다니다가 기차역으로 왔다.
서울로 돌아가는 표를 끊고 시간이 좀 남아
자판기 앞으로 가 커피를 뽑아 마신다.
여 바닷가 작은 간이역도 그대로다.
갑자기 이 즈음의 바다가 그리워 이곳에 왔다.
기차에서 내려 화장실에 들러 손을 씻는다.
남 커피를 마시고 나서
다시 역사 안으로 들어온다.
졸고 있는 할머니와 어린 손주가 보이고.
주말에 놀러온 듯 보이는 대학생 커플도 보인다.
여 자판기 앞으로 간다. 커피를 뽑아 마신다.
이곳의 풍경은 아직 그대로다.
바다 냄새가 이곳까지 나는 것 같다.
한발 한발... 바다 쪽으로 향한다.
목련이 봉긋하게 피어, 참 예쁘다.
남 창밖으로 목련이 보인다.
그 아래 한 여자가 걸어가는 뒷모습이 보인다.
낯설지가 않다. 어쩌면 예전 그녀를 많이 닮아있는 것 같기도 하다.
우습다. 아직도 모르는 사람 뒷모습에서도
그녀 모습을 찾고 있다니.
여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져 잠시 뒤를 돌아본다.
하지만 아무도 없다.
우습다. 아직도, 영화에서처럼 모퉁이를 돌거나
낯익은 여행지에 도착했을 때
그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고 있다니.
난 다시 바다로 향한다.
(M) 사랑할수록 / 부활
(E) 파도 소리
여 바다에서 보이는 낮은 둔덕 위에 목련 나무가 있다.
그때도 저기에 저 나무가 있었나....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걷고 있다.
(E) 누군가가 뛰어오는 소리
남 (조금 헉헉대며) 저기요...
여 돌아보지 않았는데도. 난 온몸에 소름이 쏟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너무 오래 생각해 왔던. 그 목소리.
남 저기... 혹시 은서니.
뒷모습이 아무리 생각해도 너인 것 같아서
기차에 탔다가... 내렸어.
내려서 여기까지 뛰어오면서 생각했어.
만약에 정말 너라면.... 이제는 안놓친다.....
이 생에서 너 안 놓친다. 다시는...
여 아 어떡해...... 이럴 줄 알았으면 화장이라도 곱게 하고 오는건데..
이 꼴이 뭐야. 눈물은 쏟아지고 콧물까지 훌쩍대는데.
돌아볼 수가 없다. 돌아봐지지 않는다.
그렇게 서서 어깨 들썩이며 울고만 있다.
(M) 주제음
2009-04-02(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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