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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19일 목요일 방송 원고 및 수록곡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379화 - 사랑 그후, 이별 그후


(M) 주제음   사랑의 서약 / 한동준


(E) 웨딩마치 울려퍼지며 -


여     결혼식은 대성황이었다.

        무려 오십명에 달하는 친구들이 축하를 해주기 위해

        모여 들었고.

        그리하여 지인 사진 촬영도 세번에 걸쳐서

        치러졌다. 얼굴 마주치는 친구마다

        너 시집 잘가는구나~ 라는 표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부러움 또는 질투의 감정을

        내게 보였고. 나 역시 그 상황이 싫지 않았다.

        내 남편은 얼굴이면 얼굴, 키면 키, 학벌이면 학벌, 직업이면 직업

        뭐하나 빠지는 거 없는

        말하자면 킹카 남편이었으니까!

(M)    달아요 / 박정현


(E) 바닷가 걷는 소리


여     발리로 신혼여행 오길 정말 잘했어.

남     그러게. 진짜 한가롭고. 깨끗하고 좋다.

여     리조트두, 잘 고른 것 같애. 좀 비싸긴 했지만

        사생활 보호 제대로 받으면서. 고급스럽구.

남     좀 많이 비쌌지.

여     뭐 어때. 일생에 한번뿐인 신혼여행인데 이정돈 해줘야지.

남     뭐 한국 가서 결산해봐야 알겠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왔는데도 적자일 것 같애.

        호텔에서 괜히 예식을 했나봐.

여     뭐?

남     그냥 보통 예식장에서 했어도 됐는데.

여     무슨 소리야! 그렇게 일급 호텔에서 했으니까

        사람들도 그만큼 온 거고. 다들 봐. 식사 맛있다구 침이 마르잖아.

남     솔직히 나쁘지 않았지만. 생각해 봐. 결혼식이 한달이면 몇건인데

        사람들, 다 잊어버려. 그날만 좋다 그러지. 몇달만 지나봐라.

        그 사람이 어디서 결혼했나, 밥이 뭐 나왔나, 그거 기억하는

        사람 있을 것 같애?

여     우리가 기억하잖아.

        내 결혼식은 최고였다. 그거 평생 기억할 거 아냐.

남     그래... 그렇다고 치자.

여     어우 여기까지 와서 그런 거 계산만 하고 있을거야?

        누가 회계사 아니랄까봐!

남     그런가...?

여     우리 인생 플랜도 짜고. 미래에 대한 서로의 생각도 얘기하고.

        뭐 그런 거 해야 하는 거 아냐?

남     그래? 그럼 자기부터 얘기해 봐.

        10년 후에 우린 뭐하고 있을 것 같애?

여     음... 아이는 하나. 딸이든 아들이든. 딱 하나 있을 것 같고.

        집은 적어도 오십평대? 고급 주상복합 정도...?

        그리구. 나랑 당신이랑 좋은 차 한대씩 굴리면서?

        나는 박사 과정 다 마치고 전임강사 자리 정도.

        당신은 독립해서 당신 이름으로 된 사무실 운영하고 있고. 어때?

남     생각만 해도 좋냐?

여     응. 좋아 죽겠네~

(M)    좋아좋아 / 서영은


여     그리고 정확히 3년 후.

        여기는 가정법원 앞이다.


(E) 또각또각 계단 내려오는 소리


여     (신경질) 아 왜 따라오구 그래.

남     길이 이거 하난데 어디로 가라구 그럼!

여     아 쫌 있다 오면 되잖아!

남     니가 좀 있다 나와. 별 걸 다 갖구 시비야 진짜!

여     어으 짜증.

남     나도 짜증이거든?

        (하며 전화기 꺼내 버튼 누르면)

여     또 어따 전화해! 그 기지배한테 전화하는 거 아냐?

남     또 그 소리다!

여     왜~ 이제 이혼했으니까 홀가분하게 만나자고 전화라도 하지 그래?

남     어~ 그거 좋은 아이디어네. 가르쳐 줘서 고맙습니다!!!

여     천만에요!!!! 

남     그럼 안녕히 가세요!!!

여     그쪽도 안녕히 가세요!!!!

(M)    뜨거운 안녕 / 토이


(E) 문 쾅 닫고 들어온다.


여     드디어 이혼을 했다. 하고야 말았다.

        우리에겐 백일이 막 지난 아들이 하나 있다.

        아들은 지금 시댁에 맡겨져 있다.

        나도 마음 추스를 시간이 필요해 그렇게 하자고 했다.

        아직 집은 아무 것도 변한 게 없다.

        재산분할이니 이사니, 큰 일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아이의 흔적.

        그리고 그 사람의 흔적.

        그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집으로 돌아와

        몇시간을 멍하게 앉아 있었다.

        앉아있다 보니, 눈물도 났다.

        일이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왜 이 지경까지 됐는지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알 수 없었다.

(M)    흩어진 나날들 / 강수지


(E) 보글보글 끓는 소리


여     신혼 땐 좋았다. 비록 선보고 3개월만에 결혼한 거긴 했지만

        서로가 잘 맞았고. 추억이야 살면서 만들어가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여     여보~ 자기야~ 밥 먹어요.


(E) 나온다


남     어우 된장찌개 냄새 죽인다.

여     맛있게 먹고. 힘내서 돈 많이 벌어와~

남     무섭다 무서워. 오늘 뭐할거야?

여     오전엔 짐정리 좀 마저하구. 오후에는 학교 가서 입학원서도 좀 받아        오구.

남     입학을 벌써 하게?

여     얘기했잖아. 결혼하면 바로 대학원 갈거라구.

남     요새 대학원비 장난 아닐텐데?

여     걱정마. 나 시집 오기 전에 벌어놓은 거, 대학원비는 돼.

남     그렇게 많이 벌었어?

여     그럼~ 내가 얼마나 알뜰한데~ 나 실속파야.

남     난 자기가 맨날 명품 좋아하고 그러길래 씀씀이 큰 줄 알았는데.

여     명품 좋아한다구 씀씀이 큰 거 아니야.

        싼 거 여러 개 사느니, 좋은 거 하나 산다. 그게 내 모톤데 뭐.

        철철이 싼 거 여러개 막 사들이느니.

        몇년에 한번, 좋은 거 사서 오래 들고 오래 신는 게 더 남는 장사야!

남     그런가?

여     그러니까 자기두 나한테 가계부 딱 맡겨놓으면 문제 없을 거야.

남     가계부?

여     월급 말이야. 참. 당신 월급날이 언제지?

남     월급을 맡기라구?

여     ...... 그럼 안 맡길라구?


(E) 땡! (권투시작을 알리는 종소리)


여     그때부터가 아마. 1회전 시작이었을 것이다.


(M) 권투경기 오프닝곡


여     나랑 얘기좀 해 자기.

남     (귀찮다) 아침에 실컷 했잖아. 무슨 얘길 또 해!

여     결론이 안났잖아. 그래서 월급 안주고, 그때 그때 생활비를 주겠다구?

남     필요하면 얘기해. 그때그때 주겠다니까?

여     그러니까. 필요한 게 뭔지, 왜 필요한지 보고를 하라는 거 아냐!

남     그렇지!!

여     아니 왜? 내가 이집 도우미야? 내가 왜 그래야 돼?

남     그럼 당신 주장은 뭔데!

여     아침에도 입이 닳도록 말했잖아!

        당신 월급 내 통장으로 자동이체 시켜놓으면. 내가 당신 용돈 주겠다        구!    

남     아니 나는 왜 그래야 하는데? 내가 번 돈이야! 왜 내가 내 맘대로

        못쓰고. 당신한테 맡겨서 타쓰라는 거야?

여     이이가 말하는 거 봐? 내가 번 돈?

        당신 아직 결혼하기 전이랑 착각하는 것 같은데. 당신이 번 돈이 아·        니지 이젠! 우리 돈이지. 공동재산!

남     그만하자. 이거 얘기 길어져봐야 서로 치사한 꼴만 보이겠다.

여     누가 할소리! 그러니까 더 길게 얘기하지 말고. 내 통장으로

        자동이체 시켜!

남     아 안된다니까 그러네!!!!

(M)    Money / 왁스


여     결국 그 사건은 우리가 시댁 어른들 앞에서

        서로의 논리를 펼쳐 보이고.

        시어머니가 내 손을 들어줌으로 일단락 지어졌다.

        시어머니는 본인이 평생 시댁의 경제권을 쥐고 있었으므로

        오늘날 이만큼이라도 살게 됐다며.

        여자가 재테크를 해야 그나마 가정 경제에 보탬이 된다는

        말로서 나를 두둔해주셨다.

        남편은 입이 댓발이나 나왔지만.

        뭐 별 수는 없었다.

        두번째 큰 싸움은 예기치 않은 상황에 시작되었다.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였다.

        

(E) 전기청소기 미는 소리


남     여보.


(E) 청소기 끄고


여     어? 왜?

남     그거 좀 나중에 하면 안돼?

여     아우 당신두 그러고만 있지 말구. 걸레 들고 좀 닦어. 집이 먼지투성        이야!

남     아 그러니까 집이 먼지투성인데 왜 평일에는 냅두고 있다가

        좀 쉴만한 일요일만 되면 이 난리야.

여     혼자서 이 많은 일을 언제 다 해! 좀 도와달라는 거지.

남     아니 나 밖에서 일할 때 당신은 뭐하는데!

여     나는 뭐 놀아? (욱하다가 참으며) 그래. 알았어. 내가 청소 할테니까

        당신은 나가서 사우나라도 하고 오든가.

남     잠 좀 잘랬더니...

여     싸우나 하고 오라구. 거기서 자고 오든가!!!!

남     승질이야. 알았어.


(E) 신발 신고 나간다


여     어우 웬수! 왜 저렇게 게을러??


(E) 방문 열고 들어가며 다시 청소기 켠다.


여     어우... 이 책들 진짜! 갖다 버릴 거 좀 버리래리까!


(E) 청소기 끄고 책들 뒤적이는


여     이러니 먼지가 쌓이지. 무슨 책이 이렇게 많아. 이건 버려도 되나.


(E)넘기다가 문득 멈추는


여     이게 뭐야?


여     여자사진이었다. 사진에 찍힌 날짜를 보니.

        나와 결혼하기 불과 6개월  전에 찍은 사진이었다.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면 나와 선보기 3개월 전.

        배경은 일본이었고.

        여자는.... 무지 예뻤다.

        기가 막혔다. 이 사진이 왜 지금 내 손에 있는것인가.


(E) 땡!!!


여     그리하여, 2차전이 시작되었다.

        그것은 심각한 파장을 일으켰다.



---------------------1부 끝 -------------


*잠시 뒤 음악에세이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부가 이어집니다.


(E) 사진 탁 놓는


여     설명해 봐. 누구야?

남     ........

여     누구 사진인데. 이게 아직 당신 책 속에 있냐구.

남     내놔.

여     내놔?

남     .....

여     미안해,가 아니라. 내놔?

남     내가 왜 미안해라고 해야 되는데?

여     ....뭐?

남     너 만나기 전 여자야. 내가 뭐 죄졌어?

여     물론.... 그건 아니야. 그렇지만. 이 여자 사진을 왜 여기까지

        끌고 와?

남     예전 책속에 있었는데. 몰랐나보지. 그러니까 이리 달라구.

여     주면 뭐하게?

남     니꺼 아니잖아!!

여     여기 보니까, 일본 같은데. 둘이 같이 여행이라도 갔던 거야?

남     나 세미나 가는데 따라왔었어. 됐냐?

여     뭐? 그러니까 두 사람이 해외까지 같이 갔다온 사이라구?

남     3년 사겼던 여자야.

여     3...3년.. 

남     선볼 때 잠깐 얘기했잖아. 예전에 사겼던 여자 있다구!

        당신은 뭐 만났던 남자 없어?

여     난 그렇게 깊이 사겼던 남자 없거든?

남     그게 지금 와서 왜 중요해. 그만 하자.

여     잠깐만. 그럼 둘이 결혼까지 할 뻔 했던 사이야 설마?

남     솔직히 말해?

여     그래. 솔직하게!

남     결혼 생각도 당연히 했지. 3년이나 만났고. 서로 사랑했고.

        나이도 그랬고.


여     그이는 그말을 말았어야 했다.

        다른 여자와 결혼을 생각했다는 이야기.

        서로 사랑했다는 이야기.

        설사, 그게 진실이었다 해도

        내게 차라리 거짓말을 했어야 했다.


남     솔직히 말하래서.. 말한건데....

여     .....

남     여보.


(E)사진 쫙쫙 찢는 소리


남     여보!! 야! 뭐 하는거야! 왜 남의 사진을 찢구 그래.

여     뭐? 결혼을 하려 그랬어? 서로 사랑했어? 그 얘길 어떻게

        내 앞에서 그렇게 자연스럽게. 나에 대한 배려는 없는거야?

        정말 그래?

(M)    사랑이 저만치 가네 / 이수영


여     물론 나도 후회는 했다.

        아무리 화가났다고 해도, 사진을 찢어선 안됐다.

        그렇다고, 집을 뛰쳐나가 외박을 하는 남자의 마음은 뭔가.

        아니, 내가 두 사람의 결혼을 반대했나?

        내가 갈라놨나 말이다.

        둘은 삼년을 만났다는데. 그때 난 연애기간 결혼생활 다 합쳐도

        1년이 안됐을 때였다.

        서러웠다. 울고 또 울었다.

        그러다 날이 밝았다.

        해가 뜨는 걸 바라보는데. 예전에 내가 많이 짝사랑했던 사람 얼굴이

        문득 떠올랐다. 그사람 때문에 울고 웃던 날들이 생각났다.

        제대로 연애다운 연애도 못해봤지만

        지금 생각해도 애틋하고, 좋은 사람.

        이미 장가가서 아들 딸 낳고 잘 살고 있는 거 뻔히 알면서도

        언젠가 한번. 길을 가다가라도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런 사람 하나씩 가슴에 품고 있는 게 뭐 나쁜가.

        나에겐 그런 사람이 있으면서, 왜 그 사람의 사랑은 이해하지 못하고

        사진을 찢는 짓까지 하고 말았나.

        한번 생각을 그렇게 하기 시작하니

        또 끝없이 미안해졌다.

(M)    사랑해 미안해 / 지아


(E) 똑똑....


남     누구세요.


(E)문 열고 들어온다.


남     웬일이야.

여     몰라물어?

남     ....

여     그렇게 나가서 어디서 잔거야.

남     사무실에서.

여     못살아 진짜. 속옷이랑. 칫솔이랑. 죽이랑.. 좀챙겨왔어.

남     죽은 뭐하러...

여     아침 거르면 못살잖아.

남     ..... 나 곧 회의 있어.

여     이거....


(E) 뭔가 내놓는


남     너.. 이게.... 뭐야...

여     미안하게 됐어. 사진 찢은 거.

남     아니 그렇다구...

여     내가 한조각도 안부족하게 다 모아서 붙였거든?

        물론 깜쪽같진 않지만. 대강 비슷은 하잖아.

남     누가 이러래? 내가 뭐, 이깟 사진이 중요해서 화낸 거 아니잖아!

        나는 그냥....

여     (OL) 알아. 뭔지... 대강 알 것 같애.

남     ......

여     암튼 나도 이걸로, 내가 미안한 건 표시했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당신        두 다신 이런 일로 집 뛰쳐나가구, 외박하구, 그러지 마.

남     ..... 알았어.

여     한숨도 못잤어.

남     .... 미안하다.


여     그러더니, 남편은 내가 일일이 이어붙인 그 사진을

        휴지통에 버렸다.


남     이런 건 아무 의미 없어. 지금 나한텐 당신이 가장 큰 의미야.

(M)    다줄거야 / 조규만


여     그래. 생각해보면, 그런 날들도 있었다.

        서로 안달복달 하면서도, 이해하려고 하고 받아주려고 했던 날들.

        얼마 후 난 임신을 했고.

        학교도 휴학해야 했다. 성격은 점점 예민해져갔고,

        남편의 일을 계속 바빠져만 갔다.

        그리고, 운명의 그 사건이 터졌다.


(E)땡!!! 


여     우리의 마지막 라운드였다.


(E) 전화하는


남     여보세요.

여     어디야?

남     회사지. 

여     오늘도 늦어?

남     아무래도 좀 그렇겠지?

여     예정일도 얼마 안남았는데, 일찍일찍 좀 들어오지.

남     미안해. 혹시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전화하고.


여     그리고 새벽 1시.

        그때까지 남편은 들어오지 않고 있었고

        난 갑작스레 진통을 느껴 일어났다.

        그냥 지나가는 가진통인 줄 알았는데

        점점 진통의 강도가 세져만 갔다.

        놀란 나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원이 꺼져 있었다.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봤지만 아무도 받질 않았다.

        할 수 없이 혼자서 콜택시를 불러 병원으로 향했고.

        분만실에도 혼자 들어갔다.

        친정 시댁 모두 지방이라, 결국 난 혼자서 아이를 낳아야 했다.

        아픈 것보다 서러운 게 더하다는 걸 그때 알수 있었다.

        술에 취해 집에 온 남편은 내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 채

        잠들었다가, 아침에서야 부랴부랴 병원으로 달려왔고.

        그땐 이미 아이가 태어난 후였다.

(M)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 / 장필순


남     여보.. 내가 진짜... 할 말이 없다.

여     전화기 왜 꺼져 있었어?

남     그러니까. 그게... 배터리가 나갔나봐. 몰랐지 뭐야. 술먹다가.

여     그놈의 술!! 술이 그렇게 좋니? 회사에서 일한다면서!

남     술도 일의 연장이야. 나도 좋아서 먹는 거 절대 아니다?

여     웃기지 마! 마누라가 애 낳는 줄도 모르고 술 먹을 거면

        그냥 술이랑 살아!!!

남     에이 당신은.... 산모가.. 흥분하면 안돼. 응?

여     날 그렇게 위해주는 사람이. 나 혼자 애를 낳게 해?

남     우리 아들봤어? 나랑 똑같이 생겼더라. 진짜 잘생겼어.

여     흥!!!

남     미안해. 앞으로 내가 진짜 잘할께. 응?

(M)    그대라면 / 알렉스


여     아이를 낳은 후, 2주 동안 산후조리원에 가 있기로 했다.

        며칠 동안 함께 지내던 남편은 방이 너무 좁다면서

        잠은 집에 가 자겠다고 했다.

        그런데 처음엔 매일매일 제시간에 조리원에 들렀던 남편이

        좀 늦기도 하고, 아예 건너뛰기도 했다.

        뭐 바빠서 그러려니, 이해하고 있었는데.


(E)전화벨 


여     여보세요? 어, 수미니? 넌 친구가 애를 낳았는데 와보지도 않냐?

        그래, 언제 올거야. (하다가) 왜 그래? 무슨 얘긴데. 괜찮아 해봐.

        (사이) 뭐어? 너 그거 진짜야? 지금 어딘데! 알았어!!!!


(E)전화끊고


여     친구 말에 의하면, 남편은 지금 고급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낯선 여인과 식사중이라고 했다. 그녀와 몹시 친근해 보였으며

        고기를 잘라서 접시에 직접 놔주는 친절까지 베풀고 있다고 했다!

        이럴수가!!! 

        난 조리원에 얘기해서 외출증을 끊었고.

        옷을 갈아입고. 택시에 올랐다.

(M)    남자 / 남규리


여     조리원에서 멀지 않은 그곳에 도착했을 때.

        남편은 계산서에 사인을 하고 있었고. 어디서 많이 본듯한 그여잔

        남편 뒤에 얌전히 서 있었다.


여     여보!

남     (소스라치게 놀라고) 여..여보... 여기는 어떻게.....

여     이 여자 누구야?

남     아니... 여기 어떻게 왔냐구. 조리원에 있어야지. 차..찬바람 쏘이면....

여     누구냐구 묻잖아. 오늘 야근있어서 못올거라며!

남     여보.... 나가자. 나가서 설명할께.

여     왜? 여기서 해보지. (하다가 문득 깨닫는) 지금 이 여자... 그여자잖        아. 사진!!!

남     아니 여보.... 그게.....

여     지금.... 그러니까..... 당신 옛사랑을 만난거야?

        당신 마누라는 당신 애 낳고 조리원에서 몸풀고 있는데.

        당신은 이렇게 좋은 데서. 옛날 여자 만나서 맛있는 거 먹고

        고기 썰어서 놔주고. 히히덕거리면서?

남     사람들 보잖아.

여     보면 어때!!! 왜. 사람들이 보는 건 창피하고.

        당신이 한 짓은 안 창피하니? 지금 무슨 짓을 한건지 알아?

(M)    체념 / 빅마마


(E) 방문 열고 들어오는


남     일단 진정하고 쉬어.

여     진정하게 생겼어? 쉬게 생겼어?

남     우리 헤어지고 나서, 해외 지사 나갔는데. 오랜만에 들어왔다고

        연락이 왔더라. 나 결혼한 것도 몰랐었대.

여     웃기고 있네. 몰라? 당신 홈페이지만 한번 들어와 보면

        다 알 수 있는 사실을, 몰랐다구? 지금 그 말을 믿어?

남     밥 한번 먹자고 해서, 그냥 먹은거야.

여     나한테 거짓말하구?

남     그럴 수 있잖아. 그게 뭐 그렇게 중요해. 어차피 나는 애아빠고.

여     쿨한 척 하지마. 그냥 알고 지내던 친구도 아니고. 결혼하려고 했던

        여자야. 그런 여자를 왜 만나. 그리고 당신.

        아까 나랑 마주쳤을 때. 나보다 그 여자 기분을 더 신경썼었어.

        그여자 당황하는 게 더 안타까운 눈치였구.

남     그거야, 당신이 그렇게 들이닥쳐서 무식하게 그럴 줄 몰랐으니까.

여     뭐? 무식?

남     그래. 무식.

여     관두자. 

남     그래. 없던 일로 해. 그게 맘 편해.

여     관두자구. 우리 이혼하자구.

남     뭐?

여     이혼해. 난 이대론 못살아.

(M)    이별살이 / 린


여     그후로 100일간은 말 그대로 전쟁이었다.

        시부모님 친정부모님 모두 상경하셔서 우리를 말리고 달래고 야단도         치셨지만, 한번 갈라지기 시작한 관계는 회복불능 상태에 이르렀다.

        남편은 자기밖에 몰랐고, 난 고집이 ?다.

        아이를 돌보고, 그 기쁨으로 빛나야 할 그 시간들은

        서로에 대한 원망과 미움과 눈물로 얼룩졌다.

        그리고 결국. 오늘 우리는 합의이혼하기로 했다.

        지난 3년이 필름처럼 머릿속을 흐르며

        난 소파에 엎드려 울다가. 침대에 누워 울다가. 베란다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울다가 했다.

(M)    가슴앓이 / 지영선


(E)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 다시 누르는 소리.

(E) 벨소리


여     누구세요.

남     .....나야.

여     왜.

남     문 열어. 비밀번호 바꾼거야?

여     바꿨어. 

남     문 좀 열어봐.

여     뭐하게. 짐은 나중에 부쳐주기로 했잖아.

남     짐 가지러 온 거 아냐. 얘기 좀 하자.

여     무슨 얘기. 거기서 해.

남     우리 아직 이혼한 거 아니야. 서류 접수해야 하잖아.

여     난 내일 당장 할거야. 그게 중요해?

남     하기 전에. 얼굴 한번만 보고. 그 다음에 결정하자.

여     얼굴은 질리도록 보지 않았어?

남     우리 오늘이 결혼기념일이더라.

여     가. 동네 챙피해.

남     그때는 참 욕심이 많았어. 집은 몇평에 차는 뭐에... 이런 게

        앞으로 우리 결혼 생활의 행복을 보여주는 잣대 같은 게

        될 거라고 생각했거든.

여     ......

남     우리가 서로를  믿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지

        서로의 아픔을 보듬기 위해서, 어떤 희생을 해야 하는지

        그런 거에 대한 계획이나 준비는 전혀 없었던 것 같애.

        결혼했으니까..... 뭐 알아서 잘 살아지겠지. 그랬던 것 같애.

여     .........

남     난 아직.... 서류 접수 못시켜. 오늘 법원 나와서

        지금까지 걸었어. 걸어가면서 생각했어. 우리가 왜 이렇게

        됐을까.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너무 작은 부분에서 엇갈렸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여     그래서... 뭘 어쩌자구.....

남     일단 문 좀 열어봐. 그리고.... 서로 얼굴 보고. 그 다음에

        생각해보자. 좀 더 천천히.


(E) 조심스레 문 연다.


여     거기 남편이 서 있다. 내 얼굴을 보자마자 눈가가 붉어진다.

        내 눈에서도 눈물이 흐른다. 우린 그렇게 서로를 보고 있다.

(M) 주제음

 





2009-02-19(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