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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377화 - 헤어지러 가는 길
(M) 주제음 봄이 와 / 김현철 & 조원선
여 7년이다.
그 사람을 만나고 7년이 흘렀다.
내 나이 서른.
작년에 결혼하자는 얘기도 있었지만
아홉수를 피하고 싶다는 내 주장 때문에
올봄으로 결혼이 미뤄졌었다.
5월의 신부가 될 거라는 상상만으로도
마음껏 행복했던 날들이었다.
어떤 여자에게 전화를 받기 전까지는.
(M) Ain't No Sunshine / Bill Withers
여 그녀는 당차고 똑똑했다.
그 사람의 회사 선배라고 했다.
둘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첫데이트를 했고
지금은 절대로 헤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됐다고 했다.
그러므로. 내가 포기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통화를 하는 내내
너무 기막히고 멍해서 한마디도 하질 못했다.
전화가 끊긴 후. 그 사람에게 전화를 했다.
단축번호 1번을 길게 눌렀다.
(E) 번호 길게 누르는
남 여보세요.
여 똑같은 목소리다. 내가 알고 있는, 내가 7년 동안 들어왔단,
바로 그 목소리.
남 여보세요. 왜 말을 안해. 은서야.
여 평소와 다른 게 없다.
남 전화가 잘 안들리나? 내가 다시 전화할께.
여 아니야. 잘 들려.
남 근데 왜 말을 안했어.
여 양미연이 누구야?
남 ...........
여 당신 회사 선배 맞아?
남 니가 그 사람을 어떻게 알아?
여 내가 어떻게 알까?
남 말 돌리지 말구.
여 당신이야말로 말 돌리지 말고 말해 봐. 그 여자는 누구야?
남 ...........
여 정말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해?
(M) 예감/ 공춘수
(E) 걸어가는 소리
여 그는 일단 만나자고 했다.
만나서 얘기하자고 했다.
우리가 자주 가던 까페를 향해 가면서
난 슬픈 예감에 휩싸였다.
지금 그곳에 가서 그 사람을 만나면
정말 헤어질 것 같았다.
(E) 버스 와서 멈추는
여 기다리던 버스가 왔지만
난 버스정거장 의자에 앉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 사람을 처음 만난 것도
학교 앞 버스 정거장이었다.
(BG) -
(E) 버스 왔다가 가는 소리
남 저 혹시..
여 네?
남 영문과 학생 아니에요?
여 네.. 맞는데요. 어떻게..
남 아.. 교양수업시간에 본 것 같아서요. 동양철학과 사상.
여 ...네.
남 그때. 앞에 나가서 발표하시는 거 봤거든요.
여 그런데요?
남 제가 일이 있어서 그 수업 계속 못갔었거든요.
혹시... 노트 필기...
여 죄송한데요. 저는 제 노트필기 친한친구들한테도 안빌려주거든요.
남 아... 그러세요....
여 네. 죄송합니다.
남 죄송하시죠.
여 네?
남 아니.. 죄송하시면. 노트필기는 필요없으니까. 저랑 차 한잔만
마셔주시면 안될까요?
(E) 찻잔 소리
여 첫인상이 나쁘지 않았다.
큰 키에 하얀 얼굴. 입담도 제법 좋았고. 웃을 때 가지런히 보이는
치아도 좋았다.
남 2학년이죠.
여 네.
남 난 군대 갔다와서 2학년에 복학했어요 이번에.
여 네에.
남 군대 갔다오니까. 학교분위기도 많이 바뀌고. 후배 여학생들이
왜 이렇게 예뻐졌는지.. 적응이 안돼요.
여 네?
남 저 군대 가기 전만 해두요. 여자 후배들이.. 형.. 형.. 이러면서
저보다 술도 더 잘 마시고 그랬거든요.
여 저도 술실력은 남자 선배들보다 나아요.
남 네? 진짜요?
여 공부하느라 바빠서 안마셔서 그렇죠.
남 근데요. 내가 수업시간에 보면서 늘 궁금했는데요.
무슨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해요?
여 학생한테 왜 공부 열심히 하냐고 물어보는 건. 좀 이상한 거 같지 않 아요?
남 아니. 수업 시간에도 항상 맨 앞에 앉고.
수업 끝나면 맨날 도서관에 가고. 도서관에서도 버스 끊기기 직전 까지 공부만 하고. 무슨 모임엘 한번 가길 하나. 동아리 같은 걸 하길
하나. 친구랑 만나도 자판기 커피 한잔 마시면 끝이고.
여 이거 보세요.
남 네?
여 스토커에요?
(M) 스토커 / 서문탁
(E) 버스 정거장
남 아직도 기분 많이 나빠요?
여 그냥 그렇네요. 누가 날 몰래 관찰하고 그랬다는 게 좀.
남 관찰하려고 관찰한 게 아니라니까요?
그냥 자꾸만 눈에 띄고. 또 어딜 가면 자꾸 마주치게 되고.
그렇더라구요.
여 네.. 뭐.. 알겠어요.
남 제가 집이 학교 근처거든요.
여 그런데요?
남 새벽에 도서관 자리 잡기 힘들지 않으세요?
여 .....그래서요?
남 내일부턴 제가 도서관 자리 잡아드릴께요.
여 .....
남 네?
여 ...뭐 그러시든가요.
(M) 공부합시다 / 윤시내
여 날 만나기 전까진 도서관에 들어와보지도 않았다던 그는
그 다음날부터 도서관 죽돌이가 되었다.
(E) 도서관 책상 끄는 소리 등등
남 (속삭) 저기요
여 왜요.
남 우리 잠깐만 바람 좀 쐬면 안돼요?
여 쐬고 오세요.
(E)뭔가 메모하는 소리 책 넘기는 소리
남 와.. 진짜 너무하네. 잠깐만요.
여 나 지금 바쁘거든요?
남 (자기도 모르게 버럭) 잠깐만요.
여 왜 이래요 미쳤어 진짜.
(E) 타닥타닥 나오는 소리
여 거기서 그렇게 소릴 지르면 어떡해요? 창피하게.
남 아니. 새벽 여섯시부터 지금이 몇시야. 오후 네시까지.
밥먹는 시간. 화장실 가는 시간만 빼고. 계속 공부만 해요?
그게 말이 돼?
여 나 장학금 타야 되거든요?
남 아 누군 안타고 싶나 장학금?
여 난 타고 싶은 게 아니라. 꼭 타야만 하거든요!
남 그래요. 내가 봤을 땐 안탈 수가 없어. 타세요, 타.
여 그럼 나 들어가요.
남 잠깐만.
(E) 드르륵 창문 열어준다.
남 바람 어때요.
여 ..... 봄 같네요.
남 햇살 어때요.
여 ..... (가볍게 심호흡하고) 좋네요.
남 걸어보고 싶지 않아요? 바깥 풍경 좀 보라구요.
여 ...... 걸어보고.. 싶네요.
(M) Honey / Kara
여 하루종일 도서관에 틀어박혀만 살았던 내게
그 사람의 등장은 큰 변화였다.
하루에 한번은 날 끌고 나가서 걷게 만들었고.
자판기 커피만 마셔댔던 나를
좋은 커피가게에 데려가기도 했다.
난 예전보다 많이 웃었고.
창밖을 조금 더 자주 내다보았고.
삶이 어쩌면 즐거운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E) 걷는 소리
남 집에 가면 뭐할 거에요?
여 똑같죠 뭐. 씻고. 책 좀 더 들여다보다가. 잘 거에요.
남 자기 전에 전화해 주면 안돼요?
여 하루 종일 붙어있었는데. 웬 전화?
남 내 친구놈들이 다 뭐래는 줄 알아요?
도대체 정식으로 사귀는 것도 아니면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은서씨 뒷꽁무니만 쫓아다니면서. 남자 망신 다 시킨대요.
여 망신은... 무슨...
남 자기 전에 전화 한통화만 해줘요.
여 .... 생각나면 그렇게 할께요.
(E) 버스 오는 소리
여 어? 버스 온다. 갈께요.
남 다음 차 타고 가요.
여 다음 차는 막찬데?
남 다음 차 타요.
(E) 버스 가는 소리
여 어..
남 이 버스가 5분 간격이죠?
여 ...네.
남 5분이면 충분할 것 같아서요.
여 뭐가요.
남 (후우.. 심호흡)
여 ...뭐가요.
남 (큼...)
여 뭔데요. 뭐가 충분한데요.
남 내가.. 은서씨.. 좋아한다고 말할 시간.
여 ...!
남 그리고. 창피하니까. 도망갈 시간.
여 네?
(E) 탁탁탁 뛰어가며
남 (좀 멀리서) 전화해요. 밤새 기다릴거야!
(E) 띠리리리링 핸드폰 소리
여 7년 전 그날을 생각하며. 나도 몰래 웃고 있었나보다.
갑자기 울린 전화벨 소리에
화들짝 놀라 정신이 들었다.
여 ...여보세요.
남 나야.
여 어..
남 나 까페에 도착해 있는데. 어디야.
여 지금... 버스 타려고 기다려.
남 알았어. 기다릴께.
여 어.. 그래... 곧.... 갈께.
(E)전화 끊는다
여 버스가 또 한대 온다.
이 차를 타면 금방 그 사람이 있는 곳으로 도착하겠지.
그럼. 우린. 헤어지겠지.
그러기 싫다. 그러고 싶지 않다.
(M) 헤어지기 전에 / 바다
-----------------------1부 끝 -------------------------
* 잠시후 음악에세이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부가 이어집니다.
(E) 버스 가는 소리
여 버스에 올라탔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따뜻하다.
금방 봄이 와 버릴 것 같다.
그 사람은 봄을 참 좋아했다.
우리가 처음으로 함께 여행을 떠났던 계절도
봄이었다.
(E)기차 가는 소리
여 남이섬. 얘기만 들었지 한번도 가본 적 없는데.
남 난 두번 가봤어.
여 누구랑?
남 여자랑.
여 ...뭐?
남 솔직히 말하는 거 아니었어? 예전에 여자 두명 사겼었다고 했잖아.
군대 가기 전에.
여 그럼. 여자 사귈 때마다 남이섬 갔다는 거야?
남 ...응.
여 나 안 가.
남 뭐?
여 나 다음역에서 내릴래.
남 장난해?
여 내가 미쳤지. 한참 취업 공부 열심히 해야 할 4학년이
바람둥이 따라서 한가롭게 기차여행이 다 뭐야.
남 바람둥이라니? 너 말 잘 해라.
여 그럼 아니야?
여자 사귈 때마다 같은 코스로 여행 가는 남자가. 그럼 순정파야?
남 아니.. 난 남이섬이 데이트하기 좋으니까. 간 거지.
그리구. 너 이런 식이면 나 앞으로 너한테 솔직하기가 힘들어요.
여 힘들긴 뭐가 힘들어!
남 난. 좋아할 땐 그 사람한테 최선을 다하거든?
그리고 헤어지면. 깨끗하게 정리하구.
여 그게.. 정리가 그렇게 돼? 사람이 무슨 물건도 아니고.
남 그게 서로한테 좋으니까. 난 뭐 쉽겠어?
암튼 지금 나한텐. 옛날 여자들은 아무 의미도 없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너니까.
여 치...
남 다음역 다 와가는데. 내릴래?
여 ...
남 왜? 내리지?
여 어우 됐어. 번거로워. 그냥 뭐.. 나선 김에 다녀오지 뭐.
(M) 어쩜좋아 / 메이비
(E)자전거 타는 소리
여 오빠. 더 빨리 좀 달려봐.
남 (헥헥대며) 너 은근 무겁다.
여 내가 무겁긴 뭐가!
남 맨날 학교 도서관에 앉아 있어서 그런가. 너 보기보다 숨은살들이
많은 거 아니냐? 어후.. 힘들어.
여 머리에 든 게 많아서 그런가.
남 너 졸업하면 무슨 일 하고 싶어?
여 원래 계획대로라면 선생님.. 하고 싶기는 한데.
시험도 어렵고. 합격한다고 해도 돈이 규칙적으로 들어오지..
목돈 만지긴 힘드니까...
남 그래서?
여 학원 강사 자리 알아볼까 싶어.
큰 학원 같은 덴 돈 많이 주잖아.
남 얌마. 그래도 니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지.
여 내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구. 시험 합격할 때까지
재수 삼수.. 그럴 수도 있잖아.
남 왜 이래? 윤은서 답지 않게?
공부하는 걸로 너 따라갈 사람 있어? 내 주변엔 없는데?
여 오빠가 워낙.. 노는 사람들하고만 친하니까 그렇지.
(E) 끼이익 멈춘다
여 왜. 내가 그렇게 무거워?
남 임용고시 봐.
여 왜....
남 너 떨어지면 재수 삼수할 때 그 돈 내가 다 대줄께.
여 됐어. 자기가 뭐라구.. 오빠한테 그런 부담을 내가 왜 줘.
남 정떨어지게 그렇게 밀어내지만 말구.
준달 땐 좀 받을 줄도 알고 그래봐. 사람이.
여 그래두...
남 내가 봤을 때 너 같은 성격이 인기 강사 되긴 힘들어.
그냥 학교에서 아이들 정말로 예뻐하면서. 꼼꼼하게 잘 가르쳐주는
좋은 선생님 돼.
여 ......
남 내가 뒤에서 도와줄께.
여 그 사람의 격려로. 난 그해 겨울 임용고시에 도전했고.
합격했다.
그래서 경기도의 한 중학교 영어 교사가 되었다.
그리고 이듬해 봄. 그 사람도 무역회사에 들어갔고.
우리는 일주일에 한번씩 만남을 이어가면서
또 한편 서로의 일에 충실했다.
(E) 까페 소음
남 여기!
여 응. 먼저 와 있었네?
남 버스 타고 오는 길?
여 응. 뭐 정리하고 오다가 12시 차 놓쳤지 뭐야. 그래서 다음차 기다렸 다 타고 오느라구.
남 뭐 마실래?
여 아이스 라떼.
남 안 추워?
여 춥긴. 벌써 날이 따뜻하던데.
남 야. 그렇다고 옷을 그렇게 얇게 입고 다니면 어떡하냐.
(E) 전화벨
여 여보세요? 네. 민선생님. 아.. 그거요? 제 책상 서랍 속에 있어요.
네. 선생님두 주말 잘 보내세요.
남 누구?
여 같은 학교 선생님.
남 혹시. 저번에 얘기했던. 자기 집이 무슨 회사한다던...
여 아.. 큰 회사는 아니구. 중소기업인데. 그래도 꽤 탄탄한가봐.
아버진 회사 물려받으라구 자꾸 그러는데. 본인이 꼭 교사를 하겠다 구 그러고 있나봐.
남 둘이 친해?
여 뭐.... 같은 또래가 우리밖에 없어서.
남 우리?
여 왜 그래. 아무 사이도 아니야. 그 사람도 나 남자친구 있는 거
다 아는데 뭘.
남 .....
여 왜 그래. 화났어?
(M) 왜 모르니 / 별
(E)걸어가는 소리
여 아직도 기분이 안좋아?
남 기분이 안좋은 게 아니구.
여 그럼. 하루종일 말도 안하구. 저녁 먹구 영화보재놓구
영화도 안본다 그러구.
남 은서야. 우리가 사귄지 얼마나 됐지?
여 5년?
남 우리가 결혼할때까지. 많은 사람들을 만날 거 아냐.
너두 그렇구. 나도 그렇구.
여 그런데?
남 그러다가. 서로에게 더 좋은 사람이 나타날 수도 있는거구.
여 무슨 소릴 하려 그래?
남 만약에 너한테나 나한테나... 더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괜히 우리가 함께 했던 그 시간들 때문에 힘들게 하지 말구.
잘.. 보내주는 거 어때.
여 잘.. 보내줘?
남 가는 사람이 미안해하지 않게.
여 왜 그런 소리를 해? 아까 그 전화 때문에?
남 그냥 요즘 그런 생각 했었어. 우리 지금은 이렇게 좋지만
어느 순간. 그렇지 않게 되면 어쩌나.
만약 그렇지 않게 된다고 해도. 안좋은 엔딩은 싫은데. 하면서.
여 ...... 그래. 만약...이라는 가정도 싫지만.
그래도 만약에. 그런 일이 생긴다면. 서로 웃으면서 보내주자.
남 ..... 그래.
여 그래..
(M) 시작보다 끝이 아름다운 사랑 / 이승철 & 리사
(E)거리 소음
여 까페 앞이다.
까페 안에 앉아서 혼자 커피를 마시고 있는 그 사람이 보인다.
2년 전. 우리 둘은 밤길을 걷다가
그런 약속을 했었다.
우리 둘 중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생긴다면
미련없이 보내주자고.
그래야. 남아있는 추억도 훼손되지 않을 거라고.
2년 후.
이런 일이 정말 생길 줄은 모르고.
난 호기롭게 그런 약속을 했었다.
왜 하필. 지금 이 순간. 그 약속이 떠오를까.
지금 내 심정은. 그렇지 않다.
죽어도. 저 사람을 이렇게 보내고 싶진 않다.
추하다고 욕해도 좋지만.
매달릴 수 있을 때까진 매달려보고 싶다.
갑자기 터져 나온 눈물에
목이 메어서. 난 까페 앞에 선 채로
한참 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M) 사랑, 다 거짓말 / 린
(E)들어가는. 앉는
남 어. 왔어.
여 응.
남 커피 시킬까.
여 응.
남 잠깐만.
(E) 일어서서 가는
여 그 사람이 뜨거운 커피 한잔을 받아와서
내 앞에 놔주는 동안.
난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E) 커피잔 놓는
남 마셔.
여 ..... 내가 어떻게 해주길 바래?
남 ....
여 오면서. 쭉 돌이켜 봤어. 당신이랑 처음 만난 순간부터.
만약에 서로에게 좋은 사람 생기면 언제라도 잘..보내주자고 했던.
그 약속까지.
남 .....
여 내가 그렇게 해주길 바라지?
오빠가 미안하지 않게. 괜찮다면서. 잘 가라고. 그렇게 산뜻한 이별을
해주길 바라지?
남 ..... 나한테 물어볼 게 그거밖에 없어?
여 그럼 뭘 더 물어봐? 크리스마스 이브에 첫데이트 했다며!
그날.. 나 연수 때문에 연수원 들어가 있었어. 오빠 나한테 뭐랬어.
혼자 크리스마스 보내야 해서. 심심하고 쓸쓸하다며.
남 그래. 그랬어.
여 심심하고 쓸쓸해서 다른 여자 만났던거야?
남 어. 만났어. 회사에서 야근하고 있는데. 밥이라도 같이 먹자길래.
그렇게 했어. 그리고...
여 됐어. 그만해.
남 그리고. 그 사람이 그러더라. 나를 많이 좋아한다고.
오래된 감정이래.
여 .......
남 난 아니었어.
여 ......!
남 바로 어제야. 내가 회사에 사표낸 게.
여 사표를 냈다구?
남 그 사람이랑 많이 껄끄럽기도 했고. 다른 회사 알아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복합적인 이유였지만 그렇게 했어. 그게 나을 것 같아서.
여 그럼 그 여자는....
남 나랑 연락 안되고. 내가 사표까지 낸 거 보고.
극단적인 방법을 쓴 것 같은데. 나도 놀랐어. 너한테 미안했고.
여 .....
남 그동안 숨겨서 미안했다. 그렇지만. 너한테 부끄러울 짓은
하나도 안했어. 우리 7년 세월 앞에. 맹세해.
여 ......
(M) 고마워 / 성시경
여 한참동안 눈물콧물 빼는 날
그 사람은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여 어쩌려구 그래?
남 ....어?
여 이 상황에서 백수되면. 난? 5월에 결혼하기로 해놓구!
남 ....은서야.
여 난 백수 남편 싫거든?
남 무슨 소리야. 나 금방 재취업해. 할거야. 우리 결혼하기 전엔
꼭 할거야.
여 첨부터 그렇게 말해줬음 됐잖아 바보야.
전화로 한마디만 했어도 난 너 믿었을 거란 말야.
아니라고. 걱정 말라고.
남 ......
여 왜 만나서 얘기하자고 해서. 사람 미치게 해.
내가 여기까지 달려오는 동안. 무슨 생각을 했는데!
얼마나 무서운 생각을 했는데!
너랑 헤어진다는 생각만으로도. 난 얼마나 무서웠는데!!!!
남 미안하다...
(M) Come To Me / JK 김동욱
여 미안하다는 말을 이백번 정도 들었던 것 같다.
그는 새 회사를 알아보기 위해
이력서를 작성해야 한다며 사라졌고.
난 겨울 끝자락의 바람을 느끼며
걷고 있다.
햇살이 간지럽다.
문득 깨달은 행복에. 가슴이 뛴다.
(M) 주제음
2009-02-05(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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